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3. 에덴 조약 보충수업부 편 【하늘에서 영락하는 구세주】 — 기도하며, 바치나니

무작 2025. 10. 16. 17: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90.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781


# 샬레 활동 비망록

# 기도하며, 바치나니

미카와 나눈 대화를 일단 궁지로 몰아넣고 사고를 새하얗게 비워낸다. 그녀에게서 들은 것들은 분명히 생각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여기에 있는 그는 보충수업부의 고문이며, 그녀들의 공부를 돕는 것이 그의 일이다. 더 이상 자리를 비우거나 직무를 태만히 할 수는 없다.

「아, 선생님! 오셨군요!」

교실 문을 열자 히후미가 웃는 얼굴로 맞아주었다. 평소 공부할 때는 성적 문제 등으로 비교적 어두운 표정을 짓는 일이 많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의 그녀에게서는 그런 어두운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어딘가 기쁜 듯한… 희망을 발견한 듯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교실에는 히후미 외의 소녀들도 모두 모여 있었고, 그녀들 역시 「어서 오세요」라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볼일이 있어서 늦었어. 미안.」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바쁘신 건 알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아, 그러고 보니 어디에 다녀오신 건가요? 보아하니 수영장 쪽에서 돌아오신 것 같고….」
「음… 손님 접대랄까. 몰래 온 학생이라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수영장 쪽에서 이야기했을 뿐이야.」
「어머 어머… 몰래 온 분과 수영장에서 밀회를 즐기셨다는 말씀이신가요♡」
「뭐, 뭐야,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좀 더 평범하게 말하면 되잖아!」

하나코가 하는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이 있지 않느냐며 코하루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기세에 오버사이즈 교복이 살짝 흘러내려 무언가의 어깨끈이 드러나자, 코하루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서둘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꿋꿋하게 하나코를 노려보았다. 자폭의 불똥이 튄 듯한 하나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조금 더 놀려볼까 하고 입을 열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생님이 손뼉을 쳤다.

「자, 이 이야기는 이걸로 끝. 별로 대놓고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깊게 캐묻지 말아주면 좋겠어… 모두를 내버려 두고 자리를 비운 것도 모자라 이런 꼴로 돌아와서 미안해.」

그가 「미안한 마음에 다음에 뭐라도 사 올게」라고 쓴웃음을 섞어 덧붙이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지금은 쉬는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공부와 공부 사이의 짧은 시간. 너무 들뜨는 것은 좋지 않다. 게다가 쉬는 시간을 시작한 지 벌써 1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다시 공부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지… 히후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의식을 진지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아주 기쁜 소식을 보고하려 숨을 들이마셨다.

「네, 그것보다, 보세요! 방금 친 모두의 모의 시험 결과예요!」
「아, 벌써 먼저 끝내줬구나. 고마워. 결과 좀 봐도 될까?」
「네, 물론이죠!」

그렇게 말하며 히후미는 네 사람의 답안지를 교탁에 나란히 놓았다. 그곳에 시선을 떨어뜨리자 지난번, 그 지난번과는 확연히 다른 점수들이 줄지어 있었다.


제2차 보충수업부 모의고사, 결과.

아지타니 히후미────64점, 합격.
우라와 하나코────8점, 불합격.
시라스 아즈사────58점, 불합격.
시모에 코하루────49점, 불합격.


합격 여부만 보면 제1차 평가 시험이나 제1차 보충수업부 모의고사와 다를 바 없다. 히후미만 합격이고 나머지 세 명은 불합격, 전체 판정은 불합격.
하지만 그 내막은 다르다. 합격선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점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학생이 있는 것이다.

「……음. 종이 한 장 차이였어.」
「네! 맞아요! 아즈사 쨩, 정말로 종이 한 장 차이였어요! 엄청 아까웠어요!」

지난 시험보다 플러스 18점, 단숨에 합격선에 가까워진 아즈사는 조금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확실한 성과가 있었기에 아쉬움도 남달랐다. 양자택일로 좁히기는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틀려버렸다. 그것만 맞혔다면 간신히 합격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 아쉬움을 날려버리듯 히후미가 기뻐하자 아즈사의 뺨도 활짝 펴졌다.
이대로 점수가 오른다면, 며칠 뒤에 있을 두 번째 실전 시험에서는 합격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수가 오른 것은 아즈사뿐만이 아니다.

「흐, 흥! 봤지? 나도 꽤 올랐다구?」
「응, 코하루도 정말 잘했어. 점수 상승률로는 최고 아닐까?」
「네! 코하루 쨩, 저번 시험은 15점이었는데, 이번엔 49점이니, 여기서 제일 성적이 많이 오른 건 코하루 쨩이에요! 굉장해요!」
「아하하하. 그렇다니까. 말했잖아. 진짜 힘을 숨기고 있었다고.」

선생님과 히후미에게 칭찬받은 코하루는 활짝 웃으며 가슴을 편다. 점수는 49점, 60점에는 아직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그녀의 원래 점수와 비교하면 단숨에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번과의 차이는 34점, 아마도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것일 테다. 그녀도 이대로 순조롭게 점수를 올린다면 합격선에 충분히 도달할 것 같다.

「그리고……. 아, 아우……. 하나코 쨩은…….」
「후훗. 어머? 히후미 쨩? 왜 목소리가 줄어드는 거죠?」

그리고 하나코. 점수가 오른 두 명의 소녀들과 달리, 그녀는 여전히 점수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단은 점수가 순조롭게 오르고는 있지만 그 상승 폭은 미미하여, 과연 이걸로 제대로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싶다. 점수를 내려다보는 선생님도 쓴웃음을 짓는다.

「처음의 평가 시험에서 2점, 그 다음 모의시험에서 4점, 이번엔 8점이잖아요?」
「어, 그러니까, 점수는 확실히 오르고 있긴 하지만….」
「2배씩 착실하게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으니 이대로 세 번만 더 치면 저도 합격권인걸요?」
「아, 아우……. 그, 그렇게 보면 그런 것 같지만…….」

이미 시험으로 노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 발언에 히후미는 당혹감을 표한다.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더 나쁘다.
하나코의 점수는 첫 항이 2, 공비가 2인 등비수열로 볼 수 있고, n을 시험 횟수라고 하면 확실히 5회째에 64점이 되어 합격점을 넘지만… 과연 그걸로 괜찮을까.

「……흥미 본위로 묻는 건데, 64점을 받은 후에 한 번 더 시험을 보면 어떻게 되는 걸까?」
「산술 오버플로우로 널을 반환합니다♡」
「0도 아니구나….」

선생님은 ‘이것이 우라와 하나코.exe…’라는 지극히 하찮은 잡념을 품고 소녀들을 바라본다.
각자의 상승 폭은 제쳐두고, 성적이 올랐다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된 사실이다. 기쁘고 좋은 경향이다.

「응, 다들 정말 잘하고 있어. 이 정도면 제2차 평가 시험은 문제없을 것 같네.」
「네, 다들 엄청 열심히 해줘서…… 이대로라면 생각보다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이야. 임무에 성공해서 반드시 그 귀여운 걸 받아내고야 말겠어. 그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니까. 기다려라, 스컬맨…!」
「아, 아즈사 쨩?! 우리의 목표는 낙제를 면하는 거라구요? 어느새 목표가 바뀐 것 같은데요?」
「아아. 그런 것도 있었지. 그건 원래 겸사겸사 같이하면 되는 2차 목표였어.」
「2차예요?! 원래 그런 건 거였어요?! 아, 아우…… 모모프렌즈의 팬으로서 기쁘긴 하지만…….」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늘어서 기쁘지만, 이걸로 괜찮을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히후미에게 아즈사는 한없이 진지했다. 그 인형을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다는 기개가 느껴진다. 동기는 제쳐두고 의욕적이라는 점은 좋은 일이다. 선생님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고, 소녀들도 쓴웃음을 흘렸는데────그때 문득,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
「으음.」
「어머?」
「인터폰 소리?」
「그런 것 같네.」


정문 옆에 설치된 인터폰이 눌리는 소리에 소녀들은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첫날 기능이 살아있음을 확인했지만, 이 시설의 이용자는 보충수업부 소녀들과 선생님뿐이고, 선생님은 그렇다 쳐도 학생들의 외출은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현관을 이용하는 것은 식재료 등을 반입하는 업자나, 방문객 둘 중 하나.

하지만 불행히도 둘 다 짐작 가는 곳이 없다. 듣기로는 방문객은 미카뿐이었다.
그는 벽시계를 보았는데, 시간은 점심때였고, 방문객 치고는 조금 특이한 시간이다.

「어머? 누가 찾아왔나 본데요?」
「그러게요… 선생님, 혹시 짐작 가는 데가…?」
「음… 식재료도 주문 안 했고, 설비 수리도 부탁 안 했으니까, 나는 딱히. 다들 없을 것 같네.」
「누가 이 별관에 볼일이 있어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아무도 모른다면 예약 없는 방문객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온 것일까.
모두가 짐작 가는 곳을 찾고 있는 동안, 그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아!」 하고 소리를 내며… 아즈사 쪽을 보았다.

「……아즈사, 일단 묻는 건데….」
「아아, 물론 괜찮다.」

자신감 넘치는 그 목소리에 안도한 것도 잠시.

「침입자 대책 트랩 준비는 되어 있다.」
「농담이겠죠, 아즈사 쨩….」

선생님이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리자, 히후미가 엄청난 표정을 지으며 획 돌아섰다. 트랩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치 장소는? 혹시 정문? 아니면 로비?
이 합숙소에는 뒷문이나 별도의 출입구가 없다. 그러므로 외부와 연결된 곳은 정문뿐이며, 정문은 그대로 로비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 누군가 올 경우, 반드시 현관과 로비 두 곳을 경유해야 한다.
그런 곳에 트랩을 설치했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점심시간에 죄송합니다. 저, 혹시 누구 계신가요?』
「어머, 이 목소리는…?」

인터폰에 내장된 마이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하나코가 반응하고, 선생님도 현관 너머에 있는 인물을 짐작한 직후.

『실례하겠습니다────헷…? 꺄악!?』

살며시 문을 열고 로비로 발을 들인 소녀를 성대하게 맞이한 것은 아즈사가 직접 만든 트랩들이었다.
그것들은 소녀에게 비명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히 위력적이었고, 히후미의 얼굴은 더욱 새파랗게 질렸으며, 코하루는 날카로운 소리에 어깨를 들썩였고, 하나코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아즈사는 홀로 달성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손님을 트랩에 빠뜨린 후의 표정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좋아, 제대로 작동한 것 같군. 살상력 없는 간이 부비트랩이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금속 탐지에 걸리지 않고, 은밀성도 높다.」
「아즈사 쨩!? 선생님께서 철거하라고 하셨잖아요!?」
「아아, 전부 철거했어. 하지만 침입자 대책을 하나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으니, 개수를 줄여 재설치한 것뿐이야.」
「그렇다고 현관에 설치하면 안 되잖아요!?」

달성감에 찬 아즈사에게 정론을 퍼붓는 히후미와 코하루. 정문은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이며, 이용 빈도도 꽤 높다.
침입자도 이 경로를 이용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그 사고의 이면을 읽힐 가능성을 아즈사는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남몰래 트랩을 설치했고, 누군가 이용할 것을 알았을 때는 수동으로 해제했던 것이다.
번거롭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정문은 견고해졌고, 실제로 침입자를 탐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일까. 늘 전장임을 철저히 하는 아즈사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이, 이건 대체…!? 어, 아, 여기도…!?』
「도망치려고 하면 다음 트랩이 터지게 세팅도 해놨어.」
「아즈사 쨔아아아앙!!!??」

아즈사의 스마트폰에 잇따라 들어오는 알림은 트랩의 작동 기록.
침입자는 아즈사가 예상한 도주 경로대로 움직여 주었고, 풀코스를 맛보는 중이었다.
연막탄이 작동하고, 손발을 묶는 로프가 소녀의 사지를 얽어맨다.
보통 시야가 나쁜 상황에서 갑자기 손발의 자유를 빼앗기면 누구나 패닉에 빠지고, 이 시점에서 포박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겠지만… 아즈사는 아직 멈추지 않는다.

이 트랩을 설치할 때의 가상 적은 전투 훈련을 받은 전문가.
그러므로 마지막 한 방이 존재한다.

『저, 저기!? 누가 좀 도와주실 수… 꺄아아아악!?』
「좋아, 포박용 그물에 걸렸군. 모두, 총을 들어. 그물의 강도는 문제없을 테지만, 상대가 특수 장비를 가지고 있다면 돌파될 가능성이 있다. 침입자가 도망치기 전에 제압하자.」

그렇게 말하며 재빠른 몸놀림으로 총과 방독면을 한 손에 들고 달려나가는 아즈사.
백익을 등에 단 뒷모습이 멀어지는 광경을 반쯤 멍하니 바라보는 소녀들.
그리고 히후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선생님에게 매달리듯.

「아, 저기… 아우우… 서, 선생님….」
「……우리도 가볼까.」





「콜록, 콜록콜록…….」
「괘, 괜찮으세요?! 다, 다치신 데는 없으신…….」
「네, 네. 저는 괜찮습니다… 여러분도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크흡.」
「무사라기보다, 우리는 함정을 설치한 쪽인데….」
「그러게요….」

하나코와 선생님의 양심이 삭둑삭둑 소리를 내며 깎여나간다.
불합리한 트랩의 향연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이쪽을 걱정해 주는 그녀.
하지만 슬프게도.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트랩을 설치한 쪽이다.

코하루가 로비 창문을 활짝 열어준 덕분에 연막에 휩싸인 공간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소녀는 손발이 밧줄에 단단히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였고, 그 위에 그물에 싸여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 구속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몸을 비틀지만, 눈앞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감지한 소녀는 평소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기도의 말을 읊조린다.

「오늘도 평화와 안녕이 콜록, 콜록 ……그대와 함께하기를. 콜록.」
「전혀 평화와 안녕과 관계없는 상황 같지만……?! 아우우?!」

손은 모을 수 없고 자세도 적절치 않지만, 하다못해 말로라도… 그런 기특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그녀에게 히후미는 무심코 소리쳤다. 이 상황에서 타인을 걱정하는 것은 사람이 너무 훌륭하다고 해야 할지, 그 상냥함과 선량함으로 손해를 보고 있지 않을까 오히려 이쪽이 걱정이 된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연기를 쓸어가 시야가 더욱 선명해지자… 연막에 휩싸여 있던 소녀의 모습이 드러난다. 트리니티의 교장이 새겨진 검은색 교복. 일반 학생이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정의실현부의 것도 아닌 이 교복은 시스터후드의 수녀복. 팔랑팔랑 흔들리는 귀와 선명한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특징적인 소녀… 마리를 보고 하나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마리 쨩? 오랜만이에요.」
「아, 하나코 씨….」

낯익은 얼굴에 마리의 얼굴도 활짝 펴진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장 안쪽에 서 있는, 소녀들보다 머리 하나 이상 큰 키의 낯익은 어른을 시야에 담자마자, 그 얼굴을 놀라움으로 물들였다.

「서, 선생님!? 저, 죄송합니다, 이런 모습으로 만나 뵙게 되어….」
「아니, 그건 전혀 괜찮은데… 아, 치마가 말려 올라갔으니까 잠시 실례할게.」
「엣!? 아, 감사합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이며, 꽃잎을 흔드는 듯 가냘픈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마리에게 다가가, 선생님은 뒤로 손을 뻗었다. 가능한 한 몸에 닿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치마 자락을 부드럽게 끌어내렸다. 아마도 그물에 걸려 말려 올라갔을 것이다. 뒤를 보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말려 올라간 천의 길이로 미루어 볼 때 허벅지 아래 부분이 드러났던 것으로 보인다. 체육복조차 ‘피부 노출이 많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치마가 말려 올라간 상태는 마음 편할 리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침입자?」
「어딜 봐도 손님이잖아요!? 총을 겨누면 안 돼요!」

방독면을 쓴 채 총을 겨누는 아즈사는 혼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일단 총을 겨누고는 있지만, 그것도 코하루가 앞에 가로막자 내려놓는다. 「쏴서는 안 되는 건가….」라며 조금 풀이 죽은 모습.

「누구 칼이나 날카로운 거 갖고 있는 사람 없어? 가능하면 잘 잘리는 거.」
「가지고 있지만… 괜찮겠나?」
「응, 그녀는 손님이니까… 미안해, 마리. 금방 내려줄 테니까, 조금만 더 견뎌줘.」
「네, 네… 감사합니다….」

아즈사가 건넨 서바이벌 나이프를 받아든 선생님은 ‘자, 어디서부터 손을 댈까’ 하고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여기에서 마리 구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자, 받아. 물이야.」
「아, 감사합니다, 코하루 씨.」

마리 구출 작전이 시작된 지 약 10분 후. 무사히 구속에서 벗어난 그녀는 교실로 안내되어, 코하루에게서 받은 물을 두 손으로 받아 홀짝홀짝 목을 울리며 마셔갔다. 컵에 담긴 물의 양이 대략 2/3쯤 되자 그녀는 입술을 컵에서 떼고,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녀복을 단정하게 정리한 그녀는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모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미소는 영락없는 수녀의 모습이었지만, 희미하게 상기된 뺨과 피로, 그리고 당혹감은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 깜짝 놀랐어요……. 방금 그건 대체…….」
「정말 미안해. 눈치채지 못한 내 책임이야.」
「아, 아니요, 그럴 리가요… 부디 고개를 들어주세요.」

정말로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는 그에게 마리는 허둥댄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가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지만… 그녀가 걸린 함정은 아즈사가 설치한 것이고, 아즈사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은 그에게 있다. 어른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즈사 쨔앙…….」
「…….」

그 광경을 본 히후미는 아즈사에게 살며시 귓속말을 한다. 그녀답지 않게 약간 압력이 느껴지는 목소리.
무엇을 요구하는지 눈치챈 아즈사는 마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음…… 미안하다. 적의 습격인 줄 알았어.」
「어, 어어… 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며 이 모든 일을 덮어주는 마리. 상냥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너무 착하다고 해야 할까.
변함없이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쳐도 웬만한 일이 아닌 한 웃으며 용서해 준다.
그 상냥함에 기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며 선생님도 마음을 다잡았다.
우선 마리가 돌아가면 모든 트랩을 철거하자.

「그, 그건 그렇고 시스터후드가 여긴 어쩐 일로…….」
「아, 그건 그게… 이쪽에 보충수업부 분들이 계시다고 들어서….」

마리는 「다만」이라며 한 번 끊고, 조금 말하기 어렵다는 듯이 말을 잇는다.

「하나코 씨가 여기 계신 줄은…….」
「…… 으응. 저도 낙제생이라서요.」
「그렇…… 네요. 네…….」

어딘가 그림자를 드리운 듯 미소 짓는 하나코에게 마리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마리의 소속은 시스터후드, 한때 하나코를 끌어들이려 했던 곳.
트리니티의 재녀라고 불리던 그녀와, 그곳에서 도망치듯 떠나간 그녀… 그 모든 것을 마리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도, 괴롭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보다 못해서… 라기보다는, 단순히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에 조금 놀라면서 코하루는 묻는다.

「하나코, 시스터들과 아는 사이였어?」
「아하하…… 조금 인연이 있어서…… 마리 쨩, 절 찾아온 건…… 아닌 것 같고. 어째서 여기에……?」
「네, 그게….」

하나코의 말을 들은 마리는 컵에서 손을 떼고 등줄기를 꼿꼿이 세운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은… 시라스 아즈사.


「시라스 아즈사 씨를 찾아왔어요. 여기 계신다고 해서…….」
「응? 나를?」

이름을 불린 아즈사는 의외라는 얼굴로 마리를 본다.
두 달 전쯤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아즈사에게 트리니티 내의 지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마리와도 초면이었고, 함정을 설치한 쪽과 걸린 쪽 외의 관계는 없었으며, 당연히 시스터후드에 아는 인물은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녀가 찾아올 이유 따위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네, 그게…… 며칠 전 아즈사 씨가 구해주었던 학생분께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해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본인께서 직접이 아니라, 제가 대신 전하러 왔습니다.」
「감사… 라고? 미안하지만, 감사받을 만한 일을 한 기억이 없다. 다른 사람과 착각한 것은 아닐까?」
「아니요, 시라스 아즈사 씨가 맞습니다. 다만, 아즈사 씨에게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덕분에 구원받은 분이 계십니다. 부디 그분의 감사하는 마음을 받아주세요. 아즈사 씨의 행동은 그 학생분께는 매우 감사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런 건가?」
「네, 그런 겁니다.」

물음표를 띄우는 아즈사에게 부드럽게 미소 짓는 마리. 그 정도까지 말해버리니, 이야기를 듣지 않고 ‘사람 잘못 봤다’고 단정하며 거절하는 것도 미안해져서, 일단 이야기를 듣는 자세로 바꾼다.
하지만 감사받을 만한 일을 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아즈사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했다.

「여기서부터의 이야기는 부디 비밀로 해주세요. 본인에게 이야기할 허락은 받았지만… 별로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기에.」

마리는 짧게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보내자 모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한 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분이 계셨는데, 그날도 구석진 건물 뒤편에 불려 나가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나 봐요.」
「괴, 괴롭힘요……?!」
「뭐어?!」

마리에게서 전해진 말에 소리를 내는 보충수업부.
히후미는 놀라움과 당혹감. 설마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기에 그 충격이 컸고… 당혹감도 그만큼 컸다.
반면에 코하루는 놀랐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정의실현부 소속으로, 자치구 내의 치안 기구에 속해 있다면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귀로 들었으니 익숙해졌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따돌림은 좋지 않은 일이라며, 그녀의 정의가 분노를 표출한다.


「……흔히 있는 일이긴 하죠. 다들 교활하게 음습하게 해서 잘 안 드러나지만.」

그리고 누구보다 냉정했던 것은 슬픈 듯 눈을 내리깔고 있는 하나코였다.
마음 아프지만, 사회성과 지성을 가진 집단인 이상 이런 종류의 행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권력과 책략이 난무하는 트리니티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조금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따돌림이나 그와 유사한 악질적인 행위는 흔하다.
직접적인 폭력… 예를 들어 옷으로 가려지는 곳에 총알을 맞히거나, 달궈진 총열을 눌러 화상 자국을 만들거나, 혹은 힘으로 때리거나 차는 것. 그런 눈에 띄는 행위로 발전하는 경우는 적지만, 필기구나 교과서, 체육복, 수영복 같은 개인 소유물을 숨기거나 버리거나, 낙서하거나. 혹은 따돌리거나, 집단으로 특정 인물의 험담을 하거나, 무시하거나, 거리를 두는 등… 이러한 행위는 만연해 있다.

트리니티는 여러 분파가 합쳐져 탄생한 학교다. 그 안에는 사이가 좋은 분파도 있고 사이가 나쁜 분파도 있어, 그러한 분파 간의 관계성으로 인해 충돌이 발생하여 따돌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고, 분파 내의 서열이나 카스트, 지위에 따라 발생하는 따돌림도 있다. 소속된 집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권력 등과 관련된 부분은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며, 트리니티의 성립이나 교풍, 전통에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뿌리 깊은 문제인 것이다.


「────」

마리의 시선 끝, 입을 다문 선생님의 눈동자에는 차가운 색. 순백은 냉기를 연상시킬 만큼 얼어붙어 있었고,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듯 보였다.
어떤 감정을 그곳에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코 좋은 종류의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은 눈에 띄게 분명했다.
그가 이런 행위를 좋아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며, 누구보다 화가 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구원받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마리는 잘 알고 있었다.

「저희도 학생분과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거라……. 그때 우연히 지나가던 아즈사 씨가…… 그 학생분을 구해주셨다고 들었어요.」
「그, 그랬구나….」
「……그런 일도 있었지. 여럿이서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게 거슬렸을 뿐이야.」

아즈사는 약간 무뚝뚝하게 그렇게 말한다.
그녀가 해당 학생을 도운 것은 정의감이나 의무감, 윤리관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눈에 거슬리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총구를 겨눈 것이다.
딱히 누군가를 도우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며, 도운 것은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결과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적어도 도움받은 소녀에게는.

「그치만 아즈사 씨에게 혼난 분이 정의실현부에 신고를 해서, 그 뒤로 정의실현부와 아즈사 씨의 전투로 커져버렸다고 들었어요…….」
「분명 아즈사 쨩, 첫날에는 정의실현부에….」
「연행되어 있었죠.」

기억에 새롭던 보충수업부의 첫날. 아즈사는 하스미와 마시로에게 연행되어 정의실현부 부서에 와 있었다.
아즈사가 정의실현부를 상대로 대활약을 펼쳤던 전투가 여기에 연결되는구나, 하고 하나의 수수께끼가 풀린 기분이다.

「그때 아즈사 씨가 최루탄 창고를 점거하고 거기서 정의실현부 부원들을 부비트랩으로 3시간 넘게 괴롭혔다고…….」
「역시 그때 그 일이었잖아… 아즈사,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흥.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아. 그때도 탄약만 떨어지지 않았어도 길동무로 세 명은 더 보낼 수 있었어.」
「아, 아우….」

아즈사와의 전투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10명이나 20명은 아니다.
전투 전문가인 정의실현부를 상대로 혼자서 그만큼 싸워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녀는 탄약만 있었으면 더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때는 탄약이 떨어진 것도 그렇지만, 마시로를 놓친 것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고 뇌 속에서 홀로 반성회를 연다. 그녀를 쓰러뜨렸다면, 어쩌면… 하고 생각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때의 자신은 잡혔으니. 그 패배는 뒤집을 수 없다.

그런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히후미는 경련하는 얼굴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여러모로 너무나도 위험하다고.

「나중에 그분이 아즈사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고 상담해주셨는데, 학원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거였어요.」
「그런가…….  딱히 감사를 받을 일은 아니야. 내 무력함 때문에 결국 나도 체포되었으니까.」
「그게 중요한 부분이 아닌 것 같지만…….」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괴롭힘당하고 있기만 하면 안 돼. 모든 것은 헛되더라도 저항을 멈춰서는 안 되니까.
「……좋은 말씀이네요. 네, 그렇게 그분께도 전해두겠습니다.」

아즈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마리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며 고개를 숙인다.
이번에는 아즈사가 도와주었지만, 다음에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마리도 가능한 한 신경 쓰겠지만, 그래도 계속 함께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도 저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 소원을 마리는 확실히 받아들였다.

「……아즈사 씨는 폭력만을 신봉하는 얼음마녀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네요.」
「우후후, 그치만 아즈사 쨩, 얼음마녀같은 부분도 있다구요? 그렇죠? 이 무뚝뚝한 표정이라거나…….」
「으음… 그런가? 이래 봬도 표정에 드러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군. 정진하자.」

아즈사가 어딘가 어긋난 소감을 말하자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지고, 모두가 미소를 띤다.
그러자 마리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가방 속을 뒤적거리더니… 캔 하나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어머, 이건?」
「다과입니다. 봉사활동 답례로 받은 것인데, 저희만으로는 다 먹을 수 없어서… 괜찮으시다면 받아주세요.」
「감사합니다, 마리 쨩.」

받아든 하나코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리고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말을 잇는다.

「마리 쨩은 점심 식사하셨나요? 혹시 안 드셨다면 같이하고 싶은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기, 초대해 주셔서 기쁘지만… 여러분께 폐가 되는 건────.」

「네, 물론이죠!」
「응, 문제없어. 떠들썩한 건 좋은 일이야.」
「저, 저도 괜찮아요….」
「나도 대환영이야.」

사양하는 마리가 거절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모두가 대답한다.
반대 의견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아무도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왕이면 마리와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후후, 마리쨩은 어떠세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마리는 어딘가 기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인게임 스토리에서는 마리가 그대로 돌아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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