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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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 활동 비망록
# -1
요새 도시 에리두 내에서 벌어진 사소한 후일담.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는 소녀들의 뒷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암흑 영역에서 벌어진 작은 살육의 이야기.
▼
요새 도시 에리두, 도시 외곽. 누구도 놓칠 수 없는 곳. 그곳에 분명 있을 텐데, 일체의 관측을 거부하는 암흑 영역이 된 장소에 3명의 히토가타가 서 있었다.
새하얀 제복 차림. 새하얀 가면. 피부 노출은 세계를 거부하는 듯 전무하다. 가면 뒤편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우호적인 색은 전혀 없으며, 마음속 깊이 이 세계를 깔보고 비웃고 있음이 느껴진다.
────무명사제. 현 문명이 발족하기 이전의 키보토스에 있어서의 '인류'였던 지성체. 하지만 이미 그들은 과거에 도태되어 흔적만 남았다.
자연 숭배……자연을 본떠 현현하는 신을 숭배했다고 하는 사제들은 '지성체의 적'이다. 인류이면서 인류를 깔보고, 인류를 초월했다고 자만하며, 별을 저버리고 멸망을 불러들였다.
────그 결과, 스스로가 멸망했다. 별의 적으로서, 철저하게.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땅속에서 꿈틀거리는 악의는 끝나지 않고, 지금 이곳에서 다시 태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열쇠의 기능이 정지되었다.」
「왕녀의 기능도 마찬가지로 정지되었다. 이래서는 색채가 도래하지 않는다.」
불안 요소는 몇 가지 있었다. 불확실한 요소는 몇 가지 있었다.
키보토스에서 폭력의 정점 중 한 귀퉁이. 구 문명의 기술이 일부 사용된 오버 테크놀로지를 조종하는 미래 과학의 총아. 과거와 미래를 풀이하는 지성의 정점들. 정신의 바다 깊숙한 곳에 잠든 왕녀의 인격. 그리고 ────상자의 주인.
그들은 키보토스에 있어서의 질서, 별의 자전을 계속하려는 측이다. 별의 끝을 바라는 무명사제들과는 대척점에 위치한 명백한 '적'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불안 요소나 불확실한 요소를 뿌리째 쓸어버릴 만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멸망을 우려한 천재가 만들어낸 요새 도시 에리두와 그 기구. 왕녀의 내면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난 열쇠의 존재.
이 두 가지만으로도 적대하는 만상을 모두 꺾을 수 있었을 터였다. 키보토스라는 별은 저항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색채 속에 잠겨 멸망할 운명이었을 터였다.
「왜 주저했나. 왜 정지시켰나. 왜 우리들의 요청을 거부하는가.」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열쇠인 그녀는 주저했다. 한 번만 더 밀어붙이면 모든 것이 끝날 위기에서 멈춰 섰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가동시켜왔던 프로토콜마저 멈췄다.
그녀는 무명사제의 요청을,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모든 불화는 열쇠에서 시작되었다. 열쇠가 우리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의지로 프로토콜을 가동시켰다.」
「그것은 좋다. 과정이 다르더라도 결과가 동일하다면 수정은 용이. 우리들의 목적은 달성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은 프로토콜을 변질시켰다. 모든 신비를 기록하지 않고, 단지 상자의 주인을 죽이는 데에만 사용했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가 안 된다. 이해를 거부한다.
왜, 왜, 왜. 의문만이 뇌 속을 가득 채운다.
「열쇠는 자신의 의지로 구세주 살인을 이루려고 했다. 열쇠 주제에, 우리들의 계획에 반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의지로 프로토콜을 정지시켰다. 열쇠는 대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원래 열쇠에는 자기 의지 같은 건 없다. 그것은 트리거 AI. 잊힌 신들의 왕녀를 왕좌로 인도하는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왜 자기 의지 같은 것을 획득했나.」
자신들의 도구였을 터였다. 가장 충실한 말이었을 터였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멸망의 문을 여는 열쇠. 자신들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만, 자신들이 만들어낸 도구인 이상 배신하거나 주저하거나, 더군다나 의지에 반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열쇠에는 원래 그런 기능이 없다.
왕녀를 왕좌로 인도한다. 그것만이 열쇠의 존재 이유였다.
「열쇠에는 갑작스레 상자의 주인을 죽이고 싶어지는 이유라도 있었다는 말인가. 갑작스레 죽이고 싶지 않게 되는 이유라도 있었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열쇠라는 도구의 속은 텅 비어있다. 텅 비어있었기에 열쇠였다. 자유 의지도 기억도 마음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공백.
「그따위 사랑조차 모르는 도구 나부랭이가, 대체 어떤 욕망을 품었다는 말이냐!」
「────닥쳐.」
순간, 푸른 하늘을 꿰뚫는 은섬광이 번뜩였다.
▼
처형대에 몰아치는 바람처럼 피비린내가 나고, 농밀한 죽음을 느끼게 하는 기운. 증오와 분노가 상식을 벗어난 밀도와 질량으로 뒤엉킨 혼돈. 엉킨 살의는 전방위를 무차별적으로 상처 입히는 칼날 같았다.
틀림없는 악성이며, 사악함. 파멸적이고, 비극적이며, 저주에 매료되어 있다. 하지만 그 혼돈의 안쪽에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한 선성이 숨어 있었다. 누구도 더럽힐 수 없는 검은 광휘, 혹은 허공의 보석.
도저히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저주와 파멸을 뿌리면서 조금씩 사제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한 걸음, 독기가 짙어진다.
한 걸음, 피 냄새가 난다.
한 걸음, 죽음이 달라붙는다.
한 걸음, 철없는 쓰르라미가 울었다.
한 걸음, 나락으로 향하는 인도가 울려 퍼진다.
검은 나비가 우뚝 선 사제들 사이를 지나가자, 드르륵 뭔가 깎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시야 가장자리에 불꽃이 튀고, 목숨을 따는 사신이 왔다고 생존 본능이 외쳤다. 끝을 피하려는 생명에 새겨진 욕구는, 그러나 어찌할 수 없는 천적을 만나고 말았다는 근원적인 공포에 꺾여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오랜만이야(처음 뵙겠습니다), 나의 원수(무명사제). 죽여버릴게(자기소개가 필요할까?)」
푸르게 물들면서, 계속해서 피를 흘리는 쌍안.
풀 스펙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상위 성능을 가진 오버 테크놀로지인 싯딤의 상자.
이미 환경 변수가 입력되어, 대 무명사제 특공 병기가 된 개념 무장, 천명(네거티브 세피라).
원 프레이즈로 발동 가능한 상태로 세팅된 세계를 비틀 권능(어른의 카드).
학생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격노와 증오와 살의로 물든 피투성이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이 마지막 한 작업(학생의 적 제거)을 위해 가로막고 섰다.
「상자의 주인인가.」
「응, 너희들이 정말 싫어하는…… 싯딤의 상자를 맡고 있는 자다.」
「왜 이곳을 알았지.」
「너희들의 생태 같은 건 대충 알아. 그리고 결심했어…… 너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도망치게 두지 않겠다고 말이야.」
────아아, 그래.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어.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게 하지 않을 거야. 무명사제가 남긴 모든 악의 흔적을 지울 거야. 앞으로 이어질 비극의 싹을 잘라낼 거야.
────이 악성만큼은 살려둘 수 없어.
「호위도 데려오지 않고 가로막다니 어리석군.」
「자만인가? 아직 정신 못 차렸네. 그 오만함 때문에, 너희들이 이형 따위라고 깔봤던 검은 옷(게마트리아)에게 몇 명이나 사라졌다던데.」
학생을 데리고 오지 않은 건 단순한 상성의 문제. 무명사제는 일종의 법칙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다. 색채 관계는 골칫덩어리가 많고, 불분명한 점도 많다. 최악의 경우, 무명사제에 닿는 것만으로 신비가 '반전'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청소에는 애초에 반전할 신비가 없는 자신이야말로 적임자일 것이다. 단순한 스펙으로는 무명사제에게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 부분은 싯딤의 상자와 카드, 특공 병기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다. 인원이 좀 더 많았다면 힘들었겠지만, 3명이라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다. 공개한 패로 모두 죽일 수 있다.
게다가…… 학생에게 살인 같은 건 시킬 수 없어. 더러워지는 건 나 하나로 충분하다.
「멍청이는 죽어도 고치지 못한다, 나와 마찬가지군.」
「귀공…….」
「아아, 사람답게 화낼 수는 있네. 너희들에게 짓밟힌 사람들은, 그런 감정조차 품을 수 없었는데 말이야.」
분노가 멈추지 않아. 증오가 멈추지 않아. 살의는 날카로워질 뿐이야.
무명사제의 제멋대로인 욕망에 짓밟힌 수많은 행복들. 분명 힘들었을 거야, 아팠을 거야, 괴로웠을 거야.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기분이 돼. 당연하게 살고 싶었을 텐데, 그 권리마저 빼앗겼잖아. 그딴 헛소리에도 못 미치는 소원 때문에.
선생은 오른손에 든 예장을 들어 올려, 악성을 꿰뚫는 칼끝을 별의 암세포를 향한다. 얼굴에 떠오른 것은 참혹한 웃음. 너무나도 사악한 표정.
「토키와 리오의 의지에 반하는 아비 에슈흐의 리미터 해제, 요새 도시의 의미 변질…… 그 외에도 몇 가지. 어쨌든 내 학생들을 그 제멋대로인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했으니. 죽을 각오 정도는 되어 있겠지?」
선생의 시야 한구석에서 붉은색이 춤춘다. 온몸의 모든 곳이 비명을 지른다. 학생들이 다룬다는 전제로 튜닝된 무장은 선생의 육체에는 과분한 것. 온몸이 터지고, 찢기고, 있을 리 없는 헤일로가 부서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모두 삼키고, 눈앞의 악을 꿰뚫기 위한 살의로 전환한다.
키보토스의 강자들이 뿜어내는 폭풍 같은 신비와 비슷하면서도, 그 근본부터 다른 이질적인 무언가. 독기일까, 혹은 살의일까. 신비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이질적인 바람이 목을 조르듯 지나가자마자, 무명사제들의 등골에 섬뜩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이 '공포'야. '숭고함'에도 '신비'에도 닿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너희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해답. 그것을 곱씹으며 죽어가. 지옥에서 기다려, 나도 곧 갈 테니까.」
「학생을 위한 선생인 그대가 우리를 죽일 수 있겠나, 상자의 주인이여. 그대의 행위는 추악하다. 도저히 학생들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못 될 터.」
「확실히 그렇네. 이런 추악한 나 같은 건 죽어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학생들에게는 누구도 상처 입히고 싶지 않고, 상처 입고 싶지 않다고 떠들면서, 그들의 선생인 나는 누군가를 죽이고 누군가에게 죽임당하는 길을 택했어. 그렇게 수많은 생명을 깔아뭉개고, 소원을 짓밟으며 이곳에 서 있어.」
명백히 그들에 대한 배신 행위다. 그들의 신뢰를, 신용을, 그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배반하려 하고 있다. 선생 실격이다. 점점 더 자신이 싫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보고 지나친다면 더 많은 눈물이 흐를 것이다. 더 많은 슬픔이, 절망이, 전염병처럼 키보토스에 만연할 것이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세상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과거의 유물에게 갉아먹힐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죄를 짊어지더라도 여기서 숨통을 끊는 것이 최선이다. 그 의지에 흔들림은 없다.
「이제 와서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주저할 거라고 생각했나? 예상이 너무 안일하네, 무명사제.」
그 미소를 보고. 그 살의를 보고. 무명사제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은──── 열쇠가 띄우고 있던 것과 동질이라고.
「네가 열쇠를 비틀어 버린 존재인가.」
「아니, 상자의 주인에게 그 권한은 없어. 비틀어 버린 존재는 다른 자겠지.」
「어느 쪽이든 그 열쇠는 더 이상 쓸 수 없다. 초기화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기체의 회수는────.」
그는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용서치 않겠다'고 말하는 듯, 예장을 땅에 내리쳐 강제로 중단시킨다.
「아리스와 케이는 너희들의 모순투성이 헛소리를 들어주는 도구가 아니야. 아리스도 케이도, 모두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소중한 생명이야. 모두와 웃으며 앞으로를 살아갈 생명이라고. 에리두도 마찬가지야. 이 도시는 리오가 리오가 믿는 정의를 위해 만들었어…… 미래에 도달하기 위한 방주. 누구를 상처 입히기 위함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너희들이 사용해도 좋은 게 아니야.」
아리스도 케이도 소중한 생명. 지금을 걷고, 앞으로 찬란한 미래를 만들어 갈……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학생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지껄인다면, 아아 좋다.
「최후 통고다, 무명사제. 아리스와 케이…… 키보토스 주민들과 이 별에서 손을 뗀다면 놓아주겠다. 나 역시 무의미한 살생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통고를 듣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그 목소리와 함께, 선생은 자신의 특권(어른의 카드)을 기동시켰다.
「죽을 각오로 덤벼라, 패배자(언더독). 놀아주겠다(죽여주겠다).」
▼
「모두를 죽이는 구세주(메시아). 네 손으로는 아무것도 구원할 수 없다. 그 피 묻은 손으로, 의미 없는 살육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상자의 주인인 너에게 내려지는 벌이다.」
「────알고 있어.」
체념을 담은 선생의 목소리와 함께, 마지막 탄피가 떨어졌다.
'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 > [샬레 활동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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