단편 블루아카 소설 (Pixiv)/단편

선생과의 결혼 생활을 보내는 유우카

무작 2025. 6. 10. 11:00

작품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849228

 

작가 : Asphodelos


작가의 말 : 유우카는 전 의상 컴플리트했습니다.
심지어 ASMR을 작업용 BGM으로 듣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 회는 5월 26일 (월) 오후 8시입니다.


선생과의 결혼 생활을 보내는 유우카

 

저는 선생님 방에서 못 보던 '어떤 물건'을 발견하고, 그만 비명을 질렀어요.

「또, 선생님 또 이런 걸 사신 거예요?!」

『이런 거라니 심하네. 카이텐저 MKⅡ 한정판이야. 안 살 수 없잖아!』

흔히 볼 수 있는 변신 로봇 피규어였어요.

선생님은 그걸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고 늘 아끼셨어요.

어린 마음이 넘치는 선생님도 귀여워서 좋지만, 물건에는 한도라는 게 있는 법이에요.

「그거 얼마 주고 사신 거예요?」

『음, 이런 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뭐라고 해야 하나……』

「얼! 마! 주! 고! 사! 신! 거! 예! 요!」

제 목소리에 눌린 선생님은 천천히 두 손을 벌리셨어요.

「엣!?」

『아니, 근데 가격이 나가는 만큼 세부까지 공들였다고! 부속 부품도 풍부하고, 절대로 가격에 못 미치는 게 아니야——』

「네, 왜 항상 그런 낭비를 하시는 거예요!? 우리한테 그 정도 여유가 없다는 거 모르세요!?」

선생과 결혼한 지 벌써 3년.

살림은 항상 제가 관리하기 때문에 대체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는 알고 있어요.

매일매일이 빠듯한 건 아니지만, 아니 제 의지로는 그렇게 두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적어도 두 자릿수 만엔이나 하는 아무 쓸모없는 것을 살 여유 같은 건 없었어요.

『낭비가 아니야! 이건 마음의 청량제라고!』

「그러니까 한도를 생각해주세요! 그 계열 피규어가 몇 개나 더 있을까요!」

그래요, 한도 한도를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게 처음 산 거라면 아직 봐줄게요.

하지만 선생님 방에는 줄지어 늘어선 수많은 피규어들.

그 피규어들은 모두 수만 엔 하는 고급품으로, 여기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을 합하면 세 자릿수는 거뜬히 넘을 거라는 건 주산을 튕겨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근데 지금은 아직 조금 여유가 있잖아』

「그래도 뭐도 없어요! 노후 대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아이가 생겼을 때 양육비는 어떡하실 거예요!?」

『욱……』

「잘 들으세요!? 만약 다음번에 허락 없이 돈 낭비하시면 이혼할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저는 식재료를 사러 슈퍼에 나섰어요.

하지만 길을 가는 동안에도 제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어요.

정말, 선생님도 가계에 좀 더 신경 써주시면 저도 이렇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고 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였더라.

부족한 것 같으면 가는 길에라도 뽑아서 가야——

「앗」

하지만 가방 안을 아무리 뒤져봐도 지갑이 보이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급하게 나오느라 지갑을 두고 온 것 같아요.

캐시리스로 지불 못하는 건 아니지만 포인트 카드도 들어있고, 무엇보다 지갑이 없으니 안정이 안 됐어요.

다행히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번 집에 들르기로 했어요.



「죄송해요, 깜빡 잊고 온 게 있어서요」

다시 집 문을 열었지만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어요.

선생님 방에서 불이 새어 나오는 걸 보니 또 피규어를 애지중지 보고 있나 봐요.

「저런 것의 뭐가 좋은 걸까」

남의 취향에 뭐라고 하고 싶진 않지만, 실용성 없는 것에 그렇게까지 큰돈을 쓸 가치가 있을까 싶었어요.

남자의 취향은 잘 모르겠어요.

……아니, 하지만 되돌아보면 코유키와는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가끔 봤으니, 어쩌면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

음, 하고 머리를 굴리며 선생님 방 앞을 지났어요.

제 방은 선생님 방 옆이라 현관에서 가면 반드시 그 앞을 지나가야 했거든요.

「있었다, 있었어. 역시 깜빡 잊고 있었네」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지갑을 챙기고 다시 선생님 방 앞을 지나 현관으로 향했어요.

 

——그때였어요.

 

 


『……슬슬 헤어질 때가 된 걸지도 몰라』


「——엥?」

사고가 멈추고 제 발은 마치 바닥에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런 와중에 청각만이 예민하게 선생님의 말을 잡아냈어요.

 

『유우카와 결혼한 지 3년. 노력했지만, 이제 한계일지도 몰라』

멈춰요, 더 듣고 싶지 않아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귀를 막고 싶은데 몸은 가위에 눌린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어딘가로 떨어지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히면서 저는 그 말을 듣고 말았어요.

『지금까지 고마웠어. 잘 가』


털썩, 제 손에서 가방이 미끄러졌어요.



『어, 유우카? 돌아왔어?』

그 말이 계기가 되어 비로소 가위가 풀렸어요.

동시에 저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갔어요.

머릿속에서는 아까 들은 선생님의 이별의 말이 계속해서 반복되었어요.

『유우카!?』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 따스함이 남은 눈물을 흘리면서 저는 집을 뛰쳐나갔어요.

지갑이 없는 불안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실감에 시달리면서.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유, 유우카쨩?」

「노, 노아아!」

저는 가장 친한 친구인 노아에게 울면서 매달리고 있었어요——.



***



「과연,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우선 제 방 안으로 유우카쨩을 안내하고 대략적인 사정을 들은 저는 진정 효과가 있는 허브티를 내줬어요.
눈을 새빨갛게 붓게 하고 작은 동물처럼 홀짝홀짝 허브티를 마시는 유우카쨩.

아무래도 상당히 상처받은 것 같아요.

유우카쨩은 정말 선생님을 무척 좋아하시니까요.

그러니 본래대로라면 선생님에게 제 유우카쨩을 괴롭히지 말라고 따져 묻는 게 맞겠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유는 이번 일은 거의 십중팔구 유우카쨩의 착각일 거예요.

유우카쨩이 들었다는 선생님의 말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그 선생님이 피규어와 유우카쨩을 저울질해서 피규어를 선택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거든요.

애초에 낭비 어쩌고 하는 것은 유우카쨩이 학생 시절부터 계속 말해온 거예요.

그것 때문에 헤어질 거라면 결혼 같은 것은 하지 않아요.

뭐, 학생 시절부터 들었는데도 고치지 않는 건 반성해야 할 점일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취미라고 말해버리면 어려운 점이 있겠죠.

일단 가계 내에서 잘 꾸려나가는 것 같고요.



「어려운 문제네요」

「으윽, 역시 선생님은 이제 나를……」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진정하세요, 유우카쨩」

킁킁거리며 허브티를 한 모금 더 마시는 유우카쨩.

이건 꽤 중증이네요.

본래대로라면 조금 더 말을 걸고 싶지만 지금의 유우카쨩에게는 분명 닿지 않을 거예요.

이곳에서는 약간 거친 처방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 없네요」

「노아? ……노앗!?」

「네에, 가만히 계세요, 유우카쨩」

저는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던 수갑을 유우카쨩에게 채우고, 게다가 수건으로 재갈을 물렸어요.

도망치거나 소리치면 곤란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선생님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어요.



『여보세요, 노아?』

스피커로 돌려놓은 제 단말기에서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여기서 비로소 제가 하려는 일을 알아챈 모양이에요.

유우카쨩이 몸을 뒤틀며 낑낑거리고 있지만 선생님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에요.

「오랜만입니다, 선생님」

『오랜만이라고 해도 지난달에 만났는데. 유우카가 늘 신세 지고 있는……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네. 학생 때부터 친했었잖아』

「네, 유우카쨩은 친구니까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는 대화.

하지만 저는 여기서 칼날을 들이밀어야 해요.

「그런데 선생님, 유우카쨩과 또 싸우신 거예요?」

『아, 벌써 소문났나. 아하하, 민망하네』

「유우카쨩, 회계를 담당했던 만큼 돈에 엄격하시니까요. 선생님, 유우카쨩과 함께 계시면서 괴롭지는 않으세요?」

「응-읏!!!?」

『그런 일 없어』

「그런가요? 저라면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텐데요?」

『벌써부터 곤란해 죽겠는데』

「어머, 죄송해요♪ 하지만 진심이에요? 어때요, 지금부터라도 입 다문 유우카쨩 대신 저와——」

 

『노아』


그것은 아주 강하고 무거운 목소리였어요.

그 자리에 없는데도 유우카쨩이 굳어버릴 정도의 중압감이에요.

처음 듣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어요.

『장난은 여기까지 하자.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나(俺)의 유우카를 나쁘게 말하는 건 듣기 싫으니까』


「——엣」

새어나온 소리는 제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유우카쨩의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둘 다 새어나왔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나라고 하다니, 처음 듣는 1인칭까지 사용하다니.

아무래도 유우카쨩은 상당히 사랑받고 있는 것 같네요.

『나는 유우카와 평생 함께할 생각으로 결혼했어. 이 정도 가지고 헤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가능하다면, 유우카가 나를 포기했을 때 정도랄까. 그래도 나는 볼썽사납게 매달릴 것 같지만』

뭐, 나와 함께 있는 게 유우카에게 불행이라면, 깨끗하게 물러나겠지만.

그렇게 마무리를 짓는 선생님.

여기까지 말을 들을 수 있다니, 역시 유우카쨩이 부럽네요.

제 선망의 시선 끝에는 유우카쨩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마음도 알아요.

여자아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기까지 들으면 기쁘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겠죠.



『노아』

「……네」

『미안해, 손해 보는 역할을 맡겨서』

「……네?」

당연히 설교를 예상했는데 선생님의 말투는 예상과 달리 부드러웠어요.

『나를 격려해주려 했던 거 아니야?』

「……어머, 다 꿰뚫어 보셨네요」

『노아 성격은 알고 있으니까. 아마도 유우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느낌이랄까』

그렇게 다 들켜버린 이상 숨길 필요도 없었어요.

저는 작게 긍정을 표했어요.

『역시. 그렇다면 김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유우카가 뛰쳐나간 원인이 뭔지 알아?』

정신 차리고 보니 아까 전까지의 위압감은 흩어져 사라지고 언제나의 부드러운 선생님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그건 선생님이 헤어지자고 하셨으니까요」

『그런 말 안 했어!?』

「하지만 유우카쨩은 그러셨다고 했어요? 선생님이 방에서 슬슬 헤어질까 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고요」

『방에서…… 아, 피규어 이야기인가. 유우카에게도 혼났지만, 슬슬 피규어도 끝물인 것 같아서』

「어머, 그렇군요? 좋아하시는 거 아니신가요?」

『응. 좋아하긴 하지만 확실히 비싸고, 그리고 유우카가 진지하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주고 있으니까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야지. 아이도 언젠가 생길지도 모르고』

그 목소리는 이미 다정한 아버지 같았어요.

『그래서 결별의 뜻도 담아 마지막 인사를 했던 거야』

「과연,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렇답니다, 유우카쨩.



『아, 아까 전까지의 일은 유우카에게 비밀로 해줄 수 있을까. 기세에 눌려 여러 가지 창피한 말을 해버려서』

「어쩔 수 없네요, 알겠습니다. 저에게 유우카쨩에게 아무것도 전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들만의 비밀이네요」

『고마워, 살았어』

아무것도 모르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유우카쨩을 힐긋 쳐다봤어요.

……아무래도 괜찮아진 모양이네요.

「죄송합니다, 유우카쨩이 돌아오니 이만」

『아, 응. 고마워. 살았어. 나중에 뭐라도 보답할게』

「어머, 벌써 바람피우자고 하시는 건가요?」

『아니거든!?』

「후후, 농담이에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통화를 끊은 저는 유우카쨩의 수갑과 재갈을 풀어주고 유우카쨩을 해방시켰어요.

유우카쨩은 화를 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가를 몇 번이나 바꾸고서야 간신히 말을 꺼냈어요.

「노아, 할 말은 많지만 그래도 지금은……」

「네, 잘 다녀오세요. 유우카쨩」

그렇게 말하자마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이 자리를 떠나는 유우카쨩.

어디로 향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저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허브티를 마시면서 작게 중얼거렸어요.

「정말, 손이 많이 가네요」



***



「선생님!!」

저는 노아의 집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선생님 방으로 돌진해서 놀란 모습의 선생님을 무시하고 세게 끌어안았어요.

『유, 유우카?』

자비 없이 부딪혀서 엉덩방아를 찧은 선생님이 저를 안아주면서 항상과 다름없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봐 주셨어요.

그것만으로 저는 몸이 두근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어요.

『유우카?……으읍!?』

그래요, 바로 맥락도 없이 키스를 해버릴 정도로요.

그런데도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정하게 저를 받아줬어요.

몇 초인지, 몇십 초인지, 아니면 몇 분인지.

떨어졌을 때 서로의 입가에서 침이 흘렀고 제 눈은 촉촉해졌어요.

「선생님, 죄송해요. 잠깐 시간 좀 뺏을게요」

저는 선생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그대로 강제로 침실로 향했어요.

팡 하고 침대에 던져진 선생님은 그러나 화를 내지 않고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어요.

『혹시, 그 자리에 있었어?』

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자리라는 곳이 어디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이죠.

「책임 지세요, 선생님」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에게 다가가는 저에게 선생님은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계속해서 말씀하셨어요.

『이리 와. 나의 유우카』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저와 선생님의 그림자는 하나로 겹쳐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