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뒤틀린 생명론

무작 2025. 9. 30. 16: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06.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667


# 샬레 활동 비망록

# 뒤틀린 생명론

하얗고 하얀, 살균된 소금 감옥.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일절 차단하는 이곳은 병원의 무균실.

「────」

그곳에 힘없이 누워 있는 건, 수많은 기계에 연결되어 강제로 살아 있는 선생이었다. 수혈은 끝났어도,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인체에 난 상처는 육체가 있는 한 불가역적이고,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참수 흔적은 문자 그대로 그가 매장될 때까지 계속 남을 것이다. 마치, 죄인의 증표처럼.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의 자발 호흡이 일시적으로 정지했다고.



「────선생님」

중얼거리는 목소리. 작고, 약하며, 스러질 듯한 음계. 그게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유우카인가, 아니면 노아인가. 어쩌면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눈앞에 우뚝 솟은 이 현실 앞에서라면.

아무래도 지난 출혈성 쇼크로 내장 일부에 혈액 및 산소 공급이 지연되었던 것 같고, 그 증상이 지연성 독처럼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다. 내장 장애, 특히 호흡기가 심각한 모양이다. 그 장애와 신비의 독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그의 기능 하나를 죽였다. 아직 심정지는 아니지만, 언제 그렇게 돼도 이상하지 않고, 그는 조금씩 어두운 죽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마치, 그렇게 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처럼.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전력으로 향하고, 설명을 듣고. 현실에 뿌리박혀 있을 터인 그것들을 들어도 어째서인지 그 사건이 현실이라는 실감이 들지 않아, 솜으로 질식당하는 듯한 기분으로 시키는 대로 안내받고.

────그리고, 현실을 마주했다.

마지막 면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말을 하는 의사는 의식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녀들은 그저, 유리 너머의 그를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소원, 수많은 의지를 짊어지고────그리고, 그 끝에 절벽에 선 그를.

작게 울리는 전자음이 유리 너머로 들려와, 무심코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타이츠 너머로 전해지는 리놀륨의 차가운 온도가 묘하게 기분 나쁘고, 현실이 뇌 깊숙한 곳에서 조금씩 터져 스며든다. 이해를 거부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에 짜증이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신에게 멱살을 잡힌 그를 안아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녀들과 그는 유리 한 장이라는 종이 조각과 같은 방어벽을 사이에 두고 있다.


「……선생님!」

억지로 쥐어짜낸 듯한, 갈라진 목소리. 눈물로 번진 시야 탓에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이나 눈에 새겨, 기억에 남겼던 그 얼굴. 이따금 보여주던 천진난만한 웃음이 꽃 같아서, 그 웃음을 이끌어내고 싶어 몇 번이나 생각하고 시도했다. 지금은 그저, 인형처럼 잠들어 있을 뿐.

문득, 신발 밑창이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원이니, 조심해서 뛰지 않으려 하지만 조급한 마음이 그대로 빠른 걸음이 되어 버렸다. 흔들리는 헤일로와, 긴 복숭아색 머리. 여명과 황혼, 두 하늘을 품은 눈동자는 초조함과 불안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 소녀는────.

「……아비도스의, 타카나시 호시노 씨……였나요?」
「으헤, 역시 선수 뺏겼나」

힘없이 나풀거리는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여 있고, 달린 고래 스트랩이 흔들리고 있다. 억지로 꾸민 듯한, 힘없는 몸. 그녀도 분명, 그의 상태를 듣고 달려왔을 것이다. 그녀는 그대로 노아와 유우카 근처…… 유리까지 걸어가, 그를 내려다봤다.

「……또, 무리했구나, 선생.」

그 목소리에는 차고 넘치는 슬픔과 후회가 스며 있었다. 또 지켜주지 못했다────는 일념. 호시노는 두 번이나, 상처 입은 그를 봤다. 침울한 두 눈동자, 그에게 빛나는 미래를 보았던 눈동자는 어둡게 침체되었다. 정말 소중한 사람의 숨이 멎었다는 소식을 받은 그녀의 내심은 얼마나 아프고, 비명을 지르고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그를 위해 기도하는 새벽의 소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녀는 숙였던 눈을 뜨고, 다시 한번 기도한다. 부디 그에게 생명을──── 하고.


「아비도스 학생들은요?」
「다들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봐봐, 몰려오면 폐가 되잖아? 그래서 내가 대표로 왔어」

호시노가 「부장의 특권은 이럴 때 써야지」라며 웃으니, 덩달아 두 사람도 미소가 지어졌다. 그건 직권남용 아니냐고. 생각해 보면, 최근 내내 웃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 미소도 한순간. 금세 현실이 드리워졌고, 유우카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호시노 씨는, 저희를 탓하지 않네요.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선생님을 지켜주지 못한, 저희를」
「아니~, 아저씨도 상심한 여자애한테 쐐기를 박을 만큼 매정한 사람은 아니거든」

호시노는 풀어진 미소를 보이다가──── 그것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되새기듯이 「게다가」라고 말하며.


「손이 닿는 곳에 있었는데 지켜주지 못했던 괴로움은…… 잘 아니까」


좀 더 자신이 제대로 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좀 더 자신이 강했더라면 누군가를 빼앗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에 대한 한심함과 분노와 절망과 증오로 마음이 가득 차,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감정이 크게 자라난다. 누구보다도 용서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상처받은 누군가를 대신해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 호시노라는 소녀는 몇 번이고 그 저주에 몸을 태웠다. 그것이 남겨진 자에게 주어진 벌이라 생각하고, 누군가의 몫까지 고통받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 누군가가, 남겨진 자의 행복을 빌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이런 잘난 척하는, 설교 같은 말해서 미안」
「아니요, 그런……」

중얼거리고, 유우카는 고개를 숙인다. 떨리는 호시노의 손. 그녀도 분명 무리하고 있을 것이다. 꺾이려는 마음을 『그는 아직 살아있다』는 한 줄기 희망에 매달려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달관한 듯한 말을 하고 있지만, 그녀 또한 17세의…… 유우카나 노아와 1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여자아이.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을 어떻게든 꾸미고,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며, 누군가의 마음에 다가서는 말을 던지는…… 호시노라는 소녀는 너무나 강했다. 설령 지금 이 자리에서 꾸민 허술한 강함이라 해도, 존경할 만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녀도 분명, 울고 싶을 텐데.


「……호시노 씨도, 선생님께 도움을 받았나요?」
「응. 내가 여기 서 있을 수 있는 건 선생이 구해줬으니까. 이런 귀찮은 학생인데도, 내 손을 계속 놓지 않아 줬어.」
「선생님답네요.」

그렇게 말하고, 서로 웃는다. 서로의 추억을 공유한다. 이런 면이 있었다거나, 이런 일이 있었다거나. 아비도스에서의 그, 밀레니엄에서의 그. 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사랑하고. 그래서 극도로 사건에 휘말리는 체질로, 골칫거리만 끌려다닌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하찮게 여기기는커녕, 학생들에게 의지받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 언제나 웃었다.

그렇게 친목을 다지고 나서 호시노는 분위기를 조금 딱딱하게 만들고──── 내내 묻고 싶었던 본론을 꺼냈다.


「……아마 그쪽도 기밀이나 사정 같은 게 여러 가지 있을 테니까, 말이야. 대답할 수 있다면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싸늘하게 침묵이 감도는 세계.



「누가 그랬어?」




그 한마디와 함께 공기가 얼어붙었다. 호시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세계 자체가 짓누르러 오는 듯한 압력 앞에서 유우카는 전율했다.

────강하다고는 생각했다. 지난 비나전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 분명 자신보다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예상외다. 농담이 아니다. 네루 선배에게 필적하거나, 아니면 그 이상……!


「그런 상처는 사고로 입지 않아. 죽일 생각이 없으면 목 동맥 같은 건 끊을 수 없잖아. 그러니까, 악의와 살의를 가지고 선생님을 해친 누군가가 있는 거지? 게다가, 얼마 전에 밀레니엄 동아리 건물에서 사고가 있었잖아. 가스 폭발인가 뭔가 하는. 그것도 사실 위장이고, 진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머리도 잘 돌아가는구나, 하고 유우카는 더욱 놀란다. 호시노의 추리는 거의 정답이다.
선생의 상태와, 밀레니엄에서 일어난 사고…… 단 두 가지 정보로, 그녀는 숨겨진 진실을 폭로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라며 어딘가 냉정하게 처리하는 자신이 유우카 안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선생의 상처가 너무나도 큰 힌트가 되고 있다.
그의 성격, 방문했던 장소와, 그곳에서 일어난 사고. 이것의 관련성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저기?」


호시노의 눈. 날카롭게 가늘어진 맹금류를 연상시키는 눈동자에 타오르는 맹렬한 살의와 증오. 만약 이 자리에서 인물 이름을 말했더라면, 그녀의 손에 살해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설령 그 길이 지옥이라 해도, 그런 짓을 해도 그가 결코 기뻐하지 않을지라도…… 그럼에도, 그를 해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다. 그를 해치고, 태연하게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 빼앗았다면 빼앗겨야 한다고 현실이 절규한다.



「────뭐, 말할 수 없겠지」


갑자기, 유우카와 노아를 짓누르던 압력이 사라진다. 숨쉬기 힘든 것도 없어지고,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오싹함도 말끔히 사라졌다. 약간의 공포를 머금은 눈으로 호시노를 보자, 그녀는 「무섭게 해서 미안해」라며 부드럽게 미소를 띠고 사과했다.

그리고, 그녀는 발걸음을 돌려.


「그럼, 아저씨는 돌아갈게」

그 말만 남기고, 호시노는 뒤돌아보지 않고 차단된 면회실을 떠났다. 마치 무언가를 참는 것처럼, 더 이상 그곳에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 그를 보면 울어버릴 것 같아서.

그 등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 무력감과 허탈감을 풍기는 등에, 느끼는 바가 있었다. 특히 노아는 잘 알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아픔을, 되새긴 무력감을. 그를 사모하는 자로서, 그녀가 아는 한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다. <노아는 그 아리스를 모른다.> 기억하는 한, 아리스가 다른 사람이 된 적은 없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진실을 알고 있을 듯한 리오는 에리두에서 아리스를 죽이려 하고 있고, 선생은 절벽의 끝에 있다.
그녀가 잘하는 것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특별히 신체 능력이 뛰어나거나, 팔힘이 강하지는 않다. 전투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앞에 나서서 싸우기보다 지원이나 보조가 성격에 맞다. 무언가를 알고 있을 텐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현실이, 너무나도 쓰라려서.


「선생님……」

어째서 그만이──── 그렇게 생각한 횟수는 셀 수 없다.
갑자기 알지 못하는 땅으로 끌려와, 싸우지 않으면 죽으라는 말을 들었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기도하듯이 싸워왔다.
죽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서.

그는 학생들을 위해 많은 것을 바쳤다.

시간도, 몸도, 마음도, 사랑도…… 심지어 목숨까지도.


그리고, 구원받았을 터인데도.



그런데도, 마치 다시 시작하라고 말하는 듯 회귀하고──── 그는 사후의 안식조차 없는 채, 다시 달리고 있다.

피를 토하며, 누군가를 위해.


그 삶의 방식이 어떻게 할 수 없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나(노아)뿐일까.

그도, 그의 행복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일일까.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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