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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 활동 비망록
# 방주의 행방
────── 우리는 바란다, 일곱 개의 통곡을.
──────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화두를.
▼
「……내 실수였어요.」
하얀 구조물 속. 눈앞에 앉아있는 건 헤일로를 잃은 소녀. 새하얀 교복을 더럽힌 붉은 피, 연약한 사람의 몸. 그녀는 그 초월적인 특성을 잃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를 종이비행기가 빙글빙글 날아다닌다.
꿈을 꾼다는 건 렘수면에 부수되는 현상일 것이다. 의식이나 정신 활동은 뇌의 뉴런 전기 활동에 기반을 두지만, 의식이 각성 상태에 있을 때의 행동 대부분은 의식에 오르지 않는…… 무의식의 뇌 활동 영향을 받는다. 깊은 잠…… 렘수면 중의 꿈에서는 자기 의식이 없다. 그런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자각, 인식하는 건 극히 드문 경우다.
하지만 선생은 『이건 꿈이다』라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눈앞의 소녀는, 그를 이끌어줬던 그녀는 이제 없다. 그렇기에 쌓아왔던 기억의 리프레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자각몽은 특이한 상황이다. 렘 최면에서, 각성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없이 그곳에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실험을 통해 가정되고 있다. 전두엽의 반각성 상태라고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선잠과 현실 사이에서, 대뇌 피질이 만들어낸 악몽의 세계에 갇혀 있다. 그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문득 시선을 내리자, 무릎 아래가 없는 오른발과 어깨 부분부터 꺾여 비틀린 왼팔이 눈에 들어온다. 복부는 찢겨 있고, 내장의 독이 있는 듯한 붉은색이 채도 높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것을 인식하고서야 비로소 『고통』이 밀려왔다. 기억에서 재현된 신호는, 진짜와 한 치도 다름없는 리얼리티를 가지고 그에게 달려든다.
──────이것은, 첫 회귀. 그 기억이다.
이렇게 그녀와 함께 도피하며────── 맡겨졌다. 미래를, 학생들을.
「내 결정들. 그리고 그로 인해 초래된 모든 상황들. 결국 이 결과에 도달하고서야 당신이 옳았다는 걸 깨닫다니……」
참회이자, 통곡으로 보였다. 역광으로 짐작할 수 없는 그 표정은 분명, 후회와 자기혐오로 가득할 것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아무 잘못도 없어──── 그런 말이 위로조차 되지 않는다는 걸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데도, 그래도 외칠 수밖에 없었다.
너의 선택은 누구도 부정하게 하지 않을 거야. 설령 너 자신일지라도 부정하게 하지 않을 거야. 그 존엄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염치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선생님」
그것은 간절한 바람. 그녀가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자존심, 고집, 프라이드…… 그런 것들을 전부 내던지고 하는 소원. 키보토스를 위해, 그녀는 모든 것을 내놓으려 하고 있었다.
「어차피 제 말은 잊어버리게 될 테지만, 그래도 상관없겠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도, 당신은 아마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선택을 하실 테니. 그러기에 아마…… 중요한 것은 경험이 아니라, 선택. 당신만이 가능한 선택들.」
선생이 학생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학생에게 다가가고, 유대를 깊게 하고, 웃고…… 신뢰받았다. 그렇기에 그는 반드시 같은 선택을 한다. 결코 길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책임을 지는 사람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의 저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문득, 그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별다른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하루 중, 로비에서 주고받았던 말.
「어른. 책임과 의무,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당신의 선택. 그것이 의미하는 바까지도.」
──────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긍정해 주는 것이, 책임의 본질이라고 생각해.
그의 책임론이, 그녀의 양어깨에 무겁게 얹힌다. 그가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 말은 그녀를 옥죄는 띠가 되어버렸다.
「……」
「그러니까, 선생님. 내가 믿을 수 있는 어른인 당신만이, 이 뒤틀리고 일그러진 종착지가 아닌 다른 결과를…… 그곳으로 이어지는 선택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낙원에서 가장 멀리 있었던 사람, 낙원의 진실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 키보토스에서는 이물질이었던 사람. 그럼에도, 이 장소와 살아가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해 줬다. 분명, 그 선성으로 열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다.
사람을 상처 입히는 도구를 결코 쥐지 않는 그의 양손은 비어 있다. 그러니, 누군가와 손을 잡을 수 있다.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다. 그것이, 그의 무엇보다 큰 강점이라고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선생님, 부디──────」
그 간청에, 선생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이, 그의 의지로.
그 소원의 대가가 선생 자신의 전부라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키보토스를 사랑하는 마음에 답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녀의 사랑을 거짓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그 신뢰를 무가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무엇보다 존귀한 진실이니까.
그렇기에, 그는 자기 자신을 세계에 내던졌다. 거기에 후회도 미련도 없다.
『키보토스에, 학생들에게 빛나는 미소와 내일을.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그녀들을 구해보이겠어』
그녀와의 맹세. 그것은, 그의 내면의 나침반이자 지침.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그의 진실.
그 말에 거짓은 없다. 아아, 하지만──────.
『네 미소는, 결국 볼 수 없었구나』──── 그런 마음을, 그는 격통과 함께 삼켰다.
▼
「──────요. ──────주세요」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날카로운 목소리.
그에 응해 의식이 떠오른다. 멀리 떨어져 있던 자아가 육체로 되돌아와, 물질에 불과했던 몸이 생명이 되는 것처럼. 그것은 마치, 『선생』이라 불리는 개체가 재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 일어나 주세요」
눈을 천천히 뜬다. 동공이 광량을 조절하고, 흐릿했던 초점이 최적화되어 올바른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청결감이 느껴지는 사무실 같은 방과 눈앞에 서 있는 소녀가, 막 깨어난 뇌에 들어온다.
「깨셨나요? 선생님」
「……아아, 깨어있어」
수면────어느 쪽인가 하면 기절에 가까울지도 모른다────후의 건조한 목에서 나온 목소리가 공기를 흔든다.
「잠깐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는데, 피곤하셨나 봅니다. 깨우기가 곤란할 정도로 숙면을 취하고 계실 줄은.」
「미안하네…… 이곳은 총학생회 로비……가, 맞지?」
「네. 선생님께서는 거기서 렘수면을 취하고 계셨습니다」
선생의 잡음 섞인 기억 속에서 더듬어 찾아낸 답은 아무래도 맞았던 모양인지, 눈앞의 소녀로부터 긍정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기억의 결손이 심하다. 원래 모든 기억을 계승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잊어버린 것이 많다. 이것이 회귀 전에 그 아이가 말했던 정신의 마모라는 것일까. 무엇을 기억하고 있고, 무엇을 잊었는지를 나중에 제대로 정밀 검사해야 한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명확하게 직면하게 되니 생각나는 것도 있다. 단두대에 서 있는 기분이다.
──────끔찍한 감상이다. 이제 죽을 자신에게 동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지 않았나?
냉혹한 자신과, 그것을 비웃는 자신을 씁쓸함과 함께 삼키고, 약간 저린 손으로 소파를 짚고 상체를 일으킨다. 그리고, 자신을 부른 소녀를 시야에 넣는다. 지적이고, 어른스러운 미인. 약간 뾰족한 귀와 우아한 검은 머리가 특징인 그녀는, 형언하기 어려운────어이없음이 담겨있다는 건 알 수 있는────표정으로 선생을 보고 있었다.
「……린, 나나가미 린……」
그는 그 이름을 되씹듯 중얼거린다. 익숙한 소리, 익숙한 목소리.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하지만, 선생에게 울 권리는 없다. 그런 나약함은 오래전에 버려버렸다.
「네, 나나가미 린입니다…… 혹시, 꿈이라도 꾸셨나요?」
조심스럽게,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린은 그에게 묻는다. 깊이 들어가도 괜찮을지, 아니면…… 그런 망설임이 엿보이는 질문.
잠들어 있던 그는 몹시 힘들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몹시 행복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순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내포하는 그의 잠든 얼굴은 다음 순간이라도 사라질 듯한 덧없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린의 의문에, 그는 살짝 웃고는.
「……그래, 꿈을 꾸고 있었어. 분명, 좋은 꿈을」
괴롭고 힘든 기억이지만, 그만큼 소중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한 번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키보토스에 오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는 단 한 조각도 품지 않았다.
설령, 마지막은 운명(롱기누스)에 꿰뚫릴지라도.
「그러셨군요. 하지만, 제대로 집중해 주세요. 이제부터 선생님께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상황 설명이 필요하신가요?」
「아니, 문제없어.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
사지의 감각을 확인하고 일어선다. 아픔은 없다. 위화감은 없다. 촉각도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신발 밑창에서 전해지는 리놀륨의 감촉. 가죽 소파의 감촉.
문득, 선생은 창밖을 본다. 푸른, 푸른 하늘. 이치에 정연한 키보토스, 학원도시. 서로 웃고 있는 학생들. 눈앞에 펼쳐진 그것들은 평온을 누리고 있으며, 매우 아름다운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어디도 붉지 않다.
주먹을 굳게 쥐고, 『반드시 해내 보이겠다』고 하늘에 맹세한다. 이 보금자리를, 그녀들의 마음과 몸을 반드시 지켜 보이겠다.
사랑했던 그녀들을 구하자──────이번에야말로.
「침착하시네요. 방금 막 호출되었는데도……」
「어느 정도는 익숙해. 돌발적인 일도…… 그로 인해 생겨나는 것도」
린의 의문에, 그는 명랑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익숙한 정도가 아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횟수로, 이 만남을 반복해 왔다.
「그러셨군요…… 아니요, 불필요한 참견은 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총학생회장에게 선택된 분이시니, 사정도 여러 가지 있으시겠죠」
「고마워」
그런 다정함은 변치 않는구나, 하고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그 미소를 보고 문제없다고 판단했는지, 린은 "이쪽으로"라고 말하며 걷기 시작한다. 선생도 그녀의 반 발짝 뒤를 따른다. 목적지는 여러 대 있는 엘리베이터 중 하나. 이 층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유연한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문을 열고, 린은 선생의 탑승을 권한다. 그는 그에 따라 탑승하고, 눈앞에 펼쳐진 소녀들의 방주를 바라보며 상층으로 올라간다.
투명한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에게 린은 한마디, 미소 지으며 고했다.
「<키보토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선생님.」
────── 선생님을 이곳의 일원으로서 환영합니다.
「블루아카이브를 다시 한 번」이라는 초장편 피폐 소설 시리즈가 있는데, 그거와 비슷하게 흘러갈 지 아니면 다르게 흘러갈 지
더 번역해봐야 알겠네 일단은
다음화 : https://qjsdur00.tistory.com/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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