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블루아카 소설 (Pixiv)/단편

세리나와 공원 데이트 하는 이야기

무작 2025. 6. 7. 11:00

작품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913653

 

작가 : 赤魔の牌乙


작가의 말 : 부디 저와 왈츠를 첫 게시입니다.
순애입니다.

저의 고향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아주 아름다운 등나무 꽃이 피는 공원이 있습니다.
세리나도 분명 마음에 들어할 것입니다.


세리나와 공원 데이트 하는 이야기

 

「────세리나.」

허공을 향해 말 한 마디를 던진다.

얼핏 기인으로 오해받을 만한 이 동작, 나에게는 루틴의 일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와 그녀의 관계는 한 마디 말로 전부 표현할 수 없지만, 나와 그녀가 만나는 때에는 이 한 마디로 족하다.

「네. 부르셨나요, 선생님.」

내가 질문을 던진 텅 빈 벤치에,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그녀가 나타났다.

부드럽게 감도는 등나무 향에 실려, 분홍색 달콤함이 시선을 이끈다.

사랑스럽게 흔들리는 사이드테일에서, 오늘도 한 다발의 깃털이 빼꼼히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 구호기사단 2학년.

이름은 스미 세리나.

세리나는 변함없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자애로운 눈빛.

「무슨 일이신가요, 선생님. 몸이 안 좋으신가요.」

「처음 꺼내는 말이 그거니.」

「구호 때문에 불릴 확률이 제일 높으니까요. 합리적, 이라는 거예요. 누구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정말로 성격이 나쁘다.

지겹도록 그 애 마음을 가지고 놀았던 탓인지, 세리나는 상당히 뒤틀린 얼굴을 내 앞에서 보이게 되었다.

지금도, 자애로운 어머니 눈빛은 그대로지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씩 웃고 있다.
일부러 남색 머리의 그 애 말버릇을 흉내 낸 것도, 샬레에 불려가는 횟수, 그 내역에 대한 빈정거림이리라.

가장 샬레에 자주 오는 그 애야말로, 세리나가 가장 많이 만나는 학생이다.

무엇이 구호라는 것인가.

투명할 만큼 순백의 원피스에, 사랑스러운 연분홍 베레모를 쓰고.

옅은 볼 터치를 볼에 바르고, 입술에 글로스를 바르고 나서 구호하러 가는 의사가 어디 있는가.

내가 너를 부른 이유 따위, 전부 알고 있으면서.


아마 유우카와 대화라도 하고 있었겠지, 나에게 말을 꽂을 타이밍을.

어때요 선생님 얼토당토 않은 소리 들은 소감은, 이것으로 다시는 세리나 씨에게 기대지 않고 몸을 혹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완벽해~♪

머리를 흔들어 환청을 지우고 나서, 세리나에게 손을 내민다.



「오늘은, 세리나를 데이트에 초대하고 싶어서 말이지. 받아줄래?」

「────………네, 기뻐요♡」

흔들리는 눈꺼풀이 0.1초 동안만 크게 떠지고, 그리고 다시 깜빡이며 미소 짓는다.

세리나는 내 손을 잡고,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우아하게 일어섰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여전히 낮은 시야가 내 시선을 쫓고, 올려다본다.

1초, 2초, 3초. 눈과 눈이 마주치는 이 찰나가, 스미 세리나라는 여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충분히 5초간 마주 보다가, 눈을 감는다.

다음에 눈을 뜬 그녀는, 이빨을 보이며 웃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데이트에 초대해주실 건가요.」

「읽었잖아. 물어볼 필요가 있나?」

「있어요. 마음과 말은 달라요. 확실히 리드해주세요, 저의 선생님♪」

「어쩔 수 없는 아이네, 내 세리나는.」

내 손을 잡은 채, 당장이라도 춤을 춰버릴 것 같은 표정의 세리나를 데리고, 길을 걷는다.

그녀의 작은 보폭에 맞춰, 여유롭게 시간이 녹아내리는 듯.

「이 시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네.」

「………. 그러게요.」

첫 걸음부터 벌써 향수에 젖은 한심한 사람의 말에, 그래도 눈을 던지는 세리나.

그녀의 깊은 사랑에, 나는 응답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공원 데이트야.」

「좋네요. 도심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저로서도 찬성이에요. 선생님 몸에 해로우니까요.」

「데이트 도중에 일 얘기 듣는 건 별로 안 좋은데 말이지.」

「여우처럼 굴면 인기 없어요.」

가벼운 말을 주고받으며 둑길을 걷는다.

얽힌 손가락 끝에서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렇지만 내가 애쓰고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모두 들통나면서.

약간 불리한 매치업이지만, 그래도 하고 굳게 가슴을 편다.



「여기는 렌게지못 공원(レンゲジ池公園). 보시다시피, 거대한 연못이 특징인 공원이지.」

「D.U.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

「교외에는 의외로 좋은 숨겨진 장소가 있거든.」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연못 전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트리니티 근처에 비하면, 상당히 이질적인 광경일 것이다.

이끼 낀 둑에서 이어지는 연못은 중심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하고, 연잎이 곳곳에 떠 있다.

푸른색, 검은색, 그리고 초록색이 뒤섞인 그 모습은, 그 곳곳에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뒤는, 엄청 큰 산……이네요……!」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웅장한 자연.

산이라고 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씩씩하게 우거진 푸른 풍경에 압도당한다.

「이쪽도, 한 달 전에는 벚꽃이 만발했어서 말이지. 볼 만 했어.」

「저는 불러주지 않았던 벚꽃 구경, 말이시죠.」

「욱.」

「미안하게 생각하시는 걸 감안해서, 이번 데이트로 퉁쳐드릴게요♡」

「손바닥 위네.」

나이 또래처럼 장난스럽게 웃는 세리나.

이래저래 말은 그렇지만, 이렇게 그녀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 같지만,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크니, 보트 같은 것도 있겠네요.」

「있어. 탈 수도 있고.」

「엣!? 선생님!」

「물론 그럴 생각이야. 기대해 주면 기쁘겠네.」

「야호!」

작게 쥔 주먹을 볼 앞에서 흔들며, 감정을 드러낸다.
참으로 소녀답다.

 

구호기사단………아니, 의료에 종사하는 자들은 모두, "타인을 치유하는" 역할을 계속 연기하게 된다.

타인이 품은 "부(負)"를 "정(正)"으로 이끄는 그녀들은, 필연적으로 소녀성을 벗어나는 자들이 많다.

치유하기 위한 힘을 갈망하고, 바로잡기 위한 냉철함을 구하며, 치료하기 위한 자애를 가진다.


극에 달하면 그것은 천사 그 자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회복시키는 기적을 위해, 어느새 아이의 정신은 마모된다.
어른이 되지 않으면 의료는 할 수 없다.

그것을 좋다고 할지 아닐지는, 본인의 마음먹기에 달려있지만.

……등 무익하게 철학적인 생각에 잠기는 것조차, 그녀의 눈 앞에서 낱낱이 드러난다.

꿰뚫어보기 전에, 헛기침을 하고 잡념을 털어낸다.

「그럼, 보트를 타고 연못을 산책하는 것이 오늘의 메인 이벤트군요♪」

「으음, 그것도 그렇지만.」

「어라, 다른 건가요?」

어떻게 된 건지 세부사항까지는 읽지 못한 듯하다.

그녀는 깜빡 눈이 멀어진 시선으로 나를 향한다.
물론, 노젓는 보트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먼저, 연못 반대쪽까지 둑길을 걷자.」

「………네♪」



잠시 동안, 대화 없는 걸음이 이어진다.
쾌활한 햇살의 포용과, 공원 나무 잎사귀가 만들어낸 대비를 묵묵히 걸어간다.
말 없는 보폭 또한 소중한 것이다.

얽힌 손가락 끝이 그것을 웅변한다.

세리나의 아름다운 분홍색 머리카락이, 햇빛에 비춰 빛나고, 그늘에 숨어 명상하고, 그리고 다시 깜빡이는 눈 위에 떠오른다.

반짝반짝 수면을 반사하는 그 찰나를 눈가에 담는 것만으로, 이렇게 심신이 안정된다.


세리나와 함께 있으면, 어떻게든 이 감각이 마음을 지배한다.

꿈 속에 두고 왔을 터인, 어린 날의 풍경. 동요에 대한 동경.



「그것은, 제가 『성모의 신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읽히기 전에 한 마디라도 하고 싶었는데.」

「후훗, 죄송해요. 들여다봐줬으면 하는 것 같아서요.」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굳게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우아하게 웃는다.

동작 속에 이따금 보이는 가련함이, 그녀도 트리니티의 일원임을 은연중에 말하는 듯하다.



「『성모의 신비』라니?」

「네. 당신의 마음을 놓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알』고, 당신을 지키기 위해 거기에 『나타나는』 힘. 이것이야말로 저의 정체, 스미 세리나의 본질이에요. 과보호하는 점이 엄마 같죠.」

명랑하게 미소 짓는 세리나의 얼굴에, 다시금 향수가 스쳐 지나간다.

과연,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확실히, 그럴지도.」

「응석 부리셔도 괜찮아요♪」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다음 기회에.」

「썰렁하네요~」

입술을 삐죽 내미는 그녀를 보고 무심코 미소를 흘리면서, 완만한 걸음을 계속했다.

10분, 20분. 가끔 시답잖은 대화를 하고, 혹은 연못의 작은 물결에 귀를 기울이면서, 조용히 조용히 걸음을 나아갔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를 세리나에게 보여주고 싶었지.」

「……………。등나무, 꽃…………」

연못 둑 반대쪽. 산비탈과 수면 사이에 좁은 공간에, 등나무 꽃이 만발해 있었다.

등나무 선반을 물들이는 연보라색 꽃들이, 늘어진 꽃송이들을 봄 하늘에 흔들거린다.
달콤하고 시원한 향기가 시원한 바람에 휩쓸려, 몇몇 꽃잎이 봄날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우리의 볼을 어루만졌다.

「등나무 향은, 릴랙스 효과가 있다고 하네.」

「…………。」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강하지는 않은 달콤한 향기를 따라, 등나무 선반 안쪽으로 이끌린다.

「대단한 광경이지, 세리나.」

「……네, 대단해요…………。」

올려다본 하늘은, 정말로 절경이다.
끝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보라색 천막.

햇빛을 가리고 반사하는 꽃잎은, 그 틈새마다 윤기 나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을 환상적이라고 하지 않고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바라보이는 온통 등나무색 채색은, 그녀를 축복하듯 그 걸음을 나아가게 했다.

「………………예뻐요………」

「아, 느끼한 대사 해도 돼?」

「벌써 읽었으니, 괜찮아요.」

「쌀쌀맞네.」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한쪽 눈을 감는 세리나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인다.

아쉽다. 말해보고 싶었는데.



「그리운데, 세리나. 전에도 이렇게, 등나무 꽃 아래에서 너를 만났던 적이 있었어.」

「……그러네요. 그날도 오늘 같은, 봄날이었어요.」

꽃잎 틈새로 떨어지는 나뭇잎 사이 햇빛을, 사랑스럽다는 듯 안고, 그녀는 엮는다.



「생각해보니, 제 힘을 선생님께서 악용한 첫 날이었네요.」

「듣기 싫은 소리 하네. 그런 식으로 말하면, 평소에도 악용한다고 오해하게 하잖아.」

「첫 번째 죄는 부정 안 하시는군요~」

볼을 부풀려 노려보는 세리나에게 쓴웃음으로 대답한다.

실제로 그 만남은 악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꾸짖음을 인정 못 할 만큼, 나는 어린애 같지는 않다.



「『그 만남』이라니, 과장이 심하시네요. 사사건건 부르시는 주제에.」

「그러니까 읽기 전에 한 마디라도 하고 싶다니까. 그럼 거꾸로 물어볼게, 세리나는 내가 너를 부른 횟수를 기억하니.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먹어왔던 아침 식빵의 개수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야───」

「기록 개시를 원하시면, 노아 씨에게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 내가 졌다.」

세리나의 교류 범위 확장을 기뻐해야 할까.

그러나, 정말로 무시무시한 팀이 완성된 것에 몸서리가 쳐진다.

정말이지, 이러면 정말로 주치의와 간호사 관계 아닌가.

이 아이들은 나를 관리할 생각인 거 아니겠지.

「『관리할』지는 선생님께 달려있죠~」

「이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에헤헤, 그걸로 됐어요. 새삼스럽잖아요, 저와 선생님 관계는.」

얽힌 손가락을 한번 놓아, 세리나는 등나무 선반 아래로 나섰다.


「후후후. 후후후. 에헤헤헤헤. 행복하네요, 선생님♪」

「…………그래, 정말 그렇네.」



하늘의 빛과 녹아 뒤섞이는 등나무색 사다리가, 춤추어 가는 소녀의 길을 재촉한다.
빙그르르, 빙그르르. 가볍고 유연하게 궤적을 밟는 소녀의 무도는, 하늘에 기도드리는 무희와 같다.
펄럭, 펄럭. 흩날려 걸음을 장식하는 보라색 양탄자를, 그곳에 나타난 햇살의 계단을, 소녀는 따라간다.

공손히, 신성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날아오르는 듯. 신의 품으로 소환되는 것처럼.

 



「────세리………나……」

무심코 입에서 감정이 흘러나왔다.

한심한 이야기지만,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 환상을 보았다.

광륜을 두른 천사는, 신이 내려준 계단을 따라, 마침내 사람의 곁을 떠나───



「────네, 선생님.」

내가 내민 손바닥을, 소녀는 부드럽게 감쌌다.



「────당신의 세리나입니다.」

「─────────……………。」



변함없는 미소.
변함없는 자애.
처음 말을 주고받았던 그날부터. 수많은 희로애락을 함께 새겼던 그 일상부터.

폐 병동, 그 옥상에서부터.

그리고 오늘, 이곳 이곳에서까지.



「당신의, 세리나예요.」

「응. 고마워, 나의 세리나.」

이어진 마음은, 떨어지지 않은 채로.



□ ◇ □ ◇ □



「바람과 물결 소리가……기분 좋네요, 선생님……」

「하아, 하아, 그, 그러네 세리나……」

연못에서 노젓는 작은 배 위.

수면 위를 달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한 묶음의 깃털을 풍류 있게 가다듬는 세리나를 등 뒤로 하고, 나는 목덜미와 손바닥 뒤에 서서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윽……설마 노젓는 보트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건강 관리 안 하신 탓이에요, 건강 관리. 식사를 소홀히 하고, 운동을 하지 않고, 수면 시간을 줄이고. 모든 것이 몸을 해치는 요인이에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반박할 말이 없습니다.」

주치의의 충고에 꼼짝없이 대답한다.

한편 세리나는 내 참회에 한숨으로 답했다.

왜일까, 데자뷔를 느낀다.

마치 잘못 태어난 자식에게 상대하는 먼 옛날 어머니 같다.

「선생님 어머님의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럴 때는 읽지 말라고는 안 하겠지만, 아무리 나라도 나의 회상에까지 태클을 걸면 견딜 수 없어.」

「들여다보게 해주는 사람이 잘못인 거예요.」

「완전히 응석받이가 돼 버렸네……」

지난날 숙녀였던 스미 세리나와, 눈앞에서 깔깔 웃고 있는 소녀를 머릿속에서 비교한다.

희미한 물결 사이에 흔들리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랑스럽다』고요? 대체 뭐가요?」

「으음. '너의 선생님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 정도는 어때?」

「진부하네요. 보잘것없어요.」

「이건 매섭네.」

삐죽 고개를 돌리는 세리나.

그녀의 궤도에 맞춰 흔들리는 분홍빛 몸짓을, 역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꾸밈없이 말하자면, 그렇네. '너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것', 이지.」

「…………, 너무 직설적이세요. 사람 홀리는 재주가 좋네요.」

「그쪽이 조금 더 나은 평가네.」

부푼 볼에 붉은 기가 도는 사랑스러운 여성의 표정을 만끽하고 나서, 보트 젓던 손을 멈춘다.

살랑이는 바람이, 다시 세리나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깜빡이는 수면이 난반사한다.

탁한 수면에 부각된 그녀는, 그 눈빛 구석구석에 비치는 세상의 색채보다도 아름다워서.

이렇게 몇 번이고 내 마음을 사로잡아 간다.



「예뻐, 세리나.」

「──────」

「예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보다, 등나무 꽃 모임보다, 수면의 반사보다. 너의 마음은, 무엇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순진하고, 온화하고, 예뻐.」

「──────…………느끼한 대사네요.」

고개를 숙이며 베레모를 다시 쓰는 소녀.

그녀의 특성은 이럴 때 불편하다는 말을 한다.

말과, 속마음으로, 두 번 읽기 때문이라고.

「하하하, 미안. 역시 말하고 싶어졌어.」

「심장이 버티지 못해요, 살려주세요.」

「유감스럽게도 의료는 배운 적이 없어서.」

「그럼 공부 모임이라도 할까요. 선생님께서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는 의술을 전수해 드리죠.」

「미안, 공부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말이나 못 하면……」

장난치는 나에게 한숨만 악담으로 내뱉고, 그리고 다시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다.
그 몸짓에, 몇 번이나 마음을 구원받았는지 모른다.

「선생님은, 왜 저를 약 올리는 듯한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숨겨 봤자, 결국 읽히고 말 테니까 말이지.」

「…………싫으시다면, 저는,」

「천지가 개벽한다 해도, 세리나와 눈을 맞추지 못하게 되는 건 사절이야.」


순간 시들기 시작한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떠진다.

1초, 2초, 3초. 몇 번이고 맞춰 온 시선을, 속마음을, 다시 한 번 통하게 하고.
그렇게 세리나는 파안대소했다.

「정말, 교활한 사람이네요.」

「뭘 새삼스럽게. 수단과 방법이란 쓰기 위해 있는 거야.」

「그 기술은 저 하나만을 위해 배우신 건가요?」

「이런, 어쩌나. 거짓말일까 진실일까, 어느 쪽을 말해야 할까.」

「적어도 읽은 내용과 동떨어지지 않은 대사를 기대하겠어요.」

실핏줄이 설지도 모를 미소로 들여다보인다.

아니 이런, 더할 나위 없이 무섭다.

이 말조차 읽히고 있으니, 저항하는 것만 무의미하지만.



스미 세리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나에게만 작용하는 것인지, 아무에게나 독심하는 것인지.

온오프는 가능한지, 하이로우는 붙일 수 있는지.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이상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유일하게 내가 아는 것은, 세리나는 눈을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병실에 누워 그녀를 올려다볼 때, 중요한 안건을 품고 책략을 짤 때, 식탁을 둘러앉아 대화를 나눌 때. 세리나는 반드시 내 눈을 들여다본다.
분명 이 동작이 독심의 기동 조건이겠지, 하고 나는 멋대로 짐작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니, 그래서일까.

격리 병동 한 방에서 몇 번이고 그녀를 올려다본 탓에, 이 흉금을 터놓아 버린 탓에,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고통을 안겨주었다.



「선생님, 그쪽으로 가도 괜찮나요?」

「응. 오렴, 세리나.」

「네. 옆자리 실례하겠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한 그녀에게 맞추듯 몸을 기울인다.

멀리서 보면 기도하는 신도 같구나.

맞닿은 몸의 일부로부터 전해지는 열이, 서로의 행복을 기원한다.



옛날, 세리나와 싸운 적이 있었다.

마음을 읽는 힘 따위, 인간의 몸으로 가질 만한 물건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마음을 이은 사이라 할지라도, 진정한 의미로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심리이다.

인간이라는 그릇에 영혼이 갇혀 있는 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성인군자의 뱃속에 어떤 귀신 들린 자가 숙어 있을지라도, 악귀 나찰의 과거에 얼마나 고독이 잠들어 있을지라도, 그것은 본인 외에는 알 방법이 없다.

말을 다하려 해도 대화를 다하려 해도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고로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인간의 마음을.

그 마음속 깊은 곳을.

내가, '선생님'으로 나아가기 위해.
'선생님'의 신념을 구축하고, '선생님'의 자긍심을 자신에게 부여하고, '선생님'의 외피를 확고한 것으로 삼기 위해.

그 때문에, 자신 속에 응어리진 약한 마음을……

……총탄을 두려워하는 공포를, 흉탄에 찢겨나간 두려움을,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탄식을, 그의 목숨을 앗아간 후회를,

어쨌든 트라우마를.


자신의 감정을, '선생님'에게는 불필요한 감정을, 약한 자기 자신을, 한데 잘라내 버린 적이 있다.
아이를 이끄는 강한 어른, 앞서 살아가며 가르치고 이끄는 자……

……'선생님'에게는, 그것들이 너무도 불필요했다.



원래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을 이 결정이, 스미 세리나에게는 치명적인 파멸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미친 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심연에 다시 사로잡히는 것은 필연으로.

내 마음이 '선생님'으로서 완성되어감에 따라, 그것을 들여다보는 세리나의 마음은 침식되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은 폐 병동 옥상에서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나눴다.

이르건대, 나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각은 전혀 없으며, 지금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키보토스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이상, 역시 약한 마음은 방해가 될 뿐이다.

하지만, 세리나가 사랑해 준 나의 약점을, 나 자신도 사랑해보려 했다.

약해도 좋다. 비천해도 좋다.

 

당신의 모든 곳에까지를 사랑했으니까.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생각할 테니까.

 

그러니 부디, 당신도 스스로를 사랑해 주기를.

 

 


「…………………………………。」

「…………………………………。」

어느새 미풍도 멎고, 수면은 잔잔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 그저 조용한 시간이 우리를 감싼다.
몇 번째의 향수인지 모를 생각들이 여행을 떠난다.

과연 나는 앞으로도, 좋은 선생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직 탄환이 두렵다.

아직 복부의 상처는 아릿하다.

아직도, 존경해야 할 선구자, 프레나파테스의, 생명을.

그의 명멸을 닫아버린 것을, 나는.



「선생님.」

「응.」

「아까 말씀하신 공부 모임, 역시 해요.」

「어이, 싫다니까. 공부라니 두드러기가 나서,」

「괜찮아요, 아주 잠시만 하면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

「뭐를, 읍────」

물새의 날갯짓 소리가 귓속말처럼 메아리쳤다.

아니,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신 차려 보니 내 입술은, 눈앞의 소녀에게 빼앗겼다.

아주 조용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웠다.

잔잔한 수면을 연상시키는 입맞춤이었다.

머리 하나만큼 높은 나의 그것을, 소녀는 양 볼을 감싸고, 아껴가며 안아주었다.
그렇게나 들여다보던 그 눈동자를, 온화하게 감고.

크게 떠진 나의 그것도 또한, 따라서 명상했다.
1초, 2초, 3초. 아니면 영원의 끝까지일까.

이윽고 소녀의 눈꺼풀이 살짝 열려가는 것을 신호로, 우리의 만남은 끝을 고했다.



「…………이것이, 가장 간단하게 이해하실 수 있는 의술입니다.」

「……………………」

「…………사랑이란, 가장 복잡 기괴하고,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그리고…………가장 상냥하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구원합니다.」

「……………………」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렇게도 쉽게.」

「…………아, 그렇네. 이렇게도, 쉽게.」

다시 눈을 감은 소녀의 입술을, 이번에는 나부터 빼앗았다.
시선을 섞을 필요도 없다.

서로 통한다는 것은, 이토록 고귀한 꿈을 가져온다.
설령 이 마음을, 이 희망을. 형상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더라도.

아아,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축복할 수 있었다.

떨어져 나가는 입술에, 희미하게 남은 열기와 타액에, 그럼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소녀의 연분홍빛 눈동자에, 거기에 등불처럼 빛나는 옛날의 등나무 꽃에, 꿈의 시작에.
우리는 사로잡혔다.

「사랑해요. 저의 선생님.」

「사랑해. 나의 세리나.」



서로 마주본 나에게, 세리나는 무엇을 찾아냈을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말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이라는 그릇에 영혼이 갇혀 있는 한,



결코 얻을 수 없을 상호 이해를,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흔들리고, 변하고, 깜빡이고, 떨리고.


기쁨, 분노, 슬픔, 그리고.



그리고 또, 둘이서 마음을 이어서.


그리고 또, 둘이서 웃는다.

 



수면에 비친 두 그림자가, 다시 하나로 녹아 합쳐진다.

지켜보는 햇살과 봄바람에 휩쓸린 등나무 꽃잎이, 반짝이는 물결이 되어 우리를 축복하고.

그렇지만 어떤 절경을 가져온다고 해도, 우리의 상호 이해에 대한 충동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맨날 스토커로만 묘사되다가 이렇게 분위기 잡는 모습을 보면 이거 참 맛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