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3. 에덴 조약 보충수업부 편 【하늘에서 영락하는 구세주】 — 뜻밖의 만남

무작 2025. 10. 17. 17: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96.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790


# 샬레 활동 비망록

# 뜻밖의 만남

「우후후……♡」
「아, 아하하하……. 결국 나와버렸네요.」
「괜, 괜찮은 걸까……」
「흐음……」

트리니티 자치구, 도심부. 낮이라면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즐거워 보이는 인파가 오가는 곳이지만, 비 온 뒤의 밤은 다르다. 상점도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고, 몇 군데 있었을 노점도 모두 철시를 마쳤다. 불이 켜진 가게도 손님 발길은 뜸했다.
물웅덩이에 반사된 가로등 불빛은 어딘가 신비로웠고,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기를 들이마시면 비 온 뒤 특유의 습한 흙내음이 폐 속 깊이 들어왔다. 평소라면 불쾌하다고 생각했을 뿐, 상쾌하다고는 느끼지 못했을 텐데... 합숙소를 빠져나와 이곳에 왔다는 상황의 영향도 있어서 어딘가 들뜬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즐거움 속에도 불안감은 남아 있는 듯, 본성이 진지한 히후미와 코하루는 각각 걱정스러운,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때요? 즐겁지 않나요? 금지된 걸 하고 있다는 배덕감. 그치만 다같이 하니까 안심이 되는 모순된 심정…….」
「심야의 거리는 이런 느낌인가. 생각보다 더 활기가 넘치네.」
「그렇죠? 24시간하는 가게들도 많고.」

소녀들은 메인 스트리트를 걸으며, 가게들을 구경하고 목적 없이 설렁설렁 걷는다. 뭔가 신경 쓰이는 것이 있으면 다가가서 보고, 다시 떠난다. 특별히 가고 싶은 가게는 없지만, 문득 눈길이 가는 가게가 있다면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저건 디저트 가게인가? 24시간 케이크 가게? 홍차 샵도 있고…….」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무인 모모프렌즈 굿즈 샵도 있어요. 맞은 편에는 한정 굿즈만 취급하는 중고 가게도 있고…….」
「흠, 중요한 정보로군. 당장 현장으로 급행하자. 히후미, 안내해줘.」
「죄, 죄송해요. 그 가게는 지금은 이미 닫혀 있어서……」
「……그런가. 아니, 어쩔 수 없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자.」
「어머나, 히후미 쨩. 잘 알고 계시네요.」
「아, 아하하하……」

소녀들은 밤거리를 걷는다. 히후미는 애교 섞인 웃음인지 쓴웃음인지 모를 미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영락없이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그녀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경험은 제법 풍부하다.

기숙사 규정을 무시하고 밤에 뛰쳐나가 모모프렌즈 굿즈를 찾아 걷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암시장에도 발길을 옮기고, 평소 같으면 갈 생각조차 하지 않을 만한 장소에도 가끔 향하곤 했다.
그래서 밤거리를 걷는다고 해도 그 정도로는, 히후미의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비교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그래서 마음에 한 조각 불안감은 있었지만, 상황 자체에는 내성이 생겨 그녀는 꽤 즐길 수 있었다.

「아으…… 어쩌다 보니 나오긴 했는데…… 하스미 선배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엄청 혼날 거 같아…….」
「코하루, 전에 말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슴을 펴는 거야. 거동이 수상하면 오히려 의심받으니까, 당당하게 하는 게 좋아.」
「으, 응……」

선생은 활짝 웃으며 불안해하는 코하루를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어 말을 건넨다. 하지만 내용은 규칙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도저히 선생이 할 만한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전에 정의실현부에 압수품을 돌려주러 갔을 때 비슷한 말을 들었던 코하루는 그것을 떠올리고, 불안이 조금 가라앉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고.

「……그나저나, 돈은 어떻게 해? 이 근처는 관광지라 가격대가 꽤……」
「뭐,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할게.」
「어, 괜찮아요? 그건 아무래도 좀 죄송한데……」
「괜찮아. 내가 가지고 있어도 쓸 일이 없으니까 그냥 예금 잔고로만 남아있을 뿐이고, 그럴 바엔 학생들을 위해서 쓰고 싶어.」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는 것이 학생이라면, 그 반대가 어른이다. 연간 휴일이 0을 넘어 마이너스로 돌진할 정도로 극심한 바쁨을 겪는 선생은 특히 그 경향이 강했다.
자택 겸 임시 거점으로 D.U. 자치구 외곽에 방 하나를 빌리고 있기 때문에, 그 방세와 수도가스비가 매월 고정 지출로 나갈 뿐, 그 외에 목돈을 쓸 일은 전무했다. 식사 대신 먹는 영양제나 링거는 모두 크래프트 챔버에서 생산하고, 숙식은 샬레에서 해결하므로 거기서 발생하는 요금은 경비 처리할 수 있었고, 돈을 쓰는 취미는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렇다면 선생의 생활에서 돈을 쓸 기회는 필연적으로 제한된다. 그것은 당번 학생과의 식사라든지, 생일 학생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든지, 혹은 기념품이라든지. 그런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에게 환원될 만한 것에만 선생의 돈은 쓸모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돈을 아껴서 뭘 하겠는가. 나중에 유우카에게 혼날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아니지만, 뭐 아마 괜찮을 것이다.

「어머? 하스미 씨는 후배들에게 엄격한가요? 상냥한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무, 물론 상냥해! 문무겸비에, 품위도 품격도 넘치는 선배님이니까! 그치만…… 화낼 땐 엄청 무섭기도 해서…….」
「그러고 보니 최근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네. 뭔가, 좀 험악한 일이 있었다고……」
「……으, 으응. 예전에 한 번 있었어……. 그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코하루는 그 공포를 떠올리며 몸을 떨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정의실현부 로비. 평소에는 차분한 공간이지만, 지금은 물건이 넘어지는 소리와 거친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방에서 일을 하던 츠루기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방을 소란스럽게 하는 소녀……자신의 오른팔인 하스미를 바라본다.

그녀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의 냉정함과 상냥함은 사라지고, 자신의 격정적인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이었지만, 무심코 지뢰를 밟은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손바닥의 피부가 찢어져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힘을 주어 주먹을 쥐고, 그 안에 숨겨진 격정을 보여주듯이 무언가를 참으려는 듯 이를 악문 입에서는 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하, 하스미 선배…… 진정하시고…….」
「절대, 절대 용서 못 해요!! 만마전!! 게헨나!! 어떻게 그런……!!」
「히, 히익……!」

천둥 같은 날카로운 목소리는 어떤 직책도 없는 평범한 위원 소녀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겁에 질려 말문이 막힌 소녀의 표정을 보고 '또 저지르고 말았다'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은 하스미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깊게 심호흡했다.

「……잘 들으세요. 지금부터 선언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그렇게 말하며 눈동자에 큰 결의와 열정, 각오를 드러낸 그녀는 이 방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겠습니다!!」

「……!?」
「……?」
「다, 다이어트……요?」
「네! 다이어트입니다!」

하스미가 떨릴 정도의 분노와, 그로 인해 발생한 이 참상과 다이어트가 도저히 연결되지 않아 소녀들은 각각 의문부호를 띄운다.
다이어트란 일반적인 체중을 줄이는 의미의 다이어트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을 가리키는 말로서 '다이어트'가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잘 모르겠다. 그것이 휘말린 소녀들의 총의였다.

혼란스러워하는 주변 소녀들과는 달리, 발언한 장본인인 하스미는 진심이었다.
반드시 다이어트를 해내겠다, 체중을 줄여 보이겠다는 기개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진심의 정도가 더 큰 혼란을 낳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하스미는 힘찬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제가 식사를 하루에 두 번 이상하거나, 간식을 입에 대는 걸 발견하면 바로 즉결 심판에 넘기셔도 좋아요! 다이어트는 모두에게 선언해두지 않으면 실패하는 법이에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 하스미 선배님…… 게헨나와의 회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하스미는 조금 전까지 에덴 조약, 나아가 ETO에 관한 회의를 위해 게헨나 학원의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과의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분노의 다이어트 선언.
게헨나와의 회의에서 하스미가 분노로 미쳐버릴 만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 지적에 하스미는 잠시 입을 다물고……조금 전까지 진정되었던 분노를 다시 끓어올린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감히!! 감히……!!」


────사건의 발단은 몇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게헨나 학원,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이 보유한 응접실. 다소 어두운 색조로 통일된 시크한 실내……그 중앙, 내객용 소파에 앉은 하스미는 맞은편에 앉은 인물을 바라본다.

머리에서 돋아난 네 개의 뿔, 군복과 같은 교복. 시원하고 날카로운 눈빛, 빈틈없는 차림새는 하스미도 감탄할 정도였다. 과연, 그 게헨나에서 정치의 정점에 설 만했다.

그렇다────그녀야말로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의 의장, 하누마 마코토. 치안 유지, 즉 폭력의 정점에 선 히나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게헨나의 권력의 정점.

「처음 뵙는다고 해야 할까. 내가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의 의장, 하누마 마코토다.」

다리를 꼬고, 거만한 태도로 하스미를 바라보는 마코토.
손님에 대한 태도로는 빵점이나 다름없지만, 지금까지의 두 학교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무 문제없이 응접실로 안내된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게다가 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수면 아래에서의 적대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가상 적에 대한 태도로 본다면 또 다른 감상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평화조약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니, 차 한 잔 정도는 내줘도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트리니티에서는 같은 게헨나 선도부를 방문했을 때도 차를 대접했으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정의실현부 소속의……」
「아니, 괜찮다. 네 신상은 파악하고 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인사는 생략하겠습니다.」

신상을 파악하고 있다면 굳이 새삼스럽게 인사나 자기소개를 할 필요는 없다.
하스미는 살짝 띄웠던 허리를 다시 소파에 내리고 마코토에게 시선을 보낸다.

팔과 다리를 꼬고, 내려다보는 눈빛에 깃든 것은 거만한 태도.
보통이라면 오만하다고 단정 지을 만한 것이지만, 상대는 게헨나의 수장.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직접적인 전투라면 모를까, 이런 정치와 관련된 일에서는 상대방이 한 수 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스미는 정의실현부 대표로서, 츠루기 대신 이 자리에 와 있다. 설령 상대가 게헨나의 수장일지라도 뒤처질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심정을 다시 정리한 하스미를 마코토는 전과 똑같이 바라보더니…… 문득 찌푸린 얼굴로 언짢은 듯 중얼거렸다.

「……네가 바로 트리니티의 공식 전략병기라는 켄자키 츠루기인가.」
「……네? 아뇨, 저는…….」
「과연 상정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규격 외로군. 불쾌할 정도야.」


설마 다른 사람과 착각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하스미는 놀라서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정정하려 말을 잇지만 마코토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의미심장하게, 진지하게 말하는 그녀는 하스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스미의 교복을 밀어 올리는 가슴팍의 커다란 두 덩어리를.

「키키키킷-! 그러나 그 속셈은 이 마코토 님이 다 꿰뚫어 보고 있다! 첫 만남부터 기를 꺾어놓겠다는 얕은 수작 따위!」
「……네?」
「이로하! 가서 사츠키를 데려와라. 트리니티 놈들에게 얕잡아 보이는 건 용서할 수 없으니까!!」
「하아……」

하스미가 개입할 수 없는 곳에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이야기. 이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을 무렵, 마코토는 힘껏 일어서서 뒤를 돌아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의 전차장인 이로하의 이름을 불렀다.

이름을 불린 그녀…… 나츠메 이로하는 손에 하던 작업을 멈추고, 더 이상 없을 정도로 큰 한숨을 내쉰다.
그 목소리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귀찮다'는 한마디.
우리 보스는 이 회의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그런 어처구니없음을 숨기지도 않고 입을 연다.

「마코토 선배. 이분은 츠루기 씨가 아니라 부부장인 하스미 씨입니다. 미리 서류에 적어 드렸잖아요. 그리고 지금 가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라면 사츠키 선배가 와도 소용 없을 것 같은데요…….」
「……하? 가슴……?」
「뭐, 뭐야?! 츠루기가 아니라고?! 어, 어느새 대역을 쓴 거냐! 우리를 무시하려고 그런 수작을?!」

이 회의와 가슴에 무슨 인과 관계가 있는가.
하스미는 자신의 가슴을 보고, 마코토의 가슴을 보지만……수수께끼는 깊어질 뿐이었다.
그러나 그 행동은 마코토에게 도발 행위 그 자체. 힘껏 일어선 그녀는 모욕당했다고 착각하고 게헨나에서 단련된 사고회로를 총동원했다. 만들어진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냉정하고 빠르게 분석하려는 듯 으르렁거렸다.

그런 그녀를 늘 그렇듯이 무시하고 이로하는 우려둔 차를 하스미 정면에 살며시 놓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네카와 하스미 씨.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의 전차장, 나츠메 이로하입니다.」
「아, 네. 처음 뵙겠습니다. 하네카와 하스미입니다……」
「대신해서 죄송합니다. 만약 불쾌하셨다면 때리셔도 괜찮으니까요.」
「으음……」

하스미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속으로 안심했다. 손님에 대한 예절과 대접도 잘하는 것을 보니, 그녀가 분명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의 양심일 것이다.
회의를 한다면 이 사람과 하고 싶다고 생각한 하스미를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당했다……! 이 자리는 함정이었어!! 우리를 불러내서 저렇게 큰 키와 큰 가슴으로 기를 꺾어놓겠다는 수작에……!!」
「가슴과 키 때문에 기세가 꺾이는 건 마코토 선배뿐이에요. 그리고 원래부터 하스미 씨였다고 몇 번이나……. 제 말 안 듣고 있죠? 역시 안 듣고 있네요.」
「저런 불쾌할 정도로 큰 가슴에……! 얕잡아 보이는 건가……!! 이 만마전의 마코토 님께서!!」
「점점 파국으로 가고 있는데요. 그리고 가슴 얘기는 그만해주세요. 같은 만마전이라는 게 부끄러워지고 있으니까.」
「그래, 저 <거대녀>에게 질 수 없지! 이로하, 그것을 준비해라!」


「────거.대.녀…………라고요?」

마코토가 무심코 내뱉은 그 한마디. 그것은 하스미에게 지뢰이자 콤플렉스였다.
그것을 첫 대면에서, 원래부터 그리 좋아하지 않던 게헨나의 학생에게 짓밟혔으니…… 순식간에 임계점을 넘는 것은 당연했다.

하스미는 자신의 피가 뜨거워진 것을 자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이마의 핏줄.
엄청나게 화가 났다는 것은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분명했다.

「뭘 준비하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회의가 망했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슬슬 도망쳐야 할 타이밍 같네요.」

하스미의 분노를 가까이에서 느낀 이로하는 회의는 글렀다고 실패를 예감하고, 재빨리 포기하고 혼자만 퇴장했다.
마코토가 그것을 눈치챘을 때에는 자료 두 벌과 홍차만 남아 있었고, 이로하는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이로하 기다려, 회의는 아직────」
「아아…… 으아아아아-!!」
「갑자기 소리를……아니, 잠깐! 멈춰! 멈────!」





「……」

코하루에게 들은 자세한 이야기에 모두가 말문이 막힌다. 모두 사이에 감도는 미묘한 분위기, 뭐라 말할 수 없는 침묵이 밤바람을 타고 차갑게 전해졌다.

「회의도 망쳤다고 들었어…… 그 뒤로 하스미 선배는 밥도 잘 안먹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게헨나 분들한테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가네요……. 큰 건 멋진 일인데……」
「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하스미 선배를 그런 눈으로 보면 사형이야!」
「어머, 키나 날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여성으로서 그 장신이 좀 부러웠을 뿐이에요. 코하루 쨩은 뭘 상상하신 거예요?」
「코하루, 진정해. 그 성스러운 수류탄 좀 치워. 그거 안 치우면 우리가 다 같이 정의실현부랑 이야기 코스니까. 밤 산책이니 뭐니 할 상황이 아니게 될 거야.」

하나코의 지적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코하루는 총을 넘어 수류탄을 투척하려 했지만, 선생이 멈추게 한다.

인적이 드문 밤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큰 길.
수류탄 같은 걸 던지려 했다가는 곧바로 신고되어 정의실현부가 날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밤 산책이 밤의 도주 또는 밤의 사정청취로 둔갑한다.
안 그래도 합숙소를 빠져나온 지금, 죄 위에 죄를 더할 수는 없었다.

그 필사적인 설득이 통했는지, 코하루는 하나코와 더불어 선생을 흘겨보며 마지못해 수류탄을 가방에 넣는다.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 선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하스미 선배는 강한 분이니까, 문제없어! 그 이후로도 계속 자기와의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단 말야.」
「나로서는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걱정되긴 하는데…… 이건 본인의 마음가짐이라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 말이지……」
「그렇죠…… 지나친 칼로리 제한은 오히려 몸에 나쁘고요……」

원래부터 하스미는 자신 스스로의 몸에 대해 신경 쓰고 있었을 것이다.

제동을 걸 수 있고, 사격 반동을 제어할 수 있는 큰 날개. 큰 키와 그에 따른 긴 팔다리는 총기류, 특히 총 길이가 긴 스나이퍼 라이플 등을 완벽하게 다루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므로 그녀의 신체는 정의실현부로서, 전투 행동에 종사하는 자로서, 스나이퍼로서 타고난 체격 그 자체이며, 장점은 있어도 단점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여고생에게 자신의 몸매는 고민거리다.
키가 큰 만큼 체중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 머리로는 그렇게 알아도 주변과 비교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주변에 코하루나 마시로를 비롯한 아담한 소녀들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게 쌓여 있던 고민에 마코토의 발언이 불을 붙여버려…… 지금의 다이어트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는 본인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이 진심으로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선생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본인에게 악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돕는 것이 할 일이다.

────다음에 만났을 때, '전혀 가볍다'고 말하며 안아 올리면 조금은 고민하지 않을까.

하고 시시한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문득 아즈사의 발걸음이 멈췄다. 시선 끝에는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는 귀여운 가게가 보였다.


「아, 디저트 가게야!」
「그러네요, 먹는 얘기를 하다 보니 슬슬 출출해지기도 하고, 저기서 뭔가 먹을까요?」
「여기 한정 파르페가 맛있어요! 24시간하는 곳인 줄은 몰랐는데…….」
「파르페……. 나쁘지 않군. 가자.」
「뭐?! 지, 진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이야기가 정해져, 어느새 이 가게에서 파르페를 먹는 방향으로 굳어졌다. 그대로 소녀들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고……출구에는 이야기도, 물리적으로도 뒤처진 코하루와 선생만이 남았다.

「자, 코하루도 같이 갈까?」
「아, 아으…… 아, 아무도 없지……?」

선생의 부름에 코하루는 재빨리 좌우를 확인한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마치 도망치듯 가게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아하하, 한밤중에 디저트 가게라니…… 뭔가 두근두근하네요.」
「음.」

시간대도 한몫하여 가게 안의 손님 수는 뜸했다. 보이는 범위에 앉아 있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아마 2층도 비슷한 상태일 것이다.
쇼케이스 안에 진열된 케이크나 타르트는 대부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미 비어 있는 것도 몇 개 있었다.
24시간 영업이라고 해도 아침에 재료를 준비하는 관계상, 이 시간에는 매진된 디저트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과연 히후미가 말했던 한정 파르페는 아직 남아 있을까.

기분 좋은 온도로 조절된 에어컨이 걷느라 데워진 몸에 딱 좋았고, 커피의 편안한 향과 디저트의 달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히자 약간 허기가 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 다섯분이신가요? 주문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저는 따뜻한 카푸치노로…… 다들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는 레모네이드로 부탁드립니다♪」
「흐음…… 그럼 저는 핫 밀크 한 잔이요.」
「오, 오렌지 주스……」
「저는 따뜻한 커피요.」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 레모네이드 한 잔, 따뜻한 우유 한 잔, 오렌지 주스 한 잔, 따뜻한 커피 한 잔이요. 알겠습니다. 다른 주문은 없으신가요?」
「어…… 한정 파르페 몇 개나 남아 있나요?」
「죄송합니다. 한정 파르페는 3개가 남아 있었는데 조금 전에 다른 분이 한 번에 다 사 가시는 바람에…….」
「네? 그, 그런가요…….」
「한발 늦었나……. 이 시간까지 한정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니. 역시 얕잡아 볼 수 없군.」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오토마타 점원. 계산대 옆에 놓인 칠판에는 한정 파르페에 대한 내용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 '오늘 매진'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원래 인기가 많은 데다 수량 한정 파르페였으니, 이 시간에 매진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조금 아쉽지만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 다른 디저트를 주문하자고 히후미는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어머?」

코하루와 선생에게는 익숙한 그 목소리는 가게 안에서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순식간에 떠올린 코하루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선생은 살짝 놀랐고……각각의 감정을 품고 목소리 쪽으로 향하자 역시 상상했던 그대로의 인물.

「서, 선생님……?」
「밤에 만났으니 저녁 인사로, 하스미.」

환하게 웃는 선생과 '설마 만날 줄이야'라고 말하는 듯 놀라는 하스미. 그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하, 하스미 선배!?」
「어머나. 한정 파르페가 잔뜩…….」

코하루는 뜻밖에도 만나버린 존경하는 선배의 모습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놀랐고, 하나코의 시선은 하스미가 앉아 있는 자리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는 내용물이 비어 있는 파르페 용기 하나와, 먹다 만 것 하나, 손대지 않은 것 하나가 있었다. 아마 그녀가 조금 전 점원이 말했던 '다른 손님'일 것이다.

그리고 파르페를 맛있게 먹고 있는 장면을 딱 들킨 하스미는 수치심과 당혹감, 놀람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는 일단 스푼을 내려놓았다.

「선생님과 보충수업부 여러분……. 이런 시간에 왜……」
「으, 으으…….」

하스미는 자신이 하는 말이 자신에게도 비수처럼 박히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무심코 되물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트리니티 자치구 내의 24시간 영업하는 가게에서 보충수업부 전원과 우연히 마주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합숙 기간 중 불필요한 외출은 금지되어 있으며, 트리니티 교칙으로도 이 시간대 외출은 금지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중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실이 하스미를 보자마자 물리적인 무게를 동반한다고 착각할 정도로 짓눌러온 코하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반대로 하나코는 위반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당당한 걸음으로 하스미 옆까지 다가가 흥미로운 듯이 바라본다.

「어머나♡ 하스미 씨, 한밤중에 여기서 파르페를 세 개씩이나……. 분명 다이어트 중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에요.」
「이, 이건…… 그러니까……. 그게…….」
「응, 이해해요. 한밤중에 정말 참을 수 없는 욕망에 이끌려서 여기까지 와 버린 거잖아요.」
「네?! 그, 그건…….」
「결국 엉망진창 저질러버린 후…… 이성을 되찾아봤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한밤중에는 왠지 배고프지…… 아, 같이 앉아도 괜찮을까?」
「아, 네, 물론입니다. 어서 앉으세요……」

하스미가 앉아 있던 자리에 보충수업부 학생들이 우르르 앉았다.
하스미 옆에는 선언대로 선생이 앉았고, 그 옆에는 아즈사. 정면에는 히후미와 하나코가 앉았다. 코하루는 하스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하나코의 등 뒤에 숨어 있었지만, 그런 어설픈 위장이 통할 리 없었고.

「……콜록. 저,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보충수업부도 분명 합숙 중에는 외출이 금지되어 있었을 텐데……」
「그렇긴 한데, 적당한 휴식도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지. 계속 합숙 시설에 틀어박혀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까……」

선생답다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 할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 도리를 굽히는 것도 마다치 않는 그 모습은 하스미 개인적으로는 좋지만, 규칙 위반을 단속하는 입장에서는 대놓고 찬성하기 어렵다.
정의실현부 부부장으로서는 주의를 줘야 하지만, 지금 이렇게 파르페를 먹고 있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딱히 규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자신만의 선긋기.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여놓고도, 남의 눈을 피해 밤에 단것을 먹는 하스미가 그런 말을 한다면 '어느 입으로'라며 다름 아닌 하스미 자신이 생각할 것이다.

「……여러분. 여기선 서로 못 본 것으로 하시죠.」
「그렇게 해주면 도움이 될 거야…… 고마워, 하스미.」

여기에는 하스미도 오지 않았고, 보충수업부도 오지 않았다.
한정 파르페요? 무슨 말씀이시죠? 그렇게 해두자.
이것도 처세술의 하나다. 사람의 눈이란 것은 참으로 편리한 법이다.

「하, 하스미 선배……」
「코하루.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나요?」
「아, 그, 그게…… 그러니까…….」

혼날 거라고 생각했던 코하루였지만, 하스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시선을 들어 앞을 보니 동경하던 선배가 다정한 눈빛으로 코하루에게 묻는다.

성적은 어떻냐는 그 질문에 자신 있게 긍정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던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올랐지만, 결국 아직 합격선에는 미치지 못했다. 노력하고는 있지만 가슴을 펼 정도는 아니라는 미묘한 성적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들려온 것은 기뻐하는 선생의 목소리였다.

「코하루는 최근에 성적이 엄청 올랐어. 성장이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나.」
「……네. 맞아요. 코하루 쨩, 이대로라면 낙제를 면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고…….」
「과연, 그랬었군요.」

보충수업부의 고문인 선생과 부장인 히후미, 두 사람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은 코하루의 성적. 그것은 분명 하스미가 아는 합숙 전의 결과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코하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마치 가슴을 펴라고 말하는 듯했다.

「아으……」
「다행이네요. 제가 말했죠? 코하루는 할 수 있다고.」
「하스미 선배……」





「공부 열심히 해주세요, 코하루.」
「네, 네…… 알겠습, 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선생과 코하루가 R18 서적을 보관실에 돌려주러 갔던 날. 우연히 하스미와 마주쳐,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가까운 방으로 들어간 코하루는 긴장과 불안이 뒤섞인 표정으로 하스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정의실현부 소속이 아닌 보충수업부. 본래라면 이곳 출입도 금지되어 있었고, 온정으로 눈감아준 것에 불과하다. 성적도 좋지 않고, 규칙마저 어겼다고 하면 어떤 말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우리의 목표를 잊지 말아주세요. 단순히 눈앞의 공부 이야기를 하는 것만이 아니에요. 코하루는 우리가 졸업한 후에 정의실현부를 이끌어갈 인재이니까요.」
「그치만 그런 거 저에게는 무리예요…… 서, 성적도 전혀 안 오르고…… 선배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런 거 저에게 너무 어려운 임무……. 저 같은 걸로는, 하스미 선배처럼 될 수 없어요……」

코하루는 고개를 숙이고 나약한 소리를 내뱉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스미의 말은 기뻤고, 그것은 분명 진심이었다. 다시 정의실현부로서 힘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고, 무엇보다 하스미도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기뻤다.
앞으로 정의실현부를 이끌어갈 인재로서 신경 써 주는 것도 기쁘고, 그런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분명 무리일 것이다.
애초에 정의실현부에 복귀하려면 보충수업부를 졸업해야 한다.
이번 졸업 요건은 전원 동시 합격. 히후미는 전혀 문제없이 항상 합격점을 넘고 있고, 하나코는 힘을 빼고 있을 뿐, 아즈사는 착실히 성장하고 있고, 남은 코하루는 계속 저공비행 중.

알고 있다, 현재 가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자신(코하루)이다.


────아아, 그렇다. 알고 있다. 사실은 쭉, 알고 있었다.
자신(코하루)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정의실현부의 엘리트라고 자신을 타이르며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딱히 뛰어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머리는 보충수업부에 던져질 정도고, 전투력도 정의실현부에서는 중하위권이며, 그렇다고 지휘관으로서의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파벌의 후원이나 정치, 외교 수완도 없다.

어디까지나 가지지 못한 자이고, 그저 한 명의 학생일 뿐, 특별할 것이 전혀 없다.
평범하고, 범인이며……모두처럼 하늘을 나는 듯한 멋진 무언가 따위는, 그 무엇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결코 닿을 수 없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던 코하루가 동경했던 곳이 정의실현부이다.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그런 소원을 품은 채, 그날 동경하던 뒷모습을 쫓아 문을 두드린 것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듣고 있다.

이미 충분할 정도로 많은 추억을 받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동경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었다.
설령 이대로 꿈에 녹아내린다 해도, 지나간 날들의 잔해만으로────.


「아뇨! 할 수 있어요! 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런 코하루의 부정적인 생각은 하스미의 호통 같은 외침과 함께 날아가 버린다.

갑작스런 큰 소리에 깜짝 놀란 코하루는 겁에 질려 조심스럽게 하스미를 바라보니, 진지한 눈빛이 그녀를 똑바로 꿰뚫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알 수 없다. 코하루는 에스퍼도 초능력자도 아니니까.

하지만 진심으로, 진심으로 코하루의 체념을 없애려 하고 있다는 것, 코하루를 격려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소리쳐서 미안해요, 코하루. 하지만 계속 함께 있기 위해선 낙제를 면하지 않으면 안 돼요.」
「……」

양 어깨에 놓인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것은 확고한 신뢰와 기대.
하스미는 코하루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떤 어려움이든, 먼 길이라도 코하루라면 반드시 걸을 수 있다고.
그 신뢰와 기대에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아까와는 다른 감정을 불태우며 입술을 깨물고, 작은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


────이 신뢰를, 이 기대를, 이 마음을…… 배신하는 일만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써주시는 선생님을 위해…… 파이팅하는 거예요. 아시겠죠?」
「……네. 노력할게요.」
「그래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또 함께 정의실현부로서 힘내요────코하루.」





「……헤헤헤. 하스미 선배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거니까…….」

코하루는 기쁜 듯 뺨을 피웠다.
기대받았다는 것, 신뢰받았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뻤던 모양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하스미 또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끼는 듯한 손길로 코하루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네.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코하루. 어서 빨리 정의실현부로 복귀해서 같이 임무를 수행하는 거예요.」
「……응! 알겠어요.」

기운 넘치는 코하루와,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신뢰하는 하스미.
선배와 후배의 관계로서는 이상적인 그 모습에 모두의 가슴속도 따뜻해졌다.

「선생님, 여러분. 코하루를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지. 책임지고 코하루를 보내줄게.」
「네! 코하루 쨩이 복귀할 수 있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연하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니까. 코하루가 노력하는데 우리가 대충 할 이유는 없다.」
「후훗…… 저도, 앞으로는 노력할게요♡」
「……정말 좋은 친구들을 두었군요, 코하루.」

하나 남은 손대지 않은 파르페는 하스미가 「여러분 드세요」라고 말했기 때문에, 보충수업부 넷이 나누어 맛보고. 하스미는 절반 정도 먹은 파르페를 음미했다. 여섯 명이 이야기하는 것은 보충수업부에 대한 것, 트리니티에 대한 것이거나, 혹은 디저트에 대한 것이거나……정말 다양한 잡담들이었다.

그렇게 시계의 시침이 한 바퀴 돌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진동음이 들려왔다. 선생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만 수신 알림은 오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저예요.」

소리의 주인은 하스미인 듯, 그녀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기울였다. 홈 화면에는 수신 알림이 와 있었고, 걸어온 사람은 정의실현부 후배인 나카마사 이치카였다. 하스미는 '이 시간에 연락이라니……?'라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응답을 탭하고 귀에 댔다.

「네. 이치카, 무슨 일이죠?」
『아, 하스미 선배, 어디신가요? 문제가 생겼습니다.』
「용무가 있어서 외출 중이었는데, 문제……요? 자세히 이야기를.」

『지금 학원 근교에 게헨나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무단침입해서, 무차별로 총격을 가하고 트리니티 관할 시설물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습격……?」

그 말에 하스미의 스위치가 켜진다.
조금 전까지 행복한 얼굴로 디저트를 먹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순식간에 정의실현부 넘버 2에 걸맞은 단단하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된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총을 손에 들며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습격……? 게헨나 선도부인가요?!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나, 만마전 놈들……!!」
『아, 그게……』
「에덴조약을 방해하려는 게 분명해요! 규모는요? 몇 중대죠?! 위치는요?! 습격당한 시설물은 뭐죠?」

『진정하지말임다, 선배. 일단 게헨나 선도부는 아니고 병력 수도 중대 규모가 아니라 4명뿐입니다.』
「선도부가 아니라…… 4명……?」
『네.』

당연히 에덴 조약을 방해하려고 비열하게 야습을 걸어온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모양이다. 게다가 상대가 선도부도 아니고 만마전도 아니라면, 갑자기 짐작 가는 바가 없어졌다.
더구나 상대는 4명. 기동성을 중시한다 해도 4명은 아무래도 전력으로서는 너무 적다.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인원으로 트리니티의 세력을 무너뜨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 4명 전원이 소라사키 히나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사람은 갑자기 늘어나거나 분신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정말 대체 누가────?


『습격한 시설물은…… 근처의 아쿠아리움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쿠아리움……? 수, 수족관요?」
『네, 수족관 아쿠아리움이요.』
「으음, 거길 왜…….」
『저도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전시 중이던 희귀 어종인 골드마구로를 강탈해서 지금 도망치고 있습니다.』
「골드마구로……?」
『엄청 비싼 어종이라고 하니, 아마 금품을 노린 범죄가……』

저쪽에서 이치카가 다른 누군가와 몇 번 대화한 후, '음'하고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종이에 펜을 긁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 뒤, 다시 이치카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 해당 조직의 인적정보가 확인되었습니다. 게헨나의 테러리스트 집단 <미식연구회> 동아리라고 합니다.』
「미식……? 잠깐만, 설마 골드마구로를 먹을 생각인 건가요? 애초에 먹을 수 있긴 한 건가요? 아쿠아리움은 양식장이 아니잖아요?」
『뭐, 그건 당사자들만이 알겠죠. 일단 종별로는 참치인 것 같으니 먹을 수는 있을 것 같지만, 맛있는지는…… 그리고 그 미식연구회 말임다, 주동자는 쿠로다테 하루나. 게헨나의 요주의 위험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멀리서 폭발음이 들린 것 같았다.


파르페를 3개나 먹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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