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회합

무작 2025. 9. 29. 12: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96.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655


# 샬레 활동 비망록

# 회합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팽팽한 공기. 살갗을 에는 듯한 차가움과 그에 수반되는 정적. 이공간 같다는 표현은 정말이지 절묘하다. 이곳은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다.

────세미나 집무실. 많은 기밀을 다루는 세미나 회장 개인에게 주어진 방은 기본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이는 같은 세미나 임원에게도 마찬가지이며, 방 주인인 회장의 허가 없이는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하지만 예외는 존재한다. 키보토스 유수의 거대 학교로서 많은 학생을 품고 있는 밀레니엄에서 유일하게 집무실에 독단적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 허락된 학생이 한 명 있었으니.

그것이 그녀────아케보시 히마리였다. 남다른 지성을 가지고 요청에 따라 베리타스 부장과 특이현상수사부 부장을 겸임하는 그녀는, 세미나 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엄에서 회장과 동등한 권한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그녀는 방 주인의 부름을 받은 손님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책상과 PC, 금고밖에 없는 삭막한 방에 발을 들여놓은 그녀는 과장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머나, 모처럼 저 같은 초천재병약미소녀가 찾아왔는데 불도 제대로 켜지 않고 맞이하시다니…….」

창문에서 비추는 달빛만이 유일한 광원이었다. 어둡고 조용한 방에 비추는 환상적인 빛에 둘러싸인 소녀는, 한 명만이 아니었다.

「손님을 접대할 생각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다는 점이 또 무척이나 당신답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식으로 어두운 곳에서 컴퓨터 모니터만 켜놓고 살다 보면 눈, 나빠질 거라고요? 리오.」


그 목소리에 반응하여, 한 소녀가 일어선다. 전체적으로 하얀 히마리와 대조되는 검은색. 무릎 근처까지 닿는 곧게 뻗은 검은 머리와, 보석을 연상시키는 루비색 눈동자에는 지적인 빛이 담겨 있다. 슈트와 같은 재킷과 미니스커트. 거기서 뻗어 나온 다리와, 오른쪽 허벅지에 감긴 홀스터에는 권총이 수납되어 있다. 모델이라고 해도 납득할 만한 뛰어난 프로포션을 가진, 어른스러운 소녀였다.


────그녀야말로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세미나의 회장…… 츠카츠키 리오. 빅 시스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합리성의 덩어리 같은 소녀.

힐을 울리며 히마리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손에 든 태블릿을 조작한다. 이 방의 감시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정지시키고, 전파를 가로챈다. 전자적인 공백 지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의 회담은 외부에는 비밀로 하고 있으니까. 기밀에 만전을 기했을 뿐이야. 불은 끄고 기록은 남기지 않는다.」

리오는 히마리를 내려다본다. 히마리는 리오를 올려다본다. 둘 다, 그 두 눈에는 차가운 온도가 녹아 있다.


「네 방문 기록도 오늘 데이터베이스에는 남지 않도록 조치했어. 공식적으로 우린 오늘 만나지 않은 거야. 이 전부가 기밀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인 셈이지.」
「리오도 참. 고지식하기는. 여기에선 "네가 내 언니야?" 정도로 응수해주시라고요. 방금 건 자못 딱딱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저 초천재병약미소녀의 가벼운 농담이었으니까요. 후후.」
「……무슨 소리야? 히마리. 네가 내 언니가 아닌 건 당연하잖아? 갑자기 그런 합리적이지 못한 이야기라니.」

히마리에게 의아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리오. 그녀의 시선에는 의문이 떠올라 있었고, 정말로 히마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네, 그랬죠.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죠.」


────예전부터 그랬다. 리오는 이런 유머나 농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고지식하다는 말을 그대로 형상화한 듯한 사람이다. 그저 오직 합리성을 추구한다. 자신의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며, 자신이 믿는 최선을 추구한다…… 좋게 말하면 타인을 이끄는 리더 기질, 나쁘게 말하면 독재자의 기질이 있다.

그것을 싫어도 잘 아는 히마리는 싫증 난 감정을 숨기지도 않고, 다시 한번 크게 한숨을 쉬었다.


「좋고 싫음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실이잖아. 이번 만남이 기밀을 요하는 일이라는 것쯤은, 너 또한 공통된 인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쎄요. 애당초 그렇게나 남의 눈이 신경쓰였다면, 차라리 다른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면 될 일 아니었나요?」
「……다른 장소?」
「네, 요컨대……」

히마리는 그 얼굴을 탐미하게 일그러뜨리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누군가가 뒤에서 남들 몰래 살짝 만들고 있다는…… 악취미(세이프 하우스) 라던가?」



히마리의 비장의 카드. 비밀주의적인 리오(어떤 분)이 더욱 철저하게 주위에 숨기고 건축하고 있는 악취미적인 장소. 모든 정보원, 기업, 민간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고 있었던…… 그녀가 품고 있는 최대의 비밀. 그 정보를 히마리는 입수하고 있었다. 천재, 전지…… 그 이름은 허세가 아니었다.

그 비밀이 드러난 리오였지만, 그녀는 소름 끼칠 정도로 침착했다. 히마리를 꿰뚫어 보는 시선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그 정도는 상정 내라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로서도 더 이상 이야기할 생각은 없는 걸까.

「……괜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지금부터가 본론이야.」
「은근슬쩍 넘어가시겠다? 후후, 네 뭐 상관없어요. 누구에게나 알려지고 싶지 않은 비밀은 있으니까요. 물론, 당신의 그것은 다소 지나치지만요」
「돌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건 본론이 아니니까. 잡담이나 나눌 만큼 우리 둘 다 한가하지 않잖아…… 그럼 먼저 서로 간의 인식을 재확인해볼까?」


리오와 히마리────밀레니엄 유수의 천재들의 회합이, 시작된다.


「지난번 <거울>을 두고 밀레니엄의 학생들이 벌였던 일련의 소동……. 그건 우리가 함께 꾸민 일이었지.」
「네, 제가 <거울>이라는 수단을 준비하고, 리오가 <C&C>라는 위기를 제공한다. 드물게도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당신과 제가 협력한 일이었죠.」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 아니, 소꿉친구라고 불러도 좋을 관계. 비슷한 능력과 같은 나이. 친해지기에는 충분한 밑바탕. 하지만 그 관계는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마치 이번처럼 그들 두 사람이 협력하는 사태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그러니 이번 협력은 그만큼 비상사태인 것이다. 좋고 싫음을 던져버리고, 그들 두 사람이 함께 나서야 하는 것. 밀레니엄 전체를 휘말리게 할 수도 있는 사건을 일으킨, 그 목적은.


「────AL-1S(아리스)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밀레니엄의 폐허에서 잠들어 있던, 기계 장치의 공주……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모모이와 미도리가 밀레니엄 학생으로 편입시킨 것은 때마침 잘 된 일이었다. 만약 같이 있던 선생이 그녀를 맡겠다고 말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테니까.


샬레 소속이 된 그녀의 정체를 파헤치려 하면, 필연적으로 샬레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게헨나 선도부장(소라사키 히나)과 새벽의 호루스(타카나시 호시노), 칠죄수 무투파 필두(코사카 와카모)가 소속된, 그 샬레와.
많은 최신 병기와 최강의 에이전트 집단인 C&C를 보유한 밀레니엄이라도,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리했다.

그렇기에 아리스를 밀레니엄에 소속시키고, 문제가 미칠 범위를 밀레니엄 내부로 한정한 게임개발부는 그들 두 사람에게는 상당히 훌륭한 플레이였다.


「……그때 이후로 제법 시간이 지났어. 해석의 결과, 나왔겠지?」

「물론이에요. 아리스의 진짜 정체……. 그건……. 무명사제들이 숭배하는 <오파츠>이자……」

「기록에만 남아있던 존재……. <이름 없는 신들의 왕녀>.」


전기의 지성체가 남긴 오파츠이자, 무명의 사제가 신으로 숭배하는 존재. 신들을 다스리는, 왕관을 쓴 왕녀.


────그것이, 밀레니엄이 자랑하는 천재 두 명이 이끌어낸, 같은 결론이었다.



리오는 눈을 감고, 말한다.

「그래. 동일한 해석이 나온 것 같네. 즉, 그렇다는 것은…… 그 존재의 본질은…….」
「네. 아리스, 그 아이는 바로…….」

수수께끼에 싸인 아리스의 정체. 그 본질은, 해답은.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다.」

「────귀여운 후배죠♪」




과정은 같았다. 결론도 같았다. 하지만, 그 본질만은 달랐다.
리오는 세계를 종말로 이끄는 ‘파멸’로서, 히마리는 귀여운 후배로서 아리스를 보고 있었다.

「……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히마리?」
「리오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
먼저 움직인 것은, 리오였다.


「그런가……」

────피아의 골은, 절망이다.


「그럼 우리의 동맹은 여기서 끝이군.」
「그러네요. 동맹이 아니라 휴전이었지만.」


리오가 태블릿을 조작하자, 방 벽이 열리고 자율형 로봇 몇 대가 나와 히마리에게 총구를 겨눈다. 장소는 상대의 홈그라운드, 로봇에 둘러싸여 있고, 자신은 전투에 능숙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라면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그녀의 여유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 이것들이 그……. 최근 리오가 열심히 만들고 있다던 장난감이로군요.」
「────이렇게 된 이상, 널 이대로 돌려보낼 순 없어…… 쓸데없는 저항은 하지 마」
「뭐…… 그렇죠. 저도 당신이 그렇게 나오리라 알고 있었지만요.」


중얼거린 히마리는 휠체어에 달린 콘솔을 조작하자────방 전체의 주도권이 그녀에게 넘어갔다.


「무슨……?! 내 오피스를 해킹했다고……?」
「어머? 빅 시스터의 방은 무적이라고 생각했나요?」
「AMAS! 히마리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지만, 리오의 명령을 들으려 하는 개체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추가로 호출을 해도 응답하는 것은 없고, 휠체어를 굴리는 히마리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병약 미소녀에게 불가능은 없거든요.」


모든 것은 히마리의 손바닥 위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리오는 그녀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카운터 해킹을 시도해도 의미가 없다. 주도권을 되찾아 AMAS를 공격하는 것보다, 그녀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싸움에 능숙하지 않은 리오 본인이 직접 붙잡는 것도 그것대로 어렵다.

그래서 그녀는 이곳에서 붙잡는 것을 포기했다. AMAS가 유일한 패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반칙이 있다. 히마리를 붙잡는 것은 그쪽에 맡기면 될 것이다. 가능하면 선택하고 싶지 않은 비합리적인 방법. 하지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길이라면…… 그녀는 망설이면서도 사용할 것이다.


────사실은, 리오도 이런 곳에서 동맹을 해소하고 싶지 않았다. 히마리의 능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였고, 가능하다면 계속 아군으로 두고 싶었다.
하지만 일이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럼, 리오」

여유만만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히마리. 하지만, 그 표정은 리오가 내뱉은 어떤 말에 의해 무너진다.


「그녀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그 진의를 듣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걸 깨닫자마자, 망설임 따윈 전혀 없이 저지르는 그 수법. 오랜만에 보지만, 여전히 바뀐 건 하나도 없네요. 리오. 뭐, 그 정도로는 저 같은 초천재병약미소녀에겐 전혀 소용없지만요♪」

리오의 영역에서 무사히 탈출한 히마리는 사랑하는 베리타스 부실로 향한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평소보다 어둡고, 목소리도 침울해져 있었다. 그녀의 뇌리에는 리오가 헤어질 때 내뱉은 말이 그대로 박혀 있었다.


────선생님이, 죽을 거야.


엉뚱한 망상이라고 웃어넘기면 좋았을 텐데. 아리스가 얼마나 선생님을 따르는지, 그녀는 그 눈으로 보고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그를 해치고, 하물며 죽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허황된 이야기라고 단정할 수가 없었다. 마치 실제로 그 광경을 아는 듯한, 불쾌한 실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붉은 헤일로의 아리스를 끌어안고, 그 품에서 피를 흘리는 그를.



「……안 되겠네요」

그런 환상을 떨쳐내려는 듯, 히마리는 고개를 젓는다. 분명 빅 시스터와 너무 오래 이야기한 탓일 것이다.

자, 빨리 부실로 돌아가서 귀여운 후배들의 얼굴을 보러 가자────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한 소녀를, 눈치채지 못했다.


「……응?」



번쩍이는 시야와 의식, 둔한 통증을 호소하는 목덜미. 휠체어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쓰러진 히마리는 습격의 실행자를 올려다보고…… 눈을 크게 떴다.

────완벽한 기척 차단. 화려한 솜씨. 그리고, 고딕풍의 메이드복. 차갑게 내려다보는 두 눈.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지면 자연스레 답은 도출된다.


「……당신은, 설마……… ……소문으로만 들었던, C&C의 다섯 번째…….」

그 말을 마지막으로, 히마리의 의식은 무명의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안녕, 토키」



그 어둠 속에 섞여, 현실에 뚫린 허무의 구멍이 홀로.


────다시,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뭐를 알고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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