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그 끝이 지옥이라 해도

무작 2025. 9. 30. 14: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04.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665


# 샬레 활동 비망록

# 그 끝이 지옥이라 해도

두터운 철근 콘크리트로 뒤덮인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독방. 모든 희망이 끊긴 현대의 샤토 디프는 요새 도시 에리두 내부────중앙 격리 시설이라 불리는 곳에 있다.

격리 시설이라 불리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곳의 본래 용도는 독방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간섭을 차단하는 목적의 시설이며, 그 성질이 우연히 독방으로서 매우 우수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죄인을 수감하는 시설치고는 설비가 너무 잘 갖춰져 있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쾌적하냐고 묻는다면, 붙잡힌 꽃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생각을 흐리게 하는 오전 세 시. 히마리는 휠체어에 등을 기대며, 진심으로 못마땅한 듯 닫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리오. 당신이 하는 일들은 정말 전부 악취미 그 자체네요.」
『……넌 언제나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말해 왔었지. 오물이라느니, 정화조에 둥둥 떠 있는 썩은물이라느니…….』

히마리의 혼잣말에 반응하여 통신을 연결해 온 것은 평소처럼 뚱한 표정의 리오였다. 여전히 밝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음침한 얼굴, 보기만 해도 기분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어머, 엿듣는 건 취미가 나쁘네요. 그렇게 음지에 숨어 있지 않으면 남의 본심도 들을 수 없는 건가요?」
『엿듣는 것도 뭐도 아니야, 이곳은 내 영역이니까. 이 장소에서의 모든 활동은 내 손안에 있다고.』
「여전하시네요. 예, 하수도 물 같은 빅 시스터답게 잘 드러나서 더할 나위 없어요.」
『……뭐, 상관없어. 나를 비난할 수 있는 건 이 밀레니엄에……. 아니, 이 키보토스에서 아마 너 정도일 테니까.』


즉, 리오는 면대면으로 대등하게 대화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인과 단절되어 버린 것이다. 그 너무나도 뛰어난 지성 때문에. 그런 그녀의 유일한 대등함이 히마리였고, 그녀만이 유일하게 면대면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소꿉친구라는 말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관계. 그녀들은 서로에게 유일무이하며…… 같은 지평을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날이야기.


『그런 너이기에,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일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걸지도 몰라.』
「아리스의 헤일로를 파괴하는 걸 말인가요?」
『……』
「당신은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해 밀레니엄을, 키보토스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믿고 있겠지만.」

히마리는 눈을 피하지 않고, 홀로그램에 비친 리오의 두 눈을 응시했다.

「그건 결국 한 소녀를 납치해서 이런 텅 빈 도시에 감금한 뒤, 그 헤일로를 파괴하는 일이잖아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어…… 하지만.』

리오는 뭔가 반론을 말하려 했다. 히마리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다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리오는 『아니……』라고 말하며, 그 상호 이해에 도달할 가능성을 품은 길을 스스로의 손으로 닫았다.

『으응,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용납하지 못하는 거겠지.』
「네.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샬레의 선생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죠.」
『……그렇지.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람됨은 파악하고 있어. 그는 결코 아리스를 버리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건 그가 건재하다는 가설 위에 성립하는 이야기.』
「……무슨 뜻이죠, 리오?」


『선생은 Divi:Sion(불가사의한 군대) 습격으로 의식 불명의 중태에 빠져 있어. 이곳에는 올 수 없어.』


단적으로 고해진 그 말의 의미를, 히마리의 마음이 거부했다. 웃지 못할 농담이기를 바라지만, 리오가 그런 장난을 일절 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틀림없는 현실이라고 뇌는 답을 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은 그 진실을 거부했다.


────선생님이, 죽을 거야.


얼마 전 회의에서 리오가 했던 말. 그것이 진실이 될 뻔한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될 뻔했을 뿐. 리오는 의식 불명의 중태라고 말했다. 그녀가 결코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오랜 인연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직 살아있다────그렇게 생각하며, 불안을 털어냈다.

『그래도, C&C라는 밀레니엄 최고의 전력 또한 저쪽 손에 넘어간 상황이지. 방심도 자만도 할 수 없어.』
「……원래 그렇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성격은 아니잖아요, 당신은.」

리오의 사전에 방심이나 자만 같은 단어가 전무하다는 것은 오랜 인연으로 뼈저리게 알고 있다. 좋든 나쁘든 융통성이 없고, 동시에 빈틈도 없다. 꽉 막힌 합리주의자가 리오의 얼굴이다.

『────정말이지,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구나. 단 한 명도 말야. 그래도 상관없어. 나도 어린애가 아니야, 모든 사람이 나를 이해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썩는 것도, 나름대로 어린애라고 생각하는데요?」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리오는, 과연 타협하려는 노력을 했을까. 자신은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고, 이런 의도가 있다고…… 자신은 이런 인간이라고 단 한 번이라도 타인에게 드러낸 적이 있을까.

반대로, 리오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을까.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와 면대면으로 본심을 이야기했을까.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말을, 합리성을 방패 삼아 그녀는 줄곧 등한시했던 것이 아닐까.


이해받지 못한다고 단정하고, 타인을 멀리하고 홀로 썩는 것은…… 너무나도, 어린애다.


『히마리, 네가 말한 적이 있었지. <세이프하우스>를 만들고 있지 않느냐고……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 에리두는 미래에 있을 위협을 막고, 요격하고, 쓰러트리기 위해 세운 <요새>…….』


외부로부터의 간섭, 외부로의 간섭…… 그 양쪽을 차단하는 이곳은 요새이자, 셸터. 위험을 배제하는 검이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패. 모든 것은, 파멸로 이어지는 미래를 뒤엎기 위해서.


「리오, 당신은, 여전히……」
『이해 받지 못해도 괜찮아. 이 세상이 나를 악으로 규정해도 상관없어.』

삶의 방식은 정했다. 이제 와서 되돌릴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할 뿐이다.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걸 행할 뿐이야.』



────설령, 그 끝이 지옥이라 해도.





통신을 끊은 리오는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는 관제실 의자의 등받이를 삐걱이게 했다.

────히마리에게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의도도, 목적도, 모든 것을. 이제는 자신이 전력을 다할 뿐이다. 만에 하나 실패해도, 그 후에는 분명 그녀가 길을 바로잡아 줄 것이다.

리오는 눈을 뜨고, 에리두를 응시했다. 누군가를, 미래를 지키고 싶다는 염원의 결정체. 리오가 자신의 몸을 바쳐온 증거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감안을 하더라도 내가 목표를 이룰 확률은 99% 이상. 이미 모든 대비는 끝마쳤어. 남은 것은 실행하는 것뿐…….」


『────리오 님.』

이제 키보토스의 적을 베어낼 것이라고, 주저하지 마, 의문을 갖지 마…… 자신에게 되뇌는 듯 중얼거린 리오에게 들려온 것은 토키로부터의 통신. 그녀의 평탄한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식었는지, 리오는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지, 토키?」
『요새도시 에리두의 감시망으로부터 보고입니다.』
「……그래. 결국 데이터가 가리킨 대로, 정말로 찾아온 거구나.」

리오는 긴 머리를 쓸어 넘기고, 에리두의 모든 시스템을 기동시킨다. 침입자를 결코 놓치지 않는 필드가 완성되고, 합리성에 따라 갈아엎으려는 빅 시스터의 의지가 구동한다.

「그럼 부탁할게. 토키.」
『예스, 맴.』

짧은 한마디와 함께 통신이 끊긴다. 침입자를 나타내는 포인터가 몇 개. 지하와 공중. 숫자는 공중 쪽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것은 아마 디코이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속도는 압도적으로 공중이 빠르다. 이대로 손을 쓰지 않으면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리오가 앉아 있는 중앙 타워에 발을 들일 것이다.


이 경우, 본명은────그녀는 냉정하게, 상대의 책략을 분석하고, 써도 아깝지 않은 패부터 꺼낸다.

그리고,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모든 게 끝나고 나면…… 히마리 너도, 그리고 샬레의 선생, 당신도…… 분명…….」


자신을 받아들여 줄지도 모른다는, 그렇게 편리한 망상을 리오는 가슴 깊이 묻었다.





에리두 시스템의 탐지 범위에 들어섰음을 확신한 아스나가 네루에게 손짓을 보내자, 조그마한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차가운 목소리를 냈다. 뒤편에 강하용 해치가 있는 작전 공간에서, 최강 전력들은 작전의 마지막 확인을 한다.


「────야, 너희들, 준비됐냐?」
「물론이지!」
「아아, 문제없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최신예 헬기 기내.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이 자랑하는 최강의 무투파 집단인 C&C는 당연히 이동 수단을 직접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그것을 전 기체 스크램블시킨 것이다. C&C가 탑승한 기체 외에도 디코이 목적의 기체가 여러 대 편대를 이루고 있다.

전 기체의 목표 지점은 에리두 중앙 타워. 격추에 리오가 자원을 할애하면 작전대로, 만약 못 본 척 넘어가기로 선택한다면 헬기를 질량 병기 삼아 타워를 부러뜨릴 계획이다. 조종하는 AI에는 여러 겹으로 보호막이 걸려 있어, 그 해제에 리오 본인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다.

그녀들은 양동, 리오의 자원을 조금이라도 할애하게 한 시점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작전으로 파손된 헬기 비용은 모두 리오에게 청구할 생각이다.


「우리 역할은 양동이야. 리오가 무시하지만 않으면 이기지만…… 기왕이면, 그 녀석의 자원을 가능한 한 토해내게 하는 게 좋아. 본대가 편할 테니까.」
「예. 드론은 도시 전역에 1000기라고 하는데, 이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건설 당시의 것. 지금은 이것보다 많아졌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 설마 두 배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1500기는 있을 겁니다. 거기서 비전투용 기체와 정비 중인 개체, 우리들의 강하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개체를 제외하면……」
「대략, 1000기 미만인가.」
「네, 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순간, 폭음이 울려 퍼졌다. 옆을 보니 편대를 이루고 있던 헬기 한 대가 격추되어, 기체를 공중 분해시키면서 땅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격추에 사용된 것은 요격용 패트리어트 미사일. 하지만, 그 외에도 숨겨진 비장의 수가 있을 것이다.

「리더는 토키에게 매달려야 하니까, 내가 드론들이랑 싸우는 거지?」
「그럼, 우리 셋이 최소 600대는 처리하고 싶군.」
「한 명당 200기군요. 알겠습니다, 그걸 목표로 하죠.」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차례차례 헬기가 격추된다. 최신 헬기를 쉽게 격추시키는 요격 성능은 역시 리오의 수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나 많이 가져왔던 기체가 이제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범위가 되어버렸다.


「좋아, 모였군. 내가 토키랑 싸우는 동안, 너희들은 드론을 박살 내. 한 명당 200기가 목표다. 가로막는 장애물은 모두 쓸어버려. 리오의 자원을 우리들이 고갈시키는 거야.」


네 명의 이어폰에 베리타스 통신이 들어온다. 강하 지점이라는 것이다. 후방 해치가 열리자, 사방에 펼쳐진 요새를 자랑하는 미래 도시. 하지만, 그곳은 이미 연기탄과 탄우가 난무하는 전장. 파멸적인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고, 네루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최근에는, 줄곧 답답했다.
아리스와의 싸움은 목적을 달성했기에 총을 거뒀다.
Divi:Sion(불가사의한 군대)과의 싸움도, 즐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리스가 납치되는 것을 막지 못한 날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음껏 싸울 수 있다.
누군가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아리스를 돕는다는, 자신이 바랐던 것을 위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그것이────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Godspeed(성공을 빈다)!」


누구보다도 먼저 뛰쳐나간 네루는 미사일과 CIWS가 난무하는 전장으로 몸을 드러냈다. 그 다음에 아스나, 카린, 아카네가 뒤이어 강하하고────그 타이밍에 그녀들이 탑승했던 헬기가 격추되었다. 쏟아지는 열풍과 파편, 그리고 미사일. 그것들을 능숙하게 피하고, 방어하면서 그녀들은 총을 겨눴다.

중력 가속도에 따라 낙하하는 동안, 시야가 설탕 공예처럼 늘어난다. 발밑, 내려다본 곳에는 AMAS가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미사일도 타겟을 헬기에서 네 명으로 바꾸어, 그녀들을 격파하려는 듯 흰 연기를 뿜어낸다.


하지만────.



「무르군!」


그 정도에 쓰러질 멤버는 단 한 명도 없다. 압도적인 제압 능력을 자랑하는 네루는 두 자루의 SMG 화력과 연사력을 활용하여, 날아오는 미사일을 닥치는 대로 격추하고, CIWS 탄환은 휘두르는 사슬로 쳐낸다. 그 동안 아스나와 아카네가 지상의 AMAS를 제압하고, 카린이 미사일이나 CIWS 발사구를 정확하게 꿰뚫는다. 공중이라는 맨몸으로는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운 악조건에서조차, 그녀들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족쇄가 될 수 없다.

그 정도의 요격, 대공 방어, 근접 방어, AMAS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오는 C&C에게 긁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다.


「강하 성공.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아카네의 말에 호응하듯 그녀들은 새 탄창으로 교체하고, 다시 총을 움켜쥐었다. 우글우글 몰려드는 AMAS, 각 부분에서 솟아오르는 기관총과 미사일 발사 장치. 겨우 네 명밖에 없는 그녀들은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잡병으로 그녀들의 여유는 무너질 리가 없었다.


「열렬한 환영이네~」
「네, 그렇네요.」
「……아무래도, 그냥 보내줄 것 같지는 않지만.」
「핫! 상관없어, 뚫고 지나갈 뿐이다────간다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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