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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 활동 비망록
# 다시 한번, 약속을
선생과 와카모는 한참을 끌어안고 있다가, 조금 거리를 두었다. 깍지 낀 손과 겹쳐진 고동이 멀어지는 것에 그녀는 살짝 쓸쓸한 얼굴을 했지만, 선생이 「언제든 다시 안아줄게」라고 하자 아주 기뻐했으니 문제 없을 것이다.
「당신께서도 기억하고 계셨군요, 그 나날들을.」
「물론이지, 내가 너와 함께했던 추억을 잊을 리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선생은 거짓말을 했다.
전부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절반 이상을 잊어버렸고, 남은 기억들도 상당히 손상되어 노이즈가 섞여 있는 상태였다.
억지로 떠올리려 하면 마치 뇌를 안쪽에서부터 갈라내는 듯한 형용할 수 없는 격통이 따랐지만…… 그 정도 대가라면 싼 것이라고, 그는 웃고 있었다. 학생들과의 추억은 무엇보다도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그리고 선생은 자세를 살짝 바로잡고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와카모, 너 말고도 기억하는 아이가 또 있니?」
「……제가 눈앞에 있는데, 다른 여자의 이야기입니까……? 이 와카모, 질투로 죽여버릴 것만 같습니다만.」
「미안, 하지만 중요한 일이야. 누가 기억의 소유자(홀더)인지…… 그것에 따라 앞으로 내가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질 거야. 경우에 따라서는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필요도 있어.」
선생의 진심 어린 말에 와카모는 「농담입니다만」하고 웃으며, 턱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여러 명일 겁니다. 당신과 특히 친분이 깊었던 학생, 당신을 사랑하는 학생, 당신께 직접 구원받았던 학생이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더해, 당신을 눈앞에서 잃었던 경험. 이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분이 홀더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분일 것입니다. 어쩌면 이 외에도 어떤 조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더 이상은.」
「아니, 충분해. 고마워. 그 정도만 알고 있어도 누가 홀더인지 어느 정도 좁혀낼 수 있겠어…… 정말, 너한테 몇 번이고 도움만 받고 있네.」
선생은 와카모가 말했던, '눈앞에서 선생을 잃었던 경험'이 부분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한심한 일이지만, 거의 모든 학생 앞에서 한 번은 죽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함께 싸웠던 유우카만 하더라도 눈앞에서 죽은 횟수가 백을 넘는다. 하지만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단편적인 무언가를 이어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섣부르겠지만…… 그녀에게서 와카모 같은 행동은 없었다.
아마도 천. 만약 횟수가 조건이라면, 그 정도가 경계선일 것이다. 특히 친분이 깊고,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구원받았으며…… 최소 천 번 그를 눈앞에서 참살당한 학생.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누가 홀더에 해당하는지 생각해야 하지만…… 다행히도, 떠오르는 학생은 제법 있었다.
아비도스의 타카나시 호시노,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밀레니엄의 우시오 노아.
게헨나의 소라사키 히나, 아마우 아코.
트리니티의 미소노 미카, 시라스 아즈사.
아리우스 스쿼드 네 명 전원.
이 주변 학생들이 기억 소유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들 중 한두 명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생은 앞으로의 움직임을 머릿속 한편으로 계획하며, 「그러고 보니」라고 한 박자 쉬고서.
「와카모, 지금부터 총학생회의 수석행정관이 올 거야. 그러니까 일단……」
「네,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헤어져야겠군요…….」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 마. 전처럼 영원히 헤어지는 게 아니잖아.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선생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서, 와카모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내 권한으로 와카모를 샬레 소속으로 만들 거야. 반대 의견이 나오겠지만 전부 꺾어버릴 테니. 그러니까 와카모…… 한 번만 더, 힘을 빌려줘.」
「네, 물론입니다. 이 세계에서도 와카모는 마지막까지…… 당신의 곁에.」
그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마치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와도 같았다.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해, 와카모.」
「네. 오래도록 잘 부탁드립니다만…… 그럼, 저는 이만.」
그렇게 말하며 와카모는 계단이 아닌 비상 탈출구로 향했다. 기억을 더듬어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길이 1km의 지하 통로 입구로 발을 내디디려 하다가…… 와카모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표정은 그가 숨을 멈출 만큼…… 아름다운 미소였다.
「당신이 살아남은 세상은, 아직 제 안에서 제대로 숨 쉬고 있습니다.」
그의 목숨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설령 멸망했을지라도, 남겨진 것이 있다고…… 와카모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말아줘.
「……정말, 못 당하겠네.」
선생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
「선생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니,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 린.」
와카모가 도망친 5분 후, 린이 샬레를 찾아왔다. 그 사이에 뒷문의 잠금장치나 사용 기록 초기화 등도 마쳐, 그와 린 외에는 아직 발을 들이지 않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 작업을 하다가 린과 마주쳤다면 또 여러 가지로 귀찮은 상황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린에게 대답했다. 물론, 얼버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하지 않아도 될 수고는 덜어야 하는 법이다.
「이곳에 총학생회장이 남긴 물건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흠집 하나 없이 무사하군요.」
린은 책상 옆의 주랄루민 케이스를 들어, 6×6자리의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그 안의 내용물을 선생에게 건네주었다.
「받으십시오────── 이것이 바로 총학생회장이 선생님께 남긴 물건. <싯딤의 상자>입니다.」
그것은 별다를 것 없는 새하얀 태블릿이었다. 가전제품 판매점에 가면 같은 외형의 물건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흠집 하나 없는 새것으로, 때를 모르는 그것은────── 그를 위해 남긴, 총학생회장의 시스템.
「────── 아, 확실히 받았어, 린.」
어두운 화면 위로 살며시 손가락을 스쳤다. 태블릿을 만지는 감촉이라기보다는, 방금 와카모에게 했던 그것……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부드러운 손길.
「단순한 태블릿 처럼 보여도 사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입니다. 제조회사도, OS도, 시스템 구조도, 작동 기작도…… 모든 것이 불분명합니다.」
뭐 당연하겠지, 하고 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은 일종의 오파츠이자 특이점이다. 아서 C. 클라크의 세 번째 법칙────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에 따른다면, 이것이야말로 마법이다.
특이현상수사부에 쉽게 침입했던 데카그라마톤의 해킹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견고한 방화벽과, 시스템이면서도 외부 세계에 물리적으로 간섭 가능한 방어 장벽. 더 나아가 키보토스 전역의 생명줄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해킹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선생이 가진 최강의 비장의 카드. 그것이 싯딤의 상자다.
「총학생회장은 이 <싯딤의 상자>는 선생님의 것이며, 선생님이 이걸로 타워의 제어권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군, 그녀가.」
「저희는 작동조차 시킬 수 없었던 물건이지만, 선생님이라면 이걸 기동시킬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태블릿을 켜자, 흰색과 파란색 화면이 나타난다. 여러 번 봤던 로그인 화면. 그리고 비밀번호 요구.
「……아아, 알고말고.」
──────우리는 원한다. 일곱 개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화두話頭를.
머릿속에서 노래를 불렀다.
익숙한 기동 영창(랭귀지),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 퍼지던 자장가.
그것을 문자로 옮겨 입력하고, 싯딤의 상자를 열었다.
그 글자를 인식하자마자, 의식이 멀어졌다.
생명이 육체가 되고, 마음이 에테르가 되는…… 죽을 때와 흡사한 감각.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마치 어머니의 손짓에 이끌리듯, 선생은 눈꺼풀을 감았다.
▼
우주를 담은 듯한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그곳에 홀로 존재하는 푸른 교실에 선생은 서 있었다.
발밑 깊이 5cm 정도의 수면은 빛과 바람에 반짝이며 흔들렸고, 폐 가득 공기를 들이마시자 어디까지나 시원한 상쾌함이 느껴졌다.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내린 벽과 어지럽게 쌓인 책상. 풍화된 학교 한 교실을 잘라낸 듯한 공간────── 그 안에서.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 푸른 소녀가 있었다.
「──────」
그 모습을 시야에 담자마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재회의 기쁨, 순수함을 아는 것에 대한 안도감.
「────── 아아.」
하지만 그것은 곧바로 악감정으로 반전된다. 이 아이를 이곳에 묶어두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참회, 후회. 이제는 사라진 그녀에 대한 사죄. 그리고────── 세상을 불태워도 남을 만큼의…… 그 자신에 대한 분노와 증오.
하지만 이 감정은 그 속에 간직해야 한다──── 그것이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모든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삼키며……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떨리는 목구멍이, 여러 감정을 뒤섞어 그녀의 이름을 엮어냈다.
「──────아로나.」
사랑스러운, 세 글자. 너를 만나고 싶었다, 너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그저, 그것뿐이다.
「으응…… 므으, 응…… 으음…… 아, 흐음……?」
선생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소녀는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맑고 푸른색…… 이 공간 자체를 구현하는 듯한 머리카락과, 특징적인 큰 흰색 리본.
그녀의 눈과 동시에 머리 위로 헤일로가 떠올랐고, 잠결에 눈을 비비고는…… 목소리의 주인인 선생을 보았다.
「──────네?」
잠시 멈칫. 그리고, 몇 번 눈을 깜빡인 직후에…….
「서, 선생님!? 이 공간에 들어오셨다는 건, 설, 설, 설마 선생님……!?」
「응. 총학생회장님께 연방수사부 샬레의 책임자를 맡게 된 선생이야.」
「우, 우와아아?! 그, 그렇네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건가요?!」
그렇게 허둥대는 그녀를 마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여동생을 보는 듯, 딸을 보는 듯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속으로는 이를 악물었다.
방금 와카모를 보고 어쩌면 하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녀는 대부분이 초기화되어 있었다.
기억하는 것은 모든 것의 시작…… 루프의 기준 축이 되는 첫 번째뿐일 것이다.
「우와, 와아아? 진정, 진정……. 어…… 그러니까……. 음, 그렇지! 일단 자기소개부터! 저는──────」
「아로나.」
「네! 이 <싯딤의 상자>에 상주하는 시스템 관리자이자 메인 OS, 그리고 앞으로 선생님을 보좌하게 될 비서 담당입────── 어라?」
그때까지 말하고서, 아로나는 깨달았다. 그가 그녀가 자신을 소개하기도 전에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가 품었던 의문은 즉시 경악으로 변모하여, 유쾌한 백면상을 눈앞의 그에게 보여주었다.
「선생님 혹시…… 기억하고 계신가요?」
「물론. 너의 이름을, 한순간도 잊은 적 없어…… 다시 만나서 기뻐.」
선생이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자, 아로나는 확연히 얼굴을 빛냈다. 몸에서 흘러넘치는 듯한 환희는, 내면의 다양한 감정들과 뒤섞여 녹아내리고──────.
「아로나, 이리 와.」
그는 한마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이끌려 그녀는 걸어가…… 무릎을 꿇은 그에게 안겼다.
「드디어────── 드디어, 만날 수 있었어요! 저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기서, 선생님을!」
「응, 알고 있어…… 미안해, 오랫동안 혼자 있게 해서…… 많이 늦어버렸네.」
「아, 아니에요! 그런 것──────!」
손을 꽉 쥐고 고개를 붕붕 저으며 부정하는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이 작은 몸의 그녀를…… 오랫동안 혼자 두었던 것이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많은 밤을 혼자 지새웠을까.
그 속마음을 생각하니 후회하는 마음이 넘쳐 흘러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고독도 이제 끝. 이제부터 내가 항상 곁에 있을 테니까, 하고 푸른 소녀를 안아주었다.
그 행동에 아로나의 얼굴이 풀어지지만────── 잠시 후 퍼뜩 정신을 차렸다.
「맞다! 먼저 선생님, 생체 인식부터……」
「그렇네, 먼저 해치워 버릴까.」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보다, 먼저 시스템 관련 일은 처리해야 한다. 아로나는 등에 두르고 있던 오른손을 앞으로 가져와, 검지를 세웠다. 그 손가락에, 그는 자신의 손가락을 살며시 대었다.
전자 정보이지만 서로에게 체온이 전해져와, 아로나는 수줍어하고 선생은 미소 지었다.
「마치 손가락 마주 걸고 약속하는 거 같죠?」
「그러네…… 바늘 천 개는 키보토스식으로 말하면 납탄 천 발이 되는 걸까?」
그렇게 말하자 아로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둘 다 싫네요」라고 말했고…… 그것은 분명 싫다고, 그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것은 약속이다────── 결코 어기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그녀들과의 인연.
약속의 불꽃은, 그의 가슴속에서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그럼, 지문으로 인증할게요!」
「부탁해.」
「네! 어디 보자……」
아로나는 그와 겹쳐진 손가락 끝을 빤히 바라봤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나 위장도 용납하지 않는, 0과 1의 집합인 전자 세계에 사는 그녀다운 진지한 눈빛.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아, 15초쯤 지나자 「으음……」이라든가 「왠지 잘 안 보이……나……?」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허공에 비추고…… 결국에는 「뭐 이 정도로 괜찮을까?」 하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대충이라고 얕볼 수는 없다.
그녀의 보안은 완벽하다.
과거 루프에서 선생의 시체에서 두 눈과 양손의 손가락을 잘라 싯딤의 상자의 생체 인증을 뚫으려 했던 자들이 있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넵! 확인 끝났습니다♪」
「고마워, 역시 아로나야.」
「그, 그런가요? ……그렇죠! 물론이죠! 네! 그래도 최첨단이라구요! 게다가, 이 아로나, 선생님의 비서니까요!」
「으쓱!」하며 얇은 가슴을 펴는 그녀를 보니, 묘하게 쓰다듬고 싶어진다. 작은 동물 같은 사랑스러움이 좋은 예일 것이다.
자랑스러워하는 아로나에게 향하는 시선의 색을 진지하게 바꾸고, 그는 「자」 하고 한숨 돌린 후.
「아로나,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 좀 길어질 텐데……」
「물론이죠! 이 아로나에게 맡겨주세요!」
아로나는 기억이 없나
그것보다 1000번이 넘는 루프라니 정신이 남아있는 게 신기한데
'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 > [샬레 활동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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