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세계에도 기적을 (3)
Ep.1-3 : Awakening the Miracle
눈을 뜬다.
몸을 일으킨다.
구호기사단 본관인 것 같다.
이전에 과로로 몇 번 쓰러졌을 때, 세리나가 데리고 와줘서 나름 눈에 익은 곳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조인식장이 테러를 당하고 수많은 환자들이 발생했을 텐데, 왜이렇게 조용한 걸까?
"…세리나?"
불이 꺼진 방에 나 혼자 뿐이다.
평상시라면 언제든지 달려왔을 세리나가 이상하게도 나타나지 않는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생각해보니, 배에 총을 맞았었다.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나는 총에 맞은 이후로, 죽어버린 게 아닐까?
지금 이 상황이, 혹시 깨어나지 못할 꿈은 아닐까?
"크윽…"
그런 생각은 다시금 느껴지는 고통과 함께 사라졌다.
배가 뜨겁다.
아리우스 스쿼드… 조마에 사오리…
본인들을 에덴조약기구로 정의하여 게헨나와 트리니티를 모두 지워버리려는 세력.
'그녀'라고 지칭되는 누군가의 계획을 따르는 듯한 모습.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스쿼드의 눈빛은, 마치 학생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증오에 휩싸인 채였다.
조마에 사오리가 말하는 '그녀'란 누구인가?
'그녀'가 실행하려고 하는 '계획'은 무엇인가?
"…얘기를 해봐야겠어."
그러고보니 아직 시간을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이 며칠이지?
조인식날로부터 얼마나 지났지?
가만히 있어서는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허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싯딤의 상자가 유난히 더 멀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보려는 찰나에 문이 열리고,
"…서, 선생님?!"
세리나가 모습을 비추었다.
다행이다.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이 정말 반가웠다.
세리나의 품에 수건, 붕대가 한가득이다.
아마 여분을 챙기느라 잠깐 자리를 비웠겠지.
나는 세리나한테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다.
……
잠깐 상황 정리를 좀 해보자.
총에 맞은 나를 세나가 여기로 데리고 와줬다.
츠루기, 하스미, 사쿠라코, 히나타, 나기사는 다른 병동에서 회복중이라고 한다.
히나는… 세나와 함께 게헨나로 돌아간 것 같다.
에덴조약 조인식이 테러를 당하고 8시간이 지났다.
조인식장도 문제지만, 그 외에도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일단 티파티에서 게헨나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한다.
나기사와 세이아가 모두 없고, 아마 미카를 주축으로 한 분파에서 일을 벌였을 것이다.
정의실현부랑 시스터후드가 이를 막으려고 시도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후로 전해들은 상황은, 무언가가 이상했다.
"…티파티랑 정의실현부가 당했다고?"
"네… 저희가 유폐실로 갔을 때, 모두 쓰러져있었어요. 상태는 매우 심각해서 바로 구호기사단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에요. 지속적으로 트리니티 내부에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요…"
조인식장이 테러를 당해서 나온 부상자보다, 트리니티 내부의 부상자가 더 많다고?
어째서지?
안 되겠다.
역시 나가서 상황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세리나… 일단 태블릿부터…"
"아, 네! 여기요!"
싯딤의 상자를 다시 켜보니 안절부절 못해하는 아로나가 보인다.
"아로ㄴ"
"선생니이이이이이임!!!!!!!!!!!!!"
꽈당
나를 인지한 아로나가 나한테 그대로 달려들었다.
이 아이도 많이 무서웠겠지.
싯딤의 상자가 무력화되어 나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총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으니.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아로나의 긴장을 약간 풀어준다.
몇 번 만져주니 기분 좋은듯이 헤헤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로나. 지금 상황이 많이 안좋은 것 같아."
"저도 느껴져요 선생님…"
내가 잠들어있는 와중에 아로나도 이것저것 조사를 해본 모양이다.
테러 이후 게헨나와 트리니티의 상황, 그리고…
"…존재해서는 안될, 반전된 신비가 관측되고 있어요."
세리나한테서 듣지 못할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아로나의 말에 의하면, 약 2시간 전에 유폐실에서 강력한 신비가 관측됐다고 한다.
유폐실이라면 미카가 있던 곳인데…
티파티랑 정의실현부가 그 신비에 당한 건가?
미카는 무사하겠지?
아로나에게 추가 조사를 부탁하고,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 눈을 떠보니 세리나와 하나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하나에, 세리나, 역시 확인을 해봐야겠어. 트리니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
둘이 슬픈 눈빛으로 나를 본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듯, 심호흡을 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가 유폐실에서 데려온 학생들 중 가장 심하게 다친 학생이 있었어요. 시모에 코하루, 현재 보충수업부에 속해있는 정의실현부원이죠."
"다른 분들은 모두 깨어나긴 했는데, 코하루 쨩만 아직까지 꺠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근데 그게 다가 아니였어요. 유폐실의 한쪽 벽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뚫려있었어요!"
"덕분에 환자 분들을 옮기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미카는? 유폐실에 갇혀있었을텐데?"
"…미카 님은 그곳에 안 계셨어요."
미카가 유폐실에 없었다고?
그나저나 코하루는 왜 그 곳에 있었지?
"…하나에, 세리나. 역시 밖으로 나가봐야겠어. 나랑 같이 상황을 봐줄 구호기사단 몇 명만 부탁할게."
"제가 갈게요. 하나에 쨩은 아직 회복중인 다른 사람들을 봐주세요!"
"알겠어요, 선배!"
세리나의 부축을 받으면서, 나는 가장 먼저 코하루의 상태를 보러 갔다.
간신히 숨은 붙어있지만, 금방 깨어나긴 어려워보인다.
"윽…"
"너는…"
"아… 선생님이시군요."
코하루 옆에 있던 정의실현부원이 눈을 떴다.
"너도 많이 다쳤구나."
"아하하… 이정도는 별 거 아니에요."
"혹시 너도 유폐실에 있었니?"
"네. 유폐실 쪽에서 집합이 있다고 해서요."
이 방에 있는 학생들이 유폐실에 쓰러져있던 학생들일까.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겠다.
"혹시 괜찮다면, 가르쳐주지 않을래? 유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 그, 그게…"
충격이 너무 컸는지, 약간 주저하는 듯 하다.
"미안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해. 한 번만 나를 도와줘."
"알겠…습니다. 선생님이 들으시면 꽤 놀라실 수도 있어요…"
그정도는 이미 각오했다.
이 많은 학생들이 다친 채로 여기에 있는 것부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닐테니.
"제가 거기에 갔을 때는, 미카 님은 어딘가 멍해있었고, 코하루는 이미 쓰러져있었어요."
"그 옆에는 티파티… 파테르 분파쪽 사람들이 서있었죠."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설마 티파티 분들이 우리 코하루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하고요."
"근데 본인들이 그랬대요. 게헨나와의 전쟁을 빨리 치뤄야하는데 방해가 된다면서요."
"그 말을 들으니까 못 참겠더라고요. 결국 정의실현부원 폭행 및 쿠데타 저지를 목적으로 파테르 분파랑 말싸움이 오고갔어요."
코하루도 집합의 이유로 유폐실 쪽으로 갔다가, 파테르 분파 학생들에게 이렇게까지 맞은 거구나.
대견하면서도 슬픈 눈으로 코하루를 쳐다본다.
결국 정의실현부와 티파티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서 이 많은 학생들이――
"…그런데 있잖아요, 그때였어요."
응?
"가만히 있던 미카 님한테서 뭔가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시곤…"
"……파테르 분파원들을 모두 때려눕혔어요. 그것도 순식간에."
미카가?
"파테르 분파 사람들을 모두 피떡으로 만들고, 다음은 저희 정의실현부를 공격하더라고요."
정의실현부까지?
"그, 그래도 저희는 그렇게까지 심하게 다치지 않았어요! 미카 님이 저희끼리 싸우다가 모두 다쳤다는 상황으로 만들려고 하신게 아닌가 싶어요…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아직 불안함은 남아있다.
이 아이가 느꼈다던 엄청난 기운이 뭔지.
아로나가 관측했다던, 반전된 신비란 뭔지.
일단 미카를 만나봐야겠다.
"…세리나. 일단 미카를 만나러 가야겠어."
"……선생님."
세리나가 불안한듯이 내 옷을 잡는다.
"사실은 말하지 않은 게 있어요."
쾅――!!
밖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세리나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야 말았다.
"…미카 님이 테러화하신 것 같아요."
공백 제외 2990자…
Ep.1-3~1-4는 1-1 ~ 1-2의 선생 시점이라고 보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