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블루아카 소설 (Pixiv)/단편

비 오는 날 당번에 임하는 케이의 이야기

무작 2026. 3. 27. 11:00

작품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7521241

 

#ブルーアーカイブ #二次創作 雨の日に当番に行くケイちゃんの話 - ひぐらしの小説 - pixiv

「………はぁ」 アラームに起こされ、まだ覚醒しきっていない身体から発せられる最初の音が溜息とは如何なものか、と自分でも思う。 だけど、今日は溜息をつくのに充分な理由があ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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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ひぐらし


# 비 오는 날 당번에 임하는 케이의 이야기


「………하아.」

알람 소리에 깨어나, 아직 채 각성하지 못한 몸에서 내뱉는 첫 소리가 한숨이라니 스스로도 참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은 한숨을 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비, 입니까.」

창밖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오늘은 키보토스 전역에 폭우 예보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내리는 것은 오후부터라고 했는데도 벌써 빗줄기가 굵어,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다.

자연현상이란 건 제멋대로인 주제에, 이럴 때만 예보대로 흘러가니 참으로 곤란한 노릇이다.
하필 당번인 날에 이렇게 큰비가 내릴 것까지는 없었을 텐데….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에 조금 화를 내며, 근처에 두었던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화면에는 선생님이 보낸 모모톡 알림이 떠 있었다.
세면대로 향하며 틈틈이 내용을 확인한다.


『좋은 아침, 케이 쨩!』
『오늘 당번 말인데, 오기 힘들 것 같으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아.」

예상했던 내용에, 오늘 들어 두 번째 한숨.
언제나 학생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은 뒷전이다. 혼자서 끝낼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닐 텐데, 당번도 없이 어쩔 셈이란 말인가.

이번에는 그 사람의 그런 안이한 생각에 화가 나, 외출 채비를 하며 스마트폰에 글자를 입력해 나간다.


『케이 쨩이 아닙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지금 정도의 강수량이라면 문제없이 샬레까지 갈 수 있으니까요.』

『정말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다시 한번 바깥 상황을 살핀다. 하늘은 여전히 폭우가 쏟아지고 있고, 바람도 강해졌는지 창문이 덜컹거리며 흔들린다.
솔직히 말해 무리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 따위에 당번 일을 망칠 수는 없다. 나를 위해서도, 선생님을 위해서도.


『무리하는 것 아닙니다.』
『애초에 평소에 무리하시는 건 선생님 쪽 아닌가요? 남 말 하실 처지인가요?』

『윽, 그건……』
『……그럼 준비하고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오렴.』
『고마워, 케이 쨩.』


「…후훗.」


방금 전까지 비 때문에 우울했을 텐데.
『고마워』라는 세 글자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바뀌다니, 나 원 참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그런 대화를 나누며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몸단장을 마치고, 방을 나설 준비를 한다.
이 정도로 비가 올 줄 알았으면 레인코트라도 사둘 걸 그랬나.
어제까지의 내 선택을 조금 후회하며, 우산을 들고 방문을 열었다.


──────


……집무실 문을 연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어서 와! 케이…이……!?」

그렇게 말하며 이쪽으로 돌아본 선생님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 간다.
뭐, 무리도 아닐 것이다. 그야…

「왜 그렇게 쫄딱 젖은 거야!?」

샤워라도 하고 온 건가 싶을 정도로 젖어 있으니까….

밀레니엄 기숙사에서 역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문제는 샬레 근처 역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빌딩풍 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입지에서 우산을 펼친 탓에, 내가 가져온 유일한 비 가리개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근처 가게에서 우비를 살까 고민했지만, 가게까지의 거리와 샬레까지의 거리를 저울질한 끝에 샬레까지 전력 질주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어찌 됐든 이런 상태로 서류 업무를 할 수 있을 리 없으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무리하지 않는다'라고 큰소리치고 왔기에 부끄럽긴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저기, 선생님, 샤워실 좀 빌려주세요….」

「물론이지! 갈아입을 옷이랑 수건은 내가 가져다줄 테니까 걱정 마! 당번 시간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앗! 절대 안 훔쳐볼 테니까 안심해!?」

마지막의 불필요한 한마디 때문에 오히려 불안해지지만, 젖은 옷의 불쾌함과 한기가 심해지고 있어 말한 대로 샤워실로 향한다.

「만약 훔쳐보신다면, 선생님을 죽이고 저도 죽겠습니다.」

……만약을 위해, 못을 박아두고서.


──────


「샤워 감사합니다. 살았어요.」

「왔구나 케이! 생각보다 빨랐네.」
「좀 더 천천히 있어도 됐는데.」

생각해 보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외출 준비를 하고, 폭우 속을 걷고 뛰느라 줄곧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샤워로 몸을 씻어내고 속까지 따뜻해진 덕분에 겨우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으니, 조금 더 시간을 들여도 좋았겠지만….

「아니요, 더 이상 당번 시간을 늦출 수는 없으니까요. 그것보다……」

「그것보다?」

그것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가장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선생님에게 물어야 한다. 아니, 추궁해야 한다.

「어째서 제 사이즈에 딱 맞는 밀레니엄 교복을 가지고 계신 거죠!? 게다가 사이즈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완벽하게 똑같은 것을!」

「어?」

그렇다, 선생님이 준비해 준 옷은 오늘 아침에 입고 온 교복 세트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짐작 가는 게 없다는 듯 엉뚱한 소리를 내도 저는 속지 않습니다. 제가 평소에 입는 옷 세트를 가지고 있다는 건, 분명 그 소문도 사실인 거겠죠…!

「학생의 옷을 수집해서는 카페에서 갈아입히며 즐기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군요!?」

「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 그보다 오해야!」

「이 상황에서도 아직 변명을 하시려는 건가요!」

「변명이라고 생각해도 좋으니까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웬일로 물러서지 않는군요. 역시 그만큼 중대한 비밀이라는 뜻일까요.
그렇기에 더더욱, 변명을 듣고 나서 완전히 설득해 버리면 그 마수가 다른 학생이나 아리스에게까지 뻗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터입니다.

「……좋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10초만 시간을 드릴 테니 마음껏 변명해 보세요.」

「고마워. 일단 전제인데, 케이가 평소에 입는 교복 말이야, 색깔은 다르지만 아리스 일행도 입는 아주 평범한 밀레니엄 교복이지?」

「그렇죠. 아리스에게 받은 것이니까요.」

아리스에게 받은 교복을 다른 디자인으로 바꿀 리가 없다.
그래서 어쨌다는 걸까요. 그 이야기와 제 교복 세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슨 상관이…?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샬레는 학생이 방문하는 일이 꽤 많고, 샤워실을 빌려 쓰는 아이들도 적지 않거든.」
「그중에는 오늘처럼 비를 맞았거나 폭풍에 휘말리는 바람에 옷이 더러워진 아이들도 제법 있어서 말이야.」

「……음?」

잠깐만요. 오늘의 저와 같은 처지의 학생이 오는 일이 제법 있었다는 것은….

「그런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해줄 수 없을까 총학생회 아이들에게 상담했더니 각 학교의 교복을 보내줬거든.」
「지금 샬레에는 여러 학교의 다양한 사이즈 교복이 몇 세트 보관되어 있어.」

「즉……」

「『케이가 평소에 입는 교복 세트』를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 『밀레니엄 교복』 중에서 평소에 케이가 입는 색깔과 사이즈를 골라서 건네준 것뿐이야.」
「그 증거로, 미안하지만 케이가 항상 달고 다니는 리본은 준비하지 못했으니까….」

「앗.」

그 말을 듣고 뒷머리를 만져본다. 그러고 보니 샤워를 하고 나서 머리를 묶지 않았다. 습관이란 건 무서운 법이라, 평소라면 샤워를 한 뒤에는 잠만 자면 되기에 머리를 묶을 필요가 없어 지금 이 순간까지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내 옷을 선생님이 가지고 있다는 건 완전한 자의식 과잉이었으며, 리본이 없다는 힌트가 있었는데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선생님을 몰아세웠고, 결국에는 설득하기 위해 들은 변명에 거꾸로 논파당해 버렸다는 것….

「윽~~~~~!!」

죄송함과 부끄러움, 여러 감정이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며 체온이 올라가, 나도 모르게 소매로 얼굴을 가리며 하늘을 우러러보고 만다.
이번만큼은 완전히 내 섣부른 판단이 원인이기에, 평소처럼 화를 낼 수도 없다. 평소에 하던 감정 발산 방법이 봉쇄된 나로서는….

「……선생님.」

「케, 케이…… 괜찮아……?」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니까!?」

…선생님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


그 후, '일단 당번 시작하자!'라는 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책상으로 향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해서 기분을 전환해 주려는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당번 업무를 시작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방금 전까지 요동치던 마음도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거기서 다시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어떤 이변을 깨달았다.
평소의 당번 때라면 정말 업무를 보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을 걸어… 아니, 놀려대던 선생님이 오늘은 아주 조용한 것이다.
시험 삼아 이쪽에서 말을 걸어본다.

「선생님, 이쪽 서류는 끝났습니다.」

「………」

「……선생님?」

「…어? 아 미안, 잠깐 멍하니 있느라.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건네준 서류를 받자, 선생님은 다시 수중의 자료로 눈을 돌렸다.
평소라면 호들갑을 떨며 기뻐하거나 '사랑해!' 같은 이상한 소리를 할 텐데, 역시 이상하다.

상태가 이상한 이유를 생각해보려 해도 정보가 없으면 예측도 할 수 없다.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그의 모습을 관찰한다.
평소처럼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펜이 나가는 속도가 평소보다 느리다. 때때로 무언가 참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그때마다 펜 뚜껑 부분을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안색도 창백한 것 같다.

그만큼의 정보를 모아 하나의 가설에 도달한다. 사람의 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기간 동안 유일하게 나도 경험해 본 적 있는 컨디션 불량.

「선생님.」

최대한 충격을 주지 않도록 그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응? 왜 그래, 케이?」

「머리, 아프신 거 아니에요?」

「…아하하, 들켰네?」
「비 오는 날엔 가끔 아프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지만, 평소보다 생기가 없어 보인다.

「약 같은 건 없나요?」

「오늘 아침에 먹어서 마침 다 떨어졌어. 케이가 왔을 때 정도까지는 괜찮았는데, 조금씩 효과가 떨어지는 모양이네.」

「아래 편의점에는요?」

「거기서 파는 건 음식이나 음료, 그리고 총알 정도니까….」

「…그렇군요.」

가진 약은 없음. 아래 편의점은 취급하지 않음. 이 비에는 근처 약국까지 가는 것조차 곤란. 그렇다면 증상을 완화하려면 휴식을 취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쉬고 있으라고 한다고 들을 사람도 아니다. 이 사람이 당번에게 일을 맡기고 혼자 쉬고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절충안. 의자에서 일어나 선생님의 책상에 놓인 서류 중 나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전부 가져간다.

「케이…? 그 서류는……」

「무엇입니까? 저는 그저 당번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만.」

「아니 아니, 이미 케이는 충분히 해주고 있고, 내 몫의 일까지 떠넘길 수는 없어.」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이지 이 사람은. 어떤 때라도 학생이 제일이고, 자신이 무리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몹시 화가 난다.

「강철 대륙에서 에이미에게 들었던 말,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군요. 설마 그렇게까지 기억력이 쇠퇴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학생이 내 힘이 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는 이야기인가.」

「……기억하고 계신다면 왜 저를 의지하려 하지 않는 건가요…! 저도 『학생』이라고요! 저도 당신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몸이 안 좋은 상대에게 설교라니, 비겁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평소부터 품고 있던 감정이 넘쳐흘러 멈출 수 없다.

「전에 말씀드렸죠, 선생님이 없으면 저희는 안 된다고. 당신이 무리해서 그 결과 쓰러지기라도 하면 저희는 어떡해야 하나요!」

「케이……」

「……죄송합니다, 큰소리를 내서. 어쨌든 평소에는 무리더라도 적어도 몸이 안 좋을 때만큼은 저희를 믿어주세요. 의지해 주세요.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입니다.」

「……응, 미안해. 한심한 모습을 보여서.」

「왜 사과를 하시나요. 날씨에 따른 컨디션 난조는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게다가──」
「──저는 사과의 말보다 감사의 말이 더 기쁩니다.」

「……그렇구나, 고마워, 케이.」

「……네.」

소리를 질러버린 것에 대한 자기혐오가 솟구치지만, 그래도 무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한마디만 대답하고 자리에 돌아와 아까보다 훨씬 많아진 서류와 마주한다. 역시 집중해서 업무에 임해야겠다.


──업무 종료 시간까지 그 방에는 종이 소리와 빗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끝났다~~~~!」

「어떻게든 끝났네요…….」

오랫동안 정적이 가득했던 공간에 거의 동시에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케이도 수고 많았어! 케이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정말이지요. 당신은 좀 더 계획성을 가지고 발언하세요. 아침 모모톡을 보고 제가 정말로 쉬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이야~~ 어떡했을까? 아하하.」

「웃음으로 얼버무리지 마세요….」

뭐, 만약의 이야기를 해봤자 소용없다. 실제로 나는 이렇게 당번에 왔고, 오늘의 업무도 시간 내에 끝났으니 지금은 그걸로 됐다고 치자.

「…뭐 됐습니다. 커피를 내리려고 하는데 선생님도 드시겠어요?」

「아니, 그건 미안해서 안 되지!」
「내가──, 아야야야…….」

그렇게 말하며 기운차게 일어서던 선생님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고개를 숙인다.

「두통, 아직 안 나았군요.」

「그러게… 지금까지의 경험상 아마 자기 전까지는 안 나을 것 같아….」

「그럼 무리하지 말고 소파에서 쉬고 계세요. 이제 와서 한두 가지 더 저한테 의지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잖아요?」

「…응, 호의를 받아들여서 그렇게 할게.」
「역시 케이는 상냥하네.」

「으앗…! 잠꼬대는 자면서 하세요!」

몸이 안 좋아도 농담은 여전하시군요…! 하지만 그런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는 건 좋은 징조이긴 하지만요.

탕비실에서 2인분의 커피를 내려 소파에서 쉬고 있는 선생님에게 한 잔을 건네고 맞은편에 앉는다.

「맛있다! 역시 케이가 내려준 커피는 각별하네!!」

「커피 머신으로 만드는 거니까 누가 내려도 똑같지 않나요…?」

「아~니 다르지! 케이의 애정만큼 맛있어지는 거야!」

나도 모르게 마시고 있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무,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넣지 않았거든요 그런 거!!」

「에이… 이건 분명 케이의 애정 맛인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마시고 빨리 주무세요! 저도 이제 돌아갈 거니까요!」

「어…? 가는 거야…?」

「뭐예요, 아직 뭐 더 남았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길 봐.」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창밖을 가리킨다. 이끌리듯 그쪽을 바라보자 아침보다 더 강해진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제야 오늘이 폭우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격렬한 빗소리도 도중부터는 완전히 그냥 배경음악처럼 변해 의식에서 빠져나가 있었다.

「게다가 키보토스 전역에서 종일 운행 중단인 모양이야…?」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아침 시점에서 꽤 폭우였지만, 그건 피크 시간이 예보보다 조금 어긋났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상의 비가 내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설령 역까지 간다고 해도 운행 중단이라면 밀레니엄까지 돌아갈 수 없다. 택시를 부를까도 생각했지만, 이 비라면 곳곳이 침수되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차라리 도중에 우비를 사서 걸어서 돌아갈까…?


「……케이.」

어떻게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자 선생님이 말을 걸어왔다.

「뭐예요, 지금 귀가 방법을 생각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이후에 꼭 밀레니엄에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 거라면 말이야.」
「샬레에서 자고 갈래? 나도 오늘은 여기서 잘 예정이고.」

「………네?」

샬레에서 자고 간다…? 게다가 선생님도 같이…? 그건 즉 한 지붕 아래에서 밤을 지샌다는 뜻으로, 아니 강철의 대륙에서 돌아오는 수송선 안에서도 지내긴 했지만 그때는 긴급사태였고 아무튼….


「불건전해요!?」

「어 왜!? 정말 짐작 가는 게 없는데!?」

「아니 그건… 거, 제 입으로 말하게 하지 마세요!!」

「나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그리고 싫으면 안 자고 가도 괜찮아. 어떻게든 밀레니엄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딱히, 싫다고는 안 했습니다.」
「그리고 몸도 안 좋은 선생님을 더 이상 움직이게 할 수도 없으니까요.」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 사람이 깊게 생각하고 발언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샬레에서 자고 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호의를 받아들여서, 오늘은 자고 가도록 할게요.」

「야호! 케이랑 같이 자는 거 기대되네!」

「윽~~ 아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깊게 생각하고 발언하는 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얼른 샤워라도 하고 잘 준비를 마치세요.」

「어… 벌써 자는 거야…? 어렵게 같이 자는 건데….」

「명색이 환자잖아요!? 불평하지 말고 빨리 자요!」

「케이가 엄마가 되어버렸어…….」

「누, 누가 엄마라는 거예요! 밤중에 큰소리 내게 하지 마세요!」

「음…… 그래도 말이야…… 앗, 맞다.」

「……뭔가요.」

이 사람의 생각은 대개 별 볼 일 없는 것이지만, 일단 이야기만은 들어주기로 하자.

「생각났다. 나도 빨리 잘 수 있고, 케이랑도 놀 수 있는 방법.」

「그런 게 정말 있나요…?」

「있단다~ 이게. 일단 먼저 잘 준비부터 끝내버릴까.」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샤워실로 걸어간다.
솔직히 불안함밖에 안 남지만, 뭐, 어울려 줄까요….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요.

「저기, 이게 뭐 하는 거죠.」

「뭐긴, 내가 빨리 자면서 케이랑 놀 수 있는 방법이지.」

그 후 각자 샤워와 양치를 마친 우리는 함께 가면실로 향했다. 선생님은 그 방에 딸린 텔레비전에 게임기를 연결하고, 컨트롤러를 나에게 건네준 뒤 침대로 들어간 것이다.

「케이가 게임 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서 이불을 뒤집어쓰면, 케이랑 놀고 싶은 욕구도 채우면서 수면욕도 높일 수 있다는 말씀!」

「……바보인가요, 당신은.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요.」
「애초에 형광등도 텔레비전 불빛도 켜진 상태에서 잠이 오나요?」

「야근 중에 졸다 깨는 일이 많아서 그런가, 어느샌가 밝은 곳에서도 잘 자게 됐어.」

「자랑할 거 못 되거든요, 그거.」
「그리고 뒤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 즐겁나요?」

「누군가 게임 하는 걸 보는 건 꽤 즐겁지 않아? 케이도 그런 경험 없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애초에 게임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아리스 안에서나 키홀더 안에서 게임개발부가 게임을 하며 노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니까.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케이가 싫지 않다면 게임을 해줬으면 좋겠어.」

「……어쩔 수 없네요.」

대답하고 침대 근처에 앉는다. 어떤 게임을 할지 잠시 고민한 끝에, 블록을 맞춰 줄을 없애는 낙하물 퍼즐 게임으로 정했다.

「오, 좋네. 이 게임 좋아해?」

「혼자서 묵묵히 할 수 있고, 오래 하든 언제 그만두든 자유니까 싫어하지는 않아요.」

「싫어하지 않을 뿐이야?」

「……아 정말, 좋아해요. 자꾸 놀리려고 하지 마세요.」

「아하하, 미안 미안.」

「……누군가와 즐기기 위해서도,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의미 없이 혼자 게임을 하고 있으면.」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해요.」

「……그렇구나. 고마워, 케이.」

「무엇에 대한 감사인가요.」

「여러 가지에 대해서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 자유 속에서 오늘 이렇게 당번에 와준 거려나.」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아직 비 내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 실내에서 흐르는 그 시간이 매우 평온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저도 선생님께는 감사하고 있어요.」
「지금 이렇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리스나 게임개발부, 특이현상수사부 여러분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도 선생님 덕분이니까요.」
「그러니, 감사합니다.」

「……듣고 계신가요, 선생님?」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은 이미 평온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정말이지, 가끔은 솔직하게 감사를 전해주려고 했더니만, 정작 본인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버리다니. 빨리 자라고 한 건 저지만요.

선생님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텔레비전과 불을 끈다. 선생님 말로는 거주 구역 쪽에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방이 있으니 거기서 자도 된다고 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그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방을 나섰다.


──────


「후아…….」

평소와 같은 시간에 기상해 기지개를 켠다. 시야에 들어오는 평소와 다른 방의 구조가 이곳이 샬레임을 상기시킨다.
선생님은 벌써 일어났을까. 세면대에서 최소한의 몸단장을 마치고 집무실로 향한다.

「좋은 아침! 케이!」

방문을 여는 순간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침부터 참 저렇게 큰 목소리가 나온다니 감탄스럽다.
그의 상태를 관찰하지만, 딱히 몸이 안 좋아 보이는 기색은 없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물어보자.

「케이가 아닙니다.」
「그보다 몸 상태는 이제 괜찮으신가요?」

「물론이지! 오히려 평소보다 오래 자서 그런가,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을지도?」

「그건 평소 수면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런 거예요….」

「그거에 대해선 아무 말도 못 하겠네…. 아 맞다, 아까 뉴스에서 봤는데 이제 전철은 정상 운행한대.」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제 여기 있을 이유도 없다. 밀레니엄으로 돌아갈 수 있고, 애초에 오늘은 당번이 아니니까.
……그렇긴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는 어린애 같은 감정이 마음속에 넘쳐흐른다. 폭우 속의 샬레, 그 비일상적인 공간은 세상에 둘만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해 기분 좋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당번은 정해져 있나요?」

내심 돌아가지 않을 핑계로 삼기 위해, 그때처럼 그 자리가 공석이길 바라며 질문을 던진다.

「오늘은 신소재개발부 아이가 당번인데, 왜?」

「……아니요, 폭우 직후니까 이전처럼 비어있지 않을까 해서요.」

「걱정해 준 거야…? 역시 케이는 상냥하다니까!」

「……그렇네요.」

기대했던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 평소라면 선생님의 장난스러운 발언에 강하게 반박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을 정도로 그저 쓸쓸하다.
하지만 그걸 선생님이 눈치채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시간을 만들려 할 것이다. 그러면 당번 학생에게도 선생님에게도 폐가 된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되는 건 무엇보다 싫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비는 이제 그쳤는데, 어제 아침 방을 나설 때보다 더 우울한 기분으로.


「케이.」

집무실 문고리를 잡으려 할 때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돌아보면 감정이 폭발해 버릴 것 같아서 등을 돌린 채 대답한다.

「아직 뭐 남았나요?」

「뭐가 있는 건 아니지만.」
「또 언제든지, 놀러 오렴.」

「……!」

정말이지 이 사람은. 어떤 때라도 학생이 제일이고, 그렇기에 변화에 민감해서. 그런 부분에── 어리광을 부리게 된다.

「그럼, 당번인 날이 아니더라도 또 자러 와도 되나요.」

「물론이지.」
「케이는 내 소중한 학생이니까.」

「……그럼 다음에 또, 큰비가 내리는 날에 놀러 오겠습니다.」

「맑은 날에 와도 된다니까!?」

「아니요, 비 오는 날이라서 좋은 거예요. 그럼 이번에야말로 실례하겠습니다.」

「……응. 조심해서 가.」

그렇게 샬레 사무실을 뒤로한다. 어제의 비가 거짓말처럼 오늘은 쾌청하다. 우울했던 기분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음 「맑은 날」을 고대하며 천천히 귀갓길을 걸어간다.




작가의 말 : 첫 투고입니다.

처음이기도 하니 적당한 분량으로… 하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길어져 버렸습니다. 조금 장황할지도 모르겠네요.
케이의 에뮬레이션도 흑케이 시절의 2차 창작에 끌려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투박하지만 즐겁게 감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제목은 대체 어떻게 정해야 하는 건가요…?


어떻게든 선생 만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