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샬레 활동 비망록]

vol.1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별에 손을 뻗은 날】 — 비닉

무작 2025. 9. 22. 15:00

작품 링크 : https://syosetu.org/novel/302033/65.html

 

이전화 : https://qjsdur00.tistory.com/619


# 샬레 활동 비망록

# 비닉

「어라, 시로코 쨩은 무슨 볼일 있어?」
「……선배. 잠깐 괜찮아?」

대책위원회, 부실. 해가 저물고, 주변이 어스름에 잠겨갈 무렵. 부장이 내린 귀가 명령에 따라, 모두는 장비 등의 청소를 마치고 귀가했다. 지금 이 교실에 남아있는 건 시로코와 호시노뿐이었다. 선생은 학교 안에 있지만 지금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시로코의 부름을 받은 호시노는 총을 분해해서 청소하고 있던 참이었지만,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손을 멈추고, 파이프 의자에 앉아있는 그녀를 올려다봤다. 서로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시선. 분명히 마주하고 있는데도, 엇갈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야~ 시로코 쨩.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구나?」


「────그 이야기, 나도 동석해도 될까?」

스윽, 하고 밤바람이 불어왔다.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교실 문을 열고 있는 선생이 그곳에 있었고…… 평소와 같은, 상냥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아……. 선생님도 그런가. 으헤, 아저씨 인기쟁이네~」

그렇게 말하며 놀리는 호시노. 그녀는 총을 조립하고, 세부 점검을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나 헤헤, 하고 웃어 보였다. 그녀의 꾸민 미소를 시야에 담으면서, 시로코와 선생은 서로를 바라봤다.

「……선생님」

「알고 있어…… 전부, 다」

「……응」


아주 짧은 대화. 그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서로의 의지 확인을 단 몇 초 만에 마친 두 사람을 보고, 호시노는 따돌림당한 것에 볼을 부풀리면서 말했다.

「선생님, 언제부터 시로코 쨩이랑 그렇게 친해졌어? 선생님도 만만치 않네~」

밝은 목소리.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듯한, 호시노의 매력이 담긴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도 어딘가 어색했다. 그 사실을, 그녀 자신은 눈치채지 못한 채.

「그치만 오늘은 피곤하기도 하고 여러 일들이 있었잖아? 내일 얘기하자고. 무슨 얘기인지는 알겠으니까.」
「……응, 알았어. 그럼, 내일 다시, 이 교실에서」
「……응, 또…… 내일」

호시노의 말에 시로코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감정을 삭인 목소리, 내일 다시 만나자고 말한 호시노는…… 몹시 말하기 어려워하는 듯, 같은 말을 되돌렸다. 마치 바늘을 삼키는 듯한 아픈 목소리는 시로코의 귀에 박혔고, 그 슬픔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로코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터벅터벅 교실 문으로 향했다. 그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을 본 호시노는 생각하는 바가 있었는지, 망설이면서도 손을 뻗으려 했지만…… 팔꿈치를 구부려 조심스럽게 뻗은 호시노의 작은 손은 그 뒷모습에 닿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며 멈췄다.


그리고 호시노는 손을 내리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바보 같아, 하고 자조하면서.


「……선생님」
「아아……」

시로코는 교실을 나서기 직전, 문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선생과 시선을 교환했다. 푸른색이 아닌 선생의 눈동자를 오랜만에 본다고 생각하며 눈빛을 나눴다. 말은 필요 없었다. 시로코의 심정에 공감하는 듯한, 봄 햇살 같은 미소를 띠는 선생을 보고 안심한 그녀는 조금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교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호시노와 선생 단둘만의 공간이 완성되었고, 밤의 어둠에 휩싸인 정적도 어우러져 살짝 관능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의 옷차림…… 흐트러지고, 평소보다 노출이 많은 차림. 풀린 첫 번째 단추, 그 사이로 보이는 쇄골이 묘하게 색기로 넘쳐흘러서. 호시노는 살짝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감추려는 듯 장난스러운 어조로 농담처럼 입을 열었다.

「어라~ 선생, 우리 귀여운 시로코 쨩이랑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던 거야?」
「나는 호시노하고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자, 눈은 입만큼 말을 한다는 말이 어디선가 누군가 말하고 있지 않아?」
「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어. 이야, 역시 얕보면 안되는 어른이잖아. 선생. 이 아저씨는 어쩐지 쓸쓸해져 버린다구.」

말하고, 고개를 가로젓는 호시노. 그런 그녀를 보고, 선생은 역시 '아니다'라고 느꼈다. 무리하고 있다. 숨기고 있다. 평소대로 가장하고 있다. 너무나도 알기 쉬웠다. 그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리듬조차 파악할 수 있다. 말 한마디, 시선 한 번, 숨결 한 번으로 그녀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그 정도로, 그녀와 인연을, 마음을 거듭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진지하게 바꾸고,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호시노. 솔직하게 말해줘.」
「음~…… 뭘?」
「퇴부 신청서 이야기」

선생은 품속에서 소중히 봉투를 꺼냈다. 봉투 표지에는 타카나시 호시노의 이름과, 소속 위원회명, 학교명과…… 그리고, 퇴부 신청서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건……」

이어지는 말은 입에서 흘러나오지 않고, 침묵의 공기가 흘렀다. 살짝 놀란 듯한 눈으로 봉투를 바라보던 호시노는, 이내 입가를 풀고, 부끄러운 듯 볼을 긁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으헤?! 언제?! 아니. 이건 분명 시로코 쨩이지?」
「PMC에서 돌아오는 길에, 모두에게 비밀로 몰래」
「……너무하잖아, 시로코 쨩. 선배의 가방을 뒤지면 안된다고!」

선생으로부터 건네받은, 자신의 의지였던 것을 받은 호시노는 봉투를 뜯고 안의 종이를 뚫어지게 봤다. 검은 볼펜으로 쓴 문자열, 틀림없는 자신의 필적. 종이에 흐르는 잉크를 손가락으로 덧그리면서, 호시노는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선생님, 시로코 쨩을 혼내줘-! 저대로 가다간 엄청난 악당이 될 거라고!」
「혼내는 건 나중에. 지금은 호시노와 얘기하고 싶으니까.」
「그렇구나~」


「이 퇴부 신청서…… 호시노는 아비도스 대책위원회를 나가려고 하는────그렇게 이해해도 될까?」

호시노는 선생의 말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바라봤다. 평소에는 그를 올려다보는 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그를 내려다보는 쪽에 서 있다. 그게 어딘가 우스워서 웃음이 나오려 하지만, 진지한 그의 얼굴을 보면 그런 마음도 사라진다.

호시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음~, 도망가게 해줄 리…… 없지~?」
「당연하지. 너를 놓아줄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하며, 선생은 호시노의 손을 잡았다. 뿌리치려고 하면 쉽게 풀려버릴 부드러운 구속. 이 자리에서 도망치는 건 너무나도 쉬웠고, 그를 밀어내기만 하면 됐다. 이 손만 놓으면, 뒤집을 수 없는 신체 능력 차이로 뿌리치면, 말하기 어려운 일에서 도피할 수 있다.


「……하아, 알았어.」

호시노는 지긋지긋한 듯, 하지만 기쁨이 배어 나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구속에 붙잡힌 채로 있자. 그의 온도를 느낀 채로 있자. 어차피 마지막이다. 그 정도의 꿈은 꾸고 싶다. 그녀는 숨을 내쉬며, 울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그럼 선생, 잠깐 같이 걸을까?」

문 쪽으로 걸어간 호시노는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직후, 휠체어가 눈에 들어왔다.

아아, 그는 지금 걸을 수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호시노는, 살짝 민망한 표정을 짓고.

「아, 미안. 역시 방금 말은 취소. 역시……」
「배려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선생. 거기에 경악하면서도, 서둘러 그를 지탱하려고 하지만, 호시노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 일어난 직후에는 평형 감각이 이상해졌는지 살짝 비틀거렸지만, 지금은 제대로 두 발로 서 있다. 살짝 왼쪽 발에 위화감을 느끼는지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리지만, 그것도 멈추고, 그는 웃으면서 호시노에게 말을 걸었다.


「좋아, 그럼…… 산책하면서 이야기할까, 호시노」





밤의 교사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불빛은 창문으로 비치는 별과 달의 빛뿐이었고, 전등은 켜지 않았다. 호시노는 익숙한 듯 망설임 없이 나아갔고, 선생은 그 소녀의 뒤를 따랐다.

도착한 곳은 교사 뒤편의 아비도스 별관이었다. 목조 소규모 건축물, 호시노와 시로코의 충돌이 있었던 장소. 그녀는 능숙한 솜씨로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확실히 이곳이라면 만에 하나 들릴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콜록, 콜록. 으아, 여기도 모래가 잔뜩 쌓였잖아. 청소하기엔 사람도 부족하고 건물도 너무 넓어서 말이지…….」

출입구에 쌓인 모래는, 오늘 아침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아마 노후화로 생긴 틈새로 들어온 것이리라. 모래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용히 발로 쓸어내고는, 교사 안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삐걱이는 마루에 환영받으며, 그녀들은 건물 안으로 나아갔다.

「모래 바람이라도 좀 적게 불었으면 좋겠는데…….」

모래폭풍은 아비도스 내에서는 별로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점차 커지는 피해 규모 앞에서 그렇게만 말하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 모래폭풍을 막기 위해 기상 병기에 한 발을 들여놓은 기술 연구를 하거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사막으로 사라졌다.

「으아~ 이 아저씨의 고교 생활이 온통 모래빛인 건 좀 너무하지 않아?」


「……호시노는 이 학교를 좋아하는구나.」


지금까지 들었던 목소리 중에서도 유난히 상냥한 음색에, 호시노는 놀라면서 뒤를 돌아봤다. 성모와 같은 정숙함과 청렴함을 겸비한 미소를 띠는 그를 보고…… 그녀는 그 표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변했다.

「……으응?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으헤, 역시 선생님은 이상한 사람이네」
「자주 들어. 이상하다거나, 엇나가 있다거나…… 나로서는, 생각한 것이나 소감을 입 밖에 내고 있을 뿐인데 말이지」

쓴웃음을 띠는 그가 너무나도 인간다워서, 호시노도 마찬가지로 쓴웃음을 띠었다.


「사막화 이전엔 여기가 엄청 크고 강대한 학교였다고 하지만, 그런 기억 같은 건 이 아저씨에겐 전혀 없거든. 전부 엉망진창에 제대로 된 건 하나도 없는 학교였단 말야.」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마루가 삐걱이는 소리를 반주 삼아 이야기하는 호시노. 계속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는 이내 멈춰 서서, 창틀에 쌓인 모래를 털어내고…… 그곳에 걸터앉았다. 몸의 절반을 밖에 내밀고 달빛을 쬐는 그녀는 지독히 아름다웠다. 눈을 빼앗긴다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 아저씨가 처음 입학했던 학교 건물은 지금은 사막에 파묻혀버렸고. 알고 지내던 선배들도 모두 사라져버렸고.」

힐끗, 호시노는 옆에 서 있는 선생에게 시선을 보냈다. 자신보다 머리 두 개만큼 키가 큰 그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독히, 투명한 시선. 한순간이라도 눈을 떼면 사라져 버릴 듯한 덧없음.

하지만, 그렇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비유하자면, 설월화.
빨려 들어갈 듯한 그의 눈동자를 보면서, 호시노는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여기는 아비도스의 본관 건물도 아니고, 사막화를 피해 몇번이나 이사를 해서 마지막으로 오게 된 별관 건물이었고 말이지. ……뭐, 그치만 여기로 오고나서 시로코 쨩과 노노미 쨩, 아야네 쨩, 세리카 쨩을 만나기도 했으니…….」

지금까지의 추억을, 주마등처럼 되짚어본 호시노는.


「……으헤, 역시 조금 좋아하는 건가~」


────몹시 슬픈 듯 미소 지었다.



「선생님은 어때? 이곳, 좋아?」
「물론, 좋아해. 호시노들이 지켜온 이 장소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이 장소가. 설령, 이 별의 어디에도 내 있을 곳이 없고,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도…… 그래도, 나는 이 장소를 계속 사랑할 거야」
「……그렇구나.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기뻐」


선생을 보고 미소 짓는 호시노. 그리고, 그녀는 각오를 다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 솔직하게 얘기할게.」

「……응」



「나는 2년 전부터 이상한 녀석들에게 어떤 제안을 받고 있었어.」


그 목소리는, 몹시 차가웠다.


그럼 좀 가지 마라...

 

 

다음화 : https://qjsdur00.tistory.com/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