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막간 Ⅲ — 최강의 회합

무작 2025. 10. 9. 12: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48.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724


# 샬레 활동 비망록

# 막간 Ⅲ — 최강의 회합

키보토스 3대 초대형 학교 중 하나인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얼마 전만 해도 벌집을 쑤셔놓은 듯 부산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라앉아 지금은 평소와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교실로 향하는 인영. 동아리방으로 향하는 인영. 매점으로, 기숙사로, 실험동으로. 혹은 교내에서 벗어나 자치구로 향하는 학생들도 있다. 별다른 특이점 없는, 늘 평화로운 일상이다.

「────」

그 광경을 네루는 창밖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덜렁덜렁 흔들리는 다리. 턱을 괴고 흘겨보는 풍경은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서 더욱 아름답다. 그녀는 밀레니엄을 좋아한다. 이 학원과, 이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을 좋아한다. 다를 바 없는 일상, 모두가 웃고 떠드는 매일이야말로 소중하다. 그걸 새삼스레 깨달은 건 얼마 전. 폭력에 뛰어난 자신이 학원의 질서로서 서 있는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평화롭네……」

네루는 학원에 돌아오자마자 아카네의 손에 이끌려 토키와 함께 병원으로 실려갔다. 하지만 타고난 튼튼함과 치유 능력 덕분에 거의 죽을 뻔했던 중상에서 단 2일 만에 거의 완치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고, 예상보다 훨씬 빨리 복귀한 그녀는 이례적으로 사무 업무를 자청했다. 이에 유우카나 노아는 물론, 그녀를 잘 아는 아카네나 선생도 상당히 놀랐다.

하지만 그 제안은 바쁜 세미나에게는 매우 고마운 일이었고, 노아는 방대한 서류가 담긴 PC를 「기한은 모레까지예요」라는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활짝 웃으며 건넸고…… 네루는 '병문안 온 사람한테 시킬 양이 아니잖아'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익숙지 않은 서류 작업을 아카네와 함께 완료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조사나 사무 업무를 해내고, 그것들이 겨우 진정될 무렵에 네루와 토키의 퇴원 축하 겸 토키의 환영회를 겸한 파티가 열려 오늘에 이른다.

지금은 아스나, 카린, 아카네는 세미나의 의뢰로 자리를 비웠고, 토키도 초현상특무부로 출장을 가 있는 탓에, 콜사인 소유자용의 널찍한 동아리방에는 네루 혼자다. 총도 정비하러 맡겼기에 할 일이 없어졌고, 교내를 걸어 다닐 기분도 아니다. 게임개발부 동아리방에라도 놀러 갈까, 싶어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샬레에 놀러 가기 때문에 없다고 며칠 전에 아리스(꼬마)가 말했던 것 같다.

결국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그녀는 그저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다.

떠오르는 건 그날의 일. 아리스 탈환 작전의 최종 국면, 토키와 등을 맞대고 이름 없는 수호자를 상대하며────자신에게 필적하는 '최강'을 만났다.





내리찍는 은색 칼날.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노리는 곳은 목. 몸통과 이별시키려는 듯 날카로운 살의가 덮쳐오지만, 네루는 태연하게 웃는다. 비웃는다. 그 정도 속도, 날카로움, 무게로 목을 자르려 하다니 가소롭다.

네루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을 벌리고────옆으로 휘두르는 은색 섬광을 물었다. 그 있을 수 없는 광경에 한순간 탑재된 AI의 판단이 흐려지지만, 이대로 칼날을 밀어 넣는 것을 순식간에 선택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가해도 칼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혼란을 손에 잡힐 듯 느낀 네루는 웃음을 깊게 하며, 물고만 있던 입에 힘을 주어 칼날을 부숴 버린다. 반짝이며 흩날리는 칼날 파편은 마치 유리 세공품 같았다.

「핫! 고철 따위가!」

단순한 무해한 케이블이 된 촉수를 거칠게 붙잡고, 억지로 끌어당겨 총구로 카메라 아이를 꿰뚫고 메인 CPU를 분쇄했다. 완전히 침묵한 이름 없는 사제를 포탄 삼아 던져 날려, 주위 일대의 잡병을 휩쓸었다.

「나를 이기려면 만 년은 일러!」

MPX의 방아쇠가 당겨지자 파괴음이 울려 퍼진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기계 병사들이지만, 증원의 발소리는 들려온다. 아마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수는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걱정되는 것은 잔탄. 선생이 많은 여분 탄창을 놓아두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고갈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한없이 솟아나는 기계들과 물량 싸움을 하는 것은 불리하다. 맨손으로도 싸울 수 있지만 효율이 떨어지므로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렇다면 발생원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면 가장 빠르겠지만…… 애초에 어디가 발생원인지 알 수 없으므로 후보에서 제외.

「결국, 눈앞의 잔챙이들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

탄창을 떨어뜨리고 새것으로 교환.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장을 훑어보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뒤에서 등을 맡기고 있는 토키를 본다. 그녀 또한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고, 그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네루가 인정하고 등을 맡긴 맹자이자 콜사인 소유자 중 한 명이니, 이 정도 잡병은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녀의 엄호는 필요 없다. 마음껏 싸우게 내버려두면 알아서 성과를 낸다. 네루는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나머지는 네루와 토키가 적을 계속 쓰러뜨리는 동안, 선생과 게임개발부가 모든 것을 끝내고 게임 세트다.


그렇게, 다시 기합을 넣고 적을 마주했을 때────폐빌딩 모퉁이에서 기척을 느꼈다.


「────읏!」

바람 가르는 소리. 긴장감 넘치는 살기와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 끝. 네루는 오른손에 든 SMG에 전 신경을 집중하고, 눈앞에 들이대진 SG의 총구와 그 너머의 오드아이를 보았다.

────이 내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탁월한 기척 차단과 은밀성. 게다가 그게 전문이 아니라고 한다. 장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녀석은 정면에서 맞붙는 것이 주력. 방패를 들고 있지만, 근육의 발달 정도로 미루어 보아 아마 원래 전투 스타일은 방어를 버린 공격 특화형일 것이다. 몸놀림, 신체 능력, 신비의 총량. 무엇을 보아도 초고수준. 종합력은 나 정도,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네루는 속으로 침을 삼킨다. 이 감각…… 등골에 얼음 기둥이 박힌 듯한 긴장감과 고양감. 날카롭게 벼려진 전투 감각이 눈앞의 소녀를 틀림없는 강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이 감각을 느낀 것은 토키와 처음 마주했을 때일까.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분명 토키는 강하다. 키보토스 최상층 중에서도 최상층이다. 그러나 토키 본인의 스펙은 최상위권인 네루에 미치지 못하며, 리오가 배치한 각종 장비 같은 장치로 그 강함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녀는 다르다. 토키와 같은 장치는 전혀 없다. 순전한 자신의 스펙만으로 네루에 필적, 혹은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견줄 만한 맹자라면 게헨나 최강으로 유명한 소라사키 히나나, 트리니티의 걸어 다니는 전략 병기라고 불리는 츠루기 켄자키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니다.
……적은 아니겠지만, 경계해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누구야, 너」


총구가 겨눠진 것에 경악한 것은 네루뿐만이 아니라, 그녀…… 타카나시 호시노 또한 마찬가지였다.

────빠르다. 첫 움직임은 내가 더 빨랐는데, 자세를 잡는 건 저쪽이 더 빨랐어. 빨리 쏘기 승부라면 졌을 거야. 반응 속도가 상식을 벗어났어.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체력도 한계에 가까울 텐데, 이 속도와 정확성이라니. 몸 쓰는 걸 보면 아마 전투 스타일은 공격 편중의 인파이트 특화일 텐데, 잘하는 게 그거일 뿐이지 전장을 가리지는 않을 것 같네. 가능하면 싸우고 싶지 않은 타입의 아이야.

먼저 총을 뽑은 것은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부상자를 보호하기 전까지는 쓸데없는 접촉을 피하고자 은밀에 철저했던 것도 역효과를 냈다. 처음 만난 말이 통할 것 같은 그녀에게 불필요한 경계심을 품게 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으헤, 열렬한 환영이네. 이게 밀레니엄 스타일인가? 매번 엄청 기뻐하겠네?」

쓴웃음을 지으며 호시노는 겨눈 총을 내린다. 교전 의사가 없다는 증명. 그것을 받아들인 네루는 미심쩍은 얼굴을 하며 마찬가지로 총을 내렸다.

「알고 있었던 건가. 그저, 다들 우리가 돌아갈 때면 아주 좋아하지만」

호시노가 눈짓과 손짓을 보내자, 그림자 속에서 두 명의 학생이 나타났다. 교복으로 보아 백귀야행과 게헨나겠지, 하고 네루는 짐작하지만……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무슨 용무야. 여기는 밀레니엄의 최고 기밀에 가까운 부분이야, 타교 학생의 무단 침입은 자치권 침해로 간주하고 실력 행사로 배제할 거야?」
「혈기가 왕성하네~, 하지만 괜찮아. 제대로 허락은 받았어」
「흐음, 누구한테서?」


「선생(샬레)한테서」
「……즉 원군이라는 건가」


의문이 해소된 네루는 마지막 보루였던 경계심을 풀고, 일단 그녀들에게 아군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그것을 느낀 호시노도 한 발짝 앞으로 나서서, 듣고 싶었던 것을 던졌다.

「맞아맞아.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이 근처에 꽤 중상을 입은 아이들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아이들을 보호하는 게 아저씨들의 임무거든~. 그래서 찾는 아이들 이름은 미카모 네루랑 아스마 토키인데…… 너희들이지?」
「정답이다. 정말, 선생도 오지랖이 넓군」
「하지만, 그런 타고난 착한 점이 좋지 않아?」
「그렇지」

네루와 호시노는 대충 방아쇠를 당겨 다가온 기계들을 순식간에 괴멸 상태로 몰아넣는다. 마치 두 개의 폭풍우가 더해진 듯했다. 이미 승산이 나유타 너머에 있었던 이름 없는 수호자들이었지만, 그 승산마저 최강자들 앞에 사라졌다.

「둘 다, 임무 변경. 네루랑 토키랑 같이 이 녀석들 청소하자」
「알겠습니다! 이즈나, 가겠습니다!」
「네, 네! 전부 박살 낼게요!」

좌우로 전개하는 이즈나와 하루카. 네루 옆에 서 있는 호시노. 토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적들을 계속 쓰러뜨리고 있다. 연계 따위는 불가능했지만, 각자가 홀로 싸우는 것만으로도 이 전장은 충분하다.

「너, 이름이 뭐야?」
「타카나시 호시노」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고 생각한 네루는 뇌 내 라이브러리를 검색하고…… 그리고 바로 찾았다.
타카나시 호시노. 아비도스 고등학교 학생회 전 부회장이자, 최근 인가된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의 위원장. 그리고────새벽의 호루스라는 이명을 가진 최강자 중 한 명. 아카네가 말했던 각 학교의 요주의 인물 중 한 명. 다시 활동을 시작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헤에, 네가 그……」
「으헤, 아저씨도 유명인이었어?」
「응, 이런 상황만 아니었으면 싸워보고 싶을 정도로는 말이야」
「그건 좀 봐줬으면 좋겠네~, 아저씨도 늙어서 말이야」
「하! 농담 잘하네. 아직 한창 전성기잖아」

아비도스 최강과 밀레니엄 최강. 선생의 인연이 맺어준 기묘한 공동 전선이 이곳에 펼쳐졌다.





격파 스코어에서 진 건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물론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격파한 수를 넣으면 이길 수 있지만, 그건 불공평할 것이고, 그런 식으로 말하면 한계가 없어지고 말 것이다. 단순한 MPX가 아닌 애총인 트윈 드래곤이었다면. 몸 상태가 완전했다면. 그런 IF는 의미가 없다. 호시노는 그 때, 동등한 조건의 네루에게 격파 수에서 이겼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의 싸움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샷건과 방패의 사용법은 숙련이라는 말조차 모욕이 될 정도였다. 날카롭게 벼려지고, 깎아내려지고, 세련된 전투 스타일은 이미 예술품이라 불릴 만했으며, 아름다움마저 느껴졌다.


「저 녀석과는 일대일로 싸우고 싶네」

요새를 상대하는가 하고 착각할 만한 방어를 자신이라면 어떻게 돌파할까. 압도적인 순간 화력을 가진 샷건을 어떻게 빠져나갈까. 공격과 수비, 어느 쪽으로 가면 더 효과적일까. 머릿속 시뮬레이션으로 수십 번 싸워봤지만 유효타를 한 번도 주지 못하고, 서로 천일수. 이렇게 고전하는 상대를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라, 도저히 고양감을 억누를 수가 없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그녀의 전력…… 방패를 버린 초공격형 스타일의 그녀와도 싸우고 싶다. 그것이 그녀의 현재 스탠스와 소원에 어긋나는 것임을 알면서도, 언젠가 기록에서 본 격렬한 싸움 방식을 눈앞에서 보고, 대치하고 싶다.


「……즐길 거리가 늘었잖아」
「무엇이 즐겁다는 말씀이십니까?」

눈앞에서 목소리가 들리기에 흘겨보니, 단정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토키가 무표정…… 아니, 미묘하게 의문 부호를 띄우며 네루를 응시하고 있었다.

「야, 돌아왔으면 뭔가 한마디는 해야 할 거 아니야」
「콜사인 제로포, 아스마 토키, 귀환했습니다」
「지금 말고」

네루는 '이 녀석이 이렇게 유쾌한 녀석이었구나'라고 몇 번째인지도 모를 감상을 품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어땠는데?」
「예정대로, 잠시 히마리 선배 밑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겸사겸사 아비 에슈흐도 고쳐달라고 해. 히마리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네, 네루 선배가 부순 아비 에슈흐를 고쳐달라고 하겠습니다.」
「시비 거는 거야 너?」
「농담입니다…… 이 임무가 끝나면, 저는────」

「C&C(우리)로 돌아와. 너는 우리 후배잖아. 절대 사양하지 마.」

네루의 말에 토키는 그 표정을 확연히 풀어헤치고.


「네, 네루 선배. 아스마 토키, 지금부터 장기 임무에 나섭니다」
「응, 갔다 와」





────며칠 후.

「아, 네루? 뭔가 토키가 샬레에서 메이드 활동을 시작했는데……」
「네루 선배, 들리십니까? 피스 피스」
「너 뭐 하는 짓이야?」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유쾌한 상황에 네루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화 : https://qjsdur00.tistory.com/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