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 2025. 6. 21. 17:00

작품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5066524

 

작가 : かわでん


작가의 말 : 블루 아카이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프레선생님입니다.
그다음은 선생님입니다.
그다음은 아루입니다.


안녕, 내일도


깊은 해저 같은 어둠 속에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괴롭고 괴로워 지금 당장 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꺼져가는 빛을 움켜쥐고 기어 올라왔다.

눈을 뜬 곳은 병실 한구석이었다.
주변은 캄캄하고 작은 스탠드 라이트만이 빛나고 있다.

누군가 그 곁에서 과일을 깎고 있었다.
「…선생?」

빨간 머리에 점퍼를 입은 조그만 소녀가 칼을 손에 쥔 채 이쪽을 들여다본다.
「네루…?」
「…어, 일어났냐!?」

그녀답지 않은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나, 얼마나 잤지?」
「아아, 한 5일 정도 잤어.」

아침잠이 많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래 잔 것이리라.
그토록 오랜 시간, 나는 대체 무엇과 싸웠던 것일까.

분명…

뭐였더라.


「…그런데 네루. 나 왜 쓰러져 있었더라.」
「괜찮냐, 선생…. 뭐, 2주일이나 잤으면 그럴 만도 하지.」
그러더니 네루는 내가 이 병실에 오기까지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교통사고에 휘말려서, 그대로 의식불명… .」
「아아. 낮에는 다른 녀석들도 많이 왔었어.」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몸 불편한 곳은 없어? 의사 말이, 몸에 문제는 없을 거라고 했는데.」
「음, 약간 머리가 아픈 것 정도려나. 그리고, 어쩐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몸 상태는 아주 좋아.」

네루는 잠시 숨을 고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일단 일어나 줘서 다행이야.」

네루는 조금 부끄러운 듯 말한다.

「고마워, 네루.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꽤 많이 걱정했구나.」
「뭐, 뭐! 아니… 그래, 나쁘냐!!」
얼굴을 붉히며 짜증을 부리는 투다.

「아니야, 고마워. 기쁘네.」
「정말이지 선생님은… 자, 사과 깎아 놨어.」

작은 접시에 담아 이미 깎아 놓은 몇 조각을 내밀어 준다.
「고마워… 응, 이거 맛있네!」
「하하, 그거 다행이네.」

조용한 밤.
병실에는 나와 네루 단둘뿐이었다.
이곳만은 늘 북적이는 키보토스와는 다른 곳 같았다.

그건 그렇고, 정말 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기억만이 또렷하지 않다.
방금 네루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 아로나에게 물어보면…!
그렇게 생각하고 베개맡에 놓아둔 싯딤의 상자에 손을 뻗는다.


안 열리는데…?


(뭐, 한밤중의 한밤중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로나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서는 내 고집을 부려보자.

『우리는 원한다, 예리코의 탄식을.
우리는 기억한다, 일곱 고법을.』


싯딤의 상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
「선생, 뭐 하는 거야?」
「아니, 싯딤의 상자가 작동하지 않아서….」
「고장 난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이런 일은 예전에도 없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있잖아, 선생. 갑자기 말 걸어서 미안한데 말이야.」
내가 생각하는 사이에 네루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래, 네루. …아, 집에 가고 싶으면 가도 돼!」
이미 늦은 시간이다. 그녀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이젠 자야 할 시간이다.

「아니, 뭐랄까…. …잠깐 옥상에 같이 가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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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의 어깨를 빌려 계단을 오른다.
「하하… 미안. 역시 몸이 무거워져서… .」
「괜찮아 선생. 내 투정에 어울려주고 있잖아.」

옥상 문을 열자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왔다.
추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분이 좋았다.

「실은 말이야, 선생. 오늘은 별이 정말 예쁘게 보인대.」
코토리인가 하는 애가 그랬어, 하고 네루가 말했다.
밤바람에 스카쟌이 나부낀다.

「대단해. 봐, 저거 보라고.」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점차 퍼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하늘은 나에게 시원한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 위로는 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 보름이었구나….」
「자! 대단하지!」

키보토스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보름달.
더욱이 이토록 아름다운 밤하늘과 함께 보는 것은 네루에게도 역시 진기한 일인 듯했다.

키보토스에서는 보름달에 생명의 힘이 있다고 믿어지고 있는 듯했다.
내가 눈을 뜰 수 있었던 데에 조금이나마 관여했을지도 모른다.

「예쁘다….」

조금 흥분한 듯, 들뜬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선생이 깨면 같이 보고 싶었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나에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그 어떤 밤하늘보다도 눈부셨다.

「아름다워.」
「하핫. 그렇지?」

문득 한 별이 눈에 띄었다.
특별히 밝은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것도 아닌, 평범한 별.
그저 왜인지 눈에 띄었다.
꺼졌다, 빛났다 다시 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심장이 끌어당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선생… 왜 울고 있어…?」

네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어?」

뚝, 하고 땅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뚝, 뚝 하고 소리가 겹쳐진다.
비는 오지 않고 있다.
시야가 희미한 빛으로 물들었다.

「응…?」

볼에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연달아 멈추지 않고. 넘쳐나는 듯.

「어… 네루… 나 왜 울고 있는 거야?」

눈을 감고 쏟아지는 눈물을 팔로 닦아낸다.
다시 한번 저 별을 올려다본다.

머리에 꽝 하고 강한 충격이 왔다.

「앗.」

내 안에서 기억과 감정이 팽팽한 실처럼 이어졌다.



저 별은 나다.



「네루.」
「…선생?」
「방으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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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자겠어? 내가 선생이 잘 때까지 깨어 있을게. 안심하고 자.」
라며 호언장담하던 네루였지만, 역시 이 시간까지 깨어 있는 것이 무리였던지, 곧바로 의자 위에서 잠이 들었다.

색색거리는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든 소녀.
춥지 않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도저히 사랑스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분명 마지막이 될 테니까.


그리고 또 한 명, 작별을 고해야 할 학생이 있다.
싯딤의 상자를 들고 비밀번호를 중얼거렸다.


『우리는 원한다. 일곱의 탄식을.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고법을.』


상자가 작동한다.

「아로나. 아니, 이 호칭은 적합하지 않은가.」
「…선생님. 지금의 저는 프라나라고 불러 주세요.」
「프라나구나. 좋은 이름이네.」

분명,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아이가 지어주었겠지.
그것만으로 눈물이 넘칠 것만 같다.
하지만, 참자.
내가 울어버리면 이 아이에게 진한 미련을 남기게 될 것이다.


게다가 스토커도 한 명.

「검은 양복. 슬슬 엿보기는 그만두지 그래.」
「…선생님이 입원 중이시라고 듣고 문병을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검은 양복은 목소리 톤을 조금 낮추어 말했다.

「당신… 이었군요.」

「검은 양복,이라고 해도 되겠지. 처음 뵙겠습니다.」
「예. 만나뵙게 되어 기쁩니다, 선생님.」

검은 양복은 반쯤 열려 있던 문에서 들어온다.

「‘어른의 카드’를 가진 자끼리, 게다가 평행동위체.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생명의 힘을 가진 만월과 일시적인 의식 소실이 요인이 되어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검은 양복은 담담하게 나에게 고했다.

「하지만, 당신도 알고 계시죠?」
「그 불안정한 상태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이윽고 당신의 존재는 다시 이 세상에서 소멸하고, 다시 이쪽 세상의 선생님이 눈을 뜰 것입니다.」

「알고 있어.」

「…그녀를, 만나지 않으셔도?」
분명 검은 양복은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아까 선생님 스마트폰을 봤어. 시로코는 이미 자기 있을 곳을 찾은 것 같더라.」

두 시로코의 생일을 대책위원 모두와 케이크를 둘러싸고 축하하는 사진.
행복을 느끼는 그녀에게, 미련 때문에 뒤를 돌아보게 하는 족쇄를 걸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난 이제 필요 없어. 나머지는 이쪽 선생님이 약속을 지켜줄 거야.」

인도하는 입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없다.


검은 양복은 크게 하아아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에게는 실망했습니다. 이쪽 선생님과 같은 존재인데도, 역시 선생님답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대로 말해. 어차피 네놈에게 이해받는 것 따위는 값어치도 없으니까.」

검은 양복은 숨가쁘게 말을 이었다.

「그러므로 저는 당신의 본심을 듣고 싶은 겁니다. 학생을 위한다는 변명 따위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만나고 싶으십니까.」

「조용히 해. 네루가 깨버리잖아.」

「질문에 대답해 주십시오. 대답만 해 주신다면 저는 순순히 물러나겠습니다.」

검은 양복은 어디까지나 나의 감정을 알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런 것.

 

「시로코가 보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다시 한번, 체온이 느껴지는 이 몸으로, 그녀를 안아 줄 수 있다면 하고, 딱 한마디 칭찬해 줄 수 있다면 하고!」

 


눈을 감고 뜨더라도 홀로 싸우는 그녀의 모습은 눈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지금도 그 병실 입구에… 입구에…?

 

시로코의 모습이 보인다.

 



「선…생님…?」
「시로코…!? 왜 여기에…」

돌아보니, 에헷 하면서 윙크하는 아로나와, 창문에서 닌자처럼 뛰어내려가는 검은 양복의 모습이 보였다.


낚였다…!


「정말… 선생님이야…?」

시로코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 .」

이건 속일 방법이 없다. 나는 각오를 다졌다.



「…시로코, 이리로 와. 내가 제대로 얘기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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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이야기해 주었다.
「믿을 수 없지만, 선생님이 말하면 분명 그렇겠지.」

이제부터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조금, 이야기해야 할 게 너무 많네.」

시로코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온다.

「선생님.」
「무, 무슨 일이야 시로코.」
「아까 말했던 거 안 하는 거야?」
「…할까.」

나는 시로코에게 다가간다.
시로코는 기다렸다는 듯 두 팔을 벌린다.
가만히 팔을 등에 두르고 안았다.

나보다 조금 낮은 등.
목덜미에 시로코의 숨결이 느껴진다.


「선생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시로코의 머리에 손을 뻗어 최대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안해.」

내 품에 안긴 학생은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건넬 말이 선생님 실격인 나에게는 떠오르지 않는다.


「고생했어.」

그 말만 반복했다.



잠시 후, 시로코가 진정한 후 팔을 놓았다.

「응…. 고마워.」
「괜찮아. 나야말로.」

그로부터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호시노와 발견한 낮잠 장소 이야기나, 세리카가 시작한 알바 이야기나, 최근 있었던 선생님의 기행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정신 차리고 보니 해 뜨기 전의 여명이 지평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
「…선생님은,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응, 분명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을 것 같아.」
「그렇구나… .」

시로코는 몹시 외로운 얼굴을 했다.


싯딤의 상자가 삐빅 하고 빛났다.

「부정. 다시 보름달이 뜰 때 선생님의 머리를 강타한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라나 쨩!?」

아로나조차 기겁했다.

「응, 그렇게 하자.」
「그건 윤리에 어긋난달까…. 에, 안 할 거지?」
시로코가 푸훗 웃는다.

「괜찮아. 나는 이미 선생님이 없어도.」


「하지만, 선생님.」

시로코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오늘, 선생님 만나서 좋았어.」
「나도 그래. 시로코.」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이 이상은 내 마음을 억제할 자신이 없다.


「그럼 안녕. 시로코. 프라나. 아로나도.」


시로코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 해가 떠오른다. 창문으로 빛이 들어온다.

「예쁘네. 시로…」
시로코의 입술이 선생님의 입을 막았다.
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응. 언제나 하던 작별의 키스.」

시로코는 장난스럽게 푸훗 웃는다.


「잘 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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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곳은 병실 한구석이었다.
주변은 밝고, 작은 스탠드 라이트 곁에는 사과 껍질과 칼이 놓여 있다.

「네루에 시로코…?」

의자 위에서 두 사람이 잠들어 있었다.
또 다른 위화감이 있다면….


「학생 누가 놓고 간 건가….」

종이학이 네 개…?


따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