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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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 활동 비망록
# 거울을 찾아서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베리타스 부실. 엄청난 양의 PC와 태블릿, 서버, 데이터베이스로 이루어진 해커들의 아지트. 코를 톡 쏘는 달콤한 향은 에너지 드링크 냄새고, 쓰레기통과 책상 위에는 빈 캔들이 쌓여 있었다.
게임개발부 소녀는 이런 곳에 와 있었다. 이유는 물론, 지난번에 입수한 G.Bible 관련 건이다.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는 소리가 조용한 부실에 울려 퍼지고, 일이 끝나기를 학수고대하는 소녀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캐스터 달린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고개를 들자 은발의 소녀… 오마가리 하레가 태블릿을 한 손에 든 채 이쪽을 바라봤다.
「전에 요청했던 ‘데이터’에 관련된 사항, 결과가 나왔어.」
「드, 드디어…….」
「두근두근…」
「…알겠지만 우리 베리타스는, 키보토스 최고의 해커집단임을 자부하고 있어. 때문에 시스템이나 데이터 복구 쪽으로 다양한 문의를 받았고, 수없이 해결해왔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그리고 하레는 소녀들… 아니, 특정 한 명에게 잔혹한 현실을 고한다.
「모모이, 네 게임 세이브 데이터를 살리는 건 불가능해.」
「끄아앙! 안돼에에에!」
모모이는 세상 모든 것에 절망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손님용 소파에 드러누워 좌절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게임 세이브 데이터 복구가 어렵다는 사실쯤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한 줌의 희망에 매달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그 세이브 데이터에는 시간을 쏟아부었고 추억을 키워왔던 것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이렇게 현실을 마주하자 마음에 큰 충격이 찾아왔다.
「유감, 제거」──── 그 비웃는 듯한 기계음이 다시 한번 들린 것 같았지만, 분명 환청일 것이다. 모모이는 분명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본론은 그것이 아니다.
「대체 뭘 요청한 거야! G.Bible에 대한 암호를 트래킹 해달라고 부탁하려 했잖아!」
「그거라면 마키가 작업 중입니다.」
의자를 돌려 이쪽을 보며 그렇게 말한 것은 역시 베리타스의 소녀, 오토세 코타마. 그녀는 게임개발부 멤버들을 둘러보며… 거기에 선생님의 모습이 없는 것을 깨닫고 남몰래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새로운 음성 데이터를 도청(받아)하려고 했는데'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마키 쨩이?」
「요! 미도! 좋은 아침이야.」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작업 공간에서 나온 것은 그 소녀, 코누리 마키.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이 특징적인, 그래피티를 좋아하는 쾌활한 소녀다. 미도리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 그녀는 게임개발부 아이들과 같은 1학년이고, 부의 경계를 넘어 교류하고 있다. 물론, 사이도 좋다.
「흑흑. 내 세이브 데이터가…… 후에에엥!」
「으잉? 모모는 왜 이러고 있어?」
「신경 쓰지 마. 그보다, G.Bible에 대한 결과가 듣고 싶어.」
「분석은 끝났어. 저건 그 전설의 게임개발자가 만들었다는 갓겜 메뉴얼…… G.Bible이 분명해.」
「여, 역시!」
그 표정을 환희로 가득 물들이며, 미도리는 일어선다. G.Bible 입수는 힘들었다. 오토마타에게 쫓기고 총격을 당하는 반복. 여러 번 위험한 일을 겪었지만, 그 고생에 걸맞은 성과는 제대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언니의 세이브 데이터는 소중한 희생이 되었지만…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다. 아마도.
「파일 생성 시기, 마지막으로 발송된 시간, 파일의 형식, 그리고 작업자는 너희가 말했던 전설의 게임개발자의 IP와 일치하며, 무엇보다 저 데이터의 복사 횟수는 단 한 번뿐이야.」
「그, 그렇다면……!」
「그래. G.Bible의 원본이겠지.」
「괴, 굉장해!!」
곧바로 그 내용을 확인하려고 일어선 미도리에게 마키는 「하지만」이라고 말을 이었다.
「아직 파일의 암호를 완전히 해석하진 못한 상태야.」
「어? 그럼 열람이 불가능하잖아! 마키 실망이야!」
「우웃! 나, 나는 사실 크래커지 화이트 해커가 아니라고!」
정신적 대미지에서 회복한 모모이의 지적에 마키는 겸연쩍은 듯 고개를 돌렸다. 전혀 떳떳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배신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지만… 사람에게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다. 그녀 자신이 말했듯이 마키의 전문 분야는 크래킹. 엄중하게 걸린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니까.
「어쨌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오호?」
「해당 파일의 암호를 직접 해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하지만 보안 파일을 제외한 채 복제하는 건 가능하지.」
────뭐, 히마리 선배라면 그 보안 암호도 해제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키는 손에 든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기 위해서는 Optimus Mirror System, 통칭 ‘거울’이라 불리는, 툴이 필요해.」
「저, 전혀 못 알아듣겠는데.」
「그러니까…… G.Bible을 얻기 위해선 프로그램 ‘거울’이 필요하다야? 그게 어디 있는데?」
미도리가 어느 정도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자, 모모이를 포함한 세 명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키도 「바로 그거!」라며 그녀의 요약에 박수를 쳐주었다.
「그럼 그 '거울'은 어디 있어?」
「우리 베리타스에 있었지…….」
「오오 그렇다면 지금 바로! 응? 잠깐? 과거형?!」
「……그래. 이젠 없어. 하하하! 젠장! 학생회가 압수해 갔다고!」
마키는 입을 삐죽이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떠오르는 것은 지난번 손님… 세미나 회계 담당 하야세 유우카.
그녀는 갑자기 베리타스 부실에 들이닥쳐 「불법 용도 기기 소지는 금지」라고만 말하고 프로그램을 회수해 갔다. 물론, 거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른 불법적인 것… 코타마의 도청기도 압수품으로 그녀가 가져가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거울 프로그램은 이제 세미나 관할 하에 놓여 있다.
「…‘거울’이 그 도청 장치마냥 위험한 프로그램인 거야?」
「그럴리 없잖아. 단지 암호화된 시스템을 뚫는데 최적화된 툴일 뿐이야.」
하레는 「하지만…」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 부장이 직접 제작한, 전 세계에 유일한 해킹툴이기도 해.」
「히마리…?」
그 의문부호에 미도리는 「아리스는 아직 만난 적 없지?」라고 말하며.
「베리타스의 부장 선배야.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누구도 그녀를 동정하거나 얕보지 않아. 천재랄까. 밀레니엄 역사상 단 세 명 밖에 받지 못한 학위인 ‘전지’의 소유자라 해.」
「헤에. 그거 대단…… 한 건 상관없어! 그 천재님의 장비를 어쩌다 빼앗긴 거야.」
「그저 선생님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 어떠한 불순한 의도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아니…… 난 불순한 의도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선생님의 스마트폰은 보물이다. 여러 학생들과 인연을 맺고 대화를 나누는 그. 그 안에는 분명, 단 한 사람을 위해 쓰인 소중한 것도 있을 것이다. 코타마는 그저 그걸 조금 보거나 듣고 싶었을 뿐인데… 모모이와 미도리는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암호 해제 도구 같은 억지스러운 방법을 쓰지 않아도 그에게 직접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여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그가 순순히 보여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십중팔구 '안 돼'라고 상냥하게 거절당할 것은 눈에 훤하다. 그는 학생들의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반드시 지킬 테니까.
「흐와아앙! 빨리 거울을 되찾지 못하면 난 부장에게 혼날 거야!!」
「어쨌든…… 정리하자면, 우리도 ‘거울’을 되찾고 싶어. 그리고 너희도 필요할 텐데? G.Bible의 암호를 풀기 위해서라면?」
머리를 감싸 쥐는 마키와 곁눈질로 이쪽을 보는 하레.
세미나에 압수된 히마리가 제작한 암호 해제 도구. 베리타스에게도 귀중한 물건이라 되찾고 싶지만, 세미나와 설전을 벌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실력 행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또한 넘어야 할 벽이 높다.
그런 반복되는 고민 속에, 그 도구를 사용하고 싶다고 나서는 동아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이 게임개발부였다. 그녀들 또한 폐부를 면하기 위해 어떻게든 G.Bible의 내부 데이터가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베리타스와 게임개발부의 이해관계는 일치했다.
「오호…… 직접 불러서 혹시나 했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네.」
「후후, 역시 모모. 이야기가 통해.」
「헤헷. 출발지는 다르더라도 목적지가 같다면, 여행자들은 동반자가 될 수도 있는 법이지.」
「같은 레이드에 입장한 그 순간부터, 우리는 파티원입니다.」
의욕 넘치는 모모이와 아리스에게 마키는 「살았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런 소녀들을 보며 미도리는 「설마…」하며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언니! 베리타스와 손잡고 학생회에 쳐들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그 질문을 부정하는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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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와 유즈는 습격을 망설였지만, 모모이의 헌신적인 설득 덕분에 겨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 이상 유효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비밀번호를 무차별 대입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고, 일정 횟수 실패하면 데이터 전체 삭제… 같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면 손도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게임개발부의 방침도 '세미나가 압수한 거울을 탈취한다'는 방향으로 굳어졌는데…
「문제?」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세미나를 습격하는 데 있어 피할 수 없는 이벤트이자… 최대의 벽이.
「사실 ‘거울’이 보관된 학생회의 ‘압류품 보관소’를 지키고 있는 게 바로…… 메이드부거든.」
「……어? 메이드부라면……?」
「아하. C&C 말하는 거지? 밀레니엄의 무력집단, 메이드복을 입고 대상을 ‘청소’해버리는…….」
메이드부, 혹은 C&C. 밀레니엄 최고의 무투파 집단. 메이드복을 입고 우아한 몸놀림으로 적을 '청소'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 메이드부.
그런 집단이 거울이 보관된 곳을 지키고 있다.
「맞아 맞아~ 대단히 사소한 문제지~」
「응~ 그렇네~ 아~주~ 사소하네~ 너무 사소하니…….」
모모이는 문득 일어서서, 오른손 검지로 베리타스에서 나가는 문을 가리켰다.
「포기다!!! 게임개발부 뒤로 돌아 전진!」
「아앗!! 왜! 대체 왜 포기하는 거야?! 모모! G.Bible이 갖고 싶은거 아니었어?!」
「갖고 싶어. 하지만 G.Bible이 갖고 싶다고 메이드부랑 싸우라고?! 장난하냐! 차라리 달리는 열차나 불타는 화산에 뛰어드는 게 더 안전하겠다!」
그 정도로, 비현실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오토마타나 드론이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세미나 멤버 4명을 상대하는 것도, 다소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C&C는 무리다.
그 집단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비전이 떠오르지 않는다.
승률 따위는 나유타 저편에 있을 것이다.
「하,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나는 부장에게 혼나…… 는 게 문제가 아니라! 너희 게임개발부도 끝장난다구! 폐부란 말야!」
「폐부…… 싫어.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달라. C&C의 ‘봉사’에 괴멸된 과격 단체나 무장 서클은 셀 수도 없지. 왠지 알아?」
「……존재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청소되어버렸으니까.」
그녀들이 일을 마친 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마치 태초(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 솜씨로 수많은 과격 단체나 무장 서클, 불법 서클이 궤멸당했고, 그 모든 것이 병원과 교정국으로 보내졌다.
「그래! 아무리 부가 소중해도, 미도리와 아리스만큼은 아니야! 너무 위험해!」
「위험? 청소? 오해야! 우리가 무슨 게헨나 선도부나 트리니티 정의실현부도 아닌데 뭐하러 메이드부랑 싸우겠어. 우리 목표는 ‘메이드부를 박살 낸다’가 아니라 압류품 보관소에서 ‘거울’을 챙겨온다라구~」
「그게 그거잖아!」
「────근거 없는 말은 아니야.」
확실히, 메이드부는 강하다. 밀레니엄 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최강이라 해도 무적은 아니다. 힘든 싸움이 될 것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손쓸 방법 자체는 남아 있다.
그 이유는.
「제가 도청한 바에 의하면…… 현재 메이드부는, 완전한 상태가 아니에요.」
「어?」
그래────현재 메이드부는 한시적으로 완전한 멤버가 아니다. 그 틈을 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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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바뀌어,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옥상. 특별한 권한을 가진 자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에 두 그림자가 서 있었다. 한 명은 슈트 같은 교복 위에 재킷을 걸친 유우카, 다른 한 명은 고전적인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메이드복 치마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천 안쪽에 숨겨진 폭탄이 금속 소리를 냈다.
「바로 그 설마야.」
문을 등지고 유우카는 말한다. 그 표정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흐음. 믿기 어렵네요. 밀레니엄 게임개발부에 대해서라면, 저도 알고 있어요. 귀여운 느낌이었는데. 그런 아이들이 밀레니엄의 학생회에 쳐들어온다고요?」
「순수한 애들이지. 하지만 그렇기에, 터무니없는 장난을 저지르기도 해. 그리고 이번에는 베리타스도 엮여 있어.」
「베리타스? 아 그 해킹에 특화된 크래커 집단 말이군요.」
「맞아. 소중한 것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집단은 서로 닮았어.」
그렇다────유우카는 게임개발부의 다음 행동을 완벽하게 읽고 있었다. 헛되이 그녀들의 보호자 대리를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모모이나 미도리의 사고방식은 거의 100%의 정확도로 예측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베리타스 부장… 히마리로부터 정보를 받았다. 이렇게까지 준비해 주었는데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선수를 친다. 난동을 부릴 생각이라면 이쪽도 쓸 수 있는 최강의 패를 꺼낼 뿐.
「그렇군요. 뭐, 의뢰인 이상 그것을 받는 것이 저희의 일이지만……」
세미나 직속 에이전트 집단… Cleaning&Clearing의 콜사인 03을 맡은 무로카사 아카네는 안경을 고쳐 쓰고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사소한 문제가 한 가지 있어요.」
「문제?」
「지금 C&C는 부장이 부재중입니다.」
「네, 네루 선배가 지금 없다고?!」
C&C의 부장, 미카모 네루의 부재.
그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점이었다.
'사소한'이라는 말로는 넘어갈 수 없을 정도의.
메이드부 C&C가 밀레니엄 최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훌륭한 숙련도를 가진 에이전트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네루다. 밀레니엄 최강의 이름을 좌지우지하는 그녀는 키보토스라는 큰 틀에서 보아도 최강 클래스에 위치한다. 특히 승리에 대한 집념은 눈부신 것이 있으며, 중단거리 전투 능력은 트리니티의 츠루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그녀가 가진 콜사인 00(더블오)은 승리를 의미한다고 불릴 정도다.
「그래요. 밀레니엄 외곽 쪽에 개인적인 용무가 있는 모양이에요.」
아카네는 「하지만」이라며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엄밀히 말하면 우리 부장은, 지키는 것보다는 ‘부수는 쪽’에 특화된 사람이니까. 부장과 함께 있을 때 C&C가 가장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키는 것만이라면…… 우리만 있는 게 더 나을 수 있어요. 의뢰, 수락하겠습니다.」
아카네는 긴 치마를 쥐고 우아한 몸짓으로 고용주인 유우카에게 고개를 숙였다.
「게임개발부가 약속한 기한까지, 학생회 압류품 보관소에 접근할 일은 없을 겁니다.」
▼
C&C의 리더, 밀레니엄 최강의 네루… 그녀의 부재. 그것은 분명 게임개발부 아이들이 한 줄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정보였다. 어차피 네루가 건재하다면 승률은 거의 0이다. 그녀와 정면으로 맞서서 진심으로 이기려고 한다면, 최소한 키보토스 최정예 중의 최정예가 전력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없다면 작전 성공 확률은 치솟겠지만… 그래도 나유타 저편에 있던 승률이 조금 가까워진 정도. 승산이 있다고 단언할 정도는 아니었다.
확실히 네루는 강하다. 밀레니엄 최강이자 키보토스 최강 클래스.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C&C의 엄청난 강함은 그녀의 존재가 큰 요인이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C&C가 약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C&C의 4명 전원이 뛰어난 에이전트다. 네루 외 3명도 다른 전투 집단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다. 네루가 없으니 안심… 같은 안일한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네루의 부재를 틈타 작전을 결행하려는 베리타스의 생각에 모모이는 좀처럼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정면승부를 피하고…… 거울만 뺏은 뒤 도망친다라…….」
확실히 이치에 맞다. 이쪽의 승리 조건은 거울 탈취이지, C&C 격퇴가 아니다. 그러므로 정면 전투는 가능한 한 피하고 은밀하게 압수품 보관소까지 가면 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쪽만의 이야기다.
C&C의 임무는 압수품 보관소 방어. 게임개발부나 베리타스로부터 그 방을 지켜내면 승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멤버 전원을 기절시키거나 병원으로 보내버린다면, 적어도 압수품 보관소에 발을 들일 일은 없을 테니까.
말할 것도 없이 모모이에게 게임개발부의 존속은 최우선 사항이다. 하지만 미도리나 유즈, 아리스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C&C와 대립한다는 것은 그녀들이 위험한 일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모모이는 싫었다.
「으음…」
신음하며 머리를 굴렸다.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전략을 짜는 듯한 감각.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다른 방안이나 타개책은 나오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때, 같은 생각에 잠겨 있던 미도리가 갑자기 일어섰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강한 결의가 타올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의 그대로.
「────해보자, 언니.」
「뭐?! 하지만 네루 선배가 없다고 메이드부가 만만한 상대는 아니잖아! 」
「알아. 하지만…… 이대로 폐부 당할 순 없어.」
이대로라면 폐부될 현실. C&C에 이길 가망이 없다는 현실. 그 두 가지를 똑바로 마주한 미도리는 한 발짝 나아가기로 선택했다.
확실히,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하는 것은 두렵다. 하지만 그래도──── 모두와 함께라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낡아 빠지고, 좁고, 비가 새는 그런 부실이지만…… 그저 게임만 하던 우리의 도피처는…… 모두와 함께 하는, 너무 소중한 공간이 되었어. 메이드부와 싸우는 것만이 길이 아니라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해. 아니, 설령 그렇다 해도……! 위험하다고 해도! 지키고 싶어. 아리스 쨩을 위해서, 유즈 쨩을 위해서, 아니 우리 모두를 위해서.」
「미도리…」
────게임개발부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안식처니까.
그리고 그런 미도리에게 호응하듯 아리스 또한 일어나 한 걸음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할 수 있습니다. 전설의 용자도,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마왕을 물리쳤습니다. 저는 약 45종의 RPG 게임을 하며…… 용사들이 마왕을 물리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 가장 강력한 힘……? 레벨업이나 장비 강화를 말하는 건 아니지?」
「도청인가요?」
「EMP 쇼크?!」
「아, 아니요…」
그런 눈에 보이는 명확한 힘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상대를 해치기는커녕, 만지는 것조차 불가능한 개념 같은 것. 보이지 않고, 이해하기 어렵고, 부드럽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하는… 아리스가 가장 처음 알게 된, 소중한 것.
「함께 하는, 동료입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누군가. 1초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을 걸어갈 수 있는 동료가, 그곳에 싹튼 유대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아리스는 생각한다. 자신만이 강해서 무엇이 되겠는가. 고독을 걸어도 허무할 뿐이다. 이 하늘 아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슬프다.
그러므로 아리스는 생각한다.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강함이야말로 용사의 조건이라고.
그래────가장 처음으로 만진 타인의 따뜻함은, 지금도 이 가슴속에 남아 있다.
「아리스… 응, 그렇구나. 확실히, 그래.」
미도리의 한 발짝. 아리스의 결의. 그것들을 받아들인 모모이는 마지막으로 부장인 유즈를 보더니────그녀는 천천히, 하지만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모모이는 숨을 내쉬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좋아. 학생회에 잠입해서! ‘거울’을 탈환한다!」
게임개발부, 총 4명이 세미나 습격에 동의했다.
「하레 선배! 뭔가 계획은 있는 거지?」
「물론이야. 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해. 도청이나 EMP 쇼크…… 그리고…… 역시 ‘동료’일까나.」
게임개발부, 베리타스에 더해 새로운 동료가 합류한다. 파티 멤버 신규 가입이라는 게임이라면 흥분될 이벤트에 아리스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대체 어떤 동료가 합류할까. 어떤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그런 기대감 넘치는 눈빛.
「으음. 우리랑은 별로 친하지 않으니…… 부탁해야겠네.」
「부탁? 누구한테?」
「키보토스에서 지금 대활약 중인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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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파악했어. 그래서 나에게 온 거로군.」
샬레 오피스. 선생님은 평소 복장으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음료를 내리고 있었다. 베리타스 세 명은 커피, 게임개발부 네 명은 커피를 마시지 못하므로 주스다.
「응. 그래서, 선생님…」
「아아, 괜찮아.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그러니 너희는 마음 가는 대로 해.」
살짝 웃는 그. 그 얼굴에는 어떤 그늘도 없었다. 일이 커지면 주저 없이 그는 자신의 몸을 던질 것이다.
────선생님으로서의 입장은 그녀들의 안건에 공개적으로 찬성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을 한다면, 샬레라는 조직이 세미나를 경시하거나 적대시한다고 여겨질 테니까.
애초에 이번에는 게임개발부 및 베리타스가 습격하는 쪽이고, 질서(규칙)를 파괴하는 쪽이다. 확실히 유우카의 압수는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필요한 승인이나 절차를 몇 가지 건너뛰었을지도 모른다. 그 일에 대해 그녀들이 분노하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며, 귀중한 도구니까 되찾고 싶어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리고 게임개발부. 그녀들에게도 이번 건은 사활 문제다. 이 작전이 성공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동아리의 미래가 크게 좌우된다. 작전의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를 찾아왔을 것이다.
선생으로서, 그 개인으로서도… 그 마음에 최대한 부응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녀들의 편을 드는 것은 유우카와 대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밀레니엄이나 세미나의 규칙에 따라, 비인가 동아리로부터 위험물을 회수했을 뿐인 그녀들과.
대립하는 두 항, 그들의 공통의 적이 될 수는 있어도, 아군이 될 수는 없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누군가를 버린다는 것.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세상의 진리다. 몇 번이고 이 몸으로 겪어온, 당연한 현실.
────아아,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그는 아무도 모르게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왜소함은 뼈저리게 알고 있다. 자신의 손의 작음은 미워할 만큼 알고 있다.
그러니 적어도 모든 책임은 지자. 그것이 선생님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일이니까. 그녀들이 근심 없이, 또 같은 테이블에서 웃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는 듯 그는 「자」 하고 짧게 말했다.
「나를 통해 만나고 싶은 학생은 누구지? 아비도스 아이들? 아니면 백귀야행 아이들일까?」
「그건────」
하레가 알려준 학생의 이름… 아니, 부활동의 이름을 들은 그는.
「그 아이들이라면 내 중재 같은 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하고 쓴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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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판단이야. 네 말대로, 그 방법은 우리가 아니면 실행하기 어렵겠네.」
장소는 바뀌어,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교내의 엔지니어부. 평소와 같은 교복 차림으로 기계 만지기에 열중하던 우타하는 갑작스러운 방문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더니────
「좋아. 협력할게.」
매우 쉽게 세미나 습격에 가담하려 하고 있었다. 그 결정 속도는 모모이가 「너무 가볍잖아!」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그리고 우타하 외의 멤버들… 히비키와 코토리도 마찬가지로, 게임개발부에 협력할 생각이었다.
「저, 정말이세요? 사실 엔지니어부는…… 이번 클럽 심사에서도 안전권일 텐데.」
「맞아.」
「그런데 어째서 메이드부와 싸운다는, 위험한 배에 같이 타주시는 거죠?」
「음 그야…….」
확실히 위험한 다리를 건너지 않아도 엔지니어부는 존속할 수 있다. 오히려 부의 존속만을 생각한다면 문전박대하거나 세미나에 넘기는 편이 훨씬 확실하다.
하지만 그런 합리적인 생각을 저버리고 게임개발부 편을 드는 이유는.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게다가 선생님이랑은! 우리도 더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나랑? 그건 기쁜데.」
「물론 그것도 있지만. 그리고…」
슬쩍, 우타하는 아리스 쪽을 본다. 그 의미심장한 시선에 아리스와 미도리는 의문을 품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내기보다 먼저 그녀는 시선을 거두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잘 부탁해.」
「아, 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게임개발부는 엔지니어부라는 강력한 동료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
「자! 그럼 멤버는 다 모인거지?」
「그래. 준비는 끝났어.」
하드웨어 특화의 엔지니어부, 소프트웨어 특화의 베리타스. 존재 자체가 반칙에 가까운 신산귀모의 선생님. 그 멤버에 더해 게임개발부. 지금 모을 수 있는 전력으로서는 이것이 최대치일 것이다.
내로라하는 인물들, 이 멤버들과 함께 세미나에게 한 방 먹이러 간다. 모모이는 전율인지, 아니면 긴장으로 몸이 굳어있다가… 그리고 생각난 듯이 「아」 하고 짧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작전은 언제 시작하는 거야?」
「…이미 시작되었어.」
모모이가 모르는 사이에, 싸움의 막은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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