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블루아카 소설 (Pixiv)/단편

오니카타 카요코와 함께 사는 이야기

무작 2025. 5. 22. 11:00

작품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549543

 

작가 : 茸 森野


작가의 말 : 일단 다 썼으니까. 투고.
떠올린 소재를 전부 때려 박아 뒤섞어버리니, 쓸데없이 길어지고, 소재 고갈이 되는구나. 오니카타 카요코에게 얽매여서 이야기를 너무 많이 생각한 탓에 카요코 외의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슬슬 다른 캐릭터, 다른 작품으로 2차 창작을 그려보고 싶은 요즘.


오니카타 카요코와 함께 사는 이야기

 

"카요코. 잠깐 괜찮아? 조금만 쉬자."

샬레의 집무실에서 늘 하던 대로 서류 작업을 하던 선생은 진지하고 굳은 표정으로 오늘의 당번인 오니카타 카요코에게 말을 걸었다.

"휴식? 아직 이르지 않아? 조금만 더 마무리하고 가는 게……"

"네 이야기가 잠깐 하고 싶어. 그러니까 쉬자. 응?"

"………선생이 그렇게 말한다면…… 알았어."

"그럼, 저쪽 소파에 앉아 있어. 뭐 마실 거라도 가져올게."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카요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급탕실로 걸어간다.
멍한 머리로 그 뒷모습을 배웅하며 카요코는 말대로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는다.

"아무리 그래도, 눈치채겠지…… 선생이니까."

카요코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눈을 감는다.

"이래선, 안 되는데……"

역시 무리해서 오지 말고 오늘 당번은 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혹시 나는 선생에게 상담하면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혹은 아무 말 안 해도 눈치채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던 걸까.


"기다렸지."

그렇게 돌아온 선생이 내민 것은 늘 마시던 커피……인가 싶었는데, 따뜻한 우유가 담긴 머그컵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이거, 따뜻한 우유?"

"응. 커피는 지친 위장에 안 좋으니까."

그 말을 듣고 카요코는 역시 상담하기 전부터 이미 들킨 거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사장한테, 뭐 들은 거 있어?"

"딱히 없어. 그냥, 한눈에 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정도는 알 수 있어. 안색도 안 좋고, 수척해졌다고 해야 하나, 살이 조금 빠진 것 같기도 하고?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있어?"

"그게……,"

"그거 마시면 이야기해줘. 약속이야."

선생은 카요코의 옆에 앉아 따뜻한 우유를 홀짝인다. 카요코도 덩달아 한 모금 마시자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에 퍼졌다.
꿀의 단맛을 느끼며 시간을 들여 천천히 카요코는 따뜻한 우유를 다 마셨다.
신기하게도 마시는 게 그다지 힘들지 않았고, 기분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그리고 카요코는 조금씩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실은 요즘, 밥을 잘 못 먹겠어."

"그건, 늘 그랬듯 경제적인 이유?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거야?"

"후자. 일도 있고, 돈에 쪼들리는 건 아닌데, 지금까지 너무 궁핍하게 살았던 탓인지, 위가 좀 작아진 느낌? 입맛이 없어."

"그동안의 생활이 화근이었나…… 아무리 젊음과 체력으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한계는 있지."

흥신소 68은 재정적인 문제로 여러 번 생활고에 시달렸고,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때도 많았다.
컵라면 하나를 넷이서 나눠 먹거나,
주먹밥 하나로 하루를 버티거나, 길가에 핀 풀을 뜯어먹으며 굶주림을 달래는 등, 먹는 것에 신경 쓰지 못할 때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생활을 반복하는 사이에 소화기관이 약해졌고, 이렇게 드디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다른 증상은?"

"………피곤한데, 잠을 잘 못 자기도 해…"

카요코는 솔직하게 고백하며 말을 이었다.

"모두한테 걱정 끼치고 싶지 않고, 빨리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뭐 없을까, 선생?"

"어떻게든이라니…… 그런 건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고쳐야 하는 거지, 마법처럼 뿅 하고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건 알고 있는데…… 그래도, 있잖아, 선생은 발이 넓고, 여기저기에 아는 사람도 많잖아? 뭔가 있겠지……?"

"나는 그렇게 만능이 아니야."

"다들 내가 몸이 안 좋다는 걸 눈치채면 분명 신경 쓸 거야. 아니,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고, 빨리 예전처럼 멀쩡하게 지내고 싶어."

"그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일단 지금은 좀 쉬자?"

카요코는 선생에게 희미한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 같지만, 선생은 현실적인 해결책밖에 내놓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카요코는 아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간이침실을 써. 난 괜찮으니까 푹 쉬어. 나는 일하면서 뭐라도 생각해볼게. 그걸로 괜찮겠어?"

"……알았어."

카요코는 마지못해 선생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간이침실로 사라져갔다.
선생은 그런 카요코의 모습을 보면서도 스마트폰을 들고 우선 여기저기에 연락을 해두기로 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일이 일단락될 즈음에 카요코는 집무실 쪽으로 돌아왔다.
잠시 잠을 자서 안색은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카요코의 표정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까는 미안했어, 선생. 잠깐 자고 나니까 머리가 좀 식었어.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 이 빚은……"

"카요코. 오늘 약속 있어?"

카요코의 말을 가로막으며 선생은 물었고, 카요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선생을 바라본다.

"딱히 없는데. 아, 그렇네, 아직 시간도 있으니, 다시 일을 도와줄게."

"아니, 그것도 괜찮아."

"그럼…… 뭘 하면 돼?"

카요코가 살짝 굳은 표정을 짓는다.

"나랑 밥이라도 같이 먹을까."

"……기쁘긴 하지만 사양할게. 아까 말했잖아? 입맛 없다고."

"에이, 괜찮아 괜찮아."

선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요코를 두고 집무실에서 나간다.
카요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끙끙거렸지만, 결국은 바로 짐을 챙겨 그 뒤를 쫓았다.
선생은 집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카요코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집무실 문을 잠근다.

"그래서? 어디 가는 거야?"

"음~…… 일단은, 슈퍼?"

"에?"

"카요코. 싫어하는 거라도 있어?"

"딱히 없는데. 엣, 설마, 선생이 만들 거야?"

"응. 그럴 생각이야."

"에에……? 선생, 요리할 줄 알아?"

카요코는 선생이 요리를 할 줄 안다는 이미지가 전혀 없었다.
늘 샬레 식당이나, 시간이 없으면 컵라면. 대개 늘 그런 식이다.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요리는 꽤 잘하는 편이야."

"……정말?"

"나를 못 믿는 건가. 평소라면 내 말 믿어주면서."

"아니, 선생 성격상 요리를 할 줄 안다고 해도 컵라면이나 봉지 라면 정도가 다일 것 같아서? 아니면, 파스타?"

"오오, 어찌 이리 심한 말씀을. 뭐,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건 확실하지만 말이야."

"흐~음…… 그래. 그럼 조금만 기대해볼게."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는 카요코의 몸 상태를 감안해서 만드는 거니까, 그렇게 맛있는 건 못 만들 수도 있어."

"아, 지금 그거 혹시 방어선 치는 거야?"

"하하하. 어떨까. 어쨌든, 있는 힘껏 실력 발휘하는 건 카요코의 몸 상태가 나아지고 나서야."

"……응, 그것도, 기대할게."

"응, 기대해도 좋아."

그렇게 두 사람은 슈퍼마켓에 들러 식재료를 샀다.

"짐 들게 해줘. 선생. 그 정도 체력은 있으니까, 이 정도는 하게 해줘."

"에? 그래도……"

"괜찮아.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아서 그래. 신경 쓰지 마."

카요코는 선생에게서 장바구니를 빼앗아 들고 그대로 걷기 시작한다.
선생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 뒷모습을 쫓아가, 조금씩 걸음 속도를 늦춘 카요코의 옆에 나란히 선다.

"반씩 나눠 들자."

하나의 슈퍼마켓 봉투 손잡이를, 각자 둘이서 나눠 잡는다.

"이거, 의미 있어?"

카요코는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러워하며 작게 웃는다.
마치 커플. 신혼부부 같다고.
그런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필사적으로 꾸미지만, 카요코는 자신의 얼굴이 조금씩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나저나, 엣? 선생, 어디 가는 거야?"

"에, 어디라니?"

"샬레는 방향이 다른데?"

"가는 곳은 샬레가 아니야. 내 집."

카요코가 우뚝 발을 멈췄다.
선생을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선생의, 집?"

"응."

"선생, 집도 있었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이 카요코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다.
선생 집에 간다고? 내가?
카요코는 혼란스러워했고,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그대로 굳어버린다.

"당연히 나도 집은 있지. 거의 대부분은 샬레 간이침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소지품도 샬레에 거의 다 놔두고 있으니, 그런 의문을 품는 것도 당연하지만."

"응. 그렇……네."

"실제로, 가끔 잠만 자거나, 청소하러 가는 정도니까."

"그, 그렇구나……"

나, 선생 집에 가도 되는 걸까?
카요코는 자문한다.
만약 이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기라도 했다가는, 눈치 없는 선생은, 가기 싫은 거야? 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할 거고.
역시 학생을 집에 데려가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라며 말해서, 결국 가는 게 흐지부지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은 일념으로, 카요코는 그 소용돌이치는 의문을 삼키고 선생과 걷는다.

다른 학생들도 누군가 집에 초대하거나 하는 걸까,
신경은 쓰이지만, 역시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다.
만약, 나만이 특별하다면 정말 기쁠 텐데.
그런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선생 집에 도착한 것 같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반적인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4층의 코너룸.

"여기가 내 집이야."

선생은 익숙한 듯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당연하다는 듯, 아니, 당연하게도 선생은 안으로 들어간다.

"실, 실례하겠습니다."

그 뒤를 따라 카요코도 안으로 들어간다.
혼자 살기에는 조금 넓지만, 그다지 생활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역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샬레에서 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밥부터 만들 테니 잠깐만 기다려."

"으, 응."

주방에 선 선생은 능숙한 솜씨로 요리를 시작했다.
앉아 있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기에 우선 소파에 앉는다.
선생이 정말로 요리를 할 줄 알다니, 의외네…… 라든가, 카요코는 멍하니 생각한다.
일단 심심하니까 보이는 범위 안에서 선생 방을 둘러본다.
눈앞의 책장에는 만화책이나 소설이 늘어서 있고, 그 앞에 주저앉아 안을 들여다본다.
책장 안에는 게임 소프트도 섞여 있지만, 비닐 포장이 뜯기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미개봉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놓고는, 즐길 시간이 없다는 뜻이겠지.

"뭐 보고 싶은 거라도 있으면 읽고 있어도 괜찮아."

주방 쪽에서 선생 목소리가 들려오자, 카요코는 무심코 흠칫, 하고 반응해버린다.

"아, 응. 그럼……"

딱히 흥미가 있었던 건 아니다.
만화나 소설을 싫어한다든가, 읽는 걸 못 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지만, 그다지 읽을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선생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왠지 실례인 것 같아서, 적당히 눈에 띈 책 한 권을 뽑아들어 페이지를 휙휙 넘겨본다.
손에 든 것은 청년 만화. 이런 류의 만화는 읽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의외로 읽기 시작하자 그 세계관에 빠져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열중해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중간에 선생이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고, 요리를 식탁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대로 3권에 막 접어들려던 찰나,

"카요코. 밥 먹자. 이리 와."

"에……? 아, 응. 미안……"

황급히 만화를 책장에 꽂아 넣고 선생과 마주 보는 형태로 낮은 테이블 앞에, 방석 위에 앉는다.
테이블 위에는, 죽. 갈아놓은 감자와 당근을 넣은 두유 수프.
그것이 2인분.
순간, 카요코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약해진 소화기관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섭취하는 건 어려우니까, 이런 형태가 되는 건 당연하다고 바로 생각을 고쳐먹는다.

"환자식 같아."

"실제로, 지금의 너는 환자나 마찬가지잖아? 카요코, 먹기 전에 잠깐만 얘기 나눌까."

선생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카요코를 바라본다.

"……응."

무심코 그 표정에 움츠러든다.
예전에 단 한 번 보여줬던 표정.
선생이 훈계할 때 짓는 얼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선생은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고, 매우 상냥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화를 낼 때. 훈계할 때는 정말 무섭다.
당연히, 그건 선생 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만 하는 행동이니까, 굳이 서론을 꺼내며 이렇게 정색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즉, 그런 의미일 것이다.

"저기, 선생…… 혹시, 훈계?"

"그렇지. 요리가 식기 전에 짧게 끝낼 테니 들어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카요코는 살짝 허리를 곧게 편다.
솔직히, 혼날 각오는 하고 있지 않았다.
머릿속 한구석으로는, 예전에 혼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는……… 그때도 선생이 화를 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그때는 아직 선생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신뢰도 없었기 때문에, 샬레의 선생의 지휘 아래 다른 소속의 학생들과 일을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 이유로, 선생의 지시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단독 행동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실패였다.
어떻게든 일은 마무리했지만, 카요코 자신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헤일로를 가진 몸은 강인하다.
대부분의 상처는 알아서 낫고, 중상을 입는 일도 거의 없다.
그래서, 카요코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상처를 입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돌아온 카요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선생의 훈계였다.


"카요코를 처음으로 혼냈을 때 일은 기억하고 있어?"

"마침, 나도 그때 일을 떠올리고 있었어."

"그런가. 그럼, 그때도 말했지만 말이야, 카요코. 너는 강한 아이야. 판단력도 있고, 싸우든 도망치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 그건 너의 커다란 무기겠지."

"……응."

"하지만 말이야, 내가 보기에는 너는 항상 혼자서 너무 많은 걸 짊어지고 있어."

"……그런, 가. 그런 적, 없다고 생각하는데."

"카요코. 너는 자신에 관한 일은 누구에게도 폐나 걱정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아. 그래서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자기 일은 자기가 어떻게든 하려고 생각하지. 주변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괴로운 걸 털어놓지 않고 비밀로 해버려."

카요코는, 선생의 말을 그저 조용히 듣고 있다.
선생이 하는 말이 맞고, 부정을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다 숨길 수 없게 되면, 누군가에게 이렇게 지적받게 돼. 억지로 끌어당겨주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아. 포기할 때까지 고집을 부리는 건 그만둬. 솔직하게 누군가를 의지하고, 어리광을 부려도 돼.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가만히 카요코를 응시한다.

"네 주변에 있는 아이들도, 너만큼이나 강해.
너 혼자 정도는 충분히 지탱해줄 수 있을 거야.
물론 나도 도움이 될 수 있고."

그 진지한 눈빛에, 무심코 시선을 돌려버린다.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 게, 반드시 강하다는 건 아니야. 그걸 잊지 마."

"…………네."

카요코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이 나를 위해 화를 내주고 있어.
그것이 기뻤고, 그 이상으로 선생의 마음이 전해졌다.

"미안해, 선생."

선생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부드럽게 웃었다.

"괜찮아. 알아줬으면 그걸로 됐어. 자, 먹자."

카요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식사를 시작한다.
일단, 수프를 한 모금 마신다.

"밍밍해…… 뭔가, 맹물 같아?"

"억지로 다 먹을 필요는 없어. 식사 횟수를 늘려서 조금씩 먹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하자."

다시, 이어서 죽을 입으로 가져간다.
밍밍한 환자식이지만, 그래도 신기하게 맛있는 것 같다.

"선생도 똑같은 걸 먹는 거야? 굳이 나랑 같이 먹을 필요는 없는데."

"카요코 혼자서 맛없는 요리를 먹게 하는 건 좀 그렇잖아."

천천히 식사를 진행한다.
가끔, 죽에 소금을 뿌려보기도 하고, 한 입만 수프를 마셔보기도 한다.
반면 선생은 먹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다. 반 정도 먹었을 즈음에 한계에 도달했고, 카요코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미안. 더는 못 먹겠어."

"기분은 괜찮아? 무리하지 마. 토할 것 같으면 토해도 괜찮으니까."

"아니, 괜찮아. 그렇지만, 잠깐 쉴게."

카요코는 소파에 누워, 후우 하고 숨을 내쉰다.

"그대로 들어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아직, 훈계가 남은 거야……?"

"아니."

선생은 살짝 웃으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카요코에게 내밀었다.

"카요코가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어쨌든 쉬는 수밖에 없어. 지금은 쉬고, 조금씩 먹고, 조금씩 몸 상태를 되돌려 가는 거야."

"응…… 그래서, 그 열쇠는 뭔데?"

"당분간은 내 집에 머물면서, 나랑 밥을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 이 열쇠는 만약을 대비한 여벌 열쇠야."

"에……? 그거, 그게, 같이 살자는 거야?"

괴로운 것도 잊고 무심코 몸을 일으켜, 선생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선생은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의 너에게는 휴식이 필요해. 흥신소 68 사무실에서는 네 마음이 편하지 않을 테고, 샬레도 마찬가지겠지. 지금은 일에서 손을 떼야 해."

"아니, 그렇다고…… 선생 집은, 그게, 좀 그렇지 않아?"

카요코는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왜냐면, 나…… 학생이잖아.
선생도 그걸 이해하지 못할 리는 없다.
카요코는 불안한 듯 시선을 방황시킨다.
선생이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건 알아. 알지만, 그래도, 그……

"혹시, 나한테 덮쳐질까 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 그런 건 아니거든……!"

선생의 가벼운 농담에 카요코의 얼굴이 귀까지 새빨갛게 물든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상상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

"괜찮다니까. 내가 카요코한테 뭘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설령 내가 맘을 먹고 덤벼든다고 해도, 너라면 간단하게 나를 제압할 수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렇지만……"

………왜냐면,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지내는 거니까,
나는 신경이 쓰이는걸.
선생과 학생. 그 관계를 무시한다고 쳐도, 나보다 힘이 세다거나, 중요한 건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아루한테도 휴가 허락은 받아놨으니까. 두말없이 카요코를 쉬게 해주겠대. 아루도 눈치채고, 계속 신경 쓰고 있었나 봐."

"……어느 틈에……"

선생은 그 반응을 보며 즐겁다는 듯 웃는다.
외곽부터 어느샌가 굳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안 해."

"선생을 경계하는 게 아니야. 나는, 그냥……"

카요코는 말을 얼버무린다.
그 뒤의 말이 나오지 않아, 결국, 카요코는 선생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자신조차도 잘 몰랐다.

"필요한 짐은 드론 배송으로 그쪽에서 보내줄 것 같아."

"그래…… 이제, 아무래도 좋아."

카요코는 포기하고, 선생의 호의에 따르기로 했다.
선생과 알고 지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지만, 함께 보낸 시간의 밀도는 짙다.
그렇기에 선생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선생은, 물러서지 않는다. 여기서는 그냥 따르는 편이 편하겠지, 라고 카요코는 판단했다. 거절하는 편이 분명 더 귀찮을 테니까?
……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선생, 저기…… 일단, 감사는 해둘게. 고마워."

"천만에. 카요코에게 도움이 됐다면 기뻐."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늘 하던 대로 웃었다.
그리고, 그런 때에 선생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뜬다.

"드론이 도착했나 봐. 보고 올게."

"응."

선생은 카요코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 현관에서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배웅하며, 카요코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쉰다.
혼자가 되자 서서히 실감이 난다.
선생과 생활을 일시적으로 함께한다. 그것은, 카요코에게는 너무나도 큰 변화다.
이 기회로 단숨에 거리가 좁혀진다거나 하는 걸 기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내키지 않는 척을 계속하는 것도 한계라, 볼이 저절로 풀어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그 찰나, 선생이 돌아왔기에, 카요코는 잽싸게 표정을 다시 굳혔다.

"자. 짐, 여기 놔둘게."

선생이 현관에서 골판지 상자를 들고 들어오자, 카요코가 자고 있는 소파 앞에 놓았다.

"응."

카요코는 몸을 일으켜, 골판지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작업을 하면서도, 선생의 모습을 힐끔힐끔 엿보게 된다.

"저, 다시 한 번 물어보는데…… 나는 여기서 선생이랑 생활한다는 걸로 괜찮은 거지? 정말로 괜찮아? 선생?"

"응. 카요코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해줬으면 나도 기쁠 거야."

선생이,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그 미소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딱히, 싫진 않아…… 그렇지만, 일은 괜찮아?"

"문제없어. 원래 긴급한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그럭저럭 여유는 있어. 다들 도와주고 있기도 하고."

"그, 렇구나. 응…… 그럼, 됐어."

"카요코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괜찮으니까."

선생은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톡톡 친다.

"알았어. 하지만 있잖아, 나만 신세를 지는 건 왠지 불편하니까,"

"응?"

"나도 뭘 하게 해줘. 일은 아니어도, 하루에 하나씩, 선생이 하는 말을 뭐든지 들을게."

선생은 카요코의 제안에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카요코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지만, 내심으로는 자신의 발언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골판지 상자 속 내용물을 꺼내 짐 정리를 계속하지만,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뭐든지 다 괜찮은 거야? 카요코."

"응, 괜찮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되겠지만, 뭐 있어?"

선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슥, 하고 카요코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가리켰다.

"그럼, 그거 입어줬으면 좋겠어."

"그거?…… 어떤 거?"

카요코는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손에는, 검은 고양이 인형옷 잠옷.
무심코, 선생의 얼굴을 본다.

"에, 뭐야 이거? 왜 이런 게…!?"

무심코 튀어나와 버렸지만, 선생은 그 반응에 즐거워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카요코 거 아니야?"

"나는 이런 거 안 입어. 이런 건, 무츠키가…… 앗."

아마도, 이 짐을 준비한 사람.
무츠키의 계략이겠지.

"카요코가 그걸 입어줬으면 좋겠는데."

"에~……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부끄러운데."

카요코는 손에 든 인형옷 잠옷을 펼쳐 선생에게 보여준다.
검은 고양이를 데포르메한 듯한 디자인의 잠옷이다.
촉감은 보들보들하고, 후드에는 고양이 귀와 둥글넓적한 고양이 얼굴 그림이 붙어있고, 꼬리까지 제대로 달려있다.
전신을 완전히 덮는 타입이라 발끝까지 완벽한 고양이다.

"흐음~… 이거 입으라고……."

솔직히, 그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이런 귀여운 건 무츠키의 전매특허다.
무츠키의 계략에 놀아나는 것도 맘에 안 든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배달된 잠옷은 전부 인형옷 잠옷이다.
어디서 일부러 카요코 사이즈를 구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물러설 곳이 없다.
이렇게 된 이상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카요코는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다시 선생을 마주 봤다.

"뭔가 다른 건 없어?"

"반대로 물어볼게, 카요코는 나한테 뭘 부탁받고 싶었던 거야?"

"음~… 뭔가, 정리라든가, 청소라든가…… 가사 일이라든가, 뭔가 잡일?"

"카요코는 그런 건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잖아? 그런 건 재미없어."

선생은 카요코의 대답에, 즐거워하며 반박한다.
그 반박에 카요코는, 확실히…… 묘하게 납득해버렸다.

"음~…… 뭐, 됐어. 그럼, 이거 입을게. 욕실, 먼저 써도 돼? 들어가 있을게."

"물론."

카요코는 일단 인형옷 잠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


카요코가 목욕하는 동안, 선생은 혼자 묵묵히 정리를 했다.
요리에 사용한 식기와 조리 도구를 씻고, 물기를 닦아 선반에 넣는다. 그 반복 작업이다.
이렇게 식기나 조리 도구를 씻는 것도 왠지 오랜만인 것 같다.
흘러내리는 물의 차가움을 느끼면서 옆으로 눈을 돌리자, 램프가 켜진 온수기가 보인다.

이 집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건, 새삼스럽게 생각하니 어딘가 신기한 느낌이다.
카요코를 쉬게 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너무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는 걸 생각하면, 약간의 죄책감이 든다.
그녀를 제대로 쉬게 하기 위해서는 이렇다저렇다 말도 못하게 상황에 휩쓸리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카요코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바로 그만둘 생각이었고, 다른 수단과 설득 방법을 생각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요코는 의외로 순순히 이 상황을 받아들여줬다.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면 좋겠는데…"

그녀 성격상, 내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르고, 이 상황을 오히려 스트레스받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러쿵저러쿵, 앞으로의 일을 멍하니 생각하며 설거지를 끝냈을 즈음에, 카요코가 거실로 돌아왔다.

"어서와."

"다녀왔어, 선생."

검은 고양이 인형옷 잠옷으로 갈아입은 카요코는 한 바퀴 빙글 돌며 체념한 건지, 그대로 소파에 다시 앉았다.
목욕하고 나와서 졸음이 쏟아지는지, 몽롱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편안해 보이는 그 모습에 아까 했던 걱정이 기우였나, 하고 안도한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카요코. 사진 한 장만 찍게 해줘."

"……싫어."

"그럼, 내일의 너에게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으려나."

"사람이 모처럼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데다 쓰는 거야?"

카요코는 뾰로통한 시선을 선생에게 향했고, 선생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아~…… 알았어. 다른 누구한테 보여주기라도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선생의 요구를 마지못해 받아들인 카요코는 빤히 쳐다본다.
선생이 향한 스마트폰에 뻣뻣하게, 손가락이 쭉 펴지지 않는 흐느적거리는 브이(V) 포즈를 취했다.
재빨리 선생은 셔터를 눌렀다.

"응. 고마워. 만족해."

"……그래, 그럼 됐지만."

카요코는 부끄러운 듯, 휙 얼굴을 돌렸다.

"선생. 따뜻한 우유, 끓여다 줄 수 있어?"

"응, 잠깐만 기다려."

선생은 바로 주방으로 향한다.
그 후, 우유를 데워 따뜻한 우유를 두 잔 준비한 뒤, 카요코에게 건네준다.
머그컵을 건네받은 카요코는 한 모금만 마시고 나서 묻는다.

"나는 소파에서 자면 되지?"

"에? 아니아니, 카요코가 침대를 써."

"나는 여기도 괜찮아."

"아니 아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괜찮다니까. 흥신소 사무실에서는 제대로 된 잠자리에서 자지도 못하고, 나는 침대에서는 오히려 잠이 안 와."

"아니, 그건…… 음~."

선생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 동안, 카요코는 다 마신 컵을 개수대로 가져간다.

"슬슬 자고 싶으니까, 선생. 칫솔 있어?"

"……알았어."

선생은 항복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마시다 만 따뜻한 우유를 테이블에 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세면대까지 안내한다.
칫솔은, 찬장 아래에 일회용으로 사놓은 게 있다.
사놓기만 하고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흐~음…… 준비성이 좋네."

"준비만 해놨을 뿐,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헤에~…… 그럼, 내가 처음인 거야?"

"그렇게 되겠네……?"

키보토스에서는 갈 곳 없는 아이들.
불량 학생이 많이 있다.
도움이 될 만한 사회 안전망도 이 키보토스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함부로 어른을 의지하기도 어렵다.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학생 본인에게 무겁게 짓누른다.
그런 아이들에게. 언젠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날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 가지 준비만은 해두고 있었다.
그것이, 드디어 도움이 되는 날이 온 것 같다.

"왠지 선생, 기뻐 보여?"

"카요코도. 지금 흐름에 왠지 기쁠 일이라도 있었나?"

"안 가르쳐줄거야."

카요코는 재빨리 치약을 바른 칫솔을 입에 물고, 입을 다물었다.


◇◇◇◇


그 후 카요코는 소파에서 일단 잠이 들었다.
하지만,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몇 번이고 몸을 뒤척거렸다.

딱히 환경 변화나 소파에서 자는 게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는 어쩐지 잠을 잘 못 자고, 잠도 얕다.
그러다 한계가 오면 잠들 수 있지만, 거기까지가 조금 길다.
시판 수면제도 먹어봤지만, 부작용으로 낮에는 어딘가 나른하고, 익숙하지 않은 에너지 드링크나 비타민제를 상용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며 지내고 있다.
되돌아보면 꽤나 불건강하고, 무리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선생 말대로, 좀 더 빨리 쉬어야 했었을지도 모른다.
기력으로 버티고 있었을 뿐 무리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실이 뚝 끊어져, 팽팽했던 마음이 급속도로 풀려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 영향은, 다음 날. 해가 떠서 눈을 뜨자마자 찾아왔다.

"으, 으음…… 아침인가……"

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빛.
카요코는 눈을 떴다.
일단 머리만 들어 올려, 멍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고 싶지 않아. 몸이 나른해.
권태감에 아주 잠깐만 저항하다가,
결국, 다시 한번, 푹…… 하고 쓰러지듯이 소파에 눕는다.

"으으~…… 찌뿌둥해."

카요코는 신음하면서 몸을 뒤척인다.
그사이 선생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카요코는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안녕. 카요코."

"……안녕, 선생."

선생은 그런 카요코의 모습을 보며,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파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몸 상태는 어때?"

"안 좋아."

카요코가 즉시 즉답했고, 선생은 이거 심각하네, 하고 생각했다.
어제의 훈계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약한 소리를 하는 건 조금 예상 밖이다.
카요코는 소파 위에서, 꼼지락꼼지락 몸을 움직이다가, 그대로 웅크려 버렸다.
카요코로서는 선생에게 보기 흉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선생에게 아침밥을 차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를 하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귀찮았다.

"밥은 먹을 수 있겠어? 쉴 거라면 뭐라도 먹는 게 좋아."

"응…… 미안."

선생은 그런 카요코의 모습을 잠시 동안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돌아오자, 손에는 컵. 안에는 걸쭉한 노란 액체가 담겨 있다.

"이건 뭐야?"

"콩가루랑 꿀을 넣은 바나나 주스. 조금이라도 좋으니 마셔봐."

카요코는 선생이 내민 컵을 건네받고, 한 모금만 입에 머금는다.
바나나의 부드러운 단맛에 콩가루와 꿀 풍미가 더해져 마시기 쉬운 맛이다.
이거라면 마실 수 있을지도…… 하고 한 모금 더 마시자, 선생은 안심한 듯 웃었다.

"선생은 일 가야 하잖아? 오늘은 얌전히 있을게. 나는, 괜찮으니까."

카요코는 선생을 배려하며 말했다.
선생이 바쁘다는 건 알고 있다.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고마워.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선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선생이 일을 하러 가는 뒷모습을 배웅한다.
혼자가 된 카요코는 시간을 들여 어떻게든 바나나 주스를 다 마시고, 다시 소파 위에 누워, 멍하니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로부터 잠시 시간이 지나고, 해가 높이 떴을 무렵, 드디어 카요코는 몸을 일으켰다.
나른함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제 일어나야지……"

카요코는, 나른한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세면대로 향한다.


"……얼굴이 엉망이네."

무심코 중얼거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엉망이다.
확실히 얼굴에 피로가 드러나 보이고, 안색도 안 좋다.
자신은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선생이 한눈에 상태를 알아챈 게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잠버릇도 심하게 들었기에, 일단 샤워를 하고 몸을 정돈한 뒤 잠옷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다음, 빨래나 사용한 컵을 씻는 일이라든가, 간단한 청소라든가, 떠오르는 집안일을 해치운다.
그렇게 세탁이 끝난 옷을 베란다에 널고,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요코는 멍하니 베란다 창문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대로 있으면 또 자버리겠어, 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졸리더라도 낮에는 되도록 깨어있어야, 덧붙여서 밤에 잠들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뭔가 할 일은 없을까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렸다.

"어, 엇…,"

벨소리에 조금 놀라면서, 카요코는 스마트폰을 들고, 응답한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선생?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니, 특별히는. 카요코가 잘 지내고 있나 싶어서. 몸 상태는 어때?』

"음~…… 그냥저냥, 일까나. 지금은, 얌전히 있긴 하지만…, 얌전히 있는다는 거, 어렵네."

카요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선생의 물음에 대답한다.

"뭐, 나는 나대로, 혼자서 딱히 문제 될 건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선생은 일 열심히 해."

『음~…… 그렇다면 좋겠지만 말이지……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카요코가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괜찮다니까. 걱정쟁이시네. 그보다도, 오늘도 나한테 뭘 시키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거 어제 했던 하루에 하나씩 그거 말이지?』

"응."

『뭐든지 다 괜찮은 거지?』

"……응."

카요코는 고개를 끄덕인다.
뭐든지, 라는 말을 들으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선생이라면 이상한 건 부탁하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답변을 기다린다.


『그럼, 어제 읽고 있었던 만화. 이어서 읽어놔. 돌아가면 감상평을 듣고 싶으니까.』

"……응. 알았어."

예상대로, 딱히 이상한 말은 역시나 하지 않았다.

"의외로 평범한 걸, 부탁하는구나."

『카요코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메이드복을 입어줬으면 한다거나, 바니걸이나, 치어리더…… 아니면, 수영복을 입어줬으면 한다거나, 그런 건 없어?"

카요코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선생이 부탁할 법한 일들을 손꼽아 헤아린다.
실제로, 그런 차림의 아이들이 샬레 당번으로, 가끔 오고 있는 건 카요코도 알고 있다.
카요코 자신도 선생의 요청으로 기모노나 드레스를 입었던 적이, 있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옆에서 보기에는 꽤나 엉뚱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뭐 됐어. 그럼 이만 끊을게, 선생."

카요코는 통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후, 만화책 뒷부분을 집어 들었다.


◇◇◇◇◇


……자, 다시 한번 처음부터 상황을 정리해보자.
히로인은 두 명이다.

첫 번째는, 싸움 속에서만 살아갈 수 없는 주인공과 함께 싸우며 오로지 주인공만을 쫓는 소꿉친구 소녀.
두 번째는, 주인공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알고,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싸움을 모르는 소녀.
두 소녀는 각각 주인공에게 마음을 품고 있지만, 주인공은 살아가는 세계. 보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두 번째 히로인에게 끌리고 있다.
그리고, 그 두 소녀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과, 세계.

이 만화 자체는 아직 미완결이라, 과연 두 히로인 중 누가 행복해질지는, 지금은 알 수 없다.
아리사는, 분명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돼버리면……… 하지만, 반대로 엘레나와 맺어진다고 해도, 그게 그녀와 주인공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선생의 의견이라면…… 아니, 그렇지만.
우선, 전제로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유리와 계약하는 수밖에 없고…, 하지만, 주인공에게 그 선택지는……… 아니, 잠깐만. 애초에……
빙글빙글 돌고 도는 사고 회로. 사고의 굴레.
결국, 그날 밤도 평소보다 더 잠들지 못했다.


◇◇◇◇


"아~…… 설마 잠들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그, 딱히, 그런 건 아니거든."

말하면서도, 중얼중얼 적은 양의 아침밥을 먹는
카요코의 안색은 좋지 않다.
그다지 읽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만큼 신선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뿐이다. 그저, 그뿐이다.
딱히 푹 빠진 건 아니다.

"나는 시델리카 쪽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에~…… 어제도 말했지만, 그렇게 되면 말이지…… 그래.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

"왜 그래~? 더 얘기하자."

"이 이야기는 길어질 것 같으니까. 자, 늦겠어."

"지각할 정도로는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카요코도 역시 흥미 있다는 뜻이잖아?"

카요코가 화제를 돌리려고 하자, 선생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몰라. 이제 이 이야기는 끝."

카요코는, 더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끊어버렸다.

"일단, 나는 다시 잘게. 그래서, 오늘은 뭘 해두면 될 일이라도 있어?"

"그러네. 그렇다면, 오늘은……"

말하면서 선생은 일어서더니, 책장에서 미개봉 게임 소프트웨어를 꺼냈다.

"자, 이거 해. 이거."

그렇게 말하며, 선생은 게임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카요코에게 보여줬고, 카요코는 그 게임 소프트웨어와 선생을 번갈아 쳐다본다.

"만화 다음은 게임……?"

게임은 시간 때우기 정도.
퍼즐 게임이나 리듬 게임 정도라면 해본 적이 있지만, 정말 그 정도밖에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은 남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지는 법이잖아?"

"그 마음은, 뭐, 알긴 하지만 말이야."

자신도 선생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게다가, 딱히 게임이 싫은 건 아니다, 해본 적 없는 장르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선생에 대해 알면 거리가 좁혀지겠지.
그건 카요코에게는 매력적이다.
카요코가 선생에게서 게임 소프트웨어를 건네받자 선생은 기쁜 듯 웃는다.

"일단, 알았어. 선생이 하는 말은 듣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선생의 미소를 보고, 카요코도 덩달아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었다.

"이거, 로봇 게임?"

"그래."

"이거 시키고, 다음엔 이 로봇 프라모델이라도 나한테 만들게 할 셈?"

카요코가 농담조로 말하자, 선생은 아하하, 하고 웃었다.

"예리하네, 카요코."

"시간이 없다고 만들지도 않을 거면서 쟁여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결국 만들지도 않고, 그대로 놔두면 점점 늘어나기만 할 거잖아?"

어제, 가볍게 방 청소를 했을 때 창고 방에 쌓인 프라모델 상자를 발견했다.
안에는 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하지만, 그다지 그걸 지적하는 것도 불쌍할까 싶어서, 카요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원래부터가, 선생이 자신의 시간을 잘 내지 못하는 건, 학생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고.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일지도. 사는 건 자제해야겠어……"

"아, 아니, 선생이 번 돈이니…… 쓰는 거나 사는 거에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카요코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선생도, 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카요코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선생을 위로하는 말로 한 말이었지만, 선생에게서는 대답이 없다. 뭔가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고 나서 일하러 나가는 선생을 배웅하고, 우선 간단한 집안일을 해치운다.
바쁜 선생에게 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라니 무책임한 말을 해버렸나, 하고 조금 반성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선생을 위로해줘야 하는 걸까.

아니, 혹시 이건 에고인 걸까.
애초에 지금의 나는 선생에게 신세를 지고 있고, 선생의 시간을 뺏어 폐를 끼치고 있는 입장인데.


"하아~……"

이대로 생각해봤자, 마이너스한 방향으로밖에 생각은 진행될 것 같지 않으니, 카요코는 일단 거기서 생각을 멈추고, 일단은 게임을 하기로 했다.
약간 먼지를 뒤집어쓴 게임기를 작동시키고, 게임 디스크를 삽입.
디스크를 읽어들여, 설치를 끝내고, 게임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인형 병기의 파일럿. 독립 용병이다.
일을 의뢰받아 출격. 일을 끝내는 것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 같다.
선생에게서는 한 번에 먹는 식사량을 줄여 횟수를 늘리라는 말을 들었으므로, 카요코는 게임 속에서 한 건 일을 끝낼 때마다 휴식과 식사를 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 게임이나 휴대용 게임기밖에 하지 않으니, 이렇게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고 게임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다, 게임은 보스전에 돌입.
몇 번이고 재도전해도 이길 수 없어서, 식사 휴식도 잊고 카요코는 게임에 몰두했다.

결국, 몇 번을 도전해도 그 보스의 2 페이즈를 돌파하지 못하고, 그날은 끝났다.


◇◇◇◇◇◇


"카요코. 어제도, 그, 별로 못 잤어?"

"……………응."

"역시 잠을 못 자? 병원 가볼래?"

"……, 말해야 해?"

카요코는, 조금 주저하더니, 선생을 곁눈질한다.
선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유가……?"

"……뭐, 조금…… 있어."

카요코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이 말했던 게임. 도중에 막혀서 말이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건지, 장비라든가, 포지셔닝을 생각하다 보니… 그, 잠들 수가 없게 돼서……"

카요코가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선생은 조금 안도한 듯 숨을 내쉬더니, 즐거워하며 웃는다.

"뭔가 의외네. 카요코는 의외로 푹 빠지기 쉬운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열중하기 쉬운 타입이었구나."

"응, 그건 나도 조금 놀라고 있어."

카요코로서는, 근본이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건 어렴풋이는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게임에도 발휘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단순히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물건이라 소위 말하는, 내성이 없다는 것도 있겠지.

"자, 나는, 일이 들어와서 조금 바빠지니까, 오늘은 늦을지도 몰라."

카요코가 무심코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딱히 카요코 때문은 아니야. 나는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것만은 믿어줬으면 좋겠어."

라고, 선생은 덧붙였다.

"알았어. 그럼, 오늘은 어떻게 하면 돼?"

"음~…… 실은, 카요코한테 부탁할 게 하나 있어."

"새삼스럽게, 무슨 일이야?"

"실은 말이야, 학생 한 명한테, 지금은 집에 가고 있다고 이야기 했거든. 흐름상, 카요코가 집에 와 있다는 이야기도 하게 돼서 말이지, 아~…… 그러니까."

선생은 잠시 말을 더듬는다.

"엣, 내가 있다고 이야기 한 거야? 그럼, 이제 나가 있는 게 좋겠네?"

"아니, 괜찮아. 본론은 그게 아니고, 그 학생도 내 집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다고 말해버려서 말이지."

"그거, 더더욱 내가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 부분은 괜찮아. 오는 건 오늘이고……"

"에, 오늘 온다고……!?"

"뭐,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오늘 아침에 들어온 일 때문에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 아이를 카요코한테 맡기고 싶어."

선생은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머리를 긁적였다.

"거절하면 되잖아? 선생이 없으면 그 애도 그만두지 않겠어?"

"아니, 하룻밤만 묵어보고 싶을 뿐이니까, 내가 없어도 문제는 없어. 확인은 했고, 카요코랑 하룻밤 묵는 것도 기쁜 모양이더라. 일단, 나는 밤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애초에, 그 애는 누구야? 나랑 같이 있어도 괜찮다는 건, 내 친구, 란 뜻이겠지?"

"그렇겠지. 응, 그래."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카즈사? 시로코? 호시노? 아야네?"

떠오르는 친구 이름을 몇 명 열거하면서, 카요코는 선생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본다.

"선생, 퀴즈하는 거 아니니까."

쓴웃음을 지으며 카요코가 말하자, 선생은 드디어 그 학생 이름을 밝혔다.


◇◇◇◇◇


점심을 넘긴 시각.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카요코는 인터폰 소리에 눈을 떴다.
카요코는 소파에서 일어나 인터폰 모니터를 확인한다.

"어서 와. 지금 나갈게. 기다려."

『네-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온다.
마치 작은 동물 같다.
카요코는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열어 그 학생을 맞이했다.
캐리어를 뒤에 두고 있는 그 학생은, 카요코에게 넙죽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든 그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었다.

"응. 잘 부탁해, 이부키."

놀러 와준 것은 탄가 이부키.
선생이 카요코 이야기를 해버린 것도 왠지 납득이 간다.
이 아이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순수하고 꾸밈이 없고, 그것은 안면이 짧은 카요코에게도 일목요연했다.
알게 된 것은 이전에 선생의 지휘 아래 일을 했을 때로, 나츠메 이로하와 전차에 탑승해, 화포 지원을 해준 것이 이부키였다.
전투 종료 후 사후 처리 때 심심해 보여서 놀아줬더니, 그것을 계기로 따르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샬레에서 만나면 이야기하거나, 놀아주는 정도의 사이는 되었지만, 오늘처럼 하룻밤 묵는 것은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실례하겠습니다~."

"응."

카요코는 이부키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자, 이부키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역시 여기가 선생 집이라 여러 가지 신경 쓰이는 거겠지.

"이부키. 선생은 없는데, 정말 괜찮겠어?"

"에? 뭐가?"

"나랑 하룻밤 자는 걸로 괜찮아?"

"응, 당연히 좋아? 카요코 언니는, 이부키랑 하룻밤 묵는 거, 싫어?"

이부키가 아주 살짝 표정을 찡그린다.

"아니야. 안 그래. 이부키가 와줘서 나는 기뻐."

"에헤헤. 그렇구나! 이부키도 카요코 언니랑 같이 놀 수 있어서 기뻐."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카요코는 이부키를 거실로 안내한다.

"자, 뭘 하고 놀아볼까?"

"저기, 그러니까, 이부키, 놀 거 가지고 왔어! 가지고 올 테니까 기다려!"

이부키는 현관에 둔 캐리어에서 보드게임 판을 꺼내 가져왔다.
세트된 게임 판을 바꾸는 것으로
체스나 장기, 리버시, 종류 다양한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녀석이다.
지략 싸움이라면 평소와 다르게 체력을 그다지 쓸 것 같지도 않아서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부키가 상대라면 어느 정도 봐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우선 리버시부터 할까~."

이부키가 첫 게임을 고른다. 카요코도 딱히 이의는 없다.
둘이서 리버시 판을 사이에 두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 잠시……

"……이부키."

"왜, 카요코 언니?"

리버시는, 일시 중단.
카요코가 말을 걸자, 판을 보고 있던 이부키는 활짝 웃으며 얼굴을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흑돌이고, 이부키는 백돌, 이지?"

"맞아!"

판은 거의 대부분 백돌로 물들고, 흑돌은 판 위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카요코 흑돌은 이부키 백돌에 거의 뒤집히고 말았다.
엄청난 전략안. 월반해 고등부. 만마전에 소속되어 있는 건 폼이 아니었다.
중간부터 조금 진심을 내봤지만, 그래도 따라갈 수가 없다.
아마도, 돌을 놓을 장소를 계산해, 카요코가 다음에 돌을 놓을 장소를 유도하고 있다.

"강해. 압도적이야."

"에헤헤~. 이부키 그렇게 강해?"

"응. 엄청 강해. 솔직히, 이빨도 안 들어갈 정도야."

"에헤헤. 모두한테 단련받고 있어서 그럴까~?"

딸깍, 하고 마지막 장소에 이부키가 돌을 놓자 게임은 종료되었다.
서로의 돌을 회수해 수를 세기까지 할 것도 없이, 백돌이 많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결과.
정말이지, 승부가 안 된다.
어쩔 수 없지, 여기는 하나, 어른스럽지 못하게 자신의 특기를 골라야겠다.

"……좋아, 다음은 체스를 하자. 룰은 알아?"

"응! 알아."

"……좋아. 그럼, 내가 선공이야."

다음은 카요코가 게임을 골라, 체스.
판을 교체해, 서로 말을 초기 배치로 정돈해, 게임 시작.
서로 사고에 집중해 묵묵히 말을 움직이고, 한 수, 또 한 수 게임은 진행되어 간다.
카요코가 생각해서 말을 움직이자, 이부키는 바로 다음 수를 놓는다.

(한 수 한 수가 빠르네.)

카요코는 눈앞의 이부키를 힐끗 쳐다본다.
이부키는 카요코를 일절 보지 않고, 판면에만 집중하고 있다.
평소의 천진난만함은 모습을 감추고, 마치 다른 사람 같다.
카요코는, 그 모습에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온다.
이부키는 조금 전까지 카요코와 이야기하고, 팔색조처럼 표정을 바꾸고 있었는데, 그 달라지는 모습에는 확실한 재능을 엿볼 수 있다.
판이 종반에 가까워질수록, 서로 장고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저, 서로 눈앞의 판면을 열심히 바라보며 진행해나간다.
그리고, 게임은 종반에 접어든다.

"체크메이트."

이부키가 조용히 선언.
카요코는 그 한 수를 받아, 다시 판을 확인한다.
몇 번이나 체크를 선언받고 막아왔지만, 드디어 체크메이트 선언.
어떻게 움직여도 킹은 잡힌다. 꼼짝없이 잡혔다.

"윽………졌어."

"해냈다! 체크메이트! 이부키 승리-!"

이부키는 손을 들어 킹을 집어 들고, 매우 기뻐하고 있다.

"아아~…… 졌네~."

동시에 카요코는 크게 기지개를 펴고, 힘이 쭉 빠진다. 이 정도 승부는 할아버지와 했던 승부 이래로 오랜만이다.
흥신소 68 모두 체스 룰은 알고 있지만, 카요코와 승부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 이거 정말 오랜만에 보는 호적수다.
하지만…… 설마 질 줄이야, 하고 카요코는 머리를 긁적인다.

"후우~…… 다음엔, 뭘 할까? 장기라도 할래?"

카요코는 숨을 돌리자, 이부키에게 물어본다.
아직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에는 이르다.
뭔가 한 번 더 승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부키는 눈을 빛냈지만, 잠시 뭔가 생각하고,

"음~…… 이부키, 머리 썼더니 지쳤어. 낮잠 자고 싶어~."

이부키는 조금 부끄러운 듯 말했다.

"……그런가. 그럼, 잠깐 쉴까."

"응! 카요코 언니도 같이 쉬자."

이부키에게 이끌리는 대로, 이끌려 카요코는 이부키와 함께 껴안고 자게 되었다.
둘이서 소파에 눕자, 이부키는 카요코의 팔을 껴안고, 바로 잠에 빠진 것 같았다.

"……따뜻해."

아이 특유의 높은 체온. 따스함이 카요코의 졸음을 불러온다.
그대로, 바로 카요코도 잠에 빠졌다.


◇◇◇◇◇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카요코는 눈을 떴다.
어느샌가, 방에는 등이 켜져 있고, 커튼도 닫혀있다.
꽤나 많이 자버렸나, 하고 카요코는 멍하니 눈을 깜빡인다.
누가 커튼을 닫고, 전기를……?
선생은 돌아와 있는 걸까.

"어라, 이부키. 지금 몇 시…… 이부키?"

대답이 없어서 품속의 이부키 쪽을 보자, 거기에 이부키는 없었다.
그 대신 품속에는 곰 인형이 들어가 있었고, 어느샌가 카요코는 그걸 안고 자고 있었던 것 같다.

"바꿔치기……?"

카요코는 졸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그랬더니, 왠지 소리가 들려, 카요코는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이부키가 주방에서 발판을 밟고 디디고 서서 밥을 만들고 있었다.

"이부키……?"

"앗, 카요코 언니 일어났어?"

이부키는 카요코가 일어난 것을 눈치채자, 손을 멈추고, 카요코에게 미소를 지었다.

"밥 거의 다 됐어. 먹을 수 있지?"

어딘가 몸 상태를 신경 쓰는 듯한 말투에 카요코는,

"선생한테 들었어? 알고 있었던 거야?"

라고, 되물어본다. 선생에게 요양 중이라는 것을 들었던 걸까, 그런 기색은 없었고, 이부키가 이미 알고 있었던 거라면, 하룻밤 묵는 것을 거절했을 것 같았을 텐데.
그에 비해, 카요코 질문에 이부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여서, 이부키랑 놀고 피곤해진 걸까나 해서…, 괜찮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듯하다.
카요코는 안도하며, 소파에서 일어난다.

"조금 쉬었더니, 이제 괜찮아. 미안해, 걱정 끼쳐서."

"……그렇구나……."

"그런데, 뭘 만든 거야?"

"우동!"

이부키가 냄비 뚜껑을 열자, 김이 올라오며, 훅하고, 육수 좋은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그 냄새에 무심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얼마 만인지,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공복을 느꼈다.
배가 고프다는 것, 그러고 보니 이런 느낌이었지, 하고, 멍하니 생각한다.

"배고파?"

"응. 고파."

"그럼, 손 씻고 와."

"후훗, 네-에."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카요코는 세면대로 향해, 손을 씻고 돌아온다.
테이블 위에는 그릇에 담긴 우동.
토핑으로 마와 달걀, 다진 파가 올려져 있었고,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모양새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
카요코는 일단 자리에 앉아,

"미안해. 모처럼 놀러 와줬는데, 밥까지 만들게 해서."

"아니야. 카요코 언니. 모르겠어?"

이부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요코는 이부키 말에 잠깐, 무슨 말이지, 하고 의아한 얼굴을 하자, 이부키는 슥, 손가락을 세워 가르쳐준다.

"다른 사람한테 뭘 받았을 때는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이부키는 싱긋 웃자, 카요코도 덩달아 미소짓게 되었다.

"그러네…… 고마워, 이부키. 잘 먹겠습니다."

카요코는 손을 모으고, 우동을 후루룩 먹는다.

"응, 맛있다."

"에헤헤~, 그렇지~."

이부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고 있기에, 그 미소가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사이, 다 먹은 두 사람은 뒷정리를 시작했다.
만들어줬으니까 카요코가 설거지를 하고, 이부키는 목욕 준비를 시작한다.
당연한 흐름으로 끓인 물에, 둘이서 사이좋게 목욕하는 형태가 되었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둘이서 마주 보는 듯이 욕조에 몸을 담근다.


"……있잖아, 카요코 언니."

이부키가, 카요코에게 말을 건다.

"응? 왜? 무슨 일 있어?"

"저기, 이부키랑 또, 같이 놀아줄 거야?"

이부키는 조금 외로운 듯한 표정으로 카요코 얼굴을 들여다본다.
왜, 그런 당연한 듯한 것을 묻는 걸까, 하고 카요코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응. 그건 당연하지. 무슨 일이라도 있어? 뭔가 걱정돼?"

이부키는, 카요코 말에 조금 생각에 잠겼다. 말을 고르고 있는 걸까.

"이부키랑 놀면…… 승부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재미없다고, 더 이상 놀아주지 않으니까. 카요코 언니도, 그렇게 되면 싫어서……"

하고, 말했다.
…천재라서 생기는, 고뇌. 고독. 그런 경험으로부터 오는 트라우마일까.
이부키와 나이가 비슷한 친구는, 그녀의 머리 좋음에 따라오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그녀의 일면을 섬뜩하게 생각했던 걸까.
어떻게 됐든, 고등부로 월반한 것으로 그 경향은 더 현저해졌을지도 모른다.
이 대화만으로, 배경을 전부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떠날 리가 없잖아. 모처럼 호적수인데. 이긴 채로 도망치게 하진 않을 거니까."

하고, 카요코가 너스레를 떨자, 이부키는, 조금 전까지의 외로운 듯한 얼굴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활짝 웃더니, 카요코를 껴안아 왔다.
그 후에는 목욕을 마치고,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리면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즐겼다.

"여담이지만, 만마전에서는 누가 제일 체스가 강해? 역시, 이부키가 제일이야?"

"음~? 아니~. 이부키는 2인자~!"

"그렇다는 건, 1인자는 이로하?"

"아니야."

"엣? 그럼, 누구?"

"마코토 선배야!"

"…………………………에?"


◇◇◇◇◇


그 후에는 이부키와 거실에서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서 잡담한다.

"카요코 언니가 입은 그 잠옷, 귀여워. 이부키도 입고 싶어."

"입을래? 좋아. 다른 것도 있고, 밑단이랑 소매를 접어 올리면 이부키도 입을 수 있어."

카요코는 인형옷 잠옷을 이부키에게 빌려주기로 한다.
선택지 중에서 이부키가 고른 건 사자 인형옷 잠옷이다.
입혀주고, 일단은 밑단이나 소매를 접어서 올려 조절해준다.
곧바로 길이는 돌아오겠지만, 어차피 이제 잘 뿐이고, 문제없겠지.

"어때? 어때? 이부키 강해 보여?"

"음~…… 그렇네. 어떤 사람한테는, 한눈에 본 것만으로도 KO일지도."

"정말!? 그렇게나 강해 보여?"

"응. 엄청 강해. 그거, 빌려줄 테니까 마코토한테 보여줘."

"알았어!"

"좋아? 그럴 때는 이 위협 포즈를 잊지 마. 이렇게 하는 거야, 이렇게. 어흥~ 하는 기합도 함께 내고. 잊지 말고?"

카요코는 사자 위협 포즈를 이부키에게 레슨해주고, 둘이서 웃는다.

"답례로 이부키가 언니 머리, 묶어줄게!"

"그럼, 부탁해볼까나."

이부키는 브러시를 가져오자, 카요코 머리를 빗고, 꼼지락꼼지락 능숙한 솜씨로 땋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로하나 마코토한테 연습해서 익숙해진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잠시 후, 카요코 머리를 다 묶고 나서, 카요코는 거울을 보며 확인한다.
하나로 묶은 댕기에 땋아, 포인트를 주기 위해 빨간 리본이 묶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부키 곰돌이 리본을 잠깐 빌렸어. 언니 기운 나게 해주는 부적이야. 당분간 빌려줄게!"

이부키는 그렇게 미소지으며, 카요코를 뒤에서 꼬옥 껴안는다.
그리고, 나긋이 몸을 기대며, 졸린 듯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카요코로서는 자기에는 이르지만, 이부키에게는 딱 좋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양치하고 잘까."

"……응."

그런 연유로 둘이서 양치하면서, 카요코는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자야 하지.
이부키를 소파에서 재우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 쓰게 할 거라면 선생 방에 있는 침대겠지. 선생도 그럴 생각일 것이다.
이부키에게 침대. 나는 소파……라고 순간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면, 돌아온 선생은 어디서 자?
이부키도 혼자는 쓸쓸할 테니, 자신이 이부키와 선생 침대를 쓰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생 침대에서 자는 것도 왠지 망설여진다. 왠지, 쑥스럽다.
게다가, 선생에게 소파를 쓰게 하는 것도, 애초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언니, 안 자?"

정신 차려보니 선생 방 앞.
이부키는, 카요코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아, 응. 자자."

다른 떠오르는 방법도 없고, 이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카요코는 이부키와 함께 선생 방으로 들어가, 그대로 둘이서 침대로.
카요코가 방 불을 끄고 이부키 옆에 눕자, 이부키는 마음에 드는 곰 인형을 껴안으며 카요코에게 바싹 다가왔다.
서로 미소지으며 시선을 맞추고, 서로 작게 잘 자, 라고 속삭인다.
여전히 이부키는 따뜻하고, 낮잠을 자서 잠들지 못할까라든가, 자는 게 평소보다 빠르니 잠들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카요코 예상을 뒤엎고, 바로 졸음이 쏟아진다.
이부키를 제대로 재워야지, 라는 생각도 금방 사라져 버리고, 카요코는 잠의 세계로 끌려 들어갔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공복을 느껴 카요코는 눈을 떴다.
어제 저녁 식사가 우동이었으니, 그럴 것이다.
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빛으로, 이미 아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이부키는 먼저 일어나지 않고, 옆에서 새근새근 잠꼬대를 하고 있다.

선생은, 제대로 돌아왔을까.
확인하고 싶어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이부키에게서 몸을 떼자,

"으으~……음."

자면서도 이부키는 손을 움직여, 떨어져 버린 카요코를 잡으려고 찾고 있다.
일단, 얼른, 대신 곰 인형을 껴안겨준다.

"미안해, 잠깐만 바꿔치기할게……"

재빨리 스마트폰을 손에 들어, 모모톡을 확인한다. 그러자, 거기에는 선생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다녀왔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푹 자고 있어. 아침밥은 맡겨줘. 이부키 일, 고마워.〉

보낸 것은 어젯밤.
아직 일어날 시간이 이르지만, 이대로 일어나 아침밥을 만들어볼까, 하고, 카요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이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깨우지 않도록 아침 식사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겠지.
게다가 눈을 떴을 때 카요코가 없으면, 이부키는 쓸쓸해할지도 모른다.
……결국, 선생에게 답장을 보내고, 한숨 더 자기로 했다.

〈덕분에 몸은 많이 좋아졌어. 왠지, 배고파진 것 같아.〉

그러고 나서 이부키에게 "아침이야~!" 하고 깨워질 때까지 푹 자버렸다.

"이, 일어났어. 이부키, 고마워."

"네-에!"

카요코가 이부키에게 손을 이끌려 거실로 가자, 이미 아침 식사 준비는 끝나있었다.
낮은 테이블에 세 명 몫의 아침 식사는 조금 비좁게 느껴진다.
아침 식사는 핫 샌드. 샐러드에 요거트인 메뉴.
핫 샌드 속은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이다.

"카요코, 커피 마실래?"

"한 잔 부탁해?"

"이부키도 마실래~!"

선생에게서 커피를 받아, 셋이서 아침 식사를 했다.

"선생, 소파에서 괜찮았어? 침대 빌려줘서, 고마워."

"음? 아냐.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잘 잤어?"

"응. 이부키 덕분에 푹 잤어."

카요코는 어젯밤을 떠올리고,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기분 좋게 잘 잤던 건 얼마 만이었을까.
이렇게 따뜻한 기분으로 일어난 것도 오랜만이다.

"이부키는 즐거웠어?"

"응! 언니가 놀아줘서 즐거웠어!"

이부키는 힘껏 활짝 웃는다.
여전히, 주위를 기운차게 만드는 멋진 미소다.

"카요코. 몸 상태가 나아졌다면, 오늘은 이부키랑 산책이라도 갔다 와."

라고, 아침 식사 후에 선생에게 말했다.
제대로 용돈까지 받아서, 라미니 타운까지 향하게 되었다.
어제는 거의 자버렸고, 이부키랑 놀아주고 싶으니 딱 좋을지도 모른다.

"카요코 언니. 역시 몸 상태가 안 좋았었구나. 이부키랑 외출해도 괜찮아?"

"괜찮아. 이부키 덕분에 푹 쉬었으니까."

"에헤헤~, 그래. 그렇지만 무리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이부키가 지켜줄게!"

무, 하고 이부키가 가슴을 활짝 핀다.
아직 어리지만, 이부키 실력은 확실하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알 수 없는 불량 학생 정도라면 가볍게 갚아줄 수 있을 것이다.
같이 목욕했을 때도 생각했지만, 이부키는 악마라는 종족의 신체적인 특징. 뿔, 날개, 꼬리 세 가지를 가지고 있다.
보통은 하나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것 모두 갖추어져 있는 건 드물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강한 신비를 숨기고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성장해 신비를 늘려, 가지고 있는 재능을 게임이 아니라 전투에 쏟을 수 있게 된다면, 소라사키 히나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부키와 적대한다.
그런 흉흉한 미래는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면 게헨나 학원 자치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


이부키와 라미니 타운을 관광하고, 배불리 먹으며 역까지 데려다준 후, 카요코는 선생 집으로 돌아왔다.
몸 상태는 변화가 없다.
이제, 괜찮을 것 같다. 이제, 흥신소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좀 더 이어질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생활은 의외로 빨리 끝을 맺을 것 같다.
일단, 나가기 전에 베란다에 널어놓은 선생 이불을 해가 지기 전에 방 안으로 들여놓고,

"갓 햇볕에 말린 이불……"

이라고 중얼거리며 뒹굴뒹굴 뛰어들었다.
밖을 돌아다니며 조금 지쳤고, 선생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조금 있다.
아주 조금만, 졸음에 몸을 맡겼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게을러진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생활 동안 만큼은 괜찮아, 라며 카요코는 자신을 어리광 부리게 했다.


◇◇◇◇


"다녀왔습니ー…… 엥?"

귀가한 선생은 불이 켜지지 않은 방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부키는 자치구에 돌아갔을 것이고, 카요코는 이미 돌아와 있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흥신소 쪽으로 돌아가는 짓은, 카요코는 하지 않을 텐데.

장이라도 보러 간 걸까.
……일단 거실까지 발걸음을 옮기자,

"카요코…?"

이불 위에서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카요코를 발견했다.
너무나도 무방비한 모습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걱정이 되어 온다.
하지만, 다행히 그 걱정도 기우로 끝날 것 같아, 카요코는 새근새근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저 자고 있는 것 같다.
선생은 저도 모르게 가만히 카요코 자는 얼굴을 살짝 들여다봤다.
평소에는 어른스럽고, 그다지 빈틈을 보이지 않는 그녀가 지금은 무방비하게 눈앞에서 입을 벌린 채 잠꼬대를 하고 있다.

그만큼 마음을 놓고 있다는 것.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가 실룩거려 버렸다.

"계속 여기에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여기에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고…… 그 말이 너무 과하다는 걸 깨닫고 선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에게는, 그녀가 돌아갈 곳이 있다.

"……카요코. 어~이. 일어나~."

선생은, 그녀의 어깨를 살짝 흔든다.
카요코가 눈을 뜰 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 으음…… 엥, 벌써 밤? 엣, 앗, 선생!? 어, 어서와…… 미안, 잠깐만 잘 생각이었는데…"

눈을 뜬 그녀는 당황하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돌렸다.

"응, 다녀왔어."

"미안, 그, 오늘도 늦었구나…… 에 그리고, 저녁밥은,"

"됐어 됐어. 신경 쓰지 마. 그거보다 라면 먹으러 가지 않을래?"

선생은, 카요코가 뭔가 말하기 전에, 그녀 말을 가로막듯이 그렇게 제안했다.

"라면?"

"응. 근처 라면 가게. 맛있어."

"응. 그럼…… 가볼까요."

조금, 카요코가 생각하듯이 눈을 굴렸다.

"준비하고 올게."

라고, 카요코는 일어서더니, 파닥파닥 달려간다.
……그 뒷모습에, 조금 쓸쓸한 듯 다시 미소를 흘렸다.


◇◇◇◇


"헤에, 선생, 휴가 받은 거야? 그럼, 오늘은 아무것도 없어?"

"응. 그러니까, 오늘은 카요코가 가고 싶은 곳에 갈까."

며칠 후 어느 아침 식사 후, 선생은 그런 말을 했다.

"가고 싶은 곳이라니…… 선생 휴가인데? 선생이 하고 싶은 일 해. 나는 괜찮으니까."

"내가 그러고 싶은 거야. 그럼 안 될까?"

"그건…… 하아, 알았어. 하지만,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야?"

"물론."

즉답하자, 카요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흔쾌히 수락해서, 어디 덤벼들 틈도 없는 듯한 기분이야…… 하고, 그런 감상을 품는다.
하지만 뭐, 선생이 그래도 괜찮다면 됐나, 하고 카요코는 생각을 바꾸고, 선생을 어디에 데려갈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고는 간단히 선생이 가지고 있는 태블릿 단말 알림 소리와, 스마트폰 벨소리에 중단되었다.

"선생, 일 들어온 거 같은데?"

카요코는 선생을 본다.
정말 아쉬울 텐데도 이상하게 카요코는 웃을 수 있었다.

"아니, 이건……, 읏…… 응…… 미안하지만, 나, 가야할 것 같네."

"그래. 그럼, 나도 갈게."

"에, 하지만……"

"계속 쉬었으니까 체력은 남아돌아. 이대로 가면 무뎌질 뿐이고. 재활 훈련이라고 하지 뭐."

"미안해, 모처럼……"

"선생, 몰라?"

"……응?"


"누구한테 뭘 받았을 때는 말이지,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하고, 카요코는 선생 말을 가로막듯이, 조금 장난기 넘치게 말했다.


◇◇◇◇◇


"지쳤네."

"그러게, 꽤나 긴급한 의뢰였어……"

"응…… 재활 훈련에는, 조금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

달빛과 가로등이 비추는 길을 카요코와 선생은 걷는다.
결국, 선생은 카요코 동행을 거절하지 못하고, 함께 현장으로 급히 가서, 의뢰 처리와 사후 처리를 돕고, 지금에 이르렀다.

"선생. 오늘 내 움직임은 어땠어?"

"좋았다고 생각해."

"그래. 그럼, 나는 슬슬 흥신소로 돌아갈까. 이제, 괜찮은 것 같고. 고마워, 선생. 정말로 도움이 되었어."

카요코는 그렇게,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가. 알았어."

선생은 혼잣말처럼 그렇게 동의한다.

"아직, 오늘은 끝나지 않았지. 뭔가, 카요코가 하고 싶은 일은 없어?"

"음~, 그러게나……"

"내 말만 계속 들어줬으니까. 뭔가 카요코가 부탁하고 싶은 건?"

"도움받은 건 나인데 말이지………"

……부탁할 거라면, 앞으로도 내가 여분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
선생이랑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같이 그 집에서 밥을 먹고 싶어.

하지만, 그걸 부탁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안 되지.
그걸 바라는 건 너무나도 사치스럽다.
게다가, 이런 걸 부탁해서 선생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다.

"음~……… 뭐든지 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화내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선생은 한 번 멈춰서서 카요코를 향해 섰다.
카요코도 발을 멈춰, 조금 생각하고,


"……, 그럼, 선생이랑 술을 마셔보고 싶은 걸."

"엣, 그거는…… 음~…… 카요코가 올해로……"

"19."

"으, 으음…… 그럼, 괜찮으려나……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약속할게."

그리고, 둘은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몇 병 사고, 간식과 스낵 과자를 사들였다.

"후훗, 선생이랑 나쁜 짓을 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었네."

카요코는 신이 나서 웃고, 선생은 그런 모습에 쓴웃음.
밤길을, 둘이서 나란히 걷는다.
특별히 대화다운 대화는 없었지만, 그 침묵은 괴롭지도 않다.
카요코는, 이 시간이 계속 끝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귀가해, 바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영화를 보면서, 편의점에서 산 안주와 간식을 먹고, 드디어 카요코는 술 캔을 땄다.

"도수는 낮지만, 한 번에 들이켜면 안 돼? 조금씩 마시는 거야."

"알고 있다니까."

카요코는 캔 안의 내용물을 한 모금, 마신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 드링크와 가까운 독특한 단맛과, 그리고, 독특한 쓴맛.
처음으로 마신 술은 솔직히 미묘했다. 맛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다.

"음~……? 이게 맛있는 거야?"

카요코는 솔직한 감상을 쏟아냈다.
선생은 그런 카요코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듯하다.

"처음엔 그런 법이야."

선생은 맥주 캔을 가볍게 기울여 마신다.
그걸 보고 카요코도 흉내를 내듯이 한 모금 더 마신다.

"츄하이가 맥주보다 더 맛있어?"

"아니, 맥주는 더 쓸 거야. 츄하이는 주스나 다름없으니까, 마시기 편한 건 그쪽이겠지."

하고, 선생은 웃었다.
카요코는, 흐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또 한 모금, 한 모금 더, 천천히 마신다.

"……괜찮아? 페이스가 빠르지 않아? 억지로 다 마시지 않아도 괜찮은데."

"헤에, 이게 빠른 거야?"

카요코로서는 페이스가 천천히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생에게는 그걸로도 빠르다고 보이는 것 같다.
당연히 그 영향은 바로 나타나기 시작해, 하얀 피부를 가진 카요코 몸은 새빨갛게,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들어간다.

"우와, 진짜다, 새빨개. 술 마시면 이렇게 빨개지는구나."

"기분은 어때? 괜찮아? 울렁거리지는 않아?"

"괜찮아. 엄청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 같지만……"

"………그래, 다행이다."

라고는 말하지만, 선생으로서는 내심 조마조마하다.
적은 양의 알코올에 대해 이렇게 빨리, 새빨갛게 될 때까지 반응하고 있다는 건, 카요코는 술에 약한 걸 것이다.
어렴풋이 막연히, 이유도 없이, 술에 강할 것 같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잠시 후 본격적으로 취기가 돌기 시작한 건지, 카요코는 말이 없어졌다.

"으음~…… 두근거릴 뿐 별로 즐겁지는 않네. 술을 마시면 누구든 즐거워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하하하. 뭐, 그런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쪽이 소수야.
게다가, 술은 즐거운 장소에서 마셔야 즐거워지는 거고, 그냥 마셔서는 즐겁지 않을지도 몰라."

라고, 말하면서 선생은 또 캔을 기울인다.

"카요코가 제대로 어른이 되면, 또 같이 마시고 싶네."

"그런데 선생은, 지금 즐거워?"

선생은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카요코 상태가 안 좋아질까 봐 조마조마하지만, 보고 있으면 즐거워."

"그럼, 다행이다. 상상했던 거랑은 달랐다는 것뿐이지, 나도 즐겁지 않은 건 아니니까? 선생이랑 이렇게 마실 수 있어서, 기뻐. 그러니까, 또 마실 수 있다면, 좋겠어."

카요코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캔을 흔들흔들 흔든다.
안에는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고, 찰랑찰랑 가벼운 소리가 났다.

"으흐흥……… 아~…… 왠지, 머리가 어질어질해."

"졸려? 이제 잘래?"

"싫, 어. 선생이랑…, 아직, 마실, 래. 영화도, 아직……, "

"괜찮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무리, 아니, 싫어…… 아직, ……아지익, 마실, 거야……"

거의 자고 있는 듯한 말투로, 카요코는 흐느적 몸을 무너뜨렸다.
기대는 듯이 선생에게 체중을 맡겨, 어깨를 베개로 하듯이 머리를 올리고, 이제 거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일단,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끄러지듯이 쓰러진 카요코를 천천히 눕혔다.
공간이 없어서, 의도치 않게 불가항력적으로 무릎베개를 하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우우~…… 선생, …더워……"

"미안, 지금, 떨어질 테니까……"

"괜찮, 싫어…… 이대로가, 좋아. "

그사이, 머리 위 헤일로가 깜빡깜빡 꺼져가는 형광등처럼 점멸을 반복한다.
사라지는 간격은 점점 길어져 가, 마침내 사라졌다.
그사이, 새근새근, 하는 조용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다 마신 건 한 병인가. 이건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네."

알코올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알코올 분해 능력은 사람마다 달라서 강해지지 않는다.
카요코는 틀림없이 술을 잘 못 마신다.

"일단 치울까."

사 온 나머지 안주와, 남은 술.
아직 중반에도 접어들지 않은 영화 뒷부분을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과 양은 있다.
선생은 남아있던 술을 따서 마시기 시작했다.


◇◇◇◇◇


"몸 상태는 괜찮아? 숙취는 없고?"

"괘, 괜찮아. 문제없어."

돌아갈 준비를 마친 카요코는 현관 앞에서 선생에게 배웅받으면서, 몸 상태를 확인하는 질문에 조금 망설이면서도, 답했다.
어젯밤은 술에 취해 뻗어서 쿨쿨 잠만 자고 마지막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렸다.
되도록,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하고, 카요코는 낙담했지만, 그 이상의 대실패는 똑같이 소파에서 뻗은 선생에게 침을 흘리면서 베개로 삼았던 것이었다.

"짐은 드론 배송으로 흥신소 사무실에 보내놓을 테니까."

"응, 고마워. 선생. 다시 한번 정말 고마워. 이번에는, 정말 도움이 되었고, 즐거웠어."

"응. 나도 즐거웠어. 역시 젊으니까 체력도 좋아. 이제, 완전히 멀쩡해 보이네."

"그 말투는 왠지, 아저씨 같지 않아?"

"그래? 뭐, 어쨌든 카요코가 기운차져서 다행이야."

카요코는 선생의 눈을 본다.
변함없는 온화한 눈빛에, 왠지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된다.

"열쇠, 돌려줄게. 또 봐, 선생."

쥐고 있던 열쇠를 카요코는 선생에게 건네주려고 했지만, 선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생?"

"그거, 카요코가 가지고 있어주지 않을래?"

"에………?"


카요코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잠시 가만히 손에 있는 열쇠를, 그러고 나서 선생을 바라봤다.
선생은 그런 카요코를 바라볼 뿐. 그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말과 행동 의미를, 모를 리가 없다.

"내가, 가지고 있어도, 괜찮은 거야?"

"역시 왠지 아쉬워서 말이지. 카요코만 괜찮다면, 어때?"

"그, 그거는,"

즉 여벌 열쇠를 건네준다는 건, 그렇다. 그런 의미다.
………그런 의미라고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아, 아아~…… 그…… 그러니까…… 그거, 그런 의미, 란,  뜻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카요코 심장은 쿵쾅쿵쾅 요동치고, 얼굴은 확 뜨거워진다.
분명 지금 거울을 봤다가는, 귀까지 새빨간 자신이 있을 것이다.
분명 술을 마셨던 어제만큼, 선명하게 붉어져 있을 터다.


"응, 그럴 생각이야."

선생은, 조금 곤란한 듯이, 하지만,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카요코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낀다.

"억지로 받을 필요는 없어. 그저, 또 너랑 여기서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다면 나는 기쁠 거야. 괜찮다면, 또 연락해주지 않을래. 물론, 나도 연락은 할 거야. 어때?"

"읏…… 으, 응…… 아, 알았어. 연락…… 연락할게…… 꼭. 이,  이 열쇠도 일단,  아, 맡…… 맡아, 둘……"

열쇠를 후드티 주머니에 넣는다.
심장이 시끄럽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래도 선생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싫어서, 헛된 발버둥이라도 필사적으로 그걸 숨기려고 한다.

"아, …에, 또, 그럼, 잘 있, 잘 있어, 선생. "

"아, 기다려 카요코. 나도 조금 있으면 나갈 테니까, 중간까지는 같이 가지 않을래?"

"선생, 나,  지금 좀,  그,  벅차서…… 더 이상은,  조금,  이제 무리……일, 지도."

얼굴을 숨기듯이 카요코는 후드티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이 이상은, 지금 이 상태로 선생과 계속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은, 너무 괴롭다.

"……그런가. 알았어. 그럼, 또 봐, 카요코. 또 연락할게."

"응…… 선생, 또 봐…… 기다릴게."

문을 열어, 작게 손을 흔드는 선생에게 배웅받으며, 카요코는 선생 집에서 밖으로 나섰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면서 후드티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로, 열쇠를 꽉 움켜쥔다.

확실한 말은 아직 없었다.
그래도, 카요코와 선생은 서로 마음을 받아줬다고 생각한다.
그 일이 기뻐서, 저도 모르게 미소짓는다.
엘리베이터에 탄 카요코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으엑."

하고, 저도 모르게 작게 소리를 흘렸다.

"후훗, 정말, 얼굴이 엉망이네."

비슷한 감상은, 아주 며칠 전에 중얼거렸던 것 같다.
그래도, 그때와는 상황도, 품었던 감정도, 표정도 모든 게 다르다.
카요코는, 실없이, 흐늘흐늘 거울 속 자신에게 되돌아 웃었다.


달달순애

고봉밥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