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88.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647
# 샬레 활동 비망록
# 빛의 검
결국 아리스의 게임은 밤샘으로 이어졌다. 게임개발부 3인이 권하는 대로 쌓여 있던 게임기와 게임 본체. 그것을 하나, 또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 날이 밝을 무렵에는 약 절반 정도를 클리어해 있었다. 이는 매우 높은 학습 능력의 산물일까, 아니면 아리스 본인이 흥미를 가졌기 때문일까.
물론 거기에는 게임개발부 세 사람의 도움도 있었다. 하지만 밤이 늦어지자 모두 쓰러졌고, 날짜가 바뀐 후에는 아리스 한 사람만 깨어 있었다. 덧붙여 게임개발부의 부실에서 밤을 새울 수는 없던 선생님은 오후 6시경에 「내일 다시 올게」라고 말하고 샬레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날짜가 바뀐 후부터는 선생님의 부재와 세 사람이 꿈나라로 떠난 탓에 아리스는 보조도 없이 혼자 게임을 플레이해야 했지만…… 경험을 거듭한 그녀는 이미 막 잠에서 깬 듯 투명하지도, 순백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세 사람이 잠든 뒤에는 혼자 묵묵히 생각하고, 클리어하고,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로 다음에 하고 싶은 게임을 골랐다.
──── 그것은 자유 의지의 싹틔움. 그녀는 또 한 걸음, 생명으로서의 길을 나아갔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황금빛 같은, 생명의 기행. 그녀는 별을 올려다본 지성체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 빛나는 탄생의 한 축을 담당한 소녀들, 그 중 한 명인 미도리는 희미하게 눈을 떴다. 커튼 틈새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얼굴을 찌푸리고, 어느새 덮여 있던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으려 하지만…… 그때, 아까 그 빛이 아침 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잠들어 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담요를 걷어찰 기세로 벌떡 일어나,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앗. 벌써 아침? 이런! 등교 준비 해야 하는데……!」
「드디어 눈을 떴군……. 자네 운이 좋군. 정신이 드나?」
「어?!」
아직 완전히 깨지 않은 머리와, 들려오는 목소리. 자는 동안 게임 현자의 집인가 어디에라도 길을 잃었나 싶어 놀란 얼굴 그대로 주위를 둘러보자──── 게임기와 모니터 정면, 어제부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 모습에 어딘가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띠며.
「아리스 쨩! 이제 멀쩡하게 말하는 법을 익힌 거야?」
「필멸자여. 그러하다.」
「여, 여전히 뭔가 이상하게 익힌 것 같은데?!」
어제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외우는 말의 레퍼토리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플레이시킨 게임의 대부분이 전투 계열이었던 탓일까. 다음에는 좀 더 온화한 게임을 플레이시키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아리스가 내뱉은 말의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는 번역이 필수적이며…… 이러다가 의심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원활, 이라고 하면 원활하지만, 그래도 위화감은 지울 수 없다. 마치 게임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런 종류의 괴리. 다시 방침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유즈도 포함해서 세 사람이서.
「굿모닝!」
「안녕, 얘들아」
부실 문이 열리자마자 아침잠을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 밝은 목소리와, 그에 상반되는 듯한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모이와 선생님 두 사람. 미도리와 아리스는 두 사람에게 막힘없이 「좋은 아침」이라고 답했지만, 유즈는 아직 선생님이 무서운지 눈을 돌리며 무언가를 참는 듯 가느다란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러자 그는 스르르 미소 지었다. 마치 천사의 깃털이 떨어진 듯한 미소. 무심코 유즈도 얼굴이 풀려버리고…… 그것이 부끄러운지, 곧바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조금씩이지만 착실하게 거리가 좁혀지고 있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모모이는 아리스에게 봉투를 건넨다. 사실 어제 안에 건네주고 싶었던, 그녀의 소속을 나타내는 소중한 것을.
「아리스, 이거.」
「……아리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종이’를 획득했다.」
「오~ 말투가 많이 세련되어졌네~ 이건 ‘학생증’이야.」
「세련…… 된 걸까. 레트로 게임 회화 그 자체잖아……!」
아리스는 건네받은 봉투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빛에 비춰 보았다.
자신의 이름, 텐도 아리스.
얼굴 사진.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소속.
뒷면을 보니 주소로 추정되는 것이 적혀 있었다.
자신을 나타내는 카드를 그녀는 신기한 듯 보며, 한마디 중얼거렸다.
「학생증……?」
「이 학생증이 있어야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증거가 되거든. 학원 명부에도 베리타스가 해킹…… 등록해 줬으니, 이제 너도 우리 동료인 거야!」
「동료? 이해합니다. 뽜밤뽜밤. 아리스가 ‘동료’로 합류했다.」
입으로 셀프 효과음을 내면서, RPG의 합류 이벤트를 연출한다. 반쯤 강제적인 합류였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기뻐하는 듯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 소속된 동아리 칸도 게임개발부라고 적혀 있어, 명실공히 그녀는 세 사람의 동료가 되었다.
「저기, 방금 '해킹'이라고 하지 않았어……?」
「괜찮아 괜찮아! 자, 복장과 학생증, 그리고 말하는 방식! 이 부분은 모두 해결했으니, 다음은…… 무기려나. 좋아. 아리스. 이번 기회에 소개해줄게.」
모모이는 아리스의 손을 잡고 걸었다. 미도리는 그 뒤를 따랐고, 유즈는 부실에 남기로 선택했다. 선생님은 세 사람과 동행했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문을 열자, 그곳에는 키보토스 최첨단을 걷는 밀레니엄다운 근미래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리스는 속으로 '이것이 SF……!'라며 약간 감동하고 있었다. 참고로 그녀 쪽이 훨씬 더 SF이다.
이른 아침이라 복도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기껏해야 가끔 스쳐 지나가는 정도. 지나가는 학생들의 목적은 아마도 동아리 활동이나 아침 운동일 것이다.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차분했다. 학생들이 모이는 장소다운 활기는 이 시간엔 아직 없었다.
모모이와 미도리에게는 이 적은 인파가 고마웠다. 왜냐하면 지금은 아리스라는 눈에 띄는 소녀와, 선생님이라는 키보토스의 유명인을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파가 많은 시간에 돌아다니면 가시방석이 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시선의 비에 노출되는 것에 큰 저항은 없더라도, 무엇이든 한계는 있다. 선생님과 아리스가 있는 지금, 그 한계가 쉽게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밀레니엄, 아니 키보토스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 따라서 아리스. 너에게도 무기가 필요해. 일단 가장 빠르게, 괜찮은 무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역시…… 엔지니어부려나.」
「엔지…… 니어……?」
「맞아 맞아, 쉽게 말하면 대장간 같은 걸까?」
모모이가 그렇게 말하자 아리스는 「과연」하고 손뼉을 쳤다. 대장간이라고 말하는 것이 절묘할 것이다. 무기는 곳곳에 널려 있고, 편리한 발명품들도 '이걸 어디에 쓰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상한 작품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곳이라면 키보토스에서 사용되는 무기는 대부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를 만들고, 수리하는 전문가들을 밀레니엄에서는 ‘마이스터’라고 불러. 엔지니어부는, 바로 그 마이스터들이 모이는 동아리야.」
「기계 전반에 탁월하지만, 밀레니엄 학원의 무기 수리나 개조도 전담하고 있는 곳이니……. 아마 안 쓰는 무기나 남는 무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자! 그럼 가볼까!」
▼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엔지니어부 부실.
학교 본관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은 아침의 소음에서 더욱 멀어져 있었다. 들려오는 것은 기계 구동음과 금속 소리뿐.
넉넉한 예산을 받고 있음이 엿보이는 넓은 부실과 잘 갖춰진 설비.
그리고, 그 넓은 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발명품들.
곳곳에 표시된 CAUTION(주의) 마크.
그리고,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 칼로리바 잔해들이 쌓여 있는 쓰레기통.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베리타스와 대조를 이루는, 하드웨어 특화 동아리.
게임개발부가 목표로 하는 밀레니엄 프라이스에서 매년 상을 타는, 밀레니엄에서도 손꼽히는 천재 집단이다.
「……그렇군. 이해했어. 동료에게 보다 좋은 무기를 선물하고 싶기에…… 엔지니어부에 온 거라면 탁월한 선택이야. 선생님도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야, 우타하.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뻐.」
의자에 앉아 스패너를 한 손에 들고 기계를 만지고 있는 성숙한 미인…… 시라이시 우타하는 그렇게 말하며 게임개발부 세 사람과 선생님을 환영했다. 그녀야말로 마이스터들이 모인 엔지니어부의 부장이다. 다종다양한 로봇 제작을 계속하는 하드웨어의 화신이자, 밀레니엄 제일의 발명가. 그녀는 귀에 걸린 밝은 보라색 머리를 들어 올리며 부실 구석을 흘긋 쳐다봤다.
「밀레니엄의 전투란 뛰어난 기술자가 함께하는가에서 승패가 결정되니까. 구석에 보면 우리가 만든 여러 가지 시제품들이 있어. 그곳에 있는 거라면 뭐든지 가져가도 좋아.」
「우와! 선배 고마워!」
「안녕…… 1학년 히비키야. 내가…… 좋은 거로 골라줄게.」
소리 없이 나타난 것은, 아리스나 모모이와 같은 1학년 네코즈카 히비키였다. 1학년이라 하더라도, 마이스터들이 모인 엔지니어부에 소속된 그녀는 틀림없이 천재다.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낸 그녀지만, 그 우수한 성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상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붙는 것은 자폭 기능과 블루투스 기능인 듯하다. 이상한 것 중에는 트럼프 자동 셔플 기능이 붙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무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방구석으로 이동해, 양손으로 들고 이것저것 고르더니…… 이윽고 하나를 건네주었다.
「아리스…… 이건 어때?」
「헤에. 권총인가.」
「딱 보는 순간…… 알겠어. 이 애…… 전투 경험이 별로 없지?」
「그 말, 부정합니다. 아리스에게는 약 스물 일곱 번의 인류 구원과, 사십 여섯 번의 마왕군과의 전투와, 세 자릿수 이상의 던전 탐사 경험이 있습니다.」
「…… 굉장…… 하네.」
실전 경험을 물었는데 게임 이야기가 돌아오자 히비키는 당황하며 대답한다. 과연, 게임개발부 친구답게 그녀도 게이머인 것 같다. 그것도 꽤나 중증의. 하지만 지금은 검과 마법으로 마왕을 쓰러뜨린 경험이 아니라, 실제로 총을 쥐었던 경험의 유무가 중요하다. 그녀는 「어쨌든」이라며, 이야기를 억지로 원래 노선으로 되돌렸다.
「총기 사용 경험은 별로 없어 보여. 그런 소녀라면…… 역시 권총이야. 플라스틱이라 무게도 가볍고 반동도 적은…… 초보자를 배려하는 화기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총에는, 밀레니엄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기능이 있어.」
「뭐, 뭐라고?」
「굉장해. 대체 무슨 기능이야?」
밀레니엄 역사상, 최초의 기능. 대부분의 기능과 발명품이 모이는 밀레니엄에서 '최초'라는 말은 그에 상응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키며 그 역사상 최초의 기능을 들으려 하지만…….
「바로…… ‘블루투스’ 기능이야.」
「……어?」
발명가인 히비키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기능이었다. 이어폰이나 키보드, 마우스 등 폭넓은 기기에 사용되는 국제 표준 규격의 무선 통신 기술. 게임개발부에도 여러 개 굴러다닐 것이다. 대응 제품도, 탑재 제품도.
어떤 터무니없는 기술이 튀어나올까 잔뜩 기대하고 있던 두 사람에게, 이 기능은 너무나도 김이 샜다. 무심코 맥 빠진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와, 눈을 깜빡거린다.
하지만 히비키는 그런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자신의 발명품 기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블루투스를 통한 음악 감상이나 파일전송이 가능한 권총은…… 전 세계에 하나뿐이지. ……키이카 기능도 탑재. 승차장 IC 패널에 올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지. 게다가 NFC 기능을 활성화 시 편의점 페이 같은 걸로 쓸 수도 있어…….」
「대, 대, 대단하긴 한데. 편의점에서 “이걸로 결제하도록 하지.”라며 권총을 꺼내면 직원분이 놀랄 것 같아!」
「놀랄 정도가 아니라, 그냥 강도잖아 그거……」
하긴, '이걸로 결제를'일까. 총격이 일반화되어 있는 키보토스에서도 은행 강도는 평범한 범죄다. 그런 짓을 하면 틀림없이 발키리의 심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씁쓸한 웃음 섞인 미도리의 말에 모모이도 같은 의견인 듯 어깨를 늘어뜨린다. 한편, 히비키는 모처럼의 획기적인 발명품에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 약간 슬픈지 「편리한데…… 아마……」라고 중얼거리고, 다시 아리스가 사용할 무기를 고르기 시작하는데……
거기서 깨달았다. 아리스의 모습이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두리번거리며 시선을 움직이자, 모모이와 미도리도 그녀를 찾고 있는 듯 부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리스 쨩은 어…… 응? 아리스 쨩? 어디 갔지?」
「아 저기 있네.」
히비키가 가리킨 곳은 부실 한구석. 아리스는 자신의 키를 넘어서는 대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홀린 듯,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 그것은 마치 무기에 이끌린 듯했다.
「홋홋홋. 손님.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누구……?」
「설명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대답해주는 엔지니어부의 마이스터! 코토리 입니다.」
「……?」
아리스 옆에 나타난 것은 엔지니어부의 마이스터, 1학년 토요미 코토리.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르는 혀를 가진, 해설과 설명을 좋아하는 그녀는 매우 하이텐션이었다. 그 정도는 아리스가 무심코 말을 더듬을 수준.
그 이유는 역시, 아리스가 방금 전까지 바라보던 대포에 있다. 그것은 엔지니어부의 발명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유일한 하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보고──── 기술자로서 흥분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녀는 정말 좋은 것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당신이 아리스로군요. 게임개발부의 네 번째 멤버!」
「코토리 쨩? 오랜만이야. 그런데 아리스 쨩이 바라보는 이 커다란 건 뭐야? 마치…… ‘대포’ 같은데.」
「좋은 질문이에요 미도리. 이것은 하반기 예산의 약 70%를 들여 제작된…… 엔지니어부의 야심작, 우주 전함용 레일건입니다!」
「우주 전함이라니……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갑자기 커진 이야기의 스케일에 미도리는 머리를 싸맸다.
하지만 엔지니어부에서는 흔한 풍경이었다. 그녀들은 이상한 기능이나 이상한 발명품을 자주 만들어낸다. 정기적으로 날뛰지 않으면 발작이라도 일어나는 걸까.
눈을 휘둥그레 할 만한 훌륭한 성과의 뒤에는 이런 자신의 취미나 취향에 솔직해진 깜짝 놀랄 만한 기계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전에 콜드슬립으로 “미래에서 뵙겠습니다.” 동면 장치를 만들겠다며 난리 치다가 단체로 감기 걸리지 않았어?」
「……그 ‘미래직행 익스프레스’는 지금도 잘 쓰고 있어. ……냉장고로. 음식을 더 먼 미래까지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실패한 건 아니야.」
「쓸데없이 이름 엄청 거창해!」
우타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 굳건히 서 있는 것은, 사람 몇 명은 수용할 수 있을 거대한 냉장고. 이것이 바로 미래 직행 익스프레스였다. 사람을 콜드 슬립시키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냉장고…… 물질을 냉각하는 기능에 있어서는 충분했고, 이렇게 냉장고로 사용하고 있다. 본래의 사용법과는 벗어났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편리한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엔지니어부는 헬기와 범용 작업 로봇에 이어, 이번에는 우주 전함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 레일건은 그 시작이죠. 대기권 외부에서의 전투를 목적으로 개발된 실탄 병기! 이건 밀레니엄 역사상 분명 최초의 시도입니다!」
「헤에…… 살짝 기대될지도?」
「역시 밀레니엄 엔지니어부! 이번엔 진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홋홋홋! 물론이죠! ……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분간은 보류.」
「아앗?! 왜! 기대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공학자의 발목을 잡는 건 부족한 상상력과 열정이 아니라…… 예산이죠…….」
결론은 예산 초과. 우주로 향하는 영광스러운 첫발을 내디딘 것은 좋았으나, 두 번째 발걸음이 이어지지 못했다. 우주에서의 전투를 상정한 비용을 도외시한 단일 병기는 엄청난 돈 먹는 하마가 되었고……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부실 한구석에서 깨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자주포 하나를 만드는데도 예산의 70%가 들었는데, 우주 전함을 만들려면 천배 이상의 예산은 각오해야…….」
「그럼 대체 이 우주 전투용 자주포는 왜 만든 거야!」
「안타까운 질문이구나 모모이.」
모모이의 어깨를 뒤에서 두드린 것은 우타하이며, 그 옆에는 선생님도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빔은────」
「로망이니까.」
우타하와 선생님은 눈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렇다, 빔포는 낭만인 것이다. 구경은 크면 클수록 좋다. 거대 빔포와 로봇에 흥분하지 않는 엔지니어와 남자아이는 없다.
예산? 운용 난이도? 그런 것들은 이 낭만 앞에선 모두 사소한 일이다.
빔포와 로봇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가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응.」
「맞습니다! 부정할 말이 없군요. 빔의 매력을 모른다니, 모모이에게는 바보라는 호칭이 어울려요.」
「바보다! 여기 바보들이 있어!」
히비키, 코토리 두 사람도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 세 사람과 선생님 사이에는 같은 낭만을 공유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제, 말은 필요 없었다.
「엔지니어부의 열정이 깃든 이 무기의 정식 명칭은…….」
「‘빛의 검 : 슈퍼노바’!」
「또 쓸데없이 거창한 이름을……」
「ㅂ, 빛의 검……!?」
「응? 아리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반짝이는 눈으로 빛의 검을 바라보는 아리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지금까지의 무기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 빛의 검…… 아니, 용사의 검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와아, 와아……!」
「아, 아리스 쨩이 이렇게 흥분한 거 처음 봐.」
「이거…… 갖고 싶어요.」
아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히비키는 「……응?」 하고 말을 흘렸다. 그 망연자실한 표정을 본 아리스는 뜻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인지.
「위대한 강철의 장인이여. 저 용의 숨결을 원하오.」
「으음.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긴 한데…….」
「미안하지만, 무리예요!」
「어째서?! 이 방에 있는 거라면 뭐든 가져가도 좋다고 했잖아!」
「……이유가 있어.」
「이유? 혹시 제가 레벨이 부족해서…… 장착 가능 레벨이 궁금합니다!」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문제야.」
「돈이로군. 그럴 줄 알았어.」
중얼거리고, 모모이는 자신의 지갑 속을 확인한다. 내용물은 불안하지만…… 아리스를 위해서라면 게임개발부의 공유 재산을 몇 개 팔아서라도 아깝지 않다. 그녀는 결심하고 입을 연다.
「걱정 마, 아리스. 내가 미도리의 플라이 스테이션을 팔아치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도 아니야.」
「현실적인 문제에서 돈보다 더 어울리는 게 있을 리 없잖아!」
「으음. 예산에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말이긴 한데……」
우타하는 「실제로 우주 전함도 예산 문제로 실패했으니까」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물질이나 자금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단…… 이 무기는…… 개인화기로 사용하기엔 너무 무거워.」
「기본 무게만 140kg을 호가하죠! 게다가 광학 조준 장비와 배터리를 포함해 쏘는 순간의 반동은 200kg 이상이에요!」
그렇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뛰어난 키보토스 학생이라 할지라도, 200kg의 반동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게다가 원래는 우주 전함에 탑재할 예정이었던 주포. 처음부터 개인이 휴대할 병장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자주포를 멋지다 말해준 것만으로 고마워. 가져갈 수 있다면 정말 주고 싶지만…….」
「────그 말에 추호도 거짓이 없습니까?」
「응? 이 아이 말투가 또……?」
「저, 정말이냐고 묻는 것 같아요.」
「물론이지만…… 정말로 저걸 들어보려고?」
그 질문에 아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똑바로 검을 바라보는 눈빛에 일체의 흐림이 없다. 그녀는 발걸음을 내딛어 레일건의 손잡이를 잡았다.
「 ……이 무기를 뽑는 자. ……이 땅의 왕이 되리니!」
「홋홋홋! 좋은 패기를 가진 소녀로군요.」
「무리…… 안 하는 게 좋아…… 기중기라도 쓰지 않고는 뽑을 수 없……」
히비키가 그 말을 한 순간, 레일건이 바닥에서 떠올랐다. 그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 세 사람의 눈빛이 변했다.
「……앗.」
「거짓말……」
「흐이이익!!」
완전히 바닥에서 떨어진 빛의 검, 그 무게 앞에 아리스도 살짝 비틀거렸지만, 두 다리로 땅을 굳게 딛고 버텨──── 레일건을 들었다.
「야압! 뽀, 뽑았어요!」
「말…… 도 안…… 돼…….」
「이건, 대단하네……」
그 가늘고 작은 몸 어디에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이 있는 걸까. 처음에는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이미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신체 능력만 따진다면 키보토스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어쩌면 히나나 호시노 같은 학원 최강 전력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으음…… 버튼이…… 이게 B 버튼인가……?」
「자, 잠깐만……!」
「빛이여!!!」
빛, 일섬.
하늘을 가르는 듯한 극광이 포구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반동 앞에 아리스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지만, 그런 사소한 일은 울려 퍼지는 강렬한 파괴음과 치솟는 흙먼지와 연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꺄아아! 우, 우리 부의 천장이!」
「……굉장해. 아리스, 이 무기를 장착합니다.」
연기가 걷히자, 포격이 직격한 부실 천장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쏟아지는 빛과 통풍이 잘 되는 부실에 코토리가 주저앉지만, 쏘아버린 아리스는 빛의 검을 붕붕 휘두르며 만족해했다. 그 표정은 새 장난감을 얻은 순진한 아이 같았다.
「정, 정말 사용할 수 있다니…… 하, 하지만…… 이건 안 돼!! 제발 다른 걸로 골라줘! 이 무기는 부의 예산이 집결된……」
「아니…… 가져가도록 해.」
「우타하 선배…… 정말 괜찮나요?」
「괜찮아. 어차피 이 아이 외에는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히비키, 아리스가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어깨끈이랑 손잡이 부분을 만들어 줘.」
「어떻게 보면…… 긍정적…… 실전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중얼거리고, 히비키는 태블릿을 한 손에 들고 어깨 스트랩 재료를 고른다.
그렇다, 확실히 부실에서 묵혀두는 것보다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몇 배나 더 고마운 일이다. 애초에 만들어 놓고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리스가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면, 다음에는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예산적인 의미에서 다음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우와! 뭔가 엄청 센 무기를 손에 넣은 기분인데! 고마워!」
「가, 가, 감사합니다!」
「아니, 아직 감사하기에는 일러.」
「에?」
물음표를 띄운 두 사람을 뒤로하고 그녀는 손안의 단말기를 조작해, 위험물이 보관된 방의 잠금을 해제한다. 문 위쪽의 램프가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히비키. 처분 요청받은 드론과 로봇을 전부 꺼내.」
「……응.」
「……어? 우타하 선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으으음! ‘그렇게 입맛대로 쉽게 무기를 내줄 순 없지!’ 패턴 같지 않아?!」
「정답이야. 그 무기를 가져가고 싶으면……」
「우헤헤! 아리스여. 우리를 쓰러트리고 가라!」
히비키가 방 안쪽에서 이끌고 온 것은 엄청난 양의 드론과 오토마타였다. 원래는 경비용으로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과도한 성능이 문제가 되어 세미나에 처분 명령이 내려진 문제작.
그리고, 그녀들은 다시 자신의 무기를 든다. 우타하도 센트리 건(천둥이)을 준비했고, 준비는 완벽하다.
「크윽!」
「뭐, 뭐야! 우타하 선배! 어째서 이러는 거야?!」
「다른 무기라면 기쁘게 주었겠지만…… 그 무기라면, 확인이 필요해서 말야. 아니…… ‘자격’이 맞는 표현이려나.」
「자격? 그게……」
「전방에 전투형 드론 및 로봇 감지, 적성 반응 확인.」
아리스는 빛의 검(슈퍼노바)을 휘두르며.
「나는, 용사의 자격을 이곳에 보이겠다!」
빛이여~~~
'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 > [샬레 활동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거울을 찾아서 (0) | 2025.09.28 |
|---|---|
|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폐허의 왕국 (0) | 2025.09.27 |
|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세상의 색깔을 알다 (0) | 2025.09.27 |
|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그 이름은 아리스 (0) | 2025.09.27 |
|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이상한 나라의 눈뜸 (0) | 2025.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