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3. 에덴 조약 보충수업부 편 【하늘에서 영락하는 구세주】 — 낙원에 등을 돌린 자

무작 2025. 10. 13. 17: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72.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760


# 샬레 활동 비망록

# 낙원에 등을 돌린 자

에덴조약 체결 저지. 그 말에 담긴 진짜 무게는 아마 나기사만이 알겠지. 하지만 그녀가 뱉은 말은 물리적인 질량이라도 가진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선생님에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에서 정원을 내려다봤다. 물론,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시선을 실내로 돌려 자신과 선생님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착석했다. 발밑에 놓아두었던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어……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이 말이 가지는 무게를 이해하려면…… 에덴조약이 뭔지부터 설명을 해드려야겠네요.」

시선으로 허락을 받은 그는 봉투의 봉인을 풀었다. 그 안에서 나온 건 몇 장의 종이가 끼워진 바인더였다.
표면에는 트리니티 종합 학원 학생회인 티파티의 로고와 게헨나 학원 학생회의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 로고.

그 아래에는 붉은 글씨로 크게 ‘기밀 정보(TOP SECRET)’라고 쓰여 있었는데, 누가 봐도 기밀 문서 같은 형식이었다.

그 아래에는 ‘in Altus Communio Basilica by District Utnapishtim 51.681’, 아마 체결 장소일 것이다. D.U.지구에 있는 성당…… 통공의 고성당. 트리니티가 현재의 형태가 된 계기, 제1차 공의회가 열렸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리고, 작은 글씨였지만 파일 중앙,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쓰여 있던 글자는────EDEN TREATY(에덴조약).

트리니티와 게헨나, 둘 다 키보토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두 학원. 그 최고 권력들의 엠블럼이 박힌 파일을 손에 쥐었다.


「에덴조약. 간단하게 말하자면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불가침 조약입니다. 물론, 단순한 불가침조약이 아니라 그 핵심은 게헨나와 트리니티의 중심 멤버…… 트리니티는 저희 티파티와 츠루기 씨가 이끄는 정의실현부의 간부들. 게헨나는 마코토 의장님이 이끄는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 소라사키 히나 씨를 필두로 한 게헨나 선도부의 부대장들. 주요 요인 모두가 참석하는 중립 조약 기구를 설립하는 것.」
「중립적인 기구…… 소집 멤버를 보니, 단순한 두 학원의 감시가 아니겠네. 이 기구의 본래 목적은 아마……」
「예리하시네요, 선생님. 짐작하신 대로, 이 기구…… Eden Treaty Oragnaization(에덴조약 기구), ETO라고 불리는 이 집단이 트리니티와 게헨나 사이의 분쟁이 벌어졌을 때, 자동 개입해서 분쟁을 해결하게 됩니다. 물론, 실무는 양 학원의 치안 유지 기구가 주가 될 것이고, 저희는 그 이후의 협의가 주가 되겠지만…… 아무튼 두 학원 사이에 발생한 다툼에 개입하고, 단속하고, 해소하는 것. 그것이 에덴조약 체결로 설립되는 ETO의 역할입니다.」

목청껏 ‘네가 싫다, 네가 밉다’고 외치는 관계. 수없이 다투고, 노려보고, 미워하고, 죽고 죽여 왔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그것은 변함없었다. 서로의 목에 총구를 겨누는 증오의 나선은 지금까지 피와 열기를 띠고 이어지고 있다.

에덴조약이란, 그런 벼랑 끝을 계속 걷는 두 학원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거나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수단이자 조치. 이 두 학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완충재가 되고, 중재자가 되며, 해결 수단을 모색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일단 발생한 분쟁이 발단이 되어 더 큰 규모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벼랑 끝에서 막는 방위 기구와 같은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이것으로 두 학원의 전면전은 불가능해집니다. 누구라도 발버둥 치면 사이좋게 자멸하게 되니까요.」


게헨나와 트리니티 두 학원은 모두 키보토스 최대 규모이며, 3대 학원의 한 축을 담당한다. 학생 수도 규모에 비례해 많고, 미치는 영향 범위도 지극히 광대하다. 보유한 전력도 그에 상응하게 많고, 풍부한 예산에 힘입은 강력한 장비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두 학원이 다툰 끝에 일어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두 학원만이 아니라, 틀림없이 키보토스 전역을 휘말리게 할 피투성이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발단의 두 학원이 싸움을 멈춰도 주변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불씨가 되어 다른 싸움을 부를 것이다.

싸움이 싸움을 부르는 피의 연쇄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태워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폭주하는 수레바퀴와 같다. 모든 것을 휩쓸고, 파괴하고, 나락의 밑바닥으로 곧장 떨어질 것이다.

그런 결과만은 피해야 한다. 따라서 이 조약의 체결은 두 학원에게도, 키보토스에게도 필요한 일이었다.


「────선생님.」

어둠을 가르는 나기사의 목소리와 함께, 선생님은 얼굴을 들었다. 그것은 마치 여정의 시작처럼. 이 앞의 미래를 걸어가겠다는 맹세. 어떤 결말, 어떤 미래를 앞두더라도────결코 꺾이지 않는 강철 같은 의지.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오랜 적대관계는 서로에게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에덴조약은 그 무의미한 소모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자, 키보토스의 힘의 균형을 지키는 길입니다.」

나기사는 「그리고」라고 말하며 그를 바라봤다. 이제부터 그녀가 꺼낼 말이, 분명 그에게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총학생회장이 제시한 해결책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름을 언급해도, 그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그녀가 행방불명되면서 허사가 된 것을, 제가 겨우 다시 여기까지 복구시킨 것이지요.」
「……그랬구나.」


선생님은 바인더를 봉투에 넣어 나기사에게 건넸다. 내용은 머릿속에 모두 집어넣었다. 원래부터 여러 번 읽었던 내용이었다. 이제 와서 새로울 것도 없었다.

「이제 간신히 조약이 체결되기 직전까지 왔는데, 이것을 방해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첩보를 들어버린 것이죠…….」
「……언제쯤 그 정보가 들어왔니?」
「불과 몇 주 전입니다. 필리우스가 가진 기밀 정보망으로부터의 익명 연락이었습니다. 서둘러 모든 학생의 신원을 파악하기 시작했지만, 상대도 상당히 교묘하게 숨기고 있는 건지, 현재로서는 그것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저희의 힘으로도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혐의가 있는 용의자들을 모두 한곳에 모아둔 것이죠.」

「그것이, 보충수업부.」
「네, 그렇습니다.」

나기사가 가진 필리우스 분파의 정보망, 티파티의 정보망. 그것들을 총동원하여 신원을 파악하고, 혐의를 받은 학생들을 한곳에 모은 부활동…… 그것이 이번 학기의 보충수업부였다. 성적 부진 학생을 낙제에서 구하기 위한 조치라는 건 가짜 명의. 이것은 트리니티 내부에 기생하는 악성을 찾아내 불태워버리기 위한 새장이다.

히후미, 아즈사, 하나코, 코하루. 이 중에서 히후미를 제외한 멤버들은 특히 나기사 측에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기사가 조작할 필요도 없이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꼼수를 부릴 필요 없이 스스로 성적 부진이 되어, 보충수업부의 입부 조건을 충족해 주었다.

하지만 히후미만은 달랐다. 그녀의 품행이나 성적에 특별히 문제될 만한 점은 없었다. 어디를 보나, 어디를 잘라내 보나, 그저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다.
그래서 무슨 이유를 대더라도 보충수업부에 입부시키는 데에는 부자연스러움이 두드러졌다.

그 때문에 나기사는 손을 썼다. 히후미가 ‘성적 때문에 보충수업부에 입부하게 되었다’고 납득할 만한, 그런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 위해.

티파티의 권력을 이용한 시험 일정 조작. ‘반사회 세력에 의한 테러 예고가 발송되었다’는 가짜 정보를 히후미가 속한 반에 유포하고, 이를 이유로 시험 일정을 직전에 변경. 통상적이라면 혼란이 일어났겠지만, 그곳은 나기사의 수완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그녀는 혼란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잠재웠다.

그리고 이 정보 배포에도 나기사는 타협하지 않았다. 이메일로는 어디로 정보가 유출될지 알 수 없으므로 아날로그 수단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학생이 모이는 교실에서 배포하면 히후미에게 들킬 우려가 있었기에, 번거롭지만 정보의 기밀성이 유지되는 우편 방식을 택했다. 다행히 티파티라면 학생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학생 주소로 보내는 것은 쉬웠을 것이다.

게다가, 봉투에 티파티 로고를 금박으로 찍고 학생들 간의 네트워크로 공유되지 않도록 SNS 등에서의 발언을 금지하고, 어길 시에는 무거운 벌칙을 부과했다. 이는 티파티로부터의 칙명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철저한 정보 통제 덕분에 히후미는 시험 일정을 착각한 채 당일을 맞이했고, 긴장하며 시험에 임하려던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무도 없는 교실이었다. 놀라서 교사에게 물어봐도 모든 것은 이미 늦었다. 그녀가 응시해야 할 시험은 이미 끝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시험을 보지 못한 히후미는 당연하게도 0점을 받고, 낙제 직전의 낙인이 찍혀 보충수업부 입부가 결정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학교 일정을 꼼꼼하게 스마트폰 달력 앱이나 개인 사물함, 사물함 달력에 기록했던 히후미가 시험 일정을 착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녀가 모모 프렌즈 캐릭터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을 통해 알고 있던 나기사는, 그녀가 학원에서 멀어지는 시점…… 게릴라 라이브 일정과 변경된 시험 일정을 겹치게 만들었다.


────모든 것, 모든 것. 나기사의 손바닥 안에서. 나기사의 시나리오대로.
체스 말을 조종하듯이,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배신자는, 분명 보충수업부(그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바구니에 모두 모아두는 것이 좋겠죠. 유사시에, 보충수업부(바구니)째 모두 버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썩은 사과는 상자째 버려야 한다던가. 누구의 말이었던가. 즉, 나기사가 하려는 일은 그런 것이다.
보충수업부는 용의자들의 모임. 앞으로 맺어질 평화를 깨뜨릴 배신자가 있는 곳. 혹은────나기사의 불안이 버려진 폐기 구멍.

체결을 앞둔 평화 조약을 저지하려 암약하는 배신.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평화를 위협하는 분쟁의 그림자. 불씨를 원하고, 싸움을 원하고, 유혈과 죽음을 원하는 자. 그런 불온한 것은 서둘러, 전염되기 전에 뿌리째 절제하는 것이 옳은 행위다.

만약 그 절제에 무고한 학생이 휘말린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 고작 4명의 퇴학 따위 트리니티 전체에서 보면 보잘것없는 작은 사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변함없이 세상은 돌아갈 것이다. 의료 과실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의 대의 앞에서 짓밟히는 행복, 사랑과 평화────아아, 어찌, 그것은.


「……이제 아시겠죠? 그것이 보충수업부의 진실입니다. 선생님과 샬레는 그 상자 제작에 협력해 주셨습니다.」
「협력이라…… 확실히 그렇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나는 나기사의 협력자이자 공범이야.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그 진실은 변할 수 없어.」
「네, 처음 뵙던 순간 이미 준비는 완료되어 있었으니까요.」


즉, 사후 보고. 선생님이 나기사의 부름을 받아 티파티 테라스에 방문한 시점에서, 보충수업부의 고문이 되는 것 외에…… 그녀의 계략에 따르는 것 외의 선택지는 박탈되어 있었다. 샬레의 권한이 사용된 이상, 선생님도 모르는 척할 수 없다. 샬레라는 조직의 투명성과 관련된 일이다. 모든 학생을 위한 샬레, 모든 학생의 편인 샬레…… 그것을 자의적으로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이 문제에 몸을 던질 필요가 있었다.

말하자면 나기사에게 샬레란 수단이었고, 선생님에게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인질이었다. 트리니티의 중추에서 길러진 권모술수, 괜히 필리우스 분파의 수장이 아니라는 말인가. 판세를 구축하는 능력에서 그녀를 능가하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 죄송합니다. 이런 더러운 일에 끌어들여버렸군요. 저를 비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나기사도 나에게 소중한 학생이야…… 그런 짓은 하지 않아. 널 비난할 생각도 없어.」
「……상냥하시네요.」

그렇게 말하며 나기사는 눈을 내리깔았다. 자해와도 같은 상냥함, 타인에게 베풀면 베풀수록 그는 자신을 잃어갔다. 그것을 볼 수가 없었다. 나기사의 말을 자신이 저지른 죄처럼 삼키며, 숨 쉴 때마다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만 같아서.

────만약 그가 거칠게 이 짓이야말로 배신이라고 욕해 주었다면. 만약 그가 분노에 차서 총구를 겨누어 주었다면. 만약 자신(나기사)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깊은 곳에 사랑이 없었다면. 이 가슴속을 휘저어 놓는 듯한 죄책감과 괴로움이 조금은 나아졌을 텐데.

보잘것없는 감상 하나를 나기사는 마음의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것은 불필요한 것이니까.

그녀는 한 번 홍차를 머금어 건조했던 목을 축였다. 내리깔았던 눈을 들어 시선을 그에게 고정했다. 불쾌한 긴장감이 온몸을 덮쳤다. 여기까지는 운이 작용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나기사의 이상대로 일이 진행되었고, 판세는 정돈되었다.


하지만, 이곳이 결승선이 아니다. 오히려 이곳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이것은 그 첫걸음. 눈앞의 그는 체스 말이 아니다.
그의 시점과 위치는 나기사와 동일, 즉 플레이어(말을 두는 자)이다.

……이 앞은 도박이 될 것이다. 나기사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꿰뚫었다.


「보충수업부의 사정, 이유…… 이것들은 주도한 저를 포함한 티파티 3명만 아는 극비 사항입니다.」
「그렇구나…… 이야기한 건 그저 선의만은 아니겠지?」
「네. 이 말씀을 드린 것은 선생님께 협력해 주시길 바라서입니다.」
「……무엇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평탄하고, 인간이 낸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감과 감정이 빠져나간 목소리 앞에서도 나기사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보충수업부 안에 있는 배신자를 찾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

핵심을 건드려도 그의 색깔은 탁해지지 않는다.
클리어 화이트, 투명한 광기 어린 순백.
목소리조차 내지 않고, 감정의 색깔이 빠져나간 눈동자로 나기사를 본다.
그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마음먹고 있는지 나기사는 그 단편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를 고개를 끄덕이게 하겠다는 의지만을 강하게 한다.
그의 프로필은 이미 파악 완료.
질서를 선호하지만 방식은 중립. 선을 사랑하고, 악에도 이해를 보이는 인품.
성실하고 올곧으며, 노력가. 건전한 정신과 윤리관을 겸비한 호청년.
대화와 상호 이해를 좋아하며, 무엇보다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생님…… 그것이 그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고, 다치는 누군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의감도 가지고 있다. 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닥쳐올 지옥을 알면, 그는 분명 협력해 줄 것이다.

「선생님을, 트리니티를 속이려는 자가 있습니다. 평화를 깨려고 하는 테러리스트들. 저희뿐만 아니라 키보토스의 평화를 자신의 이익과 저울질하는 자들입니다.」

에덴조약이 맺어진 후의 미래. 맺어지지 않은 후의 미래. 그 어떤 것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어쩌면 무언가가 바뀔 수도 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맺어지지 않은 미래는 늦든 빠르든 반드시 전쟁을 유발한다. 게헨나와 트리니티의 다툼은 언젠가 모든 것을 휩쓸고, 엄청난 양의 시체 더미가 쌓일 것이다. 그 미래를 회피할 수 있다면, 최대 4명의 희생 따위는 사소한 일일 것이다. 이 선택이 키보토스의 미래를 구하는 데 직결된다. 나기사는 자신이 믿는 정의에 따라, 말을 이어나갔다. 분명 누군가가 우는 것을 싫어하는 그도 이 정의에 공감해 줄 것이라고.

「배신자를 찾는 것이 키보토스의 평화와 직결된다는 것…… 샬레라면 분명 이해해주시리라…….」


「미안해, 나는 나기사의 계략에 따를 수 없어.」

나기사의 말을 끊듯이 거절을 내던진 선생님. 그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미안하다는 듯이 웃을 뿐이었다.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기분이 된 나기사는 ‘더 이상 아군이 아닌 자’를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간단한 이야기야. 희생 위에 만들어진 평화는 그 유지를 위해 더 큰 희생을 요구해. 조약을 체결하고 기구를 설립하는 걸로 끝, 하는 건 너무 낙천적인 생각이야. 유혈이 바탕에 있는 평온은 유혈로밖에 유지될 수 없어. 보충수업부가 첫 번째 희생자가 될 뿐, 기구가 존속하는 한 비슷한 사례는 계속 발생할 거야.」

그는 「게다가」라고 말을 이었다.

「에덴조약을 위해 잘려나간 보충수업부의 아픔과 탄식은 어디로 가야 해? 평화로운 낙원을 위해서라면 잘려나가도 당연하다고, 나기사는 무죄일 수도 있었던 그들에게 말할 셈이니? 의심받는 순간 보금자리도 평온도 행복도 빼앗기고, 많은 것의 초석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너는, 그들에게 말할 수 있을까?」
「그건……!」

「……미안, 심술궂었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순간 나기사는 어깨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심장이 불길하게 고동치고, 손에서 땀이 배어났다. 꽉 쥔 교복은 살짝 구겨져 있었고, 호흡마저 약간 거칠어져 있었다.

────마치 끝없는 나락을 보는 기분이었다. 일체의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끝없는 갱도. 허무로 이어지는 이계로의 길. 그것을 그의 눈동자에서 나기사는 느꼈다.

수집한 프로필 곳곳에 섞여 있던 노이즈 같은 정보. 허무, 허공, 공동────어딘가 그에게 공허함을 느낀다고 했던 학생. 처음 만났을 때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나기사가 느낀 선생님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야────그렇게 말했던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과연, 분명 허무이자 허공이며, 공동이다. 결코 그렇지 않을 텐데도, 그렇게 형용하면 딱 맞아떨어진다. 그 외에 선생님으로서의 그의 이면에 숨어 있는 측면을 형용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나기사는 애써 철가면을 의식하며,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진정시키려는데, 「나기사」라고 부드럽게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그와 눈을 마주치자, 그곳에는 나기사가 아는 그가 있었고, 방금 전까지의 공허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만약 그렇게 에덴조약을 위해 보충수업부를 잘라버린다면, 나기사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잘라버리는’ 선택지가 남을 거야. 이 앞으로 긴 인생에서, 계속해서 잘라버렸을 때의 감각과 감정이 선명하게 되살아날 거야. 그건 분명, 나기사에게…… 잔인하고,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해.」

학생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지키는 선생님으로서의 말. 그에게 나기사도 사랑스러운 학생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기를 바랐고, 자기 목을 조르는 듯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분명 잘라냈을 때, 나기사를 가장 비난할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일 테니까.

그의 바람을 받아들였는지,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그것은 나기사만이 안다. 하지만,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던 것은 분명 착각이 아닐 것이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겠어. 의심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믿을 거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협상 결렬이군요.」

그렇게 말하며 나기사는 온화하게 미소 지었지만…… 그 시선은 매처럼 날카롭게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아, 얕봤었다. 자만하고 있었다. 오만했다. 주도권은 이쪽이 계속 쥐고 있었고, 판세도 이쪽의 이상대로 완성되었지만…… 그 위에 안주해 버렸다.
체스 말만 너무 보다가, 플레이어를 보는 것을 잊었던 나기사의 과실. 그의 신념을 과소평가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에게 있어 학생에는 보충수업부도 나기사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면, 협상 결렬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대로 얌전히 물러설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나기사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티파티의 일원으로서…… 에덴을 바랐던 자로서의 자존심. 그는 아직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얼마든지 방법은 있다. 선생님의 패, 나기사의 패, 그것들을 총동원한 흥정을.


「……다만…… 쓰레기 처리가 곤란할 때, 바구니 채로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그 말에도 선생님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어금니를 꽉 깨물어 아주 미세하게 소리를 냈을 뿐. 보충수업부 학생들을 쓰레기라고 모욕당한 분노. 나기사에게 그런 말을 하게 해 버린 자신에 대한 무력감. 그는 그것들을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도록, 삼켜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시험의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저희가 조작할 수 있으니까요. 가령 갑자기 시험 범위가 바뀐다거나, 시험 장소가 바뀐다거나. 난이도가 바뀐다거나. 등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녀는 살짝 입술을 농염하게 비틀고,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실례했습니다. 좋지 못한 표현이었네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협박. 시험에 합격시킬지 말지는 나기사의 기분 나름이었다.
점수를 조작하지는 않겠지만, 그 외의 방해는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제 와서 나기사는 보충수업부 전원을 무사히 졸업시킬 생각은 없었다.

「선생님. 그럼 앞으로도 계속 보충수업부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그들을 무사히 졸업시키는 것이 내 일이니까.」

그것만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그 모든 것을 넘어서 그들을 무사히 졸업시키리라. 배신자도, 나기사의 의도도, 모든 것을 뛰어넘으리라. 그것이 선생님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이다.

「그것 때문에 선생님에게 불이익이나 손해를 끼칠 일은 없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쉽게 약속드리지 못하겠네요.」


총알 한 발로도 치명상이 될 그에게 그 말은 상당히 무겁다. 나기사도 그것을 아는 듯, 목소리에는 약간 미안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물론, 최대한의 배려는 할 것이다. 나기사 또한 그가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고, 그 이후의 보복은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

하지만, 용서는 없다. 나기사는 나름의 각오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이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의 끝에 더 많은 미소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그녀는 선택했다.
이제 와서 두렵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다. 애초에, 그녀의 의도에 따르지 않게 된 시점에서 그는 대전 상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생님이 학생들을 버려둘 분도 아니니, 앞으로의 전개는 저 역시 쉽게 예측이 되진 않네요.」

이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아니면 잘못된 것이었는지…… 그것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알 수 없다. 샬레, 선생님, 배신자…… 이 판세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정확한 예측 따위는 누구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 시나리오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할 수 있는 것은────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기도하는 것뿐이다. 이 앞에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바라건대, 그 결말이 고통스럽지 않기만을 바랄 뿐…….」
「……그래. 가능하다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행복한 미래를.」

그 말에 확실한 동의를 표했다. 그는 학생들의 있는 그대로를 긍정한다. 하지만 결코 누군가의 고통이나 아픔, 탄식, 슬픔을 ‘필요한 것이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평생토록 상처에도 싸움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것들을 미담으로 포장할 리 없다. 그런 것이 통용되는 세상에 진정한 평화도 행복도 승리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모두의 웃음과 행복. 모두가 당연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저 그것뿐이다.

그 결말에 이르기 위해서라면────이 몸이 몇 번이고 썩어 문드러진다 해도,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고통, 아픔, 탄식, 슬픔. 이것들을 긍정하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오직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그 위에서 별에 손을 뻗으리라. 더 나은 미래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가 처음 본 별(총학생회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워. 홍차는 못 마시고 가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의자를 끌어당기려던 그에게────나기사는 「선생님」이라고 중얼거리며 멈춰 세웠다.

「아. 하지만 이건 분명히 말씀 드려야겠네요. 1차 시험은 저희가 아무런 조작도 하진 않았습니다. 이건 진짜예요.」
「……그랬구나. 그걸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해. 고마워.」
「감사 인사를 받으실 일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공정성을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선생님의 방식이라는 것…… 그게 트리니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길 바랄 뿐입니다.」

그 목소리에 미소로 답한 선생님은 이제야 의자를 끌어당겨 일어섰다. 저녁 노을에 비친 흰색 코트가 바람에 휘날렸다.

「그럼, 오늘은 이만 실례할게.」
「……네, 그럼, 다음에.」

멀어져 가는 뒷모습. 점점 작아지는 뒷모습을 보고…… 나기사는 불현듯 말을 걸었다. 조금 전부터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의문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은 총학생회장님을 만나 뵌 적이 있으신가요?」
「……없어.」

그는 조금은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없어. 그게, 분명 더 좋을 거야.」


결별을 암시하는 듯한 작은 끝맺음을 지으며, 선생님은 얼굴만 나기사 쪽으로 돌렸다. 덧없고, 첫눈 같은 옆모습. 손을 뻗기만 해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런 건, 사실 네가 짊어져야 할 것도 아닌데 말이지.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건, 우리(어른)의 일인데.」
「……저도 선생님도, 똑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입니다. 어리다고 해서 저 혼자 책임을 내던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야. 아무도 울지 않았으면 좋겠고,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나는 지금까지 달려왔으니까 말이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퇴실했다.





선생님은 테라스에서 나와, 문을 조심스럽게 닫은 후────문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대로 심호흡,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의 리듬을 가다듬었다.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대리석 바닥에 떨어진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얼마 전…… 정말 얼마 전, 대략 보충수업부 고문을 맡기 전후부터 발병하기 시작한 변조.

시바세키에서의 전투로 입은 상처와 그것이 원인이 된 낙인.
비나에게 뚫린 심장 바로 아래의 풍혈.
어른의 카드를 사용하여 잃은 신장의 한쪽.
케이에게 찢겨진 목덜미와 오랫동안 무독화되지 못하고 체내에 잔류한 신비의 독.
무명의 사제를 매장하기 위해 사용한 예장의 예외 기동.
그리고 그 예외 사용의 기폭제로 사용한 어른의 카드의 대가…… 왼쪽 눈 시력의 대폭 저하.

지금까지 여러 가지를 해왔다. 그때마다 몸에 상처를 입고, 혹은 잃어가면서도 앞으로 나아갔다. 키보토스에 발을 들여놓은 지 두 달이 조금 넘었지만, 육체는 두 달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어 있었다.
몸의 표면에는 눈에 띄는 큰 결손은 없지만, 내부는 달랐다. 내장 손실을 시작으로 각 기관의 기능도 상당히 쇠약해져 있었다. 최근에는 식사를 해도 다시 토하는 일이 많아졌고, 졸린데도 잠 못 이루는 날이 늘었다.

「후, 우────」

키보토스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그의 안에서는 항상 육체의 주도권을 놓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죽어도 자신의 육체를 내주고 싶지 않은 선생님과, 하루라도 빨리 그의 몸을 그릇 삼아 부활하고 싶은 구원자의 부호와 연결된 신격. 서로의 존망과 세상의 향방이 걸린 줄다리기는, 지금까지 본래 육체의 소유자인 선생님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애초에 상대는 몸이 없는 자이며, 이미 잊힌 신이다. 신비의 규모도 세계의 현상 자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자신의 육체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을 수 있었지만…… 부상과 손실의 연속으로 그 균형이 기울고 있었다. 완전히 밀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때때로 약간 힘에서 밀려 저쪽으로 끌려가는 일이 있었다.

지금은 아직 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빈도로 부상이나 손실이 한두 번 더 겹친다고 해도 아직 괜찮다. 아직 그는 선생님으로 있을 수 있다.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선을 넘으면 저울은 선생님 쪽으로 기울지 않게 된다. 완전한 이븐으로 뒤엉키고, 이제는 운과 의지의 문제. 오기로는 질 생각은 없지만, 운이 작용한다면 조금 불안하다.
그리고 그 이븐 선조차 넘어서면 완전히 저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진다. 언제 정신 붕괴와 지배가 시작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자살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모든 것이 늦는다.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모든 진실이, 모든 신비가 그 손아귀에 떨어지기 전에────선생님은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선생님이 후보에 올린 것이, 싯딤의 상자 내부로 육체 기능의 이행이었다. 만약 몸을 빼앗겼을 때, 몸 안을 비워둠으로써 상대의 출력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혹은 아직 선생님이 선생님인 동안 육체가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었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

물론, 물리적으로 내장이나 근육, 혈액을 싯딤의 상자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개념적인 이야기다. 정신을 현실 세계에서 싯딤의 상자 안으로 옮겨, 푸른 교실에 발을 들여놓는 요령. 그 요령으로 육체의 기능을 저편으로 가져간다.

싯딤의 상자가 육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확인된 바이며, 몇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시체조차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다. 아직 살아있는 육체의, 살아있는 기능을 대체시키는 것 따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론 자체는 오래전에 완성되었지만, 운용을 시작한 것은 정말 최근이다. 따라서 대규모 기능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육체 일부의 기능이 공백이 된 것은 사실, 지금까지보다 싯딤의 상자 배터리에 더 신경 써야 하지만…… 애초에 키보토스에서 살아가는 이상, 상자의 배터리 방전은 거의 죽음과 유사하다. 그래서 크게 무언가 달라진 것은 없었다.

────기능 이행을 서두르지 않으면. 생각보다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심호흡했다.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콘택트렌즈 너머로 새어 나오는 푸른 인광이 보이지 않았다. 몇 번째인지도 잊은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증거였다. 이번에도 또, 살아남을 수 있다.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음을 확인한 선생님은 발길을 돌려, 학원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부터 시작될 합숙 준비를 위해서.


만약 나기사한테 기억이 있었다면, 보충수업부는 탄생하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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