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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 활동 비망록
# 세상의 색깔을 알다
「……전산처리 및 의사구현에 치명적인 오류 발생.」
「지, 진정해 아리스. 이번 페이즈만 넘어가면 대망의 클라이맥스야!」
「으으……!」
또다시 아리스의 뇌에 다이렉트 어택을 날린 '테일즈 사가 크로니클'. 그녀의 처리 시스템과 감정을 동시에 망가뜨린 게임의 개발자, 모모이는 격려의 말을 건넸고, 미도리는 바닥에 손을 짚고 고개를 떨구었다.
「방금 건 아무리 생각해도 ‘초식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식물인간’이라고 적은 건 문제가 있던 것 같아.」
미도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텍스트가 표시되는 화면이었다. 그녀가 언급하고 싶었던 장면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시나리오 담당인 언니에게 대고 소리쳤다.
「“아 미안해요. 나는 식물인간이라서 여성분에게 말 거는 게 쉽지 않네요.” 라는 장면에서 아리스 쨩이 순간 의식을 잃었잖아!」
「……질문, 어째서 어머니가 히로인이고, 사실 어머니는 전생의 아내였으며, 아내는 어렸을 때 왜 헤어진 이복 친구가 타임리프해서 왔으며, 아니 애초에 이복 친구라는 표현은 키보토스 사전 데이터에 등재되어 있지 않…… 오류 발생. 오류 발생!」
「괘, 괜찮아 아리스 쨩? 클라이맥스까지만 버텨줘!」
「……리부팅. 프로세스 회복.」
자신이 내뱉은 말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류를 뱉어내던 아리스였지만, 어떻게든 다시 정신을 차렸다.
엄마가 히로인이라는 건 여러 가지 도덕적인 면에서 서툰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 엄마가 전생의 아내라는 건 관계가 너무 뒤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또, 거기에 타임리프 요소가 더해져 이야기가 더욱 복잡해지고 인물 관계도가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점.
'이복'이라는 말은 보통 형제자매에게 쓰는 말 아니냐는 생각.
그 모든 의문(오류)을 삼키고 아리스는 재기동에 성공했다.
「……후우.」
아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번 재기동을 반복한 탓인지, 그녀의 표정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이것이, 게임…….」
뭔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한 그녀는 손에서 놓았던 컨트롤러를 다시 쥐고는 말했다.
「재개합니다.」
그 눈동자에는 분명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
「“죽…… 여…… 줘……”」
「잘했어, 아리스…… 이제 푹 쉬어…….」
헛소리처럼 중얼거리는 아리스를 선생님은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표정에는 사랑이 넘쳐흘렀고, 하나의 일을 해낸 그녀에 대한 찬사가 있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이유식 대신 이 게임을 받은 학생은 전대미문일 것이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게임 세트까지 완주해냈다. 분명히 위업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굉장해 아리스! 아무리 개발자가 두 명이나 붙었다지만 세 시간 만에 트루엔딩이라니! 엄청난 속도야!」
「그보다…… 어째 게임을 하면 할수록…… 아리스 쨩의 말투가, 굉장히 다채로워지는 거 같지 않아?!」
바로 이 순간, 게임으로 정서 교육을 마친 소녀가 탄생했다.
「────동의를 원한다면, 용자여. 그렇다고 말하겠다.」
「오? 그렇네?」
아무리 생각해도 일상생활에서 쓸모없는 단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에, '이거 괜찮을까?'라며 혼자 불안해하는 모모이. 이 말투는 이 말투대로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한데, 기계적인 말투와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냐고 묻는다면 고민하면서도 지금의 것을 택하겠지만, 그래도 유우카를 속일 수 있을지는 미묘한 문제였다.
「조,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하지만…… 단어만 나열하는 것보다는 그럴 듯해!」
「음~ 그럴까…… 그럴지도…… 응, 그렇네!」
스스로를 억지로 납득시킨 모모이. 혹은 미도리에게 말려들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게임을 통한 교육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부, 다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어나간 것도 있지만…… 아직 수정은 가능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녀들 둘은 「그보다도」 하고 동시에 말했다.
「지금 물어보긴 좀 민망하지만…… 우리 게임, 어땠어? 재밌었어?!」
크리에이터로서 가장 궁금한 것은 유저의 의견이다. 자신들이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즐거움을 주었을까, 삶의 한때를 수놓는 색이 되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설명, 불가.」
「뭐, 뭐라고?! 왜!」
「……유사 표현 검색.」
「호, 혹시 욕설을 찾고 있는 건 아니겠지?」
최적의 단어를 찾기 위해 침묵하고 있는 아리스를, 둘은 기대 반 불안 반의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혹독한 평가는 익숙하다. 어쨌든 망겜의 왕관을 차지했으니 말이다. 혹평도 욕설도 익숙하고,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도 그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리스에게는 재미있었다고 말해줬으면 했다.
그리고 그 소원은.
「……재미. 분명……. 존재…….」
「오오!」
「플레이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마치……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꾸는 듯한…… 그런 기분…… 좀 더……」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푸른색. 그것은 아리스에게서 흘러나온 눈물이었다. 커다란 수정에서 조금씩 흘러내리는 한 줄기 물방울을 본 순간, 둘은 경악의 소리를 질렀다.
「우와와와앗!」
「아, 아리스 쨩. 왜 우는 거야?」
「왜긴 왜야! 그만큼 우리 게임이 감동적이었다는 거잖아!」
「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 게임은 개그 RPG일 텐데…….」
「고마워 아리스! 네 눈물은 어떠한 평론가의 말보다 웅변적이야! 유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보았어.」
그곳에, 세 사람과 선생님과는 다른…… 약간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발생원은 부실 구석에 설치된 사물함. 귀를 기울여보니, 그곳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나고 있었다.
「어라? 캐비닛이 갑자기 열렸……?」
「꺄아아아악! 귀, 귀, 귀신인가!」
「진정해 미도리! 또 플라이 스테이션을 던지면 안 돼!」
사물함에서 나온 것은 작은 소녀였다. 긴 주황색 머리와, 매력 포인트인 이마. 밀레니엄 학생치고는 드물게 재킷을 단정하게 끝까지 여며 입어 교복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어려워하는지 시선은 비스듬히 아래를 향하고 있었고, 가끔 올려다보듯이 눈동자만 움직이지만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성적인 듯한 그 소녀야말로.
「유즈! 거기에 있었구나!」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더니! 언제부터 캐비닛 안에 있었던 거야?」
「……모두가 폐허에서 돌아왔을 때부터…….」
「한참 전이잖아! 그때부터 계속 캐비닛에 들어가 있던거야? 아 설마 아리스 쨩이 무서워서?!」
「말하지. 그랬으면 아리스 쨩이랑 내가 나가 있었을 텐데.」
「아리스는 처음이겠구나. 아리스, 이 애가 바로 우리 게임개발부 부장 유즈야.」
선생님은 특별히 말을 걸지 않고 가볍게 손만 흔들었다. 갑자기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면 무서워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즈는 살짝 놀란 얼굴을 하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고…… 잠시 망설인 후, 얼굴을 돌린 채 조심스럽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아리스에게 다가가────.
「그, 저기, 그러니까……」
「아……?」
「……고마워.」
그것은, 게임을 만든 크리에이터로서의 말이었다. 열심히 만든 게임을 즐겨준 유저를 향한 순수한 감사였다.
「게임…… 재밌다고 해줘서……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해줘서…… 울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재미있다는, 그런 말…… 듣고 싶었어.」
그렇게 말하며 유즈는 하늘이 맑아지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
「어쨌든, 다시 소개할게. 게임개발부 부장 유즈야. 우리 부에 와줘서 고마워. 아리스 쨩. 앞으로 잘 부탁해.」
「잘, 부탁……?」
기약하게 미소 짓는 유즈. 밖을 싫어하는 그녀가 스스로의 의지로 내딛은 소중한 한 걸음. 게임을 즐겨준 사람(아리스)을 위해, 정체불명의 어른(선생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물함에서 나온 것이다. 그 안에는 분명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리스에게 감사를 전하는 쪽을 택했다. 열심히 게임을 만든 크리에이터로서의 '고맙다'는 말을.
갑자기 나타나 감사를 전해 받은 아리스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몇 번 눈을 깜빡인 후, 무언가 납득이 간 듯「이해」라고 중얼거렸다.
「……이해. 유즈가 동료로 참가했습니다. 뽜밤뽜밤! 입니까?」
「어, 음. 비, 비슷한 거 같아. 정말 우리 게임을 재미있게 한 모양이네. 하긴 새로운 동료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이, RPG의 즐거움 중 하나지. 아, RPG의 재미를 더 느끼고 싶다면…… 내가 게임을 추천해줄게.」
「잠깐! 추천은 내가 먼저야! 그 이상한 말투도 게임을 하며 더 자연스러워지면, 우리 계획의 성공률도 올라가지. 자, 우선 <영웅신화>랑 <파이널 판타지아>랑 <아이즈 이터널>이랑……」
「무슨 소리야! 아리스 쨩은 게임 초심자라고! 당연히 <젤나의 전설: 꿈꾸는 섬>이 먼저지!」
「이건 양보 못 해. 당연히 다음 게임은 <로맨싱 서기>야. 3편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세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게임들은 아리스를 위해 고른 각자의 애장품이었다. 자기들이 최고라고 말하는 듯이 게임 제목들을 나열하며 다음으로 플레이할 게임을 모두 함께 결정했다. 이게 좋다, 저게 더 좋다. 시나리오, 게임성, BGM, 일러스트. 그런 것들을 고려하여 그녀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골랐다.
아리스를 게임개발부 부원으로 만들어 폐부를 피하겠다────는 계산적인 목적은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저 방금처럼 재미있었다고 말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게임을 더 좋아해 주길 바랐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리스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세 사람의 말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막 깨어났을 뿐이고, 여러 가지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대, 다시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기대로 눈을 빛내며 그녀는 게임 컨트롤러를 쥐었다. 자, 다음은 어떤 색깔(세계)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상한 나라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
짧게 끝낸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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