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3. 에덴 조약 보충수업부 편 【하늘에서 영락하는 구세주】 — 찻잔에서 손을 놓고

무작 2025. 10. 12. 15:00

작가의 말 : https://syosetu.org/novel/302033/164.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751


# 샬레 활동 비망록

# 찻잔에서 손을 놓고

성난 나기사의 발언 후 몇 초.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긴 시간은, 자신의 언행을 냉철하게 돌아본 그녀에 의해 끝이 났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들고 있던 허리를 내리고 우아한 몸짓으로 입가에 찻잔을 가져가 화와 함께 홍차를 목구멍 깊숙이 흘려보내고는.

「……죄, 죄송합니다. 제가 무슨 망발을……. 하…… 하아. 사과드립니다. 미카 씨…… 선생님…….」
「무…… 무서웠어…….」

이런 대화와 함께 나기사의 롤케이크 사건은 미수에 그쳤다. 나기사의 명예도 미카의 명예도 지켜졌으니, 그 누구도 크게 상처받지 않은 평화로운 결말이었다. 미카가 나기사를 가지고 놀았던 것은 못 본 척, 나기사가 미카를 협박했던 것도 못 본 척하기로 하자. 아마, 그 부분을 지적하면 이야기가 더 꼬여서 수습할 수 없게 될 테니까.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은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나기사가 화제를 전환했다. 선생이 회담 자리에 앉은 지 약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그 시간을 인사와 아이스 브레이킹에 거의 다 썼으니, 이제 충분히 분위기가 풀렸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 말이 맞다……. 라기보다는 더 이상 잡담만 하고 있으면 언제까지고 본론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저희가 선생님께 요청드리고 싶은 것은, 간단한 일입니다.」
「응. 그치만 중요한 일이기도 해.」
「중요하기도 하죠.」

입가에 롤케이크를 가져가는 미카를 흘긋 보고, 나기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보충수업부를 맡아주실 수 있습니까?」
「보충수업부, 라…….」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낙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구제하는 특별반을 운용해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보충수업부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그 형태는 동아리와 다릅니다. 그러므로 선생님께 부탁드리는 일은 동아리 고문이 아니라, 차라리 '담임 선생님'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네요.」

방과후 시간, 학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과외 활동을 보는 고문이 아니다. 방과후나 수업 전, 보강이나 보충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업을 가르치는 교사의 일. 그래서 고문이 아니라 담임 선생님이라고 나기사는 칭했을 것이다. 공부를 가르치고, 의문점을 해소하며, 시험이나 보고서 점수를 올린다. 성적을 올려 낙제를 철회시킨다. 그것이 이번 트리니티로부터 의뢰받은 샬레의 일이다.
선생은 향수를 느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나기사에게 다음 말을 재촉했다.

「저희 트리니티 학원은 예로부터 키보토스에서 문무를 겸비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학원.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런 시국에 낙제생들이 무려 4명이나 생겨버려서…….」
「응. 대외적으로는 우리는 지금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달까. 에덴조약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수선하거든. 이런 상태에서 낙제생들의 처우를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인력도,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고…….」

아하하, 하고 조금 쑥스러운 듯 웃던 미카였지만…… 직후, 짝 하고 손뼉을 쳤다.

「때마침 보인 게 바로 이거! 신문에 난 샬레의 활약상! 고양이 찾아주기, 동네 청소, 택배 배달 등등 편리한 심부름센터 샬레의 대활약! 그래, 이거라면! 귀찮은 일을 떠넘길 수 있겠다 싶어서!」
「그렇게 생각해 주는 건 고맙지만…… 괜찮겠어? 그 소문엔 학업에 관한 게 전혀 없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미카를 바라보며, 선생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미카가 언급한 공적은 모두 기억하고 있고, 샬레가 최근 심부름센터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선생으로서도 어지간한 일…… 예를 들어 누군가나 무언가를 해치는 의뢰나, 비현실적인 의뢰가 아닌 한, 그 의뢰인이 학생이든 누구든 가능한 한 응하고 싶다. 물론, 이 부탁도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 공적 중에 학업에 관한 것이 전혀 없는 인물에게 낙제 직전 학생들의 성적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귀찮은 일을 떠넘긴다…… 는 아니죠. 미카 씨.」
「어라, 그, 그런가……. 그치만 어떤 부분에 있어선 사실이기도 하고……. 게다가, 선생님이잖아.」
「폐라고 생각 안 해. 오히려, 의지해 줘서 기뻐.」
「……응,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말하겠지.」

수줍은 듯, 그리워하는 듯. 혹은 외로움을 감추는 미소. 그것을 살짝 띠우고, 미카는 평소의 미카다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지금이야 다들 BD로 학습하는 시대이고, 교직원, 교무원, 강사, 교수 등은 있지만, <선생님> 이라는 개념은 흔치 않으니까. 응. 선생. 이것은 삶을 앞서간 사람, 즉, 이끌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잖아?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존경과 삶의 기준이 되는 사람, 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보충수업부에 딱 맞는 느낌이잖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존경이나 닮고 싶다, 라는 느낌은 아닙니다만…….」
「아하하, 응. 그건 인정.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보고서에는……. 음, 이건 선생님의 명예를 위해 굳이 말하진 않을게.」
「……트리니티에서 뭘 했다는 기억은 없는데, 짐작건대 다른 학교 정보인가?」
「……네, 그렇습니다. 저희의 정보망은 외부에도 뻗어 있으니 말이죠.」
「아비도스, 밀레니엄. 그리고 백귀야행에 게헨나…… 얼핏 짐작 가는 곳은 이쯤이려나. 대체로 살이 붙고 과장되었겠지만.」

틀렸냐고 묻는 그. 가늘어진 눈, 부드러움 속에 날카로움을 띤 시선은 나기사를 꿰뚫는다. 온갖 허식을 베어내고 진실을 비추는 두 눈. 그것은 분명 나기사와 미카가 '그의 명예를 위해' 숨겨왔던 소문의 진상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즉, 그의 명예가 상처받을 수 있는 온갖 이야기들을.

가라사대, 지휘 실력은 최고지만 기본적으로 머리와 성격과 분위기가 느슨하다.
가라사대, 지갑은 밀레니엄의 회계와 총학생회의 재무실장에게 잡혀 있다.
가라사대, 그가 다쳤을 때는 99% 이상의 확률로 학생과 엮여 있다.
가라사대, 울린 학생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가라사대, 타고난 여자 홀리는 자.
가라사대, 수천의 야전을 넘어 불패.
가라사대, 그랜드 티처.

과장되거나 살이 붙은 부분, 몇몇은 기억에 없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그 소문대로였다. 그 말을 들은 선생은 조용히 「……그래.」라고 중얼거리며, 매우 투명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애수 짙은 한마디를 뱉었다.


「……나, 그런 식으로 보였던 거구나…….」


그의 목소리는 죽어 있었다. 그런 소문이 키보토스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부정하고 싶어도 미묘하게 부정할 수 없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밤샘 후 목욕을 하지 않은 학생의 두피 냄새를 맡는다느니, 학생을 공공장소에서 네 발로 기게 하고 목줄을 채운다느니, 발 핥는 요괴라느니, 학생의 졸업 앨범을 비밀리에 입수한다느니, 학생의 하반신을 시멘트로 굳혀 사진을 찍는다느니, 학생과 혼욕을 한다느니…… 그런 소문이 돌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분명 착각일 것이다.

「저기……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뭐 여자 홀리는 건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홀리고 싶어서 홀리는 건 아니잖아!」
「……그쪽이 훨씬 더 심각한 게 아닌가요?」

미카의 어설픈 변명에, 나기사가 한마디 보탠다. 나기사의 말대로, 자각 없이 사람을 홀리고 다니는 쪽이 훨씬 더 나쁘다. 주로 본인이 자각이 없어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선생 본인도 누구를 홀리고 있다는 자각은 전혀 없다. 학생들에게 대한 언행은 그녀들의 절대적인 편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기반으로, 자신의 선의를 나침반으로 삼고 있다.

학생이 울고 있다면 그 눈물을 닦아준다.
악의를 가지고 학생을 울리는 상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제한다.
학생이 어디에 있든, '도와줘' 한마디만 있다면 별빛보다 빨리 달려갈 것이다.
구원받지 못한다고 한탄하고 있다면, 반드시 손을 내밀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의 편. 그녀들이 당연하게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당연하게 내일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당연하게 서로 웃을 수 있도록. 대가는 바라지 않는다, 네가 웃으며 행복 속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너의 미소야말로, 나에게 주어진 최대의 보상이자, 보답이자, 대가니까.


────이 어디가 '홀리고 있는' 건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평가는 어디까지나 자기 평가. 나기사나 미카의 평가는 '남이 본 선생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즉 결국 홀리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 현실을 정면으로 맞은 선생은 신음 한 번 흘리고, 쓴 얼굴 그대로 홍차를 마셨다. 이런 때에도 미각은 정직해서, 맛있는 것은 제대로 맛있다고 반응을 보인다. 차라리 이대로, 씁쓸한 현실도 홍차와 함께 마셔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 무정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저로서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억에 새로운 샬레 해방 전선, 선생님과 함께 칠수인 중 한 명과 교전했던 하스미 씨는 선생님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매우 다정하고, 따뜻하며,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물론, 하스미 씨뿐만이 아닙니다. 미카 씨를 필두로 시스터후드의 우타즈미 사쿠라코 씨와 와카바 히나타 씨, 이오리 마리 씨, 트리니티 자경단의 모리츠키 스즈미 씨, 우자와 레이사 씨, 도서부의 코제키 우이 씨, 엔도우 시미코 씨……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선생님과 만난 학생들 모두, 입을 모아 하스미 씨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구나.」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 결코 진실이 아닙니다. 물론, 진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겠죠. 불이 없는 곳에 연기가 나랴……는 백귀야행의 말이었던가요. 하지만, 불과 연기는 별개의 것입니다. 이것은 소문과 진실도 마찬가지겠죠.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왜곡되고 각색된 소문은 진실에 값하지 않습니다.」

나기사는 거기서 한숨을 쉬고.

「그래서, 저는 선생님을 실제로 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소문도 보고서도, 그 누구의 이야기도 그다지 믿지 않았습니다. 선입견은 진실을 흐리게 만드니까요.」
「……그래서, 내가 나기사의 안목에 들었으려나?」
「네, 이렇게 실제로 만나 뵙고, 말씀 나눠 확신했습니다. 선생님은 신뢰할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요. 하스미 씨와 트리니티 학생들 모두가 말씀하셨던 대로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기사는 미소와 함께 홍차를 입에 머금었다. 소꿉친구인 미카나 정의실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스미를 비롯한 트리니티의 학생들과,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자가 퍼뜨렸을 소문. 그 어느 쪽이 신뢰할 가치가 있는지는, 애초부터 자명한 일이었다.

「하여튼! 나는 선생님이 얘네들을 맡아줬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곤란한 시국에는 더욱!」
「이야기를 되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카 씨……. 조금 더 설명하자면, 보충수업부, 라는 평상시에는 없는 특별 동아리를 창설해서 구제가 필요한 학생들을 가입시킨다. 특별 한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여기서 샬레의 초법적 권한을 빌려온다- 이런 형태입니다.」

뭐, 그렇겠지. 낙제 직전의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동아리가 상설되어 있다면 아무래도 좋지 않다. 그야말로 트리니티의 교육 커리큘럼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할 정도의 큰 문제다.
그리고, 샬레의 권한을 빌려 이번 보충수업부가 창설되었다는 것은…… 아마도, 이 시기에 창설된 것은 이례적인 일일 것이다.

「본질은 어디까지나 낙제생들의 구제이기에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지만…….」

나기사는 일단 말을 끊었다. 찻잔도 받침대에 놓고, 선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진지 그 자체. 옆을 보니 미카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선생님. 부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그 소원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면 사양하지 않을게.」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뭐든지 할 것이다. 반드시 손을 내밀 것이다. 그곳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선생으로서의 자부심이다.

「응, 해냈다! 땡큐! 선생님!」
「과연. 그렇군요. 거절하지 않으실 거라고는 예측하고 있었지만…….」

미카는 소녀처럼 사랑스럽게. 나기사는 우아하게 기쁨을 표현한다. 예상했던 대답이라곤 해도 기쁠 것이다. 그가 아무런 계산 없이 협력해 주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나기사가 손에 든 벨을 울리자, 문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티파티 행정관이 트리니티의 교표가 박힌 새하얀 바인더를 안고 들어와……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고는 빠르게 퇴실했다.

「그럼, 이 서류를.」

선생은 나기사로부터 바인더 한 권을 받았다. 그대로 그는 나기사에게 눈짓을 보내고, 시선으로 허락을 받자 팔랑팔랑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 명부에 기재된 분들이 보충수업부 부원, 총 4명입니다. 명부 외에도 학생 정보, 시험 점수, 면담 기록 등 개인적인 정보도 포함되어 있으니, 취급에 각별히 주의해 주십시오.」
「응. 말하자면, 트리니티의 골칫덩이들.」
「그 표현은 사랑이 부족하니 이렇게 표현하죠. 트리니티의 사랑이 필요한 학생들.」
「응. 뭐든.」

그 대화를 뒤로하고 선생은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겼다. 이름, 얼굴 사진, 학년. 모두 본 기억이 있는 것들뿐이었다. 아는 얼굴들뿐.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자신의 무엇을 대가로 해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미소들. 선생은 눈동자에 희미한 향수의 빛을 띠운 후, 부드러운 눈빛으로 명부를 쓰다듬었다. 추억 속에 많은 것을 간직하고, 바인더를 닫았다.

「자세한 사항은 서류를 통해 전달드리겠습니다.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신가요?」

「그래…… 이 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라 미안하지만, 둘은 이상한 이야기를 듣거나 경험한 적은 없나?」
「이상하다, 말인가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이상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으음, 그래…… 부자연스러운 물자 흐름, 무소속 오토마타나 드론, 원인 불명의 컨디션 난조, 국지적이고 단시간의 지진, 신비나 공간의 흔들림…… 같은 건?」

그 말에 나기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근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정보를 다시금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듯했다. 그가 말한 이상한 점에 해당하는 사건이 없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는지 그녀는 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딱히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괜찮아. 알면 운이 좋은 정도의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이건 트리니티 문제가 아니라 샬레가 관할하는 문제야. 그러니 나기사는 신경 쓰지 마.」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그런 이야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마워, 도움이 될 거야.」


────담소하는 한편. 테이블 아래에서 손을 굳게 맞잡고 있던 미카를 두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응, 지금 듣고 싶은 건 이 정도일까.」
「알겠습니다. 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십시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선생님께는 트리니티 종합학원에 파견 형식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럼, 또 봐 선생님! 이번에는 내가 티파티에 초대할게! 언제쯤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죠……. 지금은 특히 바쁜 시기이고, 티파티 학생회장이 이렇게 또 금방 모일 수는 없을 테니까요.」
「맞아~, 파테르 쪽도 정신없고. 나기쨩 쪽(필리우스)도 세이아쨩 쪽(상투스)도 비슷할걸?」

그렇게 말하고, 미카는 의자에서 일어나 쭉 기지개를 켰다.

「뭐, 그래도 선생님이랑 나기쨩 만나서 이야기도 했고…… 응, 나는 기뻤어!」
「네, 저도 그렇습니다, 미카 씨.」

그 대화에 이 다과회의 폐막을 느낀 선생도 미카와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굳어진 몸을 적당히 풀면서, 뇌내에서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하고…… 나기사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저도 티파티의 호스트로서, 선생님을 에스코트하겠습니다.」
「나도 도울 테니까,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불러줘!」
「응, 고마워. 나도 잘 부탁해.」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 나기사는 미소 지으며 그들을 배웅했다.





「────성과는?」
「응, 괜찮은 편.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맡아주셨어.」
「그렇구나…… 선생님은 변함이 없네.」

트리니티 종합학원 내부, 미카의 집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녀는 살포시 웃었다. 그리워하는 듯, 혹은 갈망하는 듯. '얼음 마녀'라 불리는 소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표정은 부드러웠다.

「이걸로 선생님을 보충수업부에 구속하는 목표는 달성. 나머지는 우리에게 달렸어.」
「응…… 조인식 전까지, 선생님의 안전은 내가 지킬게. 미카는────」
「나기쨩이랑 세이아쨩한테는 손도 못 대게 할 거야, 절대로.」

미카는 「그걸 위해서 미네 단장을 움직였고」라고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초여름 바람에 머리카락을 맡기고, 흘끗 소녀를 보았다.

「조인식 전까지────선생님을 부탁할게, 아즈사쨩.」
「아아, 맡겨줘.」





「────흠, 좋다.」
「현명한 판단, 감사드립니다, 프레지던트. 그럼, 정식 계약은 훗날 메신저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카이저 코퍼레이션 본사. 최고 책임자의 집무실에서 붉은 여자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리고 볼일은 끝났다는 듯 등을 돌리고…… 집무실을 나섰다. 그 오만불손한 행동, 경멸의 조각도 없는 언행이 비위에 거슬렸는지, 군복과도 비슷한 정장을 입은 오토마타…… 제네럴이라 불리는 인물은 조용히 귓속말을 했다.

「……괜찮으십니까?」
「방위실의 어린애와 협력하는 것보다, 저 여자와 손을 잡는 쪽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 물론, 그 어린애보다는 다루기 힘들겠지만…… 잘 다루어 보일 것이다.」

다루지 못하면, 기분을 상하게 하면, 혹은 계약을 어기면────확실히 죽는다. 일말의 저항조차 허용하지 않고, 기계로 된 견고한 몸은 순식간에 말없는 고철로 변한다. 재앙이라 부르기에 합당한 여자.

아아, 진정 재앙. 오만의 화신. 카이저의 병기, 오토마타, 드론을 원하는 거대한 욕망.
평소라면 코웃음 치며 일축할 우스꽝스러운 제안이었지만…… 그 여자는 걸어볼 가치가 있었다.
신의 조각에 닿을 수 있는 막강한 전투 능력, 신비에 대한 깊은 이해, 하나의 자치구를 오랫동안 통치한 수완.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일류였다.
원하는 것을 내어주고, 거래를 통해 협력 관계를 맺을 만한 가치가 그 여자…… 게마트리아의 일각인 베아트리체에게는 있었다.

「알겠습니다……. 방위실장과의 관계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하라. 총학생회에 연결책이 있는 것이 우리로서도 움직이기 편하다. 관계를 끊고 처분하는 것은 모든 일이 끝난 후다. 그때까지는 춤추게 해라. 그 어린애는 남을 몰락시킬 기개는 있을지언정, 사람을 죽일 기개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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