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블루아카 소설 (Pixiv)/단편

나카마사 이치카와, 호박(琥珀)의 유서

무작 2026. 4. 2. 17:00

작품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7682420

 

#ブルーアーカイブ #仲正イチカ 仲正イチカと、琥珀の遺書 - apisの小説 - pixiv

午後の陽がブラインド越しに差し込むシャーレのオフィスは、いつもより静かだった。 書類の山はひとまず片付き、先生はデスクに寄りかかりながら端末を弄っていた。今日の当番である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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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apis


# 나카마사 이치카와, 호박(琥珀)의 유서


오후의 햇살이 블라인드 사이로 스며드는 샬레의 집무실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서류 더미는 일단 정리되었고, 선생은 책상에 기대어 단말기를 만지고 있었다. 오늘의 당번인 이치카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수중의 자료에 펜을 놀리고 있다.

이치카 「선생님, 오전분 보고서 정리 끝났슴다」

선생 「고마워, 도움이 됐어. 거기 둬 줄래?」

「알겠슴다」
이치카는 서류를 책상 끝에 정성껏 쌓아 올리고는 기지개를 크게 켰다.

「이야, 당번인 날은 의외로 할 일이 많네요. 그래도 뭐, 일단락된 것 같슴다」

「그렇네. 조금 쉴까?」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단말기의 브라우저를 열고, 무심코 뉴스 사이트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헤드라인들만 늘어선 가운데, 문득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급증하는 유품 정리 갈등… 유서 부재가 주된 원인』


선생은 그 기사를 탭했다. 기사에 따르면, 유서 없이 사망한 경우 유족 간에 상속이나 유품 처분을 두고 격렬한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중, 선생은 문득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샬레의 집무실에 쌓인 개인 소지품. 학생들에게 받은 수많은 선물. 선반 깊숙이 밀어 넣은, 남의 눈에 띄기엔 조금 민망한 굿즈들.

(만약 내가 죽으면 저것들은 전부 어떻게 되는 걸까……)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사 속에서 반복해서 강조되는 '유서'라는 두 글자가 묘하게 머릿속에 맴돌았다.

「유서라……」

입 밖으로 낼 생각은 없었다. 입안에서 굴려본 것뿐인, 아주 희미한 혼잣말. 집무실의 에어컨 소리에 묻혀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작은 중얼거림.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이치카의 귀에 닿았다.

사각, 하고 펜 끝이 종이 위에서 걸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소파 위에서 글을 쓰던 이치카의 손이 부자연스럽게 멈춰 있다. 펜을 쥔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그 모습은 마치 시간이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평소 실처럼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이 소리 없이 떠졌다.

이치카의 눈동자는 평소의 부드러운 인상과는 거리가 먼 날카로움으로 선생의 옆모습을 꿰뚫고 있었다. 깜빡임조차 잊은 듯 부릅뜬 그 눈에는 놀라움도 공포도 아닌, 더 근원적인 무언가가 배어 있었다.
선생은 단말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선생님」

목소리의 톤이 달랐다. 평소의 경쾌함이 완전히 빠진, 낮고 평탄한 목소리. 선생은 단말기에서 고개를 들어 무심코 이치카 쪽을 보았다.
그리고 약간 눈을 크게 떴다. 이치카가 이쪽을 보고 있다. 평소의 실눈이 아닌, 낯선 표정으로.

「방금, 유서라고 하셨슴까?」

「아…… 어. 입 밖으로 나왔었나?」
선생은 이치카의 모습에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며 단말기 화면을 내밀었다.

「이거, 뉴스 기사야. 유품 정리 갈등이 늘고 있다는 얘긴데, 유서가 없어서 다투는 경우가 많대.」

이치카는 내밀어진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기사의 헤드라인, 본문, 사진. 그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듯 천천히 눈으로 쫓았다.
그동안 선생은 거북함을 느꼈다. 이치카의 시선이 화면을 지나쳐 무언가 다른 것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어디 편찮으시다거나, 그런 건 없으시죠?」

「없어, 없어. 건강 그 자체야. 그냥 혼잣말이라니까」

「건강검진은요? 이상한 결과 나온 거 없으시죠?」

「으음, 아마 괜찮을 거야……」

선생은 당황했다. 이치카가 이렇게까지 파고드는 일은 드물다. 평소의 그녀라면 「아~ 깜짝 놀랐슴다」라며 가볍게 넘겼을 터였다.

「이치카, 정말 괜찮으니까. 이상한 걱정 시켜서 미안해」

「……」

이치카는 말없이 선생의 눈을 바라보았다. 몇 초간이었을까, 혹은 더 길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선생에게 거짓이 없는지 확인하려는 듯, 눈동자 속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이 쏟아졌다.
이윽고 무언가 납득한 듯 이치카는 작게 숨을 내뱉었다. 굳어 있던 어깨가 천천히 내려가고, 부릅떴던 눈이 겨우 원래의 실눈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에이, 그런 거였슴까」

이치카는 한손으로 자신의 뒷덜미를 가볍게 두드리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목소리에는 평소의 가벼움이 돌아오고 있었지만,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은 상태였다.

「이야, 진짜 깜짝 놀랐슴다. 심장 멎는 줄 알았어요」

「과장이 심하네」

「과장 아님다. 선생님이 갑자기 그런 소릴 중얼거리면 누구라도 깜짝 놀랄 거예요」
이치카는 약간 메마른 웃음소리를 흘렸다.

「선생님은 자기가 어떤 입장인지 가끔 잊으시는 거 아님까? 매일매일 학생이랑 전선에 나가서 총알 빗발치는 곳을 뛰어다니는 사람이 그런 소릴 하면…… 그쵸?」

그 말에 선생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확실히 그렇다. 키보토스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위험한 임무에 나서는 일도 드물지 않다.

「……미안. 배려가 부족했네」

「사과하실 건 없슴다. 다만……」

이치카는 한 박자 쉬고, 평소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로 이었다.


「……농담으로 안 들림다, 선생님. 진짜로」

침묵이 방 안에 내려앉았다. 벽시계의 초침만이 규칙적으로 시간을 새기고 있다.
선생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금 단말기로 눈을 돌렸다. 기사의 마지막에는 전문가의 코멘트로 '건강할 때 미리 써둠으로써 남겨진 사람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지만 이치카」

「예?」

「이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만약의 상황을 생각해보는 건 역시 필요한 걸까 싶어서」

이치카의 눈썹이 약간 움직였다.

「만약의 상황, 임까」

「응. 유서라고 할 만큼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누군가에게 전해두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아까는 경솔했지만, 생각하는 것 자체는 틀리지 않은 것 같아서」

이치카는 말없이 선생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시선은 선생의 손에 든 단말기를 향하고 있었지만, 화면의 글자를 읽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윽고 생각을 마친 듯 턱에 괴고 있던 손을 내렸다. 손가락 끝이 톡톡, 소파 팔걸이를 두드린다.

「……그렇네요」

툭 던진 맞장구는 어딘가 혼잣말 같았다. 그러더니 이치카는 문득 고개를 들어 평소의 털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유서, 시험 삼아 써보실래요?」

「……어?」

「그러니까 유서 말임다. 선생님, 생각난 걸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생각만 하다 끝나는 타입이시죠?」

정곡이었다. 선생은 말문이 막혔다.

「아니, 그래도 유서라는 게…… 그렇게 가볍게 쓰는 건 좀……」

「가볍게 쓰니까 의미가 있는 검다. 딱딱하게 생각하면 평생 못 씀다」

이치카는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에서 백지와 펜을 꺼내 선생 앞에 놓았다.

「자, 여기요」

그 거침없는 기세에 눌려 선생은 체념한 듯 종이를 집어 들었다.

「……알았어. 그럼 조금 써볼까」

「좋은 자세임다」

이치카는 다시 소파에 앉았지만, 이번에는 턱을 괴는 대신 몸을 내밀며 선생의 손끝을 지켜보았다.



선생은 펜을 잡고 종이를 마주했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질 못했다. 펜 끝이 종이 위 몇 센티미터 지점에서 멈춘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
「……」

1분 정도 무언의 시간이 흘렀다.

「선생님, 펜이 안 움직임다」

「알아. 알고는 있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뭘 써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가 않아서」

「너무 깊게 생각하셔서 그래요.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그대로 써보는 건 어떻슴까?」

선생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결심한 듯 펜을 놀렸다. 한 줄, 두 줄. 딱 그만큼 쓰고 펜이 멈추더니, 으음 하고 끙끙대다가 다시 써 내려갔다.
몇 분 정도 지나자 손이 멈췄다. 선생은 종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체념한 듯 이치카 쪽으로 내밀었다.

「……일단 이런 느낌으로」

이치카는 종이를 받아 들고 훑어보았다.



『뒷일을 부탁한다. 잘 지내렴. 냉장고 안의 푸딩은 빨리 먹어주세요. 선생이』



침묵이 흘렀다.
이치카는 종이를 양손으로 잡은 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선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

「……응」


「좀 더 진지하게 쓰셔야죠」

어이없다는 말투였지만, 입가에는 참지 못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뭔가요, 이 유서. 게다가 마지막이 푸딩 걱정이라니」

「아니, 그게 실제 문제로 냉장고 푸딩이……」

「그게 아니잖아요!」
이치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뿜어버렸다.

「이건 유서가 아니라 메모잖아요. 편의점 다녀올게 수준의. 남겨진 쪽이 읽으면 기운 빠질 검다」

「그런가…… 심플하고 깔끔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깔끔한 거랑 대충 하는 건 다르죠」
이치카는 웃으면서도 펜을 들어 종이 여백에 메모를 적기 시작했다.

「유서에 담아야 할 요소는 꽤 많아요. 우선 개인 소지품 처분. 선생님, 이 집무실에 개인 물건이 꽤 많으시죠?」

선생은 선반 안쪽을 보았다. 임무 기록, 수많은 서류. 그리고 그보다 더 안쪽에 밀어 넣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컬렉션들.

「……있지」

「그걸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제대로 써둬야 함다. 그리고 샬레 인수인계 건. 조직의 장이 없어지면 뒷일을 정해두지 않았을 때 현장이 혼란스러워질 거예요」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네」

「그리고 학생들에게 남기는 말. 이게 제일 중요함다. 선생님이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말이나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 같은 거요」

선생은 의외라는 듯 이치카를 보았다. 정의실현부 활동으로 실무적인 처리에 익숙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유서의 요건을 꼽을 줄은 몰랐다.


「유서는 쓰는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남겨진 사람을 위한 거니까요」

그 말은 선생의 가슴에 와닿았다.


「……그렇구나. 그럼 다시 한번 써볼게」

선생은 새 종이를 끌어당겨 이번에는 제대로 자세를 가다듬고 쓰기 시작했다. 펜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소리가 조용한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선생은 두 번째 종이를 이치카에게 건넸다. 이번에는 글자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치카는 받아 들고 읽어 내려갔다. 개인 소지품 처분에 관해, 샬레 업무 인수인계에 관해. 나름대로 격식은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도중에 미간을 찌푸렸다.

「선생님, 여기. 『책상 서랍 내용물은 전부 처분해 주세요. 특히 밑에서 두 번째 서랍은 내용물을 확인하지 말고 처분해 주세요』라니, 대체 뭐가 들어있는 검까」

「……그건 묻지 말아줬으면 해」

「오히려 더 신경 쓰이는데요」

이치카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더 추궁하지 않고 계속 읽었다.

「그리고 이 『샬레 운영은 적임자에게 맡깁니다』라는 거, 너무 막연함다. 누구한테 맡길지 안 써두면 그것 때문에 싸움 날 거예요」

「으음, 하지만 특정 누군가를 지목하는 것도 다른 학생들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마음은 알겠지만 이런 건 애매하게 하면 안 됨다. 유서는 감정으로 쓰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이 망설임 없이 움직일 수 있게 쓰는 거니까요」

이치카의 지적은 가차 없었지만 모두 정곡을 찔렀다. 선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하고 세 번째 종이에 다시 쓰기 시작했다.


세 번째 장을 다 쓰고 이치카에게 건네자 이번에는 다른 부분에서 수정이 들어왔다.

『제 빈자리는 얼마든지 채워질 것입니다』라고 쓰셨는데, 선생님, 이건 지우는 게 좋겠어요」

「유서에 겸손은 필요 없슴다. 이걸 읽는 건 선생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임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 빈자리는 얼마든지 채워질 것』이라고 하면 슬프게 할 뿐임다」

선생의 펜이 멈췄다.

「……확실히 그렇네」

「선생님은 좀 더 자기가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는 걸 아는 게 좋아요」

이치카는 조금 빠르게 말하고는 홱 시선을 돌렸다.

「……뭐, 유서 쓰는 법에 관한 얘기지만요」


네 번째 장. 이번에는 학생들을 향한 감사의 말이 줄지어 적혀 있었다. 선생 나름대로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쓴 것이리라.

이치카는 그것을 읽으며 몇 번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한 군데에서 손이 멈췄다.

「선생님. 여기 적힌 학생들을 향한 말들, 모두를 향해 쓰신 건 좋지만…… 이래서는 개별 메시지가 없잖아요」

「모두에게 쓰려면 끝이 없으니까. 솔직히 거기까지는……」

「그렇죠…… 그럼 적어도 마지막 문장을 좀 더 다듬어보는 건 어떠세요? 선생님이 떠난 뒤에도 학생들이 앞을 향할 수 있는 그런 말」

「앞을 향할 수 있는 말이라」

선생은 펜을 놓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쓰고, 쓰고는 지우기를 반복하며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마지막 문장을 완성했다.


『내가 없어도 너희는 괜찮을 거야. 너희가 자신의 발로 서고, 스스로 선택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슬픔에 오래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어. 웃으며 앞을 향해 너희의 이야기를 계속 걸어가 주렴. 너희와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었어. 고맙다.』


이치카는 그 문장을 소리 내지 않고 입술로만 읊조리듯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치카?」

「……다」

「응?」

「……좋슴다. 이 정도면 괜찮네요. 조금 오글거리는 기분도 들지만요」

이치카는 종이를 선생에게 돌려주며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눈가를 슬쩍 훔쳤다.

「처음 거랑 비교하면 천지 차이네요. 푸딩 유서가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몰랐슴다」

「푸딩 건은 잊어주면 안 될까……」

「안 됨다. 그건 평생 놀릴 거예요」

이치카는 웃어 보였다. 그 목소리는 아주 조금 쉬어 있었지만 선생은 눈치채지 못했다.

이치카는 웃으며 유서를 정성껏 접었다. 그러더니 문득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선생님. 이거, 제가 맡겠슴다」

「어?」

「만약 이게 다른 학생한테 들키면 난리 날 거예요. 선생님이 유서를 썼다는 걸 알게 되면 다들 패닉일 거라고요」

확실히, 하고 선생도 생각했다. 아로나가 발견하면 울음을 터뜨릴 테고, 다른 학생들도 동요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이건 시험 삼아 써본 것뿐이고 버리려고 생각했는데……」

「버리는 건 아깝죠. 선생님이 공들여 써주신 건데, 유서로서 제대로 보관해두는 게 좋겠슴다」

「하지만 유서는 보통 본인이 보관하는 거 아닌가……」

「원래는 그렇죠」
이치카는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샬레는 여러 학생이 드나들잖아요. 선반 구석에 둬도 누군가 청소하다 발견할 가능성이 있고, 책상 서랍도 잠가두는 게 아니니까요. 직접 보관하는 게 정석이지만 이 경우는 예외임다. 제가 맡는 게 확실해요」

「그래도 잘 숨겨두면……」


「『간호사복 아래 숨긴 마음 완전판』」

「!?」
갑자기 이치카가 입에 담은 그 말에 선생은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예전에 여기 청소할 때 찾았었슴다.」

「완벽하게 숨겼을 텐데……」

「이게 다른 학생한테 들키고 유서까지 같이 발견되면 어느 쪽이 더 큰 문제가 될지 모를 지경이라고요. 선생님한테 자기 관리는 무리임다, 솔직히」

「………………그렇네」

선생은 반박할 말을 완전히 잃었다.

「그런 고로 이 유서는 제가 책임지고 보관하겠슴다. 절대 아무에게도 안 보여주고, 필요한 때가 올 때까지 소중히 간직할게요」

이치카는 접은 유서를 품속 주머니에 살며시 넣었다. 톡톡, 손가락 끝으로 주머니 위를 가볍게 두드린다.

「안심하셔도 됨다」

선생은 이치카의 올곧은 제안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고마워, 이치카. 믿음직스럽네」

「맡겨만 주십쇼」


「그나저나 설마 유서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해보길 잘했을지도 모르겠네」

「그쵸? 이런 건 건강할 때 써두는 게 제일이니까요」

이치카는 기세등등하게 가슴을 폈다.

「뭐, 이 유서가 쓰일 일은 한참 나중 일이겠지만요」

그 말에 선생이 「그러면 좋겠네」라며 쓴웃음을 짓자, 이치카는 곧바로 「불길한 소리 하지 마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후 한동안 두 사람은 시시콜콜한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정의실현부의 근황, 최근 샬레에 들어온 재미있는 의뢰, 요전에 먹은 카페 케이크 이야기. 평소 당번인 날과 다름없는 평온한 오후의 한때였다.

이윽고 창밖이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 이치카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슬슬 돌아가겠슴다. 오늘도 즐거웠어요, 선생님」

「나도. 유서 건도 고마워」

「그럼 내일 봬요!」

이치카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평소처럼 샬레를 나섰다.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샬레 건물을 나오자 해 질 녘의 바람이 이치카의 뺨을 스쳤다.
하늘은 주황색에서 보라색으로 번지는 경계선을 그리고 있다. 귀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듬성듬성 보이는 가운데, 이치카는 익숙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몇 걸음 나아가던 중 발이 멈췄다.
실눈처럼 감고 있던 눈이 천천히 떠졌다.

황혼의 희미한 빛 속에서 드러난 눈동자는 집무실에서 뉴스 이야기를 하던 때와는 다른 빛을 띠고 있었다.
이치카는 품속 주머니에 손을 댔다. 종이의 감촉이 손끝에 전해진다. 선생의 필적이 그대로 새겨진, 단 한 장의 유서.


이치카는 선생을 좋아했다. 좋아한다는 말로 수식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그것은 동경도, 경애도, 사모도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떼어내면 피가 흐를 것 같은 감정이었다. 선생의 곁에 있는 시간. 선생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선생이 자신에게 향하는 미소. 그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이치카의 내면에는 항상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드러낼 수 없었다. 그래서 실눈 뒤에 숨기고, 가벼운 농담 뒤에 감추며 '편리한 조력자'로서 선생의 곁에 있기를 택했다.


오늘 선생이 '유서'라고 입에 담은 순간, 이치카의 안에서 무언가 흔들렸다.

선생님이 죽는다.

단 한 마디만으로 그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친 순간, 사고가 타버릴 것만 같았다. 이대로 선생님을 어딘가로 데려가 버릴까.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곳에 가둬두고 다시는 위험한 일을 겪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선생님은 죽지 않는다. 영원히 자신의 손안에 있어 준다.

그 충동을 이치카는 이를 악물고 억눌렀다. 대신 선택한 것이 선생과 함께 유서를 쓰는 것이었다. 선생의 유서. 선생이 자신의 사후를 생각하며 써 내려간 가장 사적인 문장들의 집합. 그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맡고 있다. 선생조차 이제 수중에 가지고 있지 않은, 단 하나의 비밀.

이치카는 주머니 위로 가만히 유서를 눌렀다. 종이 너머로 선생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후후」

작게, 정말 작게 이치카는 웃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미소가 아니었다. 이 유서가 있는 한 선생의 가장 깊은 부분에 자신만이 닿아 있을 수 있다. 누구에게도 주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선생과 자신만의 비밀로서 이 가슴 속에 간직한다.

그리고 만약 이 유서가 쓰일 법한 사태가 찾아온다면.
선생님에게 해를 끼치려는 자가 나타난다면.

이치카의 눈이 어둠 속에서 고요히 가늘어졌다.
그것은 평소의 온화한 실눈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선생님의 유서가 그냥 종잇조각으로 끝나도록」


그렇게 중얼거리고 이치카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설령 그 손을 피로 물들이게 된다 하더라도.
선생님을 위협하는 자가 있다면 이 몸을 방패로 삼아서라도 끝까지 지켜내겠다.

그녀는 그렇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맹세했다.
노을진 길을 걷는 이치카의 뒷모습은 평소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아 보였다. 주머니 속의 유서만이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작가의 말 : 선생님의 유서를 이치카와 쓰는 이야기


이치카 왜이렇게 어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