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눈부신 나날

무작 2025. 9. 29. 13: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97.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656


# 샬레 활동 비망록

# 눈부신 나날

모처, 선생님은 드물게 한가했다. 우연히 일이 적은 날이라 외부에 나갈 용무도 없고, 당번인 학생도 없어 샬레에는 그만이 있었다.
오전 중에 업무를 마친 그는 시간을 때울 겸 건물 내부를 청소하거나, 예산을 계산하거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던 중…… 문득, 스마트폰이 울렸다. 업무용이 아닌 개인적인 휴대폰이었다.
전화 상대는 모모이. 그녀 외에도 미도리나 아리스, 유즈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아마도 동아리방에 있는 듯했다.
동아리 활동에 함께해 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대로 준비를 마치고 게임개발부로 향하던 그는……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뭘 할 건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뭘 할지 불확실한 채로 그는 동아리방 안으로 들어갔는데…….



「으랴아앗! 각오해! 선생님! 지금부터 나만의 비장의 필살기……! 모모이 스플래쉬를 보여줄 테니까……!!」


벌써 1시간 넘게 그는 모모이와 격투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모니터 앞에 둘이 나란히 앉아 컨트롤러를 들고.
게임도 이제 막바지였다. 모모이의 체력은 1할, 선생님의 체력은 4할 약. 조금만 더 있으면 게임 세트라는 순간, 모모이 스플래시라는 기술이 선생님을 붙잡았다.

「앗」
「후후후! 내 비정한 콤보 공격에 사각은 없어! 선생님의 HP가 제로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공중으로 띄워 올리고, 떨어지는 타이밍에 다시 띄워 올린다. 이 루프를 반복해서 선생님 캐릭터의 체력 게이지를 전부 깎을 속셈이겠지. 하지만…….


「아, 빠져나왔네」
「왜애!?」

모모이 스플래시에 사각은 당연히 있었다. 타이밍 좋게 콤보를 빠져나온 그는 그대로 공격을 가해 모모이의 얼마 남지 않은 체력 게이지를 0으로 만들어 게임 세트. 모모이의 패배였다.

「우와아앙! 어째서 내 콤보 공격이 하나도 맞지 않고 전부 빗나가는 건데?!」
「그야 모모이는 마음이 급해지면 일단 버튼부터 눌러버리니까……. 욕심만 가득한 그런 콤보 공격 따위! 통하지 않는다고! 모모이!」
「뭐, 뭣이라?! 이미 나의 공격패턴은 전부 선생님에게 간파당해버렸다는 거야?!」

컨트롤러를 던져 버리고, 분하다는 듯 바닥에 뒹굴며 쿠션에 얼굴을 묻는 모모이. 선생님에게 진 것이 어지간히도 분한 모양이다. 가끔 「으으……!」하는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그녀를 보면 '져주는 편이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손을 빼는 것은 오히려 그녀에 대한 모욕이 된다. 애초에, 봐줘서 이긴다고 해도 그녀는 분명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할 거라면 전력으로 해야지.

그런 그녀를 보다 못한 미도리는 의자를 돌려 몸을 이쪽으로 향하더니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심지어 선생님은 오늘 이 게임을 처음 해보는 입문자라고 했었지. 언니.」
「우왓?! 너무 비정한 현실을 들이밀지 말아줘! 미도리! 지금 건 무효! 무효니까!」
「몇 번이나 무효로 할 거야, 언니……」

이런 주고받는 대화도 이제 곧 두 자릿수 대열에 들어설 참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전적은 8전 0승 0패 0무 8무효. 이대로 몇 번이나 무효 경기가 쌓여갈까, 하면서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한 판만! 한 판만 더 해! 선생님! 다음번엔 정말로 내 비장의 콤보를…….」
「언니. 적당히 해 둬. 선생님이 곤란해하시잖아.」
「하, 하지만 이대로 진 채로 넘기는 건, 게, 게이머의 자존심이……」
「또 그런 억지를……」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기 싫어하는 언니를 질렸다는 얼굴로 보는 미도리. 확실히 초보자 상대로 승리 한 번 없이 끝내는 것은 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생님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러날 때도 중요하고, 인내를 배우는 것도 공부다.

선생님도 뭐라고 좀 해주세요────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는 컨트롤러를 집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모모이. 딱 한 번만, 알겠지?」
「야호! 응, 딱 한 번! 이번에야말로 이길 테니까!」

아까의 의기소침했던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모모이는 환하게 웃으며 다시 시합 준비를 한다.


「하아. 선생님. 너무 언니의 어리광을 받아 주시기만 하면 안 된다구요?」
「충고 고마워.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에게 응석 부리는 거니까. 솔직하게 응석 부려줘서 오히려 기쁜 걸.」
「……그런 건가요?」
「그런 거야. 그러니까 미도리도, 거리낌 없이 나에게 응석 부려도 좋아.」

그가 부드러운 미소로 그렇게 말하자, 미도리는 조금 부끄러운 듯 쭈뼛거리며 「……네」라고만 중얼거리고 다시 펜을 들었다. 책상에 앉은 그녀의 옆모습에 기쁨이 떠올랐던 것은 분명 착각이 아닐 것이다.


덧붙여, 이 마지막 시합은 모모이가 신승하여 끝났다. 그때 그녀의 얼굴은 정말이지 좋은 미소였다.





9전 1승 0패 0무 8무효로 모모이의 승리로 막을 내린, 돌발적인 격투 게임 승부. 게임기와 모니터를 정리하고, 조금 넓게 느껴지는 동아리방에 모모이, 미도리, 선생님 세 사람은 앉아…… 오늘의 진짜 목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언니, 이렇게 놀기만 하고…… 오늘 부활동의 목적, 잊은 거 아냐?」
「헉, 맞다!」
「……맞다?」
「아, 아냐! 미도리! 확실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응! 분명!」
「……그러고 보면 아직 오늘 부활동 내용, 제대로 듣지 못했지.」

선생님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미도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모모이를 보았다. 언니에게 전화 부탁할 때, 오늘 용건을 선생님에게 제대로 전해달라고 말했을 터였다. 그런데 그가 모른다는 것은…… 모모이가 전달하는 것을 잊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언니, 설마 선생님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모셔 왔다는 건……」
「아, 그, 그거라면 지, 지금! 응! 지금부터 말할 테니까!」

모모이는 일부러인 듯 어울리지 않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


「오늘 부활동의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차기작의 아이디어를 준비하는 거야!」


게임개발부의 다음 작품. 지난 밀레니엄 프라이스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지만, 폐부 철회는 되지 않고 다음 시즌까지 보류 상태가 되었다. 당장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닥칠 일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둘 생각인 듯했다.

그때 우연히 선생님의 손이 비는 것을 눈치채고 과감히 불러서──── 그리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자주 찾아오지 못해서 미안해.」
「뭐, 선생님이 늘 바쁜 건 잘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일부러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고나 할까~」
「나야말로 불러줘서 고마워.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될까?」
「어쨌든! 선생님에게도 차기작의 아이디어에 대해 의견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이라면 뭔가 굉장한 아이디어를 번쩍! 하고 꺼내줄지도~?」

힐끗힐끗 선생님을 보는 모모이의 눈에는, 그에 대한 커다란 신뢰가 빛나고 있었다. 그라면 어떻게든 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이전에 도움을 받은 이후로,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를 찾았다.

물론, 선생님에게 그녀들만큼 게임 지식은 없다. 크리에이터로서도, 플레이어로서도. 그러니 내놓을 수 있는 의견은 초보자의 시선이 될 수밖에 없고, 제작에 대한 조언 따위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을 배신할 수는 없었기에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게」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래서, 이 격투 게임은……」
「아, 그건 언니가 의견을 냈던 거예요. 여러 인기 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분석하고, 그걸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내보자. 이런 흐름이 된 거예요.」
「아아, 그래서 이렇게나……」

떨어뜨린 시선 끝에는, 수많은 게임과 게임기 본체가 놓여 있었다. 그녀들의 분석 작업에 사용된 것이리라. 자세히 보니 선생님도 이름을 아는 유명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사용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게임을 크리에이터 시점에서 분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여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확실히 이치에 맞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러 가지 게임을 모았구나. 다음 작품의 방향성도 함께 정하는 건가?」
「아니요. 이미 방향성은 정해져 있어서…… 다음 차기작은 <퀘스트를 수주하고 낚시와 농사를 즐기면서 캐릭터를 육성하는 힐링 계열의 던전공략 RPG> 게임이거든요.」
「이거 또 꽤나 이것저것 집어넣었네. 하지만 슬로우 라이프에 RPG라면, 이 주변의 요소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떨어뜨린 시선 끝에는 무수한 게임들이 놓여 있었다. SF 로봇, 슈팅, 리듬 게임, 격투 게임, 호러…… 대략 보기에, 이 정도의 종류는 전부 망라하고 있었다. 느긋한 슬로우 라이프, 던전 탐색, RPG라는 요소에 이들 장르는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던 중, 모모이가 힘껏 벌떡 일어서서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선생님! 물론 범인의 눈으로 보기엔, 얼핏 그런 던전공략 RPG와 대전격투 게임엔 접점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단순히 겉보기로만 판단하는 건 NG! 다음 밀레니엄 프라이스의 수상을 노린다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할 의외의 도전이 필요해! 요컨대 고정관념을 벗어나 선입견을 탈피하고 편견을 뛰어넘어서야 비로소 새로운 지평의 너머로 갈 수 있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엉뚱한 두 장르의 요소를 합치면 의외로 재미있는 게임 아이디어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앗! 미도리! 내 대사를 빼앗아 가면 어떡해!」
「언니가 자꾸 뜸만 들이고 본론을 말하지 않아서 대신 말한 거뿐이야.」
「으아앙! 너무해ー! 선생님, 위로해 줘ー!」
「알겠어 알겠어」

안겨 온 모모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시야 한구석에서 움직이는 고양이 꼬리 같은 무언가를 응시한다. 저것은 대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걸까. 애초에, 저것은 인체에서 자라나는 것일까, 아니면 착탈 가능한 것일까. 키보토스에는 불가사의한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그녀들의 꼬리는 그 순위에서 상위에 위치한다. 선생님의 생각에는.


덧붙여, 현재 압도적인 1위는 코하루의 목에서 세로로 뻗어 있는 그 검은 선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 동아리 활동에 매진하고 있구나.」
「그야 당연하지!」
「네, 저랑 언니뿐만이 아니라, 유즈 쨩이랑 아리스 쨩까지 모두 다 함께……. 다음번엔 반드시 밀레니엄 프라이스의 콧대를 꺾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응.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말하자면 <퀘스트>인 셈이지!」


「────모모이! 미도리! 선생님! 비상입니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려던 세 사람의 귀에 들린 목소리는, 밝은 목소리였다. 아리스의 소리. 유즈와 함께 있던 그녀는 긴급 사태라는 불온한 말을 가지고 왔다.


────선생님은 아주 잠깐, 의식과 신경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어떤 긴급 사태라도,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유즈가 드디어 온라인 배틀 10연승 도전에 들어갔습니다!」
「어?! 진짜?」
「뭐? 이 밸런스 망겜에서 10연승까지?!」


「……그건, 대단하네.」


허탈하게 된 선생님은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바뀐 피폐 스토리가 보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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