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2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유어 네임 이즈】 — 경계선 위에 서서

무작 2025. 10. 3. 15: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123.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689


# 샬레 활동 비망록

# 경계선 위에 서서

네루와 토키. 그들의 전투 시간은 누적해서 몇 시간에 달했다. 극한까지 날카롭게 벼려진 집중력. 녹인 설탕 공예품처럼 늘어지는 시야와, 그에 따라 잘게 썰려 길어지는 체감 시간. 모두가 '하이(High)'한 상태라고 생각할 정도의 고양감 속에서도 네루의 머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자신의 내면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길들이고 있었다.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그녀의 단정한 입술 양쪽 끝이 달처럼 둥글게 올라갔다. 보석 같은 붉은 눈이 신기루처럼 흐려진 순간, 토키는 그 자리에서 황급히 회피 행동을 취했다. 그녀가 몇 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빗발치듯 쏟아지는 탄환. 상승한 신비로 양탄자 폭격마저 능가하는 위력을 갖게 된 9mm 파라벨럼 탄. 그것은 순식간에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고, 도시의 가동 기구를 박살냈다. 세상의 물리 법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상 사태를 일으킨 네루는, 마찬가지로 물리 법칙에 반하는 속도로 비상하는 토키를 노려봤다.

그대로 그녀는 다리를 용수철처럼 휘두르며── 그 다리 힘을 해방했다. 발판이 된 콘크리트가 산산조각 날 정도의 속도로 공중에 뛰어오른 네루의 속도는 탄환에 필적했다. 음속을 초월한 여파로 메이드복 곳곳이 소닉 붐으로 찢어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일직선으로 토키에게 날아갔다. 공중에서의 자세 제어 방법은 사슬이나 사지, 총을 안정 장치나 버니어 대용으로 쓰는 정도라, 그 자유도는 적수인 토키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그런 건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하려는 듯 돌진했다. 직선 가속력에서 앞서는 그녀는 순식간에 토키의 그림자와 겹쳐졌다.

「너는, 내 거리에서 절대 못 도망쳐.」

사납게 웃는 그 얼굴을 때려눕히기 위해 토키는 주먹을 휘둘렀지만, 네루는 사격의 반동을 이용해 회피했다. 네루는 그대로 빈손으로 총을 겨누었지만, 토키는 그것까지 예측하고 미리 공격을 날렸다. '파직' 소리를 내며 공중에 번지는 자색 번개. 모든 리미터를 해제한 초고출력 펄스 공격. 고열로 옷이 검게 그을리고, 그 아래 피부에는 아프고 쓰라린 화상 자국이 새겨졌다. 그 극심한 고통에 움찔한 시간은 0.5초도 채 되지 않는 찰나였지만, 그 틈에 토키는 네루를 멀리 떨어진 건물 쪽으로 던져 버렸다.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온몸이 산산조각 나도 이상할 것 없는 충격. 아무리 네루라 할지라도 확실히 의식을 잃었을 거라고 확신할 만한 혼신의 공격. 아마도 잔해 아래에 파묻혀 만신창이가 되었을 네루를 확인하러 가려던 토키는 몸을 돌렸는데…… 무서운 기세로 무언가에 끌려갔다.

「뭐, 뭐죠……!」

경악한 토키의 팔뚝에 감긴 사슬. 그 공방의 틈을 타 몰래 심어 둔 건가. 그냥 당하지만은 않는 것이 정말이지 그녀답다. 토키는 서둘러 절단하려고 손을 붉게 달궜지만.

「회전목마 좋아하냐, 후배!」

노성에 가까운 목소리를 높이는 네루. 온몸이 피투성이 상처투성이지만 그 전투력과 투지에는 조금도 그늘이 없다. 그녀는 잔해를 발판 삼아 버티면서, 그 가녀린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괴력으로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토키를 손쉽게 휘둘러──.

「받아라!」

앞선 의도적인 보복이라는 듯 토키를 빌딩 외벽에 내던졌다. 터져 나온 폭음은 옆 구역 끝까지 들릴 정도였고, 충분히 실린 원심력과 그에 따른 충격으로 토키는 한순간 의식을 잃을 뻔했지만, 겨우 버텨냈다. 먼지로 뒤덮인 세상 속, 일어선 그녀가 마주한 것은──붉은, 눈.

높이 쳐든, 팽팽하게 뻗은 오른발. 그것이 토키에게는 단두대의 칼날처럼 보였다.

「떨어져라!」

황급히 양팔을 교차하여 막아냈지만, 그 위로도 네루의 뒤꿈치 내려찍기 충격은 전신을 휩쓸었다. 뼈를 직접 흔드는 듯한 무게감과 통증. 그것은 토키와 네루가 서 있던 바닥을 순식간에 부수고, 아래층으로 내리찍어──떨어진 다음 층도 마찬가지 결말을 맞았다. 낙하, 분쇄, 관통의 순환을 10번 이상 반복하여, 빌딩의 최하층…… 지하 3층까지 내리찍었다.

자신의 발차기로 만들어진 십수 개 층의 뻥 뚫린 공간을 올려다본 네루는 총 재장전을 마치고, 사슬을 다루기 쉬운 길이로 조절했다. 보조 무기……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엄청난 강도를 자랑하는 사슬은 엔지니어부의 역작이다. 토키를 상정해 공격 횟수와 유연성을 원했던 그녀는 엔지니어부에 부탁해, 자신의 전투 스타일을 기반으로 유효 범위를 확장하는 무장을 장착시켰다.

그것이 이 사슬이다. 엔지니어부는 여전히 좋은 일을 한다. 막판에 이 정도 완성도의 무기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네루는 선생님과 합류했을 때 「상처가 무시할 수 없게 되면 이걸 써」라는 말과 함께 받은 주사기를 꺼내 주저 없이 목덜미에 주사했다. 일반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고성능 나노머신이 작동하여, 네루의 몸에 있는 상처를 심각도가 높은 것부터 치유해 나갔다.


「쓰러뜨렸다고 생각했는데…… 꽤 터프하군.」
「선배만큼은 아닙니다.」

넌더리 난 눈으로 바라보는 곳에는 네루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토키가 서 있었다. 그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고, 땀방울과 터진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단정한 얼굴을 더럽히고 있었다.

──토키의 전자기 실드 배터리는 이미 바닥났다. 방어용 드론은 10분도 버티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순수한 육체 강도로만 네루의 맹공을 버티고 있었지만…… 그것이 위업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앞선 두 공격은 분명히 필살이었다. 최강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최강의 일격이 두 번이나. 어느 한쪽만 받아도 사지가 날아갈 정도였고, 둘 다 맞았다면 광륜(헤일로)조차 부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네루의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 토키의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 그것들을 따져 보면 완전히 호각이었다. 아무리 봐도 천일수였다. 하려고만 한다면 만 하루 이상…… 체력과 집중력이 허락하는 한 그녀들은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무의미할 터.

양측 모두 노리는 것은 눈앞에 가로막힌 높은 벽을 넘어서는 것. 시간 끌기? 발 묶기? 그런 흐지부지한 말을 할 생각은 없다. 목표는 완전한 승리일 것이다.

네루는 뇌진탕 직전, 두개골 골절, 갈비뼈도 거의 전부 박살 났고, 몇몇 내장에 손상을 입었다. 팔다리 뼈도 골절 또는 골절 직전. 오른쪽 어깨는 탈골되었고, 척추에는 금이 갔다. 그 외에도 베인 상처와 타박상 투성이로, 어떻게 서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한 몸이었다.

이에 맞서는 토키 또한 갈비뼈와 척추가 손상되었고, 손은 분쇄 골절. 양다리는 무사했지만 피로 골절이 보였다. 내장도 상처를 입어, 네루 못지않게 만신창이였다.

어느 쪽의 상처든 자연 치유로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네루는 선생님의, 토키는 리오의 나노머신이 있다지만, 앞으로의 전투에 큰 지장을 줄 상처도 많다. 토키만 쓰러뜨리면 되는 네루는 차치하더라도, 이 후에 C&C 3명과 별동대와의 전투도 앞두고 있는 토키는 눈으로 보이는 상황 이상으로 불리했다.

그리고, 그녀의 불리는 계속되었다. 무선으로 받은 정보에 따르면 분단되어 있던 선생님이 이끄는 세미나 3명과 게임 개발부와 엔지니어부 연합 부대가 합류하여, 아방가르드군을 격파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C&C 3명이 중앙 타워에 왕패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 격벽과 드론으로 응전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리오에게서 무장의 사용 허가가 내려왔다>.


지금까지 숨겨왔던 비장의 수단. 에리두의 리소스를 잡아먹기에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었던 진정한 비장의 카드. 아방가르드군도 격파되었고, 도시 구획 이동도 의미가 없는 지금이라면…… 확실히 걱정할 것이 없었다. 전력을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전략이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도 또한 어리석은 전략이다. 비장의 카드는 끝까지 아껴두는 것. 그것이 전술의 기본일 터.

토키는 반쯤 부서진 각종 기어를 퍼지(분리)하고, 가슴의 리본에 손을 얹었다.


「저는, 여러분에게 승산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쩌라고?」

천이 스치는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리본이 풀려 떨어졌다. 파우치가 달린 체스트 벨트도 벗고, 그녀는 클래식한 메이드복 한 벌이 되었다.
갑자기 눈앞에서 후배의 스트립쇼가 시작되자 네루는 눈을 껌뻑거렸지만…… 뇌 속 깊이, 본능이 전력을 다해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무장 메이드에서 그냥 맨몸 메이드가 되었으니, 분명 위협도는 낮아졌을 터. 그런데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마치, 눈앞의 그녀가 다른 무언가로 변모하려는 듯한.

「하지만 여러분은 잇달아 불리를 뒤집고, 리오님의 비장의 카드마저 격파했으며, 제한된 수로 이 판국에 왕패를 걸었습니다. 여러분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폄하하는 발언을 하여 죄송합니다. 여기에 무례를 사과합니다.」

프릴 달린 흰색 에이프런 드레스의 리본도 풀고, 그 아래의 프릴 달린 민소매 셔츠도 벗어던져, 검은 원피스만 입었다. 얇은 스커트가 바람에 펄럭였다.

「하지만…… 방금, 리오님으로부터 무장 사용 허가가 내려왔습니다. 모든 것을 사용해 여러분을 격파하라고.」
「지금까지는 진심이 아니었단 소리냐…… 얕보고 말이야.」

「아니요, 진심이기는 했습니다. 다만, 모든 것을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전력을 다해, 진심입니다.


그 원피스마저 벗고, 그곳에 서 있던 것은 얇은 레오타드 형태의 이너웨어 한 장만 입은 그녀의 모습이었다. 네루는 그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없었다. 특수한 가공이 되어 있겠지만, 그것 한 장만으로는 전투력이 크게 향상될 만한 구조는 찾아볼 수 없었고, 얼핏 보기에는 그저 옷을 벗어 가벼워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달랐다. 그것은 앞으로 사용할 무언가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일 것이다.

──네루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 슈트는 몸을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토키의 팔다리 부착물 주변도 그 이너웨어와 같은 소재로 되어 있었고, 그 특성 덕분에 그녀는 암 기어 등을 자신의 팔다리처럼 다룰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것을 보디슈트처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보디슈트조차도 활용하는 대형 무장을 이제부터 사용할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선배가 원하시는 대로, 선배의 거리에서 싸우겠습니다.」

날아오는 것은, 언젠가 있을 절멸에 대비한 결전 병기. 선생님이 보유한 예장 중 하나, '신살'의 기반이 된──닿지 않는 자에게 닿기 위한 날개. 인간이 언젠가 도달할 궁극의 끝, 그 일부. 리오가 찾아낸, 세계를 구원할 방법. 이름 없는 신들의 여왕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진실.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검── 그것이 네루에게 이빨을 드러낸다.


「본래라면, 올 때까지 사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리오님도, 저도요. 리오님 말씀으로는, 이것은 '이번 기 지성체(우리들)를 위한 결전 병기'라고 합니다. 멸망을 멸하기 위한 반격이지, 선배님들께 휘두를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지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립니다…… 각오하십시오.」

토키의 몸에 휘감기는 장비. 어디까지나 인체의 연장선상에 있던 조금 전까지의 암 기어와는 달리, 인간을 탑승자(디바이서)로 삼는 전투 병기. 전장 2m를 넘는 대형 파워드 슈트를 두른 토키의 위용은, 지금까지와는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네루의 뺨에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기계 장치의 정점.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지성과 지식으로 하늘까지 올라선, 말 그대로 '인간 그 자체'라고 할 만한 궁극. 분명 이것이라면 자신에게 필적하거나 능가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고── 사납게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지금은 일정이 촉박합니다. 죄송하지만 30분 안에 처리하겠습니다.」
「하! 해봐라, 건방진 후배……!」


──여기서, 네루는 생애 최대의 패배를 새기게 된다.





파워드 슈트, 아비 에슈흐. 그 이름은 기원전 17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빌론 제1왕조의 제8대 왕. 그의 일화는 전쟁이 많았고, 그 기록에서는 왕조에 반하는 많은 세력을 물리쳤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리오가 장비에 이 왕의 이름을 붙인 것은, 기록의 재현을 원했기 때문이다. 키보토스에 반하는 외적의 제거. 설령 왕조의 기록을 쫓듯이 키보토스가 완만하게 몰락해 간다 해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외적에게 짓밟혀 멸망하는 것과 자신들이 선택한 끝의 쇠퇴는 다르다.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것과,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다른 것처럼.

그러므로, 구원의 검. 키보토스에 존재하는 멸망을 쓸어버리고, 사람들을 구하며, 사람들이 의지할 칼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타인을 효율적으로 살육하는 능력에 지나치게 뛰어났다.

전투 개시로부터 29분 48초가 경과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붕괴된 섹션의 수는 에리두 전체의 10%에 달했다. 빌딩 등 건축물은 물론, 도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가동 기구와 관리 컴퓨터가 자리한 견고한 타워까지 모조리 사라졌다. 광대한 범위가 말 그대로 잿더미가 되었다. 풀 한 포기, 생명의 숨결 하나 없는 불모의 땅. 그것을 이룬 것은 전투 능력이 이차원적인 영역까지 끌어 올려진 토키였지만…… 도시의 처참한 상황은 어디까지나 전투의 여파일 뿐이다.


이것을 겨냥한 상대는, 오직 한 사람.


「젠, 장……할……」 (욕설)


드러누워서 토키를 노려보고 있는 네루. 그녀는 완전히,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패배했다.
──수없이 공격했다. 총도, 사슬도, 육탄전도. 이 장소에 있는 모든 것을 무기로 삼아 그녀는 토키를 최대의 적수로 간주하고 전력 전개로 공격했다. 그 시도 횟수는 헤아리는 것이 바보 같을 정도였지만…… 그녀는 토키에게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긁힌 상처는 물론, 그 그림자에 닿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아, 지금은 이렇게 땅에 쓰러져 있다. 나노머신의 재생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상처가 너무 많고, 너무 깊어서 타는 불에 물을 붓는 격도 되지 않았고, 그녀는 승자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

놀랄 것 없는 당연한 결말. 토키가 이 선택을 한 그 순간, 네루의 최후는 결정되어 있었다. 아비 에슈흐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네루를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혼자서 아비 에슈흐를 상대로 30분도 채 안 되게 싸웠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할 것이다. 네루 외에는 1분도 버티지 못한다. 네루 다음인 아스나조차도 기껏해야 5분이 고작일 것이다.

토키는 자신의 몸을 스캔한다. 아비 에슈흐의 회복 기능과 나노머신의 시너지 효과로, 장비 착용 전에는 네루 못지않은 상처였음에도 불구하고 8할 이상 회복되어 있었다. 아마 1분 안에 완치될 것이다. 그리고, 완치와 동시에 중앙 타워 쪽까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과 C&C의 이동 속도보다 그녀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그들의 진입에 확실히 늦지 않을 것이다.

토키는 쥐고 있던 방아쇠 겸 조종간을 놓고, 아비 에슈흐 내부에 수납되어 있던 G11K2(시크릿 타임)를 꺼내, 네루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다. 조준경 너머로 시선이 교차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미미하게 움찔했지만, 그녀는 방아쇠를 단단히 당겼다.
이마에 총알을 맞은 네루는 완전히 침묵. 꼼짝도 하지 않았다.


──토키는 네루에게 이겼다. 약속된 승리라고 불리는 밀레니엄 최강의 그녀를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팼다. 리오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은 사라졌다. 리오의 완전 승리는 목전이다.
그런데도, 토키의 가슴속에는 아무것도 알찬 것이 없었다. 눈앞에 솟아 있던 커다란 벽을 넘어선 달성감도 승리의 기쁨도. 그저 리오의 적을 제거했을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그녀는 느끼지 못했다. 느낄 수 없었다.


──너무나도 공허한 승리였다.


네루에게 등을 돌린 토키는 발의 부스터를 붉게 달궜다. 공중에서의 자유도는 조금 전까지 입고 있던 각종 기어에 약간 못 미치지만, 그 외의 모든 성능에서 크게 앞서고 있었다.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강적은 더 이상 없다. 네루마저 꺾은 지금, 장애물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끝내죠. 이, 싸움을.」

자조 섞인 중얼거림을 흘리며, 눈을 감은 토키는 그곳을 이탈했다.





「……그래. 네루는 내가 회수해 둘게. 넌 그대로 선생님들을 처리해. 최우선은 C&C야. 게임개발부와 세미나는 무시해도 상관없어.」

토키와 통신을 끊고, 리오는 의자 등받이를 삐걱이게 했다. 무음의 공간에 잘 울려 퍼지는 불협화음. 그것이 리오에게는 아리스의 원한처럼 들렸다. 아니, 방금의 소리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귀에 닿는 모든 소리가, 그녀를 질책하는 욕설로 변해 있었다.
물론, 환청이다. 리오에게 욕설을 퍼부은 자는 없었다. 지금 적대하고 있는 소녀들도 리오를 부정하고 있지만, 더러운 말을 퍼붓지는 않았다…… 한 명(히마리)을 제외하고. 그러므로 완전한 피해망상인 것이지만, 추를 달아 억지로 물속에 가라앉히는 듯한 감각과 불협화음 같은 원한이 계속 몸에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키보토스를 구할 거야. 이 별을 구할 거야.」


별을 구한다── 그 말은 키보토스에서 매우 무거운 의미를 지닌다. 설사 잘못하더라도 인간이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저주, 혹은 천계. 입에 담는 순간부터 별을 위해 사는 것이 강요되고, 모든 자유를 박탈당한 채 별을 살리기 위해 사는 도구로 전락한다. 인간이라는 범주에서도 분리되어, 그 성질이나 속성마저도 '별'로 변하는 것이다.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현실로 지금도 리오는 점차 인간이라는 범주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그 끝에 있는 것이 그와 같은 최후. 별을 살리는 노예. 혹은, 세계의 초석. 미래를 위해 해체되는 자. 볼품없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리오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오는 스스로 나아가 그 몸과 마음을 바치려고 하는 것이다. 근저에는 소원이 있었을 텐데, 그것은 이미 저주와 같은 강박 관념에 가까웠다.

……어떤 성녀. 백년 전쟁을 프랑스의 승리로 끝내고, 이단의 낙인이 찍힌 채 화형에 처해져 19세에 생을 마감한 오를레앙의 처녀. 그녀는 신의 목소리…… 천계를 들었다고 전해진다. 만약 그녀가 들은 목소리와 두 사람을 침범하는 저주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었다면, 그녀는 전쟁에서 도망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목소리가 옳기 때문이 아니다. 성스러운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행복을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도망치는 선택지가 머리에서 사라져 버릴 만큼 무겁고, 떨쳐낼 수 없을 만큼 괴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런 것이다. 별을 구원하겠다고 맹세한 날부터 그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그가 리오의 짐을 덜어주려 필사적인 것도 그러한 사정이 얽혀 있다. 그녀를 자신과 같은 최후를 걷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지금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 되돌아갈 수 있으니까. 멈춰 설 수 있으니까.

그가 정말로 리오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말에 담긴 온도와 상냥함. 모두가 부정해도, 그는 리오를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녀는 물러설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리오)이 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다음에 앉을 사람은 그일 테니까.

루벨라이트 눈동자가 지성의 이면에 근심을 드리우고, 그 온도를 머금은 채 잠든 투명한 푸른색을 본다. 의자에서 일어선 리오는 아방가르드군의 미니어처 피규어 앞을 스쳐 지나…… 쓰러져 있는 아리스 앞에 섰다. 그대로 그녀는 무릎을 꿇듯이 아리스와 눈높이를 맞추고…… 가늘고 작은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기도하듯이.


「……나는, 제대로 네 몫까지 괴로워할 거야.」

짧게 고한 그녀는 일어서서, 눈을 감았다.


리오는 지금, 경계선 위에 서 있다. 넘어서면 끝, 더 이상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인 변모. 리오는 살인자의 짐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받아들인 일이긴 하지만, 다시금 운명이 눈앞에 닥치니 어쩔 수 없이 의식하게 된다.

작전 결행 준비는 이제 곧 완료된다. 이제 토키에게 할당했던 에리두의 리소스를 회수하고, 아리스를 죽이면 된다. 그러니, 더 이상 선생님들과의 승부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없을 터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아직 승부를 계속하려는 것일까?


비합리적 극치인 자신의 언행에 리오 자신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손을 응시한다. 죽음(더러움)을 모르는 손을, 이제부터 더럽힐 손을. 손을 움켜쥐자 축축한 소리가 들리고, 콧구멍으로 쓸쓸한 향기가 스르륵 들어온다.

익숙한 냄새였다. 피와, 살과, 꽃 향기. 새하얀 침대에 누워 있는 선생님으로부터 태어난, 꺼지기 직전의 생명의 향. 그것이 자신의 오감을 자극했다. 마치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죄 깊은지 일깨우는 듯이.


──이제 와서 뭘 새삼스레. 죄 깊음은 지긋지긋할 만큼 알고 있다. 설령 누군가에게 저지당하더라도, 아리스를 죽이려 했다는 진실은 변치 않는다. 생명의 취사선택을 하려 했던 오만함은 사라지지 않고, 살인을 선택에 포함한 죄는 씻을 수 없다. 이것을 선택한 순간부터 돌아갈 곳 따윈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나아가고, 나아가고, 피를 토할 때까지 계속해서.

그리고 나서, 아리스처럼 누군가에게 버림받는 것. 너는 필요 없어, 라고.

그런 결말이야말로 분명 어울릴 것이다.


리오는 아리스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후 의자에 앉는다. 운명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무섭네네

 

 

다음화 : https://qjsdur00.tistory.com/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