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1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별에 손을 뻗은 날】 — 대가

무작 2025. 9. 19. 17: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49.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599


# 샬레 활동 비망록

# 대가

히나가 선도부원들을 데리고 아비도스를 떠나는 것을 배웅하던 선생은, 그녀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읏」

깊게 숨을 내쉰다. 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이 끊어진 것처럼 몸에 힘이 빠져나가, 어깨를 빌리고 있던 와카모에게 몸을 기댔다.

「선생님─!」
「미안해. 한심한 모습을 보여줬네……」

맡겨진 체중에 사랑스러움과 슬픔을 느끼면서도 와카모는 즉시 선생의 자세를 편안하게 바꾸어 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그야말로 선도부와 실랑이를 벌이던 때 이미 한계에 다다랐던 것이다. 끊임없이 덮쳐오는 격통과 의식의 암전을 논리도 뭣도 없는 단순한 근성으로 견디며, 타인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엄청난 정신력일 것이다. 게다가, 그 균형을 와카모나 히나 외에는……그를 예전부터 알던 학생들 외에는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한계는 있는 법. 그의 마음보다 먼저, 몸이 절규를 터뜨렸다. 원래부터, 헤일로도 신비도 없는 나약한 육체다.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할 것이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몸 상태에 변화는 없으신가요? 두통이나 메스꺼움은 없으신가요?」

와카모에게 어깨를 기댄 선생 바로 옆에 모여드는 흥신소와 아비도스 멤버들. 모두 한결같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를 향한 걱정, 불안. 울 것 같은 누군가의 얼굴. 그것을 보고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에 기합을 넣고────미소 지었다.

「아아, 괜찮아……조금 피곤했을 뿐이야……」

그는 「커헉」하고 약한 기침을 한 번 한 후, 모두에게 말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죽은 사람 같은 얼굴로 ‘괜찮다’고 해도 전혀 안심할 수 없다. 명백한 허세, 그저 억지. 그것은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분명했다.


호시노는 피투성이로 웃는 선생을 보고, 손톱으로 피부를 찢을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에 품은 것은 후회와 분노, 증오. 그 대상은 그를 이렇게 만든 누군가와, 늦어버린 자신.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어, 검은 양복과의 대담을 도중에 끊고 달려왔는데……그럼에도 부족했다.

그녀는 다른 모두와 달리, 그와 함께 싸울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나 있었고, 남겨진 것은 피로 물든 그뿐이었다.

또, 늦었다. 이번에는 선생이 운 좋게 살아있었지만, 다음에도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죽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는 자신들과 다르니까. 총알 한 발만 맞아도 죽는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방패를 들고 있었을 텐데.


────소중한 사람에게 위기가 닥쳐올 때, 나는 항상 곁에 없다.


「미안, 선생……늦어서」

물론, 낮잠을 잤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호시노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비도스를 악의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강하게 알고 있었다. 아비도스가, 그가 필사적으로……자멸까지 불사하고 싸우고 있을 때,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은……다름 아닌 그녀였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호시노의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고, 필사적으로 후회를 참는다.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은 모두 때늦은 후회다. 그런 의미 없는 가정에는 구원 따윈 없다. 어쩔 수 없는 일, 바꿀 수 없는 일만이 현실이다. 그의 상처는 현실이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부과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후회. 그것을 감지한 선생은 피 맛이 나는 성대를 떨었다. 여기서 기합을 넣지 않으면, 어디서 기합을 넣을 것이냐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호시노는 잘못 없어. 그러니까, 제발 사과하지 마. 네가 너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어. 아아, 그러니 제발────」



────웃어줘.


고결함을 느끼게 할 정도의 미소를 지은 선생은, 호시노가 꽉 쥔 주먹 위에 자신의 손을 살며시 얹었다. 그녀의 손을 덮듯이 씌워진 장갑 너머의 그의 손은 피가 부족한지 조금 차가웠지만, 그보다……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했다. 그는 그대로, 호시노가 굳게 쥐고 있는 다섯 손가락을 풀듯이 자신의 손가락을 움직여 주먹을 펴게 했다.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다정하게 타이르듯이.

호시노의 자책을 드러내는 주먹을 풀어준 선생은, 그대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왼손이 더러워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마음속 깊이, 자신을 비웃었다.


────‘웃어줘’라니, 뭐가? 결국 자기만족에 불과해. 내 편의와 소원을 그녀에게 강요하고 있을 뿐. 아아, 얼마나 오만한가. 너무나도 죄악스럽다.


「아루 일행도, 여러모로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미래의 경영 고문을 위해서니까」

아루가 자신만만하게,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선생은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그리고 미소를 띠었다. 정말로, 든든하기 그지없다.


────이번 전투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은 아직 없다. 시바세키 라멘은 무너졌지만, 사장님은 무사하다. 사장님의 입원비와 복구 자금은 전액 샬레 부담으로 하고, 여러 가지 일도 생각해야 한다.

모두, 며칠 뒤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선생의 곁으로 시로코가 다가와, 늘어진 오른팔을 붙잡았다.

「응, 지금은 선생님을 병원에 데려가는 게 우선. 다른 일은 나중」
「……아아, 그렇구나」

시로코의 말에 그는 짧게 긍정했다.

활동 한계 시간은 이미 지났다. 몸에 막대한 부하를 주는 약물, 그만큼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남은 것은 언제 부작용이 나타날지다. 그것만 조심해야 한다.


「응, 선생님은 내가 병원에 데려갈게. 업으면 빨라. 맡겨줘」
「이야~ 거긴 아저씨한테 맡겨줬으면 좋겠는데~?」
「저도 할게요~☆」
「뭐, 뭐어, 정 그렇다면 내가 업어줄 수도 있긴 한데?」
「아, 저기……저라도……」

선생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벌어진 싸움, 와카모는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며 그의 처치를 하고 있었다. 상처가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붉게 물든 붕대를 풀고 새것으로 교체했지만……피는 멈추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향할 수 없는 초조함과 짜증을 느끼며, 그녀는 응급처치를 했다.


「아아……」

빠져나가는 피. 수혈 팩으로 보충했던 분량이 허무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선생은 정확히 인식한다.

방금 주사한 극약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한 그는, 약하게 목소리를 내어.


「아, 미안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해산하자. 병원 문제는 괜찮아. 선도부 학생들이 응급의학부를 불러준 것 같으니까, 그거 사용하도록 할게」

모처럼의 선의를 받아들일 수 없음에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그는 제안한다. 아마, 응급의학부는 5분도 안 되어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차량에 타고 있는 것은 히무로 세나. 그녀라면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와카모를 제외한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잠시 생각한 후.


「그렇습니까……확실히, 그쪽이 선생님께 가해지는 부담이 적겠네요. 저는 찬성입니다」

모두를 대표해서, 아야네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보여주었다. 이런 상태의 그를 업는 불안정한 자세로 옮기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문 설비가 갖춰진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는 모두의 동의에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하지만!」

선생의 말을 가로막듯이, 아야네는 힘찬 어조로 말했다.


「선생님을 인계해 드릴 때까지는 여기에 있겠습니다」


결코 꺾을 수 없는 의지를 느끼게 하는 아야네의 말. 뒤를 돌아보니, 모두가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모함에 무모함을 거듭한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그녀들이다. 분명, 걱정스러운 것이리라. 인계가 끝난 후에도 병원까지 달려 따라올 기세였다. 그것 자체는 그로서도 기쁜 일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은 끼치고 싶지 않다. 모두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치명적인 전투도 피할 수 있었으니 해피 엔딩────그런 끝에 흙탕물을 묻히고 싶지는 않다.

「모두, 피곤할 텐데? 나는 괜찮아. 게다가, 와카모가 있어주니까」
「이야~ 어떤 입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방금 쓰러질 뻔했던 거, 아저씨들은 놓치지 않았거든~?」
「아아……정말, 혹독하네……하아……」

희미해지는 의식 속, 선생은 난처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한계가 찾아왔다.


「커헉, 커헉……으, 아……」

긁힌 듯한 소리. 마치 천식 발작 같은 기침 소리였다. 오싹, 하고 등골이 흔들리는 듯한 불길한 소리. 그것을 듣고, 와카모는 안색을 바꾼다. 그녀는 그가 부담 없이 토해낼 수 있도록 편한 자세로 옮기려 하지만────그보다 빨리, 그가 쓰러졌다.


「아, 윽……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지, 괴로워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땅에 웅크리는 그를 보고 모두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신의 목을 조르려는 동작, 가슴을 할퀴는 동작, 머리를 감싸 안고 거친 숨을 반복한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이었다.


「선생님─!」
「커헉……커헉……아, 아……쿨럭」

축축한 기침으로 변하나 싶더니,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토혈. 하지만, 그 양도 증상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검붉은 피와 함께 몸속의 일부였을 육편이나 찢어진 폐포, 젤리 같은 피가 외부 공기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입뿐만이 아니었다. 연산 부하도 나타난 것인지, 눈에서도 출혈이 시작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흐릿했던 시야가 붉게 물들고, 시인성이 더욱 저하된다. 토혈에 비하면 양 자체는 적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손상이 아니었다.


그 외 약물로 감춰져 있던 상처들이 차례차례 벌어져, 주변을 피로 물들였다. 방금 수혈 팩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 시점에서 분명히 실혈사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많은 피를 흘렸다.


「하아……하아……커헉, 쿨럭」
「서, 선생님─! 괜찮────」
「가까이 오지 마세요─! 방해됩니다─!」

와카모는 그렇게 말하고, 벌어진 상처를 처치하며 부작용에 대처해 나간다. 진정제를 목덜미에 주사하고, 가져온 링거를 놓는다. 그동안 수혈 팩을 다시 펼쳐, 빠져나간 혈액을 보충시킨다.

숙련된 움직임. 그와 와카모 사이에 끼어들 여지 따윈, 호시노에게 없었다. 그녀는 그에 의해 풀렸던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무력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를 고통에서 구해주지도, 아픔을 덜어주지도……할 수 있는 일 따윈, 아무것도 없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피와 살을 토해내는 선생을 보는 호시노. 발밑에는 그가 방금 주사한 약물의 잔해……주사기가 굴러다니고 있었고, 짤랑하고 유리 소리를 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주워 들어 라벨을 보니, 거기에는 화학물질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그 아래에는 효능과 지속 시간, 부작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지혈용 혈액응고제(Blood Coagulant for Hemostatic)────BCH-097.
코드네임, 아네모네.

이름 그대로 혈액을 응고시켜,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물리적으로 막는 효능을 가진다.
하지만, 효과 중에는 혈중 산소 농도가 저하되어 혈전이 생긴다.
게다가, 효과 시간이 끝나면 막혀있던 혈액이 흘러나와, 실혈사 위험이 급증한다.

그야말로 수명을 미리 당겨 쓰는 것이자, 치명상을 연기하는 것.
부작용도 호흡 부전,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 저하, 혈류 부전으로 인한 말단 괴사, 부정맥, 멍의 출현……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지금, 그의 몸을 덮치고 있는 불편함은 이 부작용일 것이다.



────그때, 검은 양복의 제안을 무시하고 선생과 함께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아니, 그 이야기는 중요했다. 적어도, 무시한다는 선택지는 택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어떻게 했으면, 그가 상처 입지 않고 지낼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현실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뿐. 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까. 호시노에게는 뛰어난 의료 지식이 없다. 그의 곁으로 가도 와카모처럼 응급처치를 할 수 없고, 방해된다는 욕을 듣고 끝날 것이다.

외적을 제거하기 위한 총. 뒤에 있는 후배를 지키는 방패. 키보토스 최고의 신비가 뭐냐, 웃기는 소리다. 총을 가지고 있어도 그와 함께 싸울 수 없었다. 그런 것으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었다. 상처 입는 그를 돕기는커녕,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그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진통제조차 될 수 없었다.

────작은 이 손이, 이 몸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분하고, 슬프고, 한심해서. 불안해 못 견뎌 작은 흐느낌과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를 잃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텐데 몸은 떨려서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선배 때의 재탕처럼.

만약, 그가 죽어버린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웠다.


알고 있는 척했다.

그의 고통도, 그의 아픔도.

그가 짊어지고 있는, 많은 짐도.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상냥하고, 따뜻하고, 햇살 같은 사람. 어째서, 당신만 고통받는 걸까. 당신만 상처 입는 걸까.



──────한낮의 태양 아래, 호시노는 자신의 무력함을 곱씹었다.


대가라는 게 너무 가혹하잖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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