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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 활동 비망록
# 체크메이트
리오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되뇌어 온 것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힘 있는 자의 책임. 우연치 않게도, 그녀에게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 이과 계열에 특출난 지성. 수리적인 관념을 동반하는 것이라면, 그녀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었다.
오직, 수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개념… 그녀가 특이 현상이라고 부르는 모종의 현상은, 그 능력을 신뢰하고 있는 동족이자 소꿉친구인 히마리에게 맡기고 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지능 싸움은 리오와 히마리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강력한 개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강 전력인 C&C, 수가 필요한 경우에는 최신예 병기들과 드론들이. 전반적으로, 견고하다고도 할 수 있는 체제였다.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일까? 히마리의 손을 뿌리쳤을 때일까? 선생의 손을 잡지 못했을 때일까? 아리스가 밀레니엄에 왔을 때일까? 아니면────자신(리오)이 세미나 회장에 취임했을 때일까?
계기가 어떻든, 견고해 보이던 체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렇게 밀레니엄의 미래를 책임질 귀중한 인재들이 내분과도 같은 형태로 충돌하고 있으니. 세계는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 자, 그 질서를 폭정이라 규탄하는 자.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자. 다양한 생각들이 에리두라는 장소에서 교차하며,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충돌하는 무력과 의지.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고 싶은 자와, 그 밑거름이 될 소녀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 아마도, 어느 쪽도 옳고, 어느 쪽도 틀렸을 것이다. 사태는 동전의 양면처럼 명확하지 않다. 사물을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누군가의 정의는 누군가의 악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리오는 말없이 모니터를 응시했다.
선생님, 유우카, 노아, 코유키 세 명이 돌입 부대에게 달려가는 모습.
돌입 부대가 아방가르드군을 상대하고 있는 모습.
토키와 네루가 구역을 파괴하며 서서히 중앙 타워로 향하고 있는 모습.
아스나, 아카네, 카린 세 명이 드론들을 걷어차고 있는 모습.
히마리가 천장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 모습.
멸망을 예감했다. 끝을 알았다. 그것을 뒤집고 싶다고 소망했고, 모든 수를 썼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랑했던 장소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과정에서 마음 아파하는 것은 이제 그만뒀다. 의미 없는 '만약'을 꿈꾸는 것도 그만뒀다. 놓친 것들을 세지 않고, 그저 앞만 바라봤다. 짓밟아버린 과거에 보답하기 위해, 바라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만이 리오의 전부였다. 그것밖에는 없었다.
세계의 미래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발자취를 만들고 싶었다.
「────」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정말 떳떳할 수 있을까? 수많은 이들을 위해 아리스를 죽이는 선택을 보고────그날의 자신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라고 납득해 줄까? 아니, 분명 안 그럴 거다. '왜?'라고 반드시 규탄할 것이다.
세계의 사정 때문에 짓밟히는 누군가를 구하고 싶어서, 모두가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는 비극을 뒤엎고 싶어서 어린 시절의 자신은 힘을 갈망했으니. 그런데, 그렇게 원했던 힘을 얻은 미래의 자신이 그런 비극을 만들어내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면…… 백 번 죽여도 성이 안 찰 만큼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리오는 그 실망과 분노를 모두 삼켜 버렸다.
이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납득하며.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범위로 낮췄다.
즉, 누군가의 희생을 용인했다는 것.
그녀가 그렸던 바람의 영역에서 벗어난 누군가를 그대로 버리기로 선택했다.
어린 시절의 맹세를 최악의 형태로 배신하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강박관념과도 같은 무언가에 이끌려, 한 생명을 끝낸다.
세계를 위해서니까, 미래를 위해서니까,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니까.
누군가를 구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군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더 많은 사람이 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니까.
지금은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니다. 우는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리면 된다. 괜찮아, 이 앞에는 분명 더 좋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렇게 되뇌고, 마음을 투명하게 하고, 지금의 선악을 생각하지 않도록 눈과 귀를 막고────그 다음은?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비극의 증가에도 눈감는 건가? 1000명을 위해 999명을 죽이는 건가? 그리고 1001명을 위해 구했다고 생각한 1000명마저 죽이는 건가? 무엇을 위해서?
────흔들리지 마.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한 것은 리오가 처음이 아니다. 역사를 뒤져보면 그런 사례는 별의 수만큼 발굴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궤변 같은 말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다. 생존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고, 아무것도 짓밟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어느 시대든, 누구든, 인간은 자신 외의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해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희생시키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신에게도 불가능하다. 솎아내듯 지표를 쓸어버리고, 자신을 신앙하는 일부만을 구한다. 위도 아래도, 전부 통틀어서────따위의 고운 말은 아무도 남기지 않았다. 싫어하는 누군가가 자신과 똑같이 구원받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참을 수 없는…… 얼마나 이기적인 짐승 같은가.
하지만 리오는 그러한 불완전함까지 포함하여 세계와 사람을 사랑했다. 아직 결점은 많지만, 인간의 지혜와 선성이라면 진화의 끝에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언젠가 먼 훗날, 낙원에서 꽃을 피울 모두를 위해서라도────흔들리지 마. 역할을 다해. 그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은 자신이다. 많은 것을 희생해왔는데,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다. 만들어낸 비극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빛을 가져와야 한다. 비극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아리스의 눈물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린 시절의 맹세를 배신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를 살리기 위한 시스템으로서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싸움. 악도 선도, 옳고 그름도 없다. 그것들은 모두 뒤섞인지 오래다. 다만, 대의 아래 아리스를 목 졸라 죽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그것으로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세계는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어째서 망설일 필요가 있는가?
선생의 말이 계속 머릿속 깊은 곳에서 잡음처럼 울려 퍼진다. 그는 아리스의 희생도 리오의 희생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리오가 이루려던 일의 선악을 묻지 않고, 옳고 그름을 묻지 않고. 그 결말을 아름답다고 긍정한 뒤, 리오의 희생을 부정했다. 리오도 모두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평온과 사랑,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그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은 포기했다. 시스템으로 살기로 선택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품을 법한 무언가는 아주 오래전 마음속 깊은 곳,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는 곳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스스로도 어이없다.
너무나도 뒤늦은 데다가, 너무나도 형편없는 생각이다.
이 지경에 이르러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는 소망의 싹이 돋아나다니────.
「나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리오는 그 의문과 소망을 봉쇄하고, 사고의 한구석 감옥에 가둔다. 그것들은 지금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지금은 침입자들을 요격해야 한다. 콘솔을 조작하고, 각종 시스템을 기동시킨다. 아방가르드군의 시스템을 AI에 의한 자동 조작에서 수동 조작으로 전환하고, 방심하지 않고 눈앞의 위협을 주시한다.
그 광경을────붉은 눈을 가늘게 뜬 아리스(■■■)는 응시한다.
'그도 이렇게 망설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따위, 갈 곳 없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
AMAS는 전부 파괴했다. 숫자는 많았지만, 결국은 고성능의 단순한 드론에 불과했으며 지금까지 여러 번 격퇴해왔던 상대였다. 이제 와서 고전할 리 없다. 따라서, 소녀들은 일찌감치 전원이 아방가르드군을 상대하게 되었지만…… 이것이 엄청나게 강했다.
어설픈 공격은 견고한 장갑에 튕겨 나갔고, 고화력의 공격도 내장된 강력한 전자기 실드와 오른쪽 아래 팔의 실드에 막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개틀링 건의 압도적인 제압력, 바주카포의 화력. 그리고 그것들을 커버하는 어설트 라이플. 어떤 거리에서도 싸울 수 있는 장비에는 틈이 보이지 않았다. 두 종류의 총기 사거리 안에 들어서면 곧바로 벌집이 되고, 바주카포 사거리 안에 들어가려고 하면 빌딩마저 구멍을 낼 과도한 화력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렇다면 거리를 벌리려 해도 압도적인 속도와, 어떤 험난한 길도 돌파하는 캐터필러가 합쳐져 오히려 거리가 좁혀지는 지경이었다.
센서도 매우 뛰어난 것을 장착했는지, 아무리 은밀을 시도하려 해도 발각되어 총구가 겨누어진다.
게다가 제어 시스템은 에리두와 직결되어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에게 탈취당하지 않도록 임시로 에리두에서 분리했기 때문에 행동에 약간의 거칠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순조로웠던 대가를 치르듯이, 소녀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히비키는 박격포를 겨눈다. 당연히 노리는 것은 길 한가운데서 마음껏 날뛰는 아방가르드군. 고글을 내린 시야에 비치는 변수. 최적의 발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은 정확무비한 사격을 실현시키는 기구. 이에 최적화된 히비키의 포격은 아방가르드군을 정확하게 노렸지만… 그러나 실드에 가로막힌다. 우타하가 전개한 드론의 미사일은 모두 CIWS에 의해 요격되어 일절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아방가르드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모터 소리가 울려 퍼지고, 개틀링 포신이 회전하며 소총탄이 흩뿌려졌다. 탄환 세례를 정통으로 맞은 빌딩 외벽은 금세 구멍투성이가 되었고, 소녀들에게도 상처를 입혔다.
미도리는 팔을 스친 소총탄의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엄폐물에서 총만 내밀어 사격을 가한다. 저 거구라면 굳이 조준하지 않아도 맞으리라 판단한 것이리라. 그리고 그 예상대로 직격 코스였지만… 나선형의 우스꽝스러운 실드에 막히고 말았다.
그렇다면 전원 일제 사격으로────라고 생각해도, 상대가 무작위로 총을 난사하는 통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비장의 무기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역시나 생긴 거랑 다르게 엄청난 화력이네…….」
「여전히 생긴 건 엄청 구리지만! 엄청 강해! 어쩌지?!」
리오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비장의 전력을 투입했다. 그것은 곧 확고한 승산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토키가 최강 전력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그것을 눈속임 삼아 지금까지 저것을 숨겨왔다. 모든 것은, 이 상황… C&C가 토키에게 매달려 합류하지 못하는 사이에 돌입 부대를 전멸시키기 위함이었다.
모든 것은 리오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에리두 돌입 작전의 처음부터… 아니, 아리스를 납치했던 그 순간부터 꾸며진 함정이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그녀들은 눈에 띄게 까다로워 보이는 토키와의 교전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리오는 토키를 상대할 부대와 아리스를 탈환할 실동 부대로 나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토키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C&C뿐이다. 필연적으로 C&C와 그 외… 전투력이 높은 부대와 낮은 부대로 나뉘어, 높은 부대에는 바라는 대로 토키를 붙이고, 낮은 부대에는 또 다른 비장의 카드를 붙인다.
그리고 설령 이것이 돌파된다 하더라도 비장의 수가 남아있기에 리오의 승리는 흔들림 없었다.
그녀들의 작전을 천박하다고 비웃을 생각은 없다. 그 상황, 그 전력으로는 이 작전이 최선책이다. 리오가 만약 에리두를 함락시키는 입장이라면 확실히 두 개 이상의 전개를 선택했을 것이다. 제한된 패에 상대가 유리한 상황이라면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악수다. 이기려면 속공을 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거기까지 읽을 수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리오 역시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린 것은 아니었다. 특히 선생님이라는 예상 밖의 존재에게 계속해서 휘둘렸고, 그의 손에 의해 함락된 구역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게다가 에리두 전체의 메인 컴퓨터까지 침투당했다. 수를 잘못 썼다면… 아니, 수를 잘못 쓰지 않았더라도 졌을 상황은 몇 번이나 떠오른다.
하지만.
선생님, 노아, 유우카, 코유키는 게임개발부 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거리상으로는 제때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네루는 토키와 교전 중이라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C&C는 중앙 타워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쪽도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애초에 증원하러 올 기색조차 없다.
게임개발부와 엔지니어부는 아방가르드군에게 쫓겨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려왔던 결말과는 또 다르지만, 그래도────국면은 어떻게든 리오의 손안에 들어왔다.
'────너희들이 누구와 합류하는 일은 없을 거야. 자, 끝내자… 아방가르드군.'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분투하는, 마치 어린 시절의 자신 같은 그녀들의 모습을 시야에서 지우면, 이 망설임도 사라질 것이라고… 리오는 막판 장기에 외통수를 두었다.
'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 > [샬레 활동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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