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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ブルーアーカイブ #志真コノカ 運勢最下位のコノカが先生の全肯定とプレゼントで絆されてし
その日は、ヴァルキューレ警察学校の公安局副局長である志真コノカにとって、目覚めた瞬間から世界は悪意に満ちていた。 朝から最悪続きの一日だった。その理由は──と言われても、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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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Nvx
# 운세 최하위인 코노카가 선생님의 전긍정과 선물에 넘어가 버리는 이야기
그날은 발키리 경찰학교 공안국 부국장인 시마 코노카에게 있어, 눈을 뜬 순간부터 세상이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침부터 최악의 연속인 하루였다. 그 이유는──라고 묻는다면, 도저히 하나로 좁힐 수 없었다.
시작은 맞춰두었을 터인 알람이 왠지 울리지 않은 것이었다. 소스라쳐 일어났을 때는 이미 집을 나서야 할 예정 시간 5분 전. 서둘러 식빵을 토스터에 집어넣었더니, 꺼내는 것을 잊어 숯덩이가 되어버렸고, 방 안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다.
게다가 운도 없게, 집을 뛰쳐나와 처음 마주한 교차로에서 보란 듯이 새까만 털을 가진 고양이가 눈앞을 가로질러 갔다. 징크스나 오컬트에 남달리 민감한 그녀에게 이보다 더한 흉조는 없었다.
결정타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애용하는 별자리 점 앱을 확인해 보니, 친절하게도 새빨간 글씨로 『오늘의 운세: 12위. 무엇을 해도 역효과가 나는 대흉의 날!』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필 그날은 기온도 높아, 마치 한발 먼저 여름이 찾아온 듯한 날이었다.
들러붙는 듯한 습도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강렬한 지열에 체력을 깎이며, 그녀는 확신했다. ―――오늘은 절대로, 단 하나도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아─……. 진짜 어깨 결림다……」
현재, 샬레의 집무실.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돌고 있어 실외의 불지옥이 거짓말처럼 쾌적함에도 불구하고, 책상에 엎드린 코노카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건조한 소리가 멈추고, 깊고 무거운 한숨이 실내에 떨어졌다.
단정치 못하게 풀어진 넥타이. 흐트러뜨려 입은 교복 위에 걸친 두툼한 공안국 재킷. 그리고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화려한 무늬의 알로하 셔츠. 경찰 요직을 맡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느슨한 모습이었지만,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서류 더미는 확실한 솜씨로 이미 처리되어 가고 있었다.
가방에 잔뜩 매달린 수제 부적들이 그녀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짤랑거리며 희미한 금속음을 냈다.
한숨을 내쉬며 코노카의 뇌리에 문득 스친 것은 아주 최근의 일―――.
그래, 그것도 역시 거센 비가 쏟아졌던 성가신 하루였을 것이다.
지명수배범을 쫓아, 그녀는 『버디와 함께 행동하면 길함』 이라는 점괘를 믿고 선생님을 끌어들여 탐문 수사를 나갔었다. 하지만 수사는 난항을 겪었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끝에 하늘에서는 폭우가 쏟아졌다. 옷도 마음도 흠뻑 젖은 채, 산간의 작은 버스 정류장으로 둘이서 도망치듯 들어갔다.
『이래저래 헛수고만 하고, 흠뻑 젖기까지 해서 엉망진창이었지만…… 점괘대로 버디가 옆에 있어 줘서 좋은 하루가 됐으니까요. 선생님 덕분임다.』
툭, 하고. 빗소리에 섞어 자신의 깊은 곳에 있는 부드러운 감정을 말에 실어버렸다.
『──그러니까, 어느 쪽인가 하면…… 행복하네요. ……앗, 아니, 그게…… 이렇게 비도 피할 수 있어서 운 좋고 행복하다는 뜻으로! 그, 그것뿐……이니까요……』
그때 자신의 얼굴이 어떤 색이었을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옆에 앉아 있던 선생님의 조금 놀란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가늘어진 그 눈빛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금도 피부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둘이서 비를 피한 끝에,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보기 좋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고열로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 후배에게 연락하려던 것이 그만 모모톡을 잘못 보낸 상대가 하필이면 선생님이었다. 결과적으로 선생님은 코노카의 기숙사까지 달려와 주었고, 그녀는 따뜻한 간호를 받게 되었다.
더 말하자면, 그 전에는 자신이 단골로 다니는 뒷골목 알로하 셔츠 가게에서 커플 알로하 셔츠를 사서 선생님에게 선물까지 해버린 상태였다.
(아으으으! 떠올리기만 해도 식은땀이 남다……. 저, 선생님 상대로 너무 들떠 있는 거 아닌가요?)
열이 났을 때 만들어 주었던 다정한 죽의 맛.
폭우 속 버스 정류장에서의 어렴풋이 달콤했던 정적.
그 일련의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불운이 겹친 대흉의 날조차 선생님이 곁에 있으면 마법처럼 『최고의 행운』으로 반전되어 버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기에 오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형편 좋은 희망을 품고 마는 자신이 있었다.
「수고했어, 코노카. 어느새 점심도 지났는데 휴식할까?」
서류 뭉치를 훑어보던 선생님이 위로하듯 말을 걸어왔다.
현실로 돌아온 코노카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만 돌려 실눈으로 시선을 보냈다.
「아뇨─……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요. 제 오늘 운세가 최하위였거든요. 행운 행동란에는 『숨을 죽이고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려라』라고 적혀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 같아서─」
「여전히 점이나 징크스를 중요하게 여기는구나.」
「당연함다! 아침부터 검은 고양이가 앞을 가로질렀고, 토스트는 숯덩이가 됐고. 오늘은 이제 절대 좋은 일 없을 날이라고 제 육감이 찌릿찌릿 경종을 울리고 있단 말임다」
농담조로 웃어 보이는 코노카였지만, 그 눈동자 깊은 곳에는 피로의 기색이 짙게 깔려 있었다.
공안국 부국장이라는 직책은 말 그대로 격무 그 자체다. 불과 며칠 전, 그녀의 상사인 공안국장 오가타 칸나와 마주쳤을 때, 선생님은 직접 이런 부탁을 받았었다.
――그녀, 또 핑계를 대며 뒷일을 떠안고 있습니다. 샬레 당번으로 얼굴을 비추면 적당한 이유를 대서 좀 쉬게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칸나와는 정반대인 갸루 같은 외모를 하고 있으면서도, 코노카는 칸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라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완벽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서툰 성실함을 선생님은 잘 알고 있었다.
「좋아, 오늘 당번 업무는 여기까지만 하자. 남은 세세한 서류는 내가 나중에 해둘 테니까.」
「예? 아뇨 아뇨,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죄송하죠. 저, 일하러 온 검다. 여기서 그냥 돌아가면 완전 월급 루팡이라고요」
「괜찮아. 그것보다 모처럼 와준 코노카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그래. 배 안 고파?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
일어나며 미소 짓는 선생님을 향해, 코노카는 노골적으로 싫은 듯,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에에─……. 아니, 선생님이 사주신다면 배 터지게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요…… 오늘은 진짜 운세가 최악이라니까요? 한 발짝 밖으로 나가면 운석이라도 떨어지는 거 아닐까 싶은 수준임다. 휘말리게 하면 면목 없슴다」
「괜찮아. 내가 같이 있으니까. 코노카의 불운 같은 건 내 강운으로 전부 상쇄해 보일게.」
똑바로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빛에 코노카는 순간 독기가 빠진 듯 눈을 깜빡였다.
또다시 시작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어른의 엉터리 논리지만, 신기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날, 그 빗속 정류장에서 느꼈던 절대적인 안심감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포기한 듯 크게 숨을 내뱉었다.
「하아~…….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거절할 수가 없슴다. 하지만 만약 제가 말도 안 되는 불운을 겪게 되면 제대로 위로해 주셔야 함다?」
「응. 물론이지, 약속할게.」
△▼△▼△▼
에어컨이 시원한 실내에서 한 발짝 밖으로 나가자 물리적인 압박을 동반한 열기가 전신을 짓눌렀다.
노면 아스팔트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주변 풍경이 일렁이며 왜곡되어 보였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듯한 햇살을 피하기 위해 코노카는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선생님, 어디로 데려가 주실 건가요. 저 오늘은 뭔가 좀, 완전 진한 맛인 녀석을 위장에 때려 박고 싶은 기분임다」
「코노카가 좋아하는 거라면 역시 든든한 계열이지? 조금 걷긴 하겠지만 마늘 듬뿍 넣은 돈코츠 라멘은 어때?」
「오! 역시 뭘 좀 아심다 선생님! 그런 이야기라면 갑자기 텐션 올라옴다!」
조금 전까지의 싫어하던 태도는 어디 갔는지, 코노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기름지고 맛이 진한, 이른바 지로 계열 라멘. 현장 지상주의인 체력 괴물 그녀에게 있어 고칼로리 정크 푸드는 거칠어진 심신을 치유하는 특효약이었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가는 길이 멀면 저기 자판기에서 음료수라도 사 가야겠슴다」
상기된 발걸음으로 코노카는 조금 앞서 있는 자동판매기로 가볍게 뛰어갔다.
옆으로 멘 큼직한 가방을 뒤져 대충 동전 지갑을 꺼냈다. 지퍼를 열고 안을 부스럭거리며 뒤지더니 500엔짜리 동전 하나를 손가락 끝으로 집어 올렸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앗」
손가락 끝에 묘하게 땀이 밴 탓일까. 매끄럽게 미끄러진 500엔 동전이 짤랑,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아스팔트 위로 떨어졌다.
은색 동전은 중력과 불운의 법칙에 따르기라도 하듯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향하는 곳은 도로 끝. ―――쇠창살이 끼워진 어두운 배수구 구멍이었다.
「잠깐, 거짓말이죠!?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서둘러 쭈그려 앉아 재빠른 몸놀림으로 손을 뻗는 코노카. 그녀 본래의 운동 신경이라면 충분히 낚아챌 수 있는 거리였을 터였지만, 신발 밑창이 작은 돌을 밟아 미세하게 균형이 무너졌다.
「앗……!!」
결과적으로 손가락 끝은 닿지 않았다. 동전은 무정하게도 쇠창살 틈새로 쏙 들어가며 어두운 나락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1초 후. 하수도에 빠지는 퐁당, 하는 허망한 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
엎드린 채로 코노카는 배수구 구멍을 응시하며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코, 코노카? 괜찮아?」
뒤따라온 선생님이 말을 걸자, 돌아본 그녀의 얼굴은 이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혼자 짊어진 듯한 절망에 물들어 있었다.
「……거봐요오오오오오! 제가 말했잖슴까 선생니이이임!!」
길 한복판에서 소리라도 지를 기세로 코노카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일어났다.
「그러니까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500엔이라구요!? 그냥 500엔이 아니라, 라멘에 차슈 추가하고 맛계란까지 토핑할 수 있었던 눈부신 500엔이라구요! 아 진짜, 이래서 대흉인 날은 싫슴다!」
「미, 미안해. 동전은 신경 쓰지 마, 내가 더 많이 사줄 테니까. 기분 풀어, 응?」
「얻어먹고 말고의 문제가 아님다! 이 피할 수 없는 『마이너스 운기』의 흐름이 무서운 거라고요! 역시 부적이 하나 부족했던 걸까요……」
진심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괴로워하는 코노카. 선생님은 달래고 어르며 반쯤 끌다시피 그녀를 라멘집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불운의 연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십 분 후, 목적지인 인기 라멘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더 큰 벽에 부딪히게 된다.
가게 앞에는 찌는 듯한 더위 속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이나 수인들이 대략 30명 정도 줄을 서 있었다. 환풍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돈코츠와 마늘 냄새가 빈속을 직격했다.
「으엑…… 엄청나게 줄 서 있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절대 포기 안 함다. 제 위장은 완전히 마늘을 받아들일 태세로 들어갔으니까요」
코노카는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집념의 불꽃을 눈동자에 켜고 맨 뒤에 줄을 섰다. 선생님도 그 옆에 서서 서서히 줄어드는 줄을 견뎠다.
열기와 허기에 시달리면서도 줄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자신들 바로 앞에 서 있던 손님이 가게 안으로 안내되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임다 선생님! 기다린 만큼 무조건 제일 큰 녀석으로 주문할 거니까요……!」
눈을 부라리며 승리를 확신하듯 콧김을 씩씩대는 코노카.
하지만 미닫이문 너머로 훌쩍 얼굴을 내민, 머리에 수건을 두른 견인족 점주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매우 난처하다는 듯 손을 모았다.
「아이고, 손님, 미안해요! 방금 준비해둔 육수 냄비 바닥이 싹 비어버려서! 미안하지만 오늘 영업은 여기까지예요!」
「…………헤?」
얼빠진 소리가 코노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야속하게도 점주의 손에 의해 「오늘 육수가 소진되었습니다」라는 얄미운 팻말이 입구에 걸렸다.
「에, 저기…… 거짓말이죠? 저희 뙤약볕 아래에서 40분 넘게 줄 섰다구요!? 적어도 한 그릇 정도는 없는 건가요!?」
「정말 미안해요, 아가씨. 다음에 꼭 들러줘요!」
드르륵, 쾅. 가차 없이 문이 닫히고 영업 종료를 알리는 커튼이 내려졌다.
행렬을 이겨내고 노렌을 넘기 직전에 끊겨버린 희망. 그 자리에 남겨진 코노카의 얼굴은 내일의 희망조차 잃어버린 듯 하얗게 질려 있었다.
「……코, 코노카. 정신 차려. 근처에서 다른 가게를 찾아보자, 응?」
「……집에 갈래요」
원망 섞인 잠꼬대처럼 코노카가 고개를 떨구었다.
「저 이제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슴다. 집에 가서 문을 몇 겹이나 잠그고 두꺼운 이불 뒤집어쓰고 죽은 듯이 자고 싶슴다. 분명히 액일임다. 저주임다. 음양부의 저주 같은 게 분명하다구요……」
「아, 포기하면 안 돼! 봐봐, 저기 큰길로 나가면 체인점인데 고기 요리 파는 카페 레스토랑이 있으니까! 거긴 무조건 들어갈 수 있어!」
완전히 주저앉으려는 코노카의 등을 다독이며 어떻게든 진행 방향을 돌렸다.
징크스에 너무 예민해진 나머지 정신적으로 점점 약해져 가는 그녀를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조속히 식사를 하게 해서 회복시켜야만 했다.
간신히 10분 후, 큰길가에 면한 세련된 외관의 대형 카페 레스토랑 앞에 두 사람이 도착했다.
실내도 넓다. 밖에서 봐도 자리에 여유가 있다. 여기라면 문제없을 것이다.
「……어쨌든 입에 맛이 진한 칼로리를 넣어서 피와 살로 바꾸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아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코노카가 매장의 묵직한 유리문에 손을 댄 바로 그 순간.
―――콰콰콰콰쾅!!
뱃속까지 울리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눈앞에 있던 카페 레스토랑이 내부에서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폭발했다.
「──위험해!」
선생님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폭풍을 직격으로 맞을 뻔한 코노카의 몸을 자신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겨 아스팔트 위로 함께 굴러 들어갔다.
열풍과 연기가 머리 위를 무서운 기세로 훑고 지나갔고, 부서진 유리와 파편들이 주변에 후드득 쏟아졌다.
「게헉, 커헉……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에여!?」
시야를 가득 메운 흑연 너머에서 기침하는 두 사람과는 상관없이 귀에 익은 고소가 들려왔다.
「―――역시 리뷰 사이트는 믿을 게 못 되는군요. 산지 위조라니 언어도단입니다. 게다가 냉동 식품을 태연하게 손님에게 내놓다니, 지고의 함바그에 대한 모독이에요.」
「여긴 게헨나 자치구랑 인접해 있으니까 빨리 도망치자! 선도부가 올 거야!」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은 게헨나 학원에서 공포의 대명사인 미식연구회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목표로 삼은 음식점을 분쇄하고는 게릴라 같은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골목 뒤로 사라져 갔다.
「…………」
「…………」
바람이 불어 자욱했던 먼지가 걷힌 뒤에는 건물의 뼈대만 남은 처참한 잔해가 존재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코노카는 입을 멍하니 벌린 채 손가락 끝을 파르르 떨었다.
「…………선생님」
메마른 듯,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
「저 오늘 죽는 건가요? 혹시 아침에 토스터 연기를 들이마신 시점에서 이미 죽은 거고, 이건 삼도천에서 꾸는 악몽 같은 거에요……? 적어도 저희가 먹고 나서 폭파하란 말임다……」
「아, 아냐. 이것도 무슨…… 그래, 타이밍이 안 좋았을 뿐이야! 내가 바로 연락해서 다른 가게를──」
「그러니까 밖에 나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오오오오오오오!! 동전은 물속에 가라앉고! 눈앞에서 라멘은 말라붙고! 패밀리 레스토랑은 물리적으로 폭산했다구여! 이제 싫슴다, 집에 갈검다…… 집에 보내주세요오오오!」
급기야 바닥에 주저앉아 완전히 유아퇴행이라도 한 것처럼 머리를 감싸 쥐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거기에 무자비한 현실이 한 번 더 쐐기를 박는다.
톡. 차가운 물방울 하나가 코노카의 이마를 때렸다.
어느새 조금 전까지 태양이 내리쬐던 키보토스의 하늘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두꺼운 먹구름에 뒤덮여 있었다.
직후──
쏴아아아아아아아!!
도망갈 곳조차 없는 강렬한 게릴라성 호우가 가로등 아래로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뛰자, 코노카! 또 감기 걸리겠어!」
「최악임다! 정말 운도 없고 오늘이 인생 최악의 날일지도 몰라요!! 저에게는 신도 부처도 없는 검까─!?」
그날과 완전히 똑같은 상황. 계속되는 부조리에 마음이 완전히 꺾여버린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선생님은 근처에 있던 지붕이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붕이 총알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를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튕겨내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쏟아지는 잿빛 풍경 속에서 비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이야─, 물에 빠진 생쥐 꼴임다, 서로. 그때랑 똑같은 패턴이네요, 이거」
흠뻑 젖은 은색 긴 머리에서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코노카는 자조 섞인 마른 웃음을 흘렸다.
셔츠가 비를 머금어 가녀린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가방에 매달린 수많은 부적들도 무겁게 찌그러져, 왠지 지금 그녀의 비참함을 상징하는 듯 애처로워 보였다.
「무리하게 밖으로 데리고 나온 끝에 또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손수건, 쓸래?」
선생님이 주머니에서 깨끗한 천을 꺼내 내밀자, 코노카는 머뭇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내며 받아 들었다.
「아뇨…… 딱히 선생님 잘못이 아님다. 오늘은 제 『운기』의 바닥이 뚫린 것뿐이니까요. 알고 있었슴다, 대흉인 날에는 절대 저항할 수 없다는 걸」
가볍게 얼굴을 닦으며 코노카는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그 모습은 공안국에서 부하들을 호통치며 이끌고, 국 안에서 가볍게 턱걸이를 선보이던 호쾌한 부국장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몰아치는 빗소리에도 겁을 먹은 듯한, 어딘가 유약하고 불안해 보이는 본래의 16세 소녀의 뒷모습이었다.
「선생님은 제가 왜 징크스나 점, 부적 같은 걸 이상할 정도로 신경 쓰는지 알고 계심까?」
돌연 흘러나온 목소리. 그것은 물웅덩이 한가운데에 돌을 던진 것처럼 여러 겹의 파문을 넓히는 고요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무슨 이유가 있는 거구나.」
「……공안국은 밖에서 보면 강권적이고 화려해 보이지만요…… 키보토스의 쓰레기 같은 녀석들의 온갖 범죄나 원한을 최전선에서 짊어져야 하는 부서거든요. 넘버 투 같은 걸 하고 있으면 말 그대로 매일매일이 서바이벌임다」
무릎 위에서 움켜쥔 손수건. 그것을 찢어버릴 듯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희미하게 힘이 들어갔다.
「쉬는 날에 걷고 있으면 갑자기 총격이 날아오거나, 얼굴이 팔려서 보복당하거나…… 하는 건 이제 일상다반사임다. 그러니까 자신이 항상 긴장하고 『무투파』를 연기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밑바닥 녀석들에게 잡아먹히고 맘다」
이야기하며 코노카의 뇌리에 스친 것은, 항상 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기고 쉴 틈조차 자신에게 주지 않은 채 사건 처리에 분주한 어느 선배의 옆모습이었다.
툭. 납빛 하늘에서 떨어진 차가운 빗방울이 벤치 옆에서 무미건조하게 튀어 올랐다.
「……저는 본바탕이 누님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후배들을 지키고 큰언니 옆에 서기 위해서는, 겁먹은 부국장이어선 안 됨다. 그래서…… 운이라든가 부적 같은 두루뭉술한 것에 기대서 어떻게든 자신의 약한 마음을 속이고 있는 검다. 그렇게 강한 척하는 『장갑』을 억지로라도 두르고 있지 않으면, 언젠가 총알 하나가 몸을 스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꺾여버릴 것 같으니까」
비라는 무수한 소음에 보호받으며 그녀의 떨리는 입술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본심.
그것은 항상 태연하고 대담한 태도를 잃지 않던 부국장이 두꺼운 허세의 껍질 속 깊은 곳에 줄곧 숨겨왔던, 너무나도 인간미 넘치고 균열이 간 공포의 토로였다.
「……한심하죠, 저」
그렇게 자조 섞인 투로 중얼거리며 코노카는 무겁게 젖은 앞머리 너머로 시선을 떨구었다.
―――아플 정도로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근거 없는 점괘나 부적 따위를 행동 지침으로 삼아 스스로의 겁을 속이고, 막상 단속 현장에 서면 상대가 어떤 사정을 안고 있든 주저 없이 폭력을 휘둘러 제압한다. 법 집행 기관의 요직에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하는 짓은 뒷골목에서 날뛰는 불량배나 스케반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애로 가득 찬 올바른 어른인 이 선생님조차, 그런 야만적이고 어리석은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자신을 내심 깊이 경멸하고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 제멋대로인 단정에서 짜낸, 너무나도 애처로운 자기비하의 말.
하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 너머에서. 완강하게 고개를 들려 하지 않는 코노카의 몸을 때린 것은 그녀의 싸늘한 상상과는 정반대인, 끝없이 온화한 열기였다.
「……그렇지 않아.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을 깊이 상상할 수 있는 거야. 그렇기에 그 다정함으로 사람들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니까.」
「……예?」
튕겨 나가듯 고개를 든 코노카의 가냘픈 어깨를 따뜻한 천의 무게가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선생님이 지금까지 입고 있던 재킷이었다. 옷감을 통해 전해지는 그 부드러운 어른의 체온은 비에 맞아 싸늘하게 식어 있던 몸은 물론이고, 그녀의 깊은 곳에 완강하게 눌어붙어 있던 자기부정의 감정조차 순식간에 녹여갔다.
그것은 일찍이 그녀가 심한 열을 내며 자기 방 침대에 누워 있었을 때, 그 얼핏 보기에 실수로 보낸 메시지를 보고 일부러 간호하러 달려와 준 선생님에게 느꼈던―― 끝도 없이 어리광을 받아주는 듯한 안락함이었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불안에는 이길 수 없어. 그러니까 그걸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에 매달리는 건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것만은 나도 단언해둘게. 동전을 떨어뜨린 것도, 라멘이 매진된 것도, 눈앞의 가게가 날아간 것도…… 대흉의 운세 같은 것 때문이 아니야. 단지 그냥 『운이 나빴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 이렇게나 안 좋은 일이 계속되는 건──」
「그 이상으로 코노카가 지금까지 스스로의 발로 딛고 일어서서 확실한 강함으로 극복해 온 실적이 있잖아.」
미신이라는 실체 없는 어둠을 두려워하며 떨리던 눈동자를 향한 것은, 차가운 먹구름 따위 쉽게 찢어버릴 듯한 끝없이 곧고 따스한 전긍정의 목소리였다.
「매일 들이닥치는 흉악한 사건의 전면에 서서 절대로 도망치지 않고 마주하고 있는 것. 엄청난 양의 사무 처리부터 야외의 가혹한 하드 트레이닝까지 해내고 있는 것. 무엇보다 부하들에게 존경받으며 함께 웃고 똑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소탈하고 멋진 리더라는 것. ――내가 곁에서 지켜보며 알고 있는 『시마 코노카』의 확실한 모습이야말로 별점이나 대흉 따위보다 훨씬 더 믿어야 할 진실이야.」
「……윽」
「운세가 대흉이든 대길이든 상관없어. 코노카는 자신의 발로 늠름하게 서서 누군가를 위해 흙탕물을 뒤집어쓰고서라도 싸워낼 힘이 있어. 코노카는 나에게 있어 가슴을 펴고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소중한 학생이야.」
조금의 강요도 없이 그저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자아낸 그 진지한 말의 열기가, 완강하게 굳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코노카의 방벽을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융해시켜 갔다.
그렇다. 운명의 부조리도 저주도 아니다. 오늘 일어난 모든 불운은 그저 우발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격리된 듯한 이곳에서 추한 자신의 강한 척을 꿰뚫어 보고, 약한 부분도 전부 다정하게 껴안아 통째로 긍정해 준 이 어른이 지금 옆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이 지금 그녀의 영혼을 구하는 『필연적인 기적』이었다.
쏴아쏴아 쏟아지는 빗소리의 우리. 남겨진 버스 정류장에서 둘뿐.
『이래저래 헛수고만 하고…… 흠뻑 젖기도 했지만……』
가슴을 태울 듯한 열정의 깊은 곳에서 그날 자신이 흘렸던 서툰 대사가 문득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똑같은 것이다. 의지할 수 있는 버디가 옆에 있어 주었기에 이렇게나 멋진 하루가 된 것이라고.
아니―― 다르다. 그 희미한 기억조차 덧칠해버릴 듯한, 미칠 듯이 무자각한 사랑스러움이 지금은 가슴 깊은 곳에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들며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선생님, 역시…… 어른은 치사하고 비겁하네요」
한꺼번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넘쳐흐를 것 같은 것을 속이기 위해 코노카는 도망치듯 깊게 고개를 숙였다. 따뜻한 재킷에 비비듯 얼굴을 묻은 그녀가 희미하게 코를 훌쩍이는 볼품없는 소리는 아무도 모르게 거센 빗줄기 속으로 부드럽게 녹아 들어갔다.
「……게다가 아직 오늘이라는 하루는 끝나지 않았어. 오늘이 인생에서 제일 최악인 액일이라고 결정해버리는 건 아무래도 시기상조일지도 몰라.」
「예……? 그게 무슨……」
그 온화한 대화가 끝나고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마치 무대의 막이 오르는 듯한, 그림으로 그린 듯한 멋진 기적의 반전이 그들의 머리 위를 덮었다.
검게 드리워져 있던 구름을 두 동강 내듯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신 태양광이 지상으로 날카롭게 쏟아졌고, 거리를 하얗게 흐리게 했던 흉악한 게릴라성 호우가 마법처럼 딱 멈춘 것이다.
물웅덩이가 가득한 젖은 노면이 프리즘처럼 빛의 샤워를 난반사했고, 거대하고 선명한 일곱 빛깔 무지개 아치가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은 여름 하늘 끝에 어디까지나 힘차게 걸려 있었다.
「아무래도 소나기였나 보네. 오래가지 않고 그쳐서 다행이다.」
「우와…… 진짜 깨끗하게 갰슴다. 엄청나게 커다란 무지개네요……」
붉게 젖은 눈을 손등으로 난폭하게 문지르고 멍하니 극적인 천체 쇼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매끄러운 옆얼굴에는 이제 우울하고 어두운 그림자 따위는 한 줄기도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은 옷의 물기를 가볍게 털어내며 일어나더니, 벤치에 몸을 굽힌 채인 코노카에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슥 그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봐봐. 역시 아직 오늘 하루를 『최악이었다』고 성급하게 결론지어서는 안 됐던 거잖아.」
「……하하. 완패임다. 군말 없이 항복임다. 진짜 선생님 말씀대로였네요. 설마 엉망진창이었던 오늘이라는 대흉의 날이 이렇게 선명한 행운으로 덮어쓰기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슴다」
코노카는 자신을 향한 어른의 그 손을 꽉 맞잡고 스프링처럼 가볍게 튀어 일어났다.
맨살에 달라붙는 알로하 셔츠와 교복의 불쾌한 차가움조차 지금의 그녀에게는 조금도 신경 쓸 가치가 없는 그저 무대 장치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여러 후보였던 가게들이 멋지게 전멸해버렸는데…… 가장 중요한 배 쪽은 이제 괜찮을까?」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음료수만 마시고 점심 굶었다구요! 배 속에선 사이렌이 계속 울리고, 위장은 절찬리에 이머전시 상태의 한복판임다! 오히려 이렇게나 애를 태운 덕분에 내장 세포 레벨에서 생존 본능이랑 식욕이 완전히 풀 각성했슴다!」
「하하, 활기차 보여서 다행이네. 오늘은 이제 외식 모험은 포기하고 안전한 샬레 집무실로 돌아가자. 오늘은 냉장고에 남은 있는 재료를 대충 골라잡아서 내가 든든한 수제 요리를 만들어 줄 테니까.」
「에에에!? 진짜로요!? 선생님의 직접 만든 요리라니, SSR을 넘어서 신화급으로 전해 내려오는 울트라 레어임다!」
「그렇게까지 희소가치가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돼지 삼겹살에 특대 다진 마늘, 돼지 비계도 듬뿍 넣어서 극상 스테미나 볶음밥을 대접할게. 조금 전까지 같이 겪게 한 불행한 몫은 부디 그걸로 맛있게 먹고 봐주지 않을래?」
「조아써어어어!! 그렇게 정해졌으면 더 이상 배 속의 거지가 폭주해서 한계점을 돌파하기 전에 1초라도 빨리 샬레 주방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 함다! 그렇게 정했으면 빨리 돌아가죠! 선생님!!」
한 점의 먹구름도 없는, 한없이 밝고 당당한 그녀 본래의 쾌활한 미소를 되찾은 코노카. 통통 튀는 발걸음으로 노면의 물을 차올리며 찬란한 태양에 비쳐 난반사되는 빛나는 귀갓길을 뛰어가듯 앞장섰다.
──────
──────
비가 그친 뒤, 석양에 붉게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길.
포만감에 대한 최고조의 기대로 가슴 설레는 코노카의 곁에서 선생님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미안, 코노카. 잠깐만 저기 가게에 들러도 될까?」
「예? 아─ 좋슴다─.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후딱 용무 보고 오세요」
골목 한구석에 있는 빈티지 소품들이 늘어선 아담한 잡화점. 그곳에 들어갔던 선생님은 이윽고 작은 포장 꾸러미를 손에 들고 밖으로 돌아왔다.
「자, 이거.」
「뭔가요? 사탕?」
기우뚱 고개를 갸웃거리는 코노카. 선생님이 내민 것은 투박한 수제 포장지로 싸인 작은 물건이었다.
손가락 끝으로 테이프를 풀고 내용물을 꺼낸다. 손바닥 위에서 은은하게 빛난 것은 고풍스러운 앤티크 체인에 달린 『네잎클로버』 모양의 황동제 참과―― 노란 꽃이 장식된 작은 머리핀이었다.
「이건…… 네잎클로버 참? 그리고 이쪽은 머리핀임가? 그나저나 이 꽃…… 이거 무슨 꽃인가요?」
「앗……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 미안해. 다만 징크스나 운을 따진다면 부적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코노카에게 주는 선물이야.」
그렇게 말하며 웃더니 선생님은 쑥스러운 듯 덧붙였다.
「그리고 봐봐. 코노카는 앞머리가 기니까. 일하는 중에도 자주 눈을 가리곤 했고, 그런데도 평소에 머리핀은 안 하고 다녔으니까…… 코노카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커플 알로하 셔츠 답례도 아직이었고.」
「…………!」
「이걸로 오늘의 운세 토털 스코어가 조금이라도 흑자로 회복된다면 기쁘겠는데.」
선생님의 조금의 계산도 없는 무자각한 다정함을 직격으로 맞은 코노카는 무심코 네잎클로버와 노란 꽃 머리핀을 엄지로 부드럽게 문지르며 깊고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무언가를 삼키듯 목을 떨고, 그리고.
노을빛으로 물드는 하늘보다 한층 더 부드러운 색으로 뺨을 붉게 물들였다.
「……선생님은 끝까지 정말 비겁한 어른임다」
얼굴을 무너뜨리며 오늘 중 가장── 비 갠 뒤의 태양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순수하고 한없이 달콤한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준다.
「이것만 있으면 날아오는 수류탄도 맨손으로 튕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운세 최하위 같은 건 이제 완전히 잊었어요. 아니, 오늘은 이 최고의 부적을 받기 위한 대길일이었던 걸로 칠게요」
「후후, 마음에 들어 하니 다행이다.」
「감사히 가방이랑 머리의 제일 눈에 띄는 곳에 달고 다니겠슴다! 그러면…… 돌아가면 선생님 앞치마 차림 사진이라도 몰래 찍으면서, 누님한테는 비밀로 선생님의 초레어 호화 볶음밥을 대접받아 볼까요!」
「하하, 완전히 기운 차려줘서 고마워. 그럼 나도 최고의 실력을 발휘해 볼게.」
가방 한구석에서 새 식구가 된 부적이 자랑스럽게 광채를 뿜으며 짤랑하고 기분 좋은 미세한 금속음을 울렸다.
―――악마의 소행처럼 느껴졌던 최악의 대흉일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선물의 출현으로 틀림없이 최고의 하루로 다시 칠해졌다.
이 하루가 앞으로의 시마 코노카에게 있어 잊고 싶지 않은 보물 중 하나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
그날 밤. 기숙사 자기 방으로 돌아온 코노카는 침대 위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선생님이 만들어 준 대량의 일품 마늘 비계 볶음밥을 해치우고 배도 마음도 더할 나위 없이 가득 차 있다.
「아─…… 진짜 맛있었지……. 하지만 선생님두 참,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짓을 한다니까요. 완전히 무자각인 게 더 질이 나쁘지만요」
코노카는 몸을 뒤척여 오늘 받은 노란 꽃 머리핀을 조명 빛에 비춰 뚫어지게 쳐다봤다.
예쁜 앤티크풍 디자인. 대충 골랐다고 선생님은 말했지만, 신경이 쓰여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이거 무슨 꽃이더라…… 노랗고, 초롱꽃 같은 작은 꽃들이 잔뜩 모여 있는…… 음, 꽃 도감 앱으로……」
휴대폰을 꺼내 이미지 검색으로 찰칵 머리핀을 읽어 들였다.
몇 초간의 로딩 후, 결과로 나온 식물의 이름에 코노카는 「호에─」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꽃말 같은 것도 있으려나?」
오컬트나 점을 좋아하는 그녀가 꽃말 같은 의미심장한 부호에 관심을 갖지 않을 리 없었다.
검색창에 타이핑하고 검색 버튼을 누른다.
「어디 보자, 꽃말은──」
코노카의 목소리가 딱 멈췄다.
화면 중앙에 또렷한 글자로 적힌 말은―――.
「…………나」
코노카는 비명 섞인 목소리를 죽이며 휴대폰을 침대에 던져버리고 기세 좋게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선생님 바보에요!! 대충 골랐다면서! 아니, 이거 의도적으로!? 어느 쪽……!? 그, 그런 부분이 천연 지골로라니까요!!」
허둥지둥 발을 동동 구르며 빨개진 얼굴로 쿠션에 화풀이를 반복했다.
―――점괘도 아니고, 검은 고양이도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생님에 의해 이날 가장 심장에 해로운 『결과』를 뽑아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의 열이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며칠 후. 발키리 경찰학교, 공안국.
산더미 같은 서류 처리와 훈련, 여전히 끊이지 않는 흉악 사건 대응에 쫓기고 있었지만―― 여전히 흐트러뜨려 입은 알로하 교복 차림으로, 은발 앞머리에 사랑스러운 노란 꽃―― 히아신스 머리핀을 반짝이는 부국장의 모습이 있었다.
「흐흐흐~응♪」
아무리 격무나 부조리한 습격이 계속되어도, 한동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듯 콧노래를 섞어가며 무쌍을 찍으며 직무에 임하는 그녀의 모습이 국 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나 뭐라나.
작가의 말 : 시점은 인연 스토리 이후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코노카의 메모리얼 로비를 보고 있자니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 떠올라 써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쓰고 싶은 걸 다 채워 넣었더니 엄청 길어졌네요…… 코노카 SS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발키리 학생 GOAT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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