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소중한 그대(아리스)에게

무작 2025. 10. 7. 12: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44.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714


# 샬레 활동 비망록

# 소중한 그대(아리스)에게

소녀들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한 방이었다. 깔린 카펫과 러그, 방 중앙의 소파. 모니터에는 게임기가 연결되어 있었고, 컨트롤러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벽에는 게임 포스터와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선반에는 수많은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웨어가 쌓여 있었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가전제품, 침구, 사물함. 낡고, 좁고, 가끔 비가 새는, 눈에 익은 정도가 아닌 이 방은────.

「게임개발부(우리) 부실이잖아!」
「언니, 목소리 너무 커」

정신세계는 본인에게 인연이 깊고, 애착이 강한 것이 중심으로 플롯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광경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을 것이다. 아리스에게 그들은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 무엇보다 소중한, 가장 먼저 맺은 인연이니까.

아리스의 이야기가 시작된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중한 보금자리는, 그녀의 기억이 투영된 것이다. 돌아가고 싶고, 만나고 싶어서. 하지만,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장소는 언제까지나 바래지 않은 채로. 그것을 보고 소녀들은 조금 안심했다. 이 광경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면 분명 데려올 수 있을 거라고.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불안했다. 혹시 아리스가 진심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할 경우가.
하지만, 그 가능성은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제 아리스를 끈기 있게 설득하고, 그녀의 본심을 끄집어내는 일만 남았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물리치고, 반드시 그녀를 되찾자.
그리고, 다시 한번 그 방에서 모두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게임개발부 부실을 나서자, 길게 뻗은 길이 이어졌다. 부실 등의 구조 그대로, 라는 뜻은 아닌 모양이다. 안성맞춤인 일방통행의 길을 따라 나아간 곳은 대강의실. 아리스도 밀레니엄의 일원으로서 이곳에서 수업을 듣고, 퀘스트를 수행하고, 학교에 익숙해졌다. 키보토스에 사는 하나의 생명으로서, 그녀는 크게 성장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엔지니어부 부실. 아리스가 애용하는 용사의 증표인 빛의 검(슈퍼노바)을 받은 장소이다. 그녀는 이 곳에서 명확하게 키보토스의 학생, 나아가 밀레니엄의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장소는 유전한다. 이성적이고 정연했던 밀레니엄 교내의 공간과는 달리, 쇠락하고 허물어진 건물이 드문드문 존재하는 폐허로.

이쯤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아리스의 지금까지를. 그녀의 보금자리인 부실부터, 퀘스트를 수행했던 대강의실, 용사의 증표를 받았던 엔지니어부 부실. 거기까지 왔다면, 다음은 폐허. 아리스가 원래 있던 장소로 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예상은 적중하여, 폐허를 따라 나아가자 공장 내부로 들어섰다. 처음에 왔을 때는 적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굴러 들어갔을 뿐이라 차분히 내부를 둘러볼 기회가 없었기에, 지금 이렇게 공장 내부를 아무 위험 없이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묘한 기분이었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투입된 기술 수준이 다른 공장들과 확연히 달랐다. 틀림없이 당시 최고 수준의 기술을 아낌없이 총동원하여 이 공장…… 아리스가 잠든 장소를 조립했을 것이다. 그만큼 공장을 만든 누군가에게 아리스는 중요했고, 어떤 역할이 있었다.

그 역할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보조가 트리거 AI인 Key. 그녀의 목적과 존재 의의는 제작자가 의도한 각성을 통해서 비로소 달성될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녀대로 독자적으로 돌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하지만, 그런 것은 이제 와서 아무래도 좋다. 아리스는 이미 게임개발부의 동료이자 둘도 없는 친구. 아리스 본인이 바라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려 한다면, 총알이 대답을 대신할 것이다. 걸어온 싸움은 비싸게 사주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녀들은 나아간다.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만남의 장소로. 하지만, 이번 목적은 만남이 아니라 재회. 멋대로 집을 나간 말괄량이 공주를 데려오기 위해서.


기억을 더듬어 소녀들은 나아간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앞으로. 몇 분간 미궁을 걸어 나아간 끝에 있던 것은, 감시 카메라와…… 문 두 개. 이 다음 전개가 예상되는…… 아니, 실제로 겪어본 모모이와 미도리는 망설임 없이 선생님에게 매달렸다.

「유즈, 이리 와」
「네? 아, 네……」

이 장소에 와본 적 없는 유즈도 그가 꽉 안아, 다음에 닥쳐올 반쯤은 예고된 것과 같은 문의 개방에 대비한다.

「음…… 이건……?」
「지금부터 떨어질 테니, 혀를 깨물지 않도록 조심해」
「떨어지────」

유즈의 말은 도중에 끊겼다. 몸을 덮친 부유감은 물속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자유 낙하. 가능하다면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든 그녀는 어색한 동작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고────바닥이 사라져 있었다.



「꺄아아아아────!」


그녀의 비명은 조용한 폐허에 크게 울려 퍼졌다.





소녀 세 명을 안고 선생님이 낙하한 끝에 있던 공간은 외길. 여전히 낙하가 정식 루트라고 말하는 듯한 끔찍한 설계. 하지만, 두 번이나 초견 살해는 당하지 않는다. 올 것을 알고 있다면 자유 낙하 정도는 두렵지 않다. 아무런 예고 없이 오니까 놀랄 뿐.

소녀들과 선생님은 좁은 길을 걷는다. 비상등의 불빛만이 유일한 광원. 발소리와 숨소리가 네 명 분, 그날의 재현, 하지만 그날과는 다르다. 목적도, 인원수도. 말수가 적어지고, 주위에 긴장감이 만연한다. 이 앞의 광경을 아는 모모이와 미도리, 선생님뿐만 아니라 처음 온 유즈도 마지못해 알았다. 이 앞에 아리스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한참을 걸어 나아간 끝에 있던 것은 트인 공간. 햇볕이 들지 않는 공장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스며드는 듯 착각할 정도로 화사하고 따뜻한 공간에는 덩그러니 놓인 기계 장치의 의자.

그때부터 한순간도 잊을 수 없었던 광경.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워서.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절경이나 그림보다도 가슴에 울렸던…… 운명과 만났던 장소. 여기서 그녀와 만난 후로 게임개발부를 둘러싼 모든 것이 격변했다.

꿀꺽, 하고 누군가 숨을 삼키는 소리와 동시에 모두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 잠든…… 흑단과 같은 소녀를 발견한 것이다. 아아, 착각할 리가 없다. 만나고 싶고, 만나고 싶어서. 어떻게 될 것만 같을 정도로 만나고 싶어서. 이야기하고 싶고, 놓아주고 싶지 않아서. 더 함께 있고 싶어 어쩔 줄 몰랐던…… 정말로 소중한 친구.


「아리스!」
「아리스 쨩!」
「아리스 쨩……!」


세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간다. 모모이가 지어준 이름. 모두가 사랑을 담아 부른 이름. 그녀만을 위한 이름. 그것을 들은 아리스의 머리 위에 푸른 헤일로가 떠오르고, 순진무구한 하늘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떠진다.

「……누구?」
「우리 게임개발부야!」
「아리스쨩! 만나러 왔어!」
「아리스쨩!」

빛을 밝힌 아리스의 시야 가득히 비치는 세 사람. 낯익은 얼굴. 낯익은 목소리. 낯익은 온도. 눈물이 날 정도로 돌아가고 싶었고, 눈물과 함께 배웅했던…… 소중한 친구. 그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녹슬어 있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던 심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멈춰 있던 초침이 돌기 시작하고, 감정이 끓어올랐다.
무엇보다────그래, 무엇보다. 만나고 싶고, 만나고 싶어서, 어떻게 될 것만 같을 정도로 만나고 싶었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나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아리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자신이 만들어낸 비천하고, 형편 좋은 마지막 꿈이라고 생각했다. 꿈속에 있는 것과 같은데, 거기서 다시 꿈을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현실에 뿌리내리지 않은 허구에 기인하는 무언가, 혹은 주마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을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 계속 존재하고. 추억을 오려 붙인 듯한 부자연스러움은 어디에도 없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라, 틀림없는 진짜. 아리스가 그리워했던 그 소녀들이, 울고 싶을 만큼 따뜻한 온도를 동반하며 그곳에 서 있었다.

그 온도에 이끌리듯, 아리스는 손을 뻗는다. 만지고 싶다. 만져지고 싶다. 온도, 따뜻함,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 이곳은 눈물도 얼어붙을 만큼 추웠으니까. 춥고, 어둡고, 무서워서. 하지만, 모두가 그곳에 있고, 만질 수 있다면…… 이런 곳이라도, 태양 아래처럼 될 것이다.

그래서────그렇게 생각하며, 뻗으려 했던 아리스의 작은 손. 하지만, 그녀는 멈추고 손을 내렸다. 마치 지금의 자신은 만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이. 대신 흘러나온 것은 목소리였다.


「모모이에게 미도리…… 유즈…… 왜, 여기에……?」
「당연히, 멋대로 가출한 아리스를 데리러 왔지!」
「아리스 쨩, 빨리 여기서 나가자!」
「돌아가자, 아리스 쨩. 모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

삼인 삼색의 말. 말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그 본질과 진심은 모두 같다. 아리스와 함께 저 부실로 돌아가고 싶다, 단지 그것뿐. 아리스가 손을 뻗지 않는다면, 이라고 말하듯이 눈앞에 내밀어진 세 사람의 손바닥. 아리스와 똑같이 작고, 가늘고…… 하지만, 무언가를 위해,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싸워왔던 증거가 짙게 남아 있는 손. 그녀들은 그 손을 아리스에게 향하고 있다. 이 손을 잡고 도망치자, 재투성이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리스는 생각한다. 이 손들을 잡고 싶다. 손을 잡고, 이끌려 나가서, 다시 그날의 다음을 걷고 싶다. 좁고, 낡고, 약간 곰팡이 냄새가 나지만, 어떤 곳보다도 편안한 아리스의 보금자리. 이 손을 잡으면 분명 아리스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근심 없는, 달콤하고 꿈같은 일상으로.


하지만.


「아리스는…… 아리스,는……」

내밀어진 손을 그저 순수하게 잡을 수 있었던 순진무구한 유년기는 유혈과 함께 끝나 버렸다.

떠오르는 것은 지금까지의 일.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싸웠던 소녀들의 건너편에 서 있는 아리스 자신의 일.
아리스는 무언가를 지킬 수 있었을까. 아니,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부수기만 하고, 상처 입히기만 하고.

────한순간이라도, 진심으로 '구원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죄 많은 자신을 아리스는 부끄러워했다.


「────돌아갈 수 없습니다」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으며, 아리스는 윙윙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내려다보아왔던 광경.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기억. 아리스와는 다른 인격에 기록된 저장 데이터. 푸른 눈으로 내려다본 이 손. 건강한 흰 피부일 텐데, 아리스에게는 붉게 물든 것처럼 보였다.

「아리스가 계속해서 모두의 곁에 있으면…… 모두는 그만큼, 상처를 입게 됩니다.」
「아리스 쨩! 그런 게 아냐! 그렇지 않아!」
「미도리 말이 맞아. 아리스 쨩. 우리는 그런 생각은 전혀…….」
「맞아! 우리는 아리스가 소중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니까────」
「미도리…… 유즈…… 하지만 정말로 아리스 때문에, 모두가 다쳤습니다……. 모모이도, 유우카도…… 네루 선배도…… 전부, 아리스 때문입니다.」

변명할 수 없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다. 아리스의 의사는 상관없다. 누가 뭐라고 하든, 아리스의 몸이 누군가를 상처 입힌 것은 순연한 진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손바닥에 남은 선명한 감촉이 이렇게나 역겹고 원망스러울 리가 없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기억. 아리스와는 다른 인격에 기록된 저장 데이터.


────무명의 수호자(추종자) 몇 기를 사용해, 모모이를 괴롭혔다. 칼날로 베고, 레이저로 태우고, 마지막은 자폭에 휘말리게 해 며칠간의 혼수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때의 감촉은 짙게 남아 있다. 아파하는 모모이의 얼굴이 망막에 새겨져 떠나지 않는다.


────무명의 수호자(추종자) 중 하나가 선생님의 목을 갈랐다. 마치 종이를 가위로 자르듯이, 그의 목의 피부를, 살을, 혈관을 스치듯 베어,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넣었다. 그때 느꼈던 생명의 감촉. 부드럽고, 따뜻하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을 만큼 부서지기 쉽고 약하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사람의 생명을 쉽게 빼앗을 수 있는 이 몸이 무서워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에리두에서 일어났던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보여지고 있었다.

모모이가, 미도리가, 유즈가 강대한 적을 상대로 필사적으로 맞서고, 희미한 승산만을 믿고 달려 나갔던 광경을.
우타하가, 히비키가, 코토리가 자신들이 개발한 것을 아낌없이 투하하고, 한계를 넘어서도 여전히 싸움을 계속했던 광경을.
치히로가, 코타마가, 하레가, 마키가 자신들보다 몇 수 위인 강자를 상대로 승부를 걸어, 그 끝에 가능성의 실을 꿰었던 광경을.
히마리가, 에이미가 단 하나의 승산을 만들기 위해 고립무원으로 싸우고 있던 광경을.
유우카가, 노아가, 코유키가 리오에 대한 명확한 반역임을 알면서도 아리스를 위해 싸워주었던 광경을.
네루가, 아스나가, 카린이, 아카네가 리오의 최강의 비장의 카드인 토키의 상대 역할을 맡아,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부수어 버렸던 광경을.
선생님이 자신의 생명을 불태워 버릴 듯한 기세로 달려 나아가, 단 한 명도 버리지 않겠다고 말하듯이 손을 뻗고 있던 광경도.


모든 것, 모든 것. 아리스를 위해 바쳐진 것.
아픔도 상처도, 슬픔도 아리스를 돕기 위해 수반된 것임을 알면 순순히 기뻐할 수는 없다.

아리스는 그런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들이밀어진 것은 소원과는 정반대의 현실뿐이어서, 이제 싫증이 날 지경.

그런 현실만 있는 이유도 분명히 알고 있다. 그것은.


「아리스는…… 용사가 아니라, 마왕이니까. 언젠가 세계를…… 키보토스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마왕으로 태어났으니까……… 아리스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 있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마왕은…… 모두의 곁에 있으면 안 됩니다.」


곁에 있고 싶다. 옆에 있고 싶다. 체온을 알 수 있는 거리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거리까지 가까이 다가갔다간 분명 모두를 상처 입힐 것이다. 마치 고슴도치와 같다.

소중한 것을 부수고 싶지 않고, 상처 입히고 싶지도 않다.
우선해야 할 것은 자신이 아니라, 사랑하는 모두.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설령 그 안에 자신의 보금자리가 없더라도, 그 광경을 지킬 수 있다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아리스는, 키보토스가 좋습니다. 밀레니엄이 좋습니다. 모두가 정말 좋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아리스는 모두와 함께 퀘스트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상처 입을 바엔…… 차라리……」


사라질 듯한, 떨리는 목소리. 그 음계와 함께 눈물 한 방울이, 큰 눈에서 흘러내린다. 슬픔과, 후회와, 아픔과, 사랑과. 아리스의 감정이 뒤섞여 녹아내린, 감정의 윤곽. 그것은 차가운 바닥에 작은 흔적을 남겼다.


「아리스는 이대로 사라지는 게 맞습니다.」


아리스의 말은, 모두 스스로에게 칼을 겨누는 것과 같은 아픔을 동반하고 있었다. 마음의 연약한 부분에 억지로 메스를 대고, 강제로 절개하는 것과 같은 잔혹성. 게다가, 그 칼날은 자기 자신에게만 향하고 있어, 자해 행위일 뿐이다.

울면서, 슬퍼하면서. 고의적으로 왜곡된 현실을 보여지고,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라고 믿어버리고, 믿게 만들어져,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결별의 말이 입을 뚫고 나온다.

그런 아리스의 모습을 보고────.


「<테일즈 사가 크로니클 2>는……!」

결국 모모이의 인내심의 끈이 끊어졌다.

「우리들이 함께 만든 게임은 특별상을 받았어!!!」


아리스의 멱살을 잡을 듯한 기세로 터져 나온 것은, 아리스 속에서 가장 빛나던 추억. 아무도 오지 않던 공장의 한 방, 세상이 끝날 때까지 혼자라고 믿었던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날부터 시작되는…… 아리스의 모험, 첫 페이지.

함께 게임을 하고, 밀레니엄에 편입시키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세미나, C&C(학교의 질서)에 싸움을 걸고…… 그리고, 넷이서 게임을 만들었다. 그 끝에 완성시킨 '테일즈 사가 크로니클 2'는 아리스에게 형태가 남아 있는 삶 그 자체.

앞으로 이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보다 더 애착이 가는 게임은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에게 이 게임은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했던, 이 게임의 전작에 해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키보토스의 멸망? 무슨 소리야? 아리스가 있는 것만으로 모두가 상처받아?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데?!」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향하고 있던 아리스. 그녀의 어깨를 양손으로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게 붙잡고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세워,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본다. 겨우 가까이서 본 그녀의 얼굴은 몹시 일그러져 있고, 슬픔에 잠겨 있어서…… 모모이는 무심코 어금니가 부서질 듯이 이를 악물었다.

그저, 오로지 분노한다. 아리스가 슬퍼해야만 하는 현실을 들이민 만악의 근원을. 그렇게 순수하고, 친구를 생각하며, 모두와 함께 지내고 싶었을 뿐인 아리스가 울어야만 하는 '지금'이 너무나도 미웠다.

이 현실을 만든 신이라고 하는 놈이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고, '아리스가 있는 것만으로 상처 입는다'고 말한 불경한 놈에게는 탄창 10개 정도는 쏴줘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 이 정도로 무언가에 대해 화를 낸 적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모모이는 화가 나 있었다. 물론, 모모이만이 아니다. 미도리도 유즈도 같은 마음이었다.

「아리스를 만나서…… 아리스를 만날 수 있어서…… 우리는 게임을 만들었고! 밀레니엄 프라이스에서 상을 받아서 동아리를 지켜냈어!」
「응, 맞아. 아리스 쨩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킬 수 있었어.」
「아리스 쨩이 있어줬기에, 우리는 함께 있을 수 있는 거야.」
「모모이……?」


아리스를 찾아, 밀레니엄에 편입시키고, 게임개발부에 입부시킨다. 그 일련의 행동에 조금도 사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그때의 게임개발부는 말 그대로 벼랑 끝. 성과도 없고 부원도 없어 폐부 카운트다운 단계.
그럴 때 발견한 것이, 어느 학교에도 동아리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아리스였다.

그녀를 게임개발부로 받아들이면 인원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으니 입부시키자…… 부의 존속과 자신의 사정밖에 생각하지 않는 삿된 마음으로 처음에는 그녀를 맞이했다.

────소중한 친구에게 숨기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모모이 일행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밀레니엄 프라이스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초의 사정을 아리스에게 밝혔다. 처음에는 아리스의 속마음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녀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웃으며.


『아리스는, 모모이들이 아리스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리스는 게임개발부에 와서, 모두와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후회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아리스는, 앞으로도 모두와 계속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받아들여 주었다. 소녀들의 사심도 사정도. 오히려 그 선택을 모모이 일행이 해줬기에, 아리스는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다고. 함께 있어서, 매일이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른다고.


그러니, 이번에는 세 사람의 차례다. 아리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다시 한번 그녀 앞에서 선서한다.
아아, 그렇다. 이미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외부인이나 아리스 자신이 이제 와서 뭐라고 하든, 이 결정은 뒤집히지 않는다.

마왕이든 용사든, 아리스는 아리스.
그것만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그녀들의 진실.

「동아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게임을 만들고, 함께 즐기고, 놀고! 그 무섭기만한 네루 선배와 게임을 같이 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아리스가 있어줬기 때문이야! 근데 아리스가 마왕이라니, 그렇게 태어났다느니. 그래서 사라져야 한다느니.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 건 절대로 용납 못해!」
「 ……왜, 왜, 인, 가요? 모두…… 왜……. 아리스는…… 마왕인데…… 아리스 때문에…… 다들 다쳤는데…… 왜, 다들…… 아리스를 무서워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그렇게……」


「왜냐하면! 아리스쨩은 우리에게 소중한 동료(친구)니까……!」


망설임 없는 목소리에 아리스의 눈동자가 수면처럼 흔들린다. 감정이 흔들리고, 한숨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리스의 눈꺼풀 안쪽을 통과하는 추억과, 그것에 수반되었던 따뜻한 온도. 아리스의 마음의 의지처. 너무 즐거워서 울었던 그날의 확실한 추억이 되살아나 아리스의 입에서 미련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그녀는 피를 삼키듯이 꾹 참았다.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버렸다. 말할 자격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친구. 동료.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말해주는 것은 기쁘지만────아니, 그렇기에, 떠나야만 한다. 이 손에 남은 감촉을 이 이상 짙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떠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으면 상처 입히게 된다. 그것만은 싫다. 그러니, 이 말을 목소리로 전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아리스의 입에서는 숨만 새어 나올 뿐. 마치 성대가 얼어붙은 것처럼. 아리스의 입이, 목소리가 의지를 가진 것처럼 꾸며낸 본심을 말하고 싶지 않다고 외치고 있다.

「예전에…… 아리스 쨩이 말해준 적이 있었지? 파이널 판타지아, 드래곤 테스트, 테일즈 오브 페이트, 용기전송, 영웅신화, 아이즈 이터널…… 그리고 테일즈 사가 크로니클…… 그 어떤 게임에서도 주인공들은……. 결코, 동료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아리스 쨩은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켜줬으니까, 이번에는 우리 차례. 아리스 쨩의 보금자리를 우리가 지켜줄게.」
「설사 아리스가 마왕이라고 해도 그건 아무래도 좋아……! 그런 건 단순한 <직업>에 불과해! 원래부터 자기가 누구인지. 그건 자신이 정하는 법이야! 아리스는 그냥 되고 싶은 직업을 골라! 그걸로 전직하는 거야!」
「전사, 기사, 법사, 승려, 뭐든 좋아. 아리스 쨩. 물론 그런 직업들 말고도 당연히…….」
「그…… 용사도 있어.」

그렇게 말하며, 부실에서 보았던 미소와 전혀 다름없는 미소로 손을 내밀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세상은 아리스의 생존을 인정하지 못할 만큼 작지 않고, 아리스는 이 하늘 아래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다가와주고.

무심코 손을 잡을 뻔했다. 손을 잡고 싶어졌다. 이런 자신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러 명 상처 입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용서받아도 괜찮을까 생각했다.

줄곧 뒤를 향하고, 울고 있던 아리스의 마음이 아주 조금 내일을 향했다.


「아리스,는……」

힘없이 늘어진 아리스의 손은 모모이의 손끝에 닿으려 하다가────그 직전, 돌처럼 굳어진 듯 멈췄다. 손바닥에 남아 있는 피의 냄새와 살의 감촉, 생명의 감각이 강해져, 아리스를 묶는 사슬이 된다. 모모이 쪽으로 뻗은 손이 새빨갛게 물드는 광경을 환시하고, 문득 자신이 더러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 그런 손으로, 자신에게 이름을 선물해 준 사람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정말! 고집쟁이네, 아리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어!」

분명 갈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설마 직전에서 거부당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모모이는 얼굴을 알기 쉽게 찡그렸다. 마치 말 안 듣는 아이를 꾸짖는 어머니처럼.

그리고, 모모이는 지금까지 계속 뒤에서 상황을 조용히 관망하고 있던 선생님의 손을 이끌어 아리스 앞에 내밀었다.

「자, 선생님! 아리스에게 해줘야 할 말 있잖아!」
「────아아, 그렇네」


대부분의 일은 모모이가, 미도리가, 유즈가 말해주었다. 그러니 새삼 아리스에게 그의 입으로 말해야 할 것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그가 해야 할 일의 대부분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말을 듣는 것. 그녀가 계속 숨겨왔던 본심을 끄집어내고, 그 위에서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
물론, 그가 아리스에게 전해야 할 것도 있다. 목에 남은 상처 자국과, 그녀가 품고 있는 오해. 실타래처럼 얽힌 마음들을 조금씩 풀어 나가야 한다. 다시, 내일을 함께 걷기 위해서.

선생님은 아리스의 바로 가까이까지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췄다.

「────오랜만이네, 아리스」

「선, 생님」

선생님의 모습을 본 아리스의 표정이 기쁨으로 물든다. 그녀에게도 특별히 소중한 사람이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 계속 만날 수 없어서, 외로워서. 다시 함께 있고 싶어서. 하지만.

「죄송해요……」

동시에 얼굴을 들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특별했는데, 너무 좋아했는데, 다시 함께 있고 싶었는데…… 다름 아닌 자신의 손으로 그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어 버리고.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러니 더 이상, 자신(아리스)은 그의 곁에 갈 수 없다.

함께 있고 싶은 것은 틀림없는 아리스의 본심. 그럼에도…… 너무 좋아하기에, 자신의 손으로 상처 입는 그를 보고 싶지 않고, 애초에 그가 상처 입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눈물을 머금고 헤어지자. 이 손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멀어져, 본심을 죽이고. 그의 것을 잊고.


「아리스는 선생님을 상처 입혔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선생님과 함께 있을 수 없습니다. 분명 아리스는 또, 선생님을 상처 입힐 테니까요.」


목에 있는 흔적. 사라지지 않는 아픔. 아리스가 그를 상처 입힌 증거. 그 인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아리스도, Key도…… 물론, 선생님도. 아리스의 몸이 그를 죽일 뻔했다는 것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

────이 상처는 아리스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쉽다. 실제로, 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모든 것은 자신의 부족함이 초래한 결과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고, 책임 소재도 모두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짊어져야 할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그 본심을 전하면 된다. 의지를, 마음을 소리로 만드는 말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말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목소리를 사용해, 입을 통해 그녀에게 닿도록.

하지만, 과연 그녀는 그 말로 납득하고, 다시 한번 이 손을 잡아줄까. 죄를 죄로 여길 기회조차 빼앗겨 버리고, 그녀는 다시 한번 그날과 같은 미소를 지어줄까. 죄를 빼앗는다는 것은 용서를 빼앗는다는 것. 용서받을 기회조차 찬탈해 버린다면, 그녀의 슬픔이 갈 곳은 없어져 버린다.

슬픔도 눈물도 전혀 존엄하지 않다.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면 슬퍼할 필요는 없고, 눈물도 흘릴 필요가 없다면 흘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눈물도 슬픔도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하는 가치관은, 그것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계를 견뎌내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슬퍼할 자유나 눈물을 흘릴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슬프면 울어도 좋고, 화가 나면 화내도 좋다. 즐거우면 웃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러니.

「선생님, 부디 아리스를 잊어주세요. 아리스는 선생님에게 잊혀져도 괜찮……아요, 그러니……!」

떨리고, 눈물을 흘리고. 아무리 봐도 괜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을 위해 멀리 가려고 한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 본심과는 정반대의 것들뿐. 하지만,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상처 입히게 되니까 어쩔 수 없다.


「만나러 와주셔서 기뻤어요. 아리스는 계속, 선생님께 사과하고 싶었어요.」


계속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던 미련. 그를 상처 입힌 것을 사과하고 싶었다. 사과한다고 용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만족이라고 해도, 그래도 사과해야만 했다. 상처 입힌 것, 그의 호의를 망친 것, 말 안 듣는 나쁜 아이가 되어버린 것, 그 모든 것을.


「죄송해요, 선생님」



────이 목소리가 제대로 쥐어짜졌는지, 아리스는 알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인 시야에 비치는 옅은 회색의 무기질적인 땅은 물속처럼 흔들리고 있어서 윤곽조차 확실하지 않다. 울면서 말했으니 분명 목소리도 볼품없이 떨렸을 것이다. 어쩌면, 말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을 스스로 놓아버린 슬픔은 아리스의 가슴속을 날뛰었고, 그 격통이 오열과 눈물이 된다. 고개를 숙인 것도, 그의 모습을 이 이상 보게 되면 본심이 흘러나올 것 같아서. 그에게는 이 이상, 상처 입고 싶지 않다. 가능하다면 아리스가 반했던 그 미소를 계속 띄고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에게는 다툼이나 피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눈물과 오열로 자신의 세계를 닫은 아리스를 덮친 것은 꽤나 가벼운 충격. 등에서 느껴지는 팔의 감촉, 앞에서 전해지는 온도. 단단하고, 강하게, 하지만────눈물이 날 정도로 상냥해서. 콧구멍을 간지럽힌 것은 기억 깊은 곳에 새겨진 그의 향기.


「────괜찮아」
「선, 생님……?」

목소리는 귓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모든 것을 녹이고, 용서하고,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 고막 옆에서 고양이가 뒤척이는 것 같은 간지러움은 그의 숨결에 의한 것이다.

안겼다,고 아리스는 어딘가 남의 일처럼 느꼈다. 앞에서 그녀의 몸을 완전히 덮듯이, 품 안에서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포옹은 그녀의 차가워진 온도에 확실히 열을 밝혔다.

딱히, 그에게 안긴 것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아리스는 몇 번이나 그와의 접촉을 원했고, 그때마다 그는 '어쩔 수 없네'라며 부드럽게 떼를 받아들이고,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포옹을 반복했다.
아리스는 그와 접촉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온도, 감촉, 향기, 고동, 호흡. 그것들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생명이 아리스의 바로 옆에 있고, 함께 시간을 걷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그래서 그와 접촉할 수 없어서 외로웠고, 지금 이렇게 다시 안겨서 기쁘고. 아리스는 갈 곳 없이 늘어진 팔을 그의 등에 두르려고 하지만, 마치 유리 세공품을 만지는 것처럼 손은 떨려 버리고. 그것을 등 너머로 느낀 그는 더욱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그것에 이끌린 아리스는 조심스럽게 그의 등에 손을 대고……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도에 눈물 흘렸다.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었고, 만지면 부서뜨릴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의 몸. 그럼에도, 아리스의 생각과는 반대로 그의 몸은 만져져도 여전히, 생명의 고동을 계속 울리고 있다. '봐, 부서지지 않잖아?'라고, 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용서할게. 다른 누구도 규탄해도, 나만은 아리스를 계속 용서할게. 그러니, 내 곁에서 다시 한번 그 미소를 보여줬으면 좋겠어. 네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만, 아리스는 마왕이고…… 모두를, 선생님을……!」
「내가 소중한 것은 아리스야. 마왕이든 용사든, 뭐든지 좋아. 아리스가 되고 싶은 자신을 선택하면 되니까, 말이야.」


아리스가 무엇이든,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세계를 종언으로 몰아넣는 존재로 태어나든, 세계를 구원하는 존재로 태어나든, 그런 것에 의해 아리스가 걷는 길이 강요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리스는 아리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면 된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 선택을 방해하게 두지 않겠다.
아리스는 생각하는 대로 살아도 좋다. 생각하는 자신이 되어도 좋은 것이다.

게다가, 그런 짊어진 역할에 의해 아리스에게 향한 감정이 변화할 리가 없다.
아리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모모이 일행과 맺은 우정에 흔들림은 없고, 선생님의 학생이라는 사실도 뒤집히지 않는다.
아리스의 속성 하나로, 지금까지의 시간의 무게가 사라질 리가 없을 것이다.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모든 아리스. 어떤 아리스도 똑같이 소중히 여기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


「세상이 너의 죽음을 바란다면, 세상의 전부를 적으로 돌려서라도 내가 너의 생존을 외칠게. 네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 눈물이 멈출 때까지 손을 계속 잡을게. 나의 생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네 곁에 있을게. 그러니,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숨을 멈추고 싶다고 생각하지 마」


────만약, 정말로 세상이 아리스의 생존을 인정하지 않고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한다면. 그는 정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지키고 싶었던 모든 것에 등을 돌리고서라도 아리스의 편이 될 것이다. 아리스를 위해 그는 일절의 망설임 없이, 긍지 높게 세상의 적이 된다. 그 끝에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그는 아리스를 위한 선생님으로 계속 있었음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리스가 살기 위해서라면, 문자 그대로 모든 것과 싸울 생각이다.
마지못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 만큼, 그의 말은 무거웠다. 꾸밈도 거짓도 존재하지 않는, 그의 말은 틀림없는 진실.

그러니, 다음도 그럴 것이다. 아리스가 울고 있다면 계속 손을 잡아주는 것도, 아리스 곁에 계속 있어주는 것도. 아리스의 근심 없는 미소야말로 최대의 보상이라고 말하듯이, 그는 아리스에게 계속 다가갈 생각이다. 그녀가 혼자서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그녀가 본심을 죽이지 않도록. 그녀가 내일을 바라고, 모두와 웃어주도록.

「부디 잊지 말아줬으면 해. 아리스는 모두에게 축복받아 여기에 있어. 아리스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어. 아리스의 생명은 계속, 소중히 여겨지고 있어. 그러니, 함께 돌아갈까? 모두와 함께…… 네가 만든 소중한 장소로」

그는 포옹을 풀고, 마치 공주에게 손을 뻗듯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내민다. 부디, 이 손을 잡아줬으면 한다. 부디, 생각하는 대로 살아줬으면 한다. 그러니, 부디────이 손에서 조금이라도, 빛을 봐줬으면 한다. 네가 바란 미래를 함께 엮어갔으면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선생님은……」
「────응」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기다린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아리스를, 미워하지 않는 건가요?」
「물론. 오히려, 왜 미워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야.」
「아리스가, 무섭지 않은 건가요?」
「전혀. 아리스는 나의 귀여운 학생이야.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선생님에게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진실.
아리스에게는 듣고 싶어 참을 수 없었던 의문.
그것을 말로 하고, 목소리로 내어, 하나씩 풀어간다.

하나씩 풀 때마다, 목소리로 낼 때마다 아리스의 표정이 밝아진다. 본심이 강하게 고동친다. 꾸며낸 거짓이 벗겨지고, 계속 억눌러왔던 소원이 드러난다.

「그, 그럼……」

그리고, 마지막────아리스가 가장 듣고 싶었던, 부정해 주기를 바랐던 의문에 도달했다.

「아리스를…… 싫어하진, 않, 나요?」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아리스를 싫어하지 않아」


곧게 아리스를 보는 눈에는 한 방울의 거짓도 그늘도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은 모두 진실, 틀림없는 진심임을 웅변하고 있다.


「아리스는 언제까지나 나의 소중하고…… 가장 사랑하는 학생이야」


쐐기를 박듯이 터져 나온 그 말은 아리스 내면의 어둠을 쓸어버리기에 충분하고도 넘치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 아리스의 본심을 들려줬으면 해. 아리스는 어떻게 하고 싶어?」


네가 하고 싶은 일. 바랐던 일.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었던 일. 시시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정말 무엇이든 좋다. 그러니 부디, 아리스의 거짓 없는 진정한 본심을 들려줬으면 한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다.


「아리스는…… 마왕인데……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일, 텐데. 그런데도……」

게임을 플레이하고, 용사가 되고 싶다고 바라고. 용사가 되기 위해 나날의 퀘스트를 수행하고,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어느 날, 많은 사람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두 명이나 상처 입히고. 세상을 멸망시킬 마왕이라고 불리고. 더 이상 소중한 것들을 부숴버리고 싶지 않기에 끝을 택했다. 사랑했던 장소를 지키기 위해, 사랑했던 장소에서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놓쳐버릴 테니까. 더 많은 것을 부숴버릴 테니까.

모모이를 상처 입힌 것은 자신(아리스)이다. 선생님을 상처 입힌 것도 마찬가지로 자신(아리스). 두 사람 외에도 많은 사람을 상처 입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며, 사과하고 끝날 문제도 아니다. 많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 선생님을 죽일 뻔한 죄는 그 정도로 속죄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귓가에 울리는 비명의 잔재. 손바닥에 남아 있는 움켜쥔 꽃. 이 얼마나 죄 많은가.

많은 것을 상처 입혔다. 많은 것을 부쉈다. 소중하다고 외치면서, 소중한 것을 이 손에 걸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아리스)이라도.


「……그렇더라도……… 아리스는…… 그래도 되는 겁니까?」

겨우, 그녀는 억눌러왔던 진정한 소원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모험을, 모두와 함께…… 퀘스트를 계속해도(살아도), 괜찮은가요?」


그녀들이, 이런 자신(아리스)이라도……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준다면. 많은 것을 상처 입히고, 부순 자신(아리스)을 받아들여 준다면. 옆에서, 속죄의 기회를 준다면.

아니, 그런 것은 그저 변명이다. 아리스 안에 있는 것은 더 근원적이고, 단순한…… 단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감정. 그 감정을, 소원을, 겨우 그녀는 입에 담을 수 있었다.


「이런 아리스라도……? 정말……?」
「응, 물론」
「그렇다면 ……도 ……이 하고 싶습니다…… 아리스도! 용사가 되어……! 모두와…… 모모이와 미도리, 유즈. 그리고 선생님과 모험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마왕인…… 아리스가 그래도 된다면……!」


그 말과 함께 아리스는 자신의 의지로 얼굴을 들었다. 모모이에게 이끌리지도, 선생님에게 지탱되지도 않고. 자신의 미래와 과거…… 지금까지 짓눌려 있기만 했던 그것들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그녀는 소중한 사람들을 시야에 담는다. 네 사람의 모습은 몇 번이나 보았던 예전의 모습, 그대로. 겨우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고, 아리스 안에 따뜻한 마음이 생겨났다.

줄곧 들리지 않는 척했던 내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두운 방에서 틀어박혀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그저 한 장의 그림과 같은 세계를 계속 보고 있었기에 내일로 나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이 몸에 추억과 함께 새겨진…… 소중한 사람들에게 배웠던 '삶의 방식'은 잊을 리가 없었다.
아리스의 추억은, 계속 그녀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 자신이,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


살아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곁에 있겠다고 말해주었다.
더 이상 고독한 밤을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그녀들은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그 용서를 가슴에 품고. 죄를 안고 있으면서, 조금씩 속죄하고.
하지만, 결코 뒤돌아서지 않고 내일을 생각하며 살아가자.

모두와 함께, 저 푸른 하늘의 저편을 보고 싶다.
살고 싶다.

그 소원을 그녀들은 미소를 띠며 긍정한다.


「응! 아리스가 하고 싶다면 그걸로 충분해!」
「마왕도 용사가 될 수 있어.」
「오히려, 요즘은 그런 틀을 벗어난 이야기가 히트하고 있으니까!」
「만약…… 그런 게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차기작으로 만들면 돼…….」
「여기 모인 우리 네 명은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게임개발부니까!」



아리스와의 만남의 장소. 아리스의 모험이 시작된 장소. 거기서 다시 한번 스타트를 끊자. 끝없는, 끝이 있는 여정을 걷기 위해서. 하지만, 여기서 스타트를 끊는 것은 아리스의 모험만이 아니다. 게임개발부도 여기서 재시작을 하는 것이다. 아리스와 같은 속도로 걷기 위해서.

「그러면…… 아리스는, 용사가 되고 싶습니다」
「응, 용사가 되어도 돼」

그 소원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는 이 하늘 아래, 어디든 갈 수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러니 그 기도도 분명 이루어질 것이다.

아리스는 분명, 용사가 될 수 있다.


「아리스는…… 아리스가 되고 싶습니다……!」

아리스는 분명, 자신이 바라는 자신(아리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되고 싶은 존재는, 너 자신이 결정해도 돼────아리스」

별이 떨어지는 것 같은 미소와 함께 내밀어진 그의 손. 그것을 겨우, 아리스는 잡을 수 있었다.



작가의 말 : 올해 마지막 투고입니다. 다음 투고는 아마 24/1/5 18:00가 될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 좋은 한 해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화 : https://qjsdur00.tistory.com/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