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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 활동 비망록
# 꽃에 나비를
오전 8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선생님이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의 부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미 호시노와 노노미가 와 있었다.
노노미는 소파에 앉아있었고, 호시노는 그런 그녀의 무릎베개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 얼굴은 완전히 풀려 있었고, 매우 편안해 보였다. 고양이는 액체라고들 하지만… 이대로라면 호시노도 액체일지도 모른다. 농담이 아니라, 인체가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선생님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둘 다 안녕」
「여어, 좋은 아침. 선생.」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일찍 오셨네요?」
「잠이 깨서 말이지… 다시 잠들 기분도 아니었고.」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오늘 아침의 일… 누가 봐도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옆에 와카모가 행복한 얼굴로 자고 있다면 놀랄 것이다. 당연히 잠기는 한순간에 날아갔다.
덧붙여서, 어떻게 문을 열었는지? 같은 질문은 하고 싶었지만, 키보토스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기상했을 때 「같이 자는 건 괜찮지만, 적어도 한마디는 해줘」라고 못 박았으니, 아마 다음에는 허락을 받을 것이다. 침대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주지 않았으므로, 그 역시 상당히 물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익숙함이란 무서운 것이다.
애초에 키보토스에 있는 한 그에게 프라이버시나 개인적인 시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타마에게 도청당하고 있고, 히마리에게는 가끔 드론으로 관찰당하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다양한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약점을 잡히고 있다. 새삼스레 자는 얼굴 한두 개 정도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그 후, 그녀와 함께 비즈니스 호텔을 나와…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쯤 그녀는 아비도스의 어딘가에서 선생님의 의뢰를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는 노노미의 허벅지에 얼굴을 묻고 있는 호시노를 보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편안해 보이네, 호시노.」
「응? 편해보인다고? 으헤~ 노노미 쨩의 무릎은 푹신푹신해서 잠들기 좋거든. 나만의 특등석이라고.」
「선생님도 이리 오실래요? 자, 여기요~☆」
그렇게 말하며 포용력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벌리는 노노미. 하지만 그녀의 무릎베개를 빼앗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 호시노는 노노미의 무릎베개에 매달리며 평소의 웃음을 지었다.
「안돼. 이 무릎은 내 차지니까 선생은 저리 가서 불편해보이는 의자에나 앉으라고.」
「딱히 선배의 전용은 아니지만……」
마치 어린아이를 꾸짖는 듯한 부드러운 말투로 중얼거린 노노미는, 호시노의 분홍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다. 때때로 간지럽다는 듯 몸을 뒤틀면서도──── 녹아내린 표정 그대로인 그녀는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노노미는 선생님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다음에 아무도 없을 때 오세요, 선생님.」
노노미의 제안에 그는 씨익 웃으며 「고마워」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그녀 옆에 앉았다.
그것을 눈치챈 호시노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읏-차.」
「──────읏.」
호시노는 노노미의 허벅지에 파묻고 있던 머리를 스윽 선생님의 무릎 위에 올렸다. 선생님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미세하게 표정을 바꾸지만, 이내 미소를 띠었다.
「으헤~ 선생이랑 노노미쨩 무릎베개를 독차지라니~ 이야, 사치스럽네~」
「와아☆ 이런 것도 신선하고 좋네요!」
「그러게… 뭐, 무릎베개는 익숙해.」
그래──── 무릎베개는 익숙하다.
받는 쪽이 아니라, 해주는 쪽으로.
솔직히 말해서 남자의 딱딱한 몸의 어디가 좋은지 매우 의문이지만… 말릴 생각은 전혀 없다. 자신의 무릎이 학생의 안식처로 쓰일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줄 것이다. 세트로 귀 청소와 자장가와 머리 쓰다듬기가 따라옵니다──── 라는 미묘한 세일즈. 자신에게는 센스가 없는 것 같다.
「…오, 역시 어른. 여유로운 표정이네────── 왓!」
장난에 성공한 호시노였지만, 이어지는 말은 가로막힌다. 선생님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듯,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듯이, 꽃을 만지듯이… 그런 손.
머리 위 그의 표정은 매우 온화하고, 기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남성인 그에게 이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마치 성모와 같았다.
그런 그가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져 보여서 호시노는 뺨을 살짝 붉히며 중얼거렸다.
「으헤~ 왜 그렇게 기쁜 표정인 거야?」
「그야 기쁘지. 호시노가 이렇게 나한테 응석 부려주는 거니까.」
그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내가 호시노에게 편안한 곳이, 안식처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 너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나는 기쁘단다.」
「…선생님은 뒤에서 칼 맞을 것 같은 성격이네. 몇 명의 여학생을 그 얼굴과 말로 유혹해 온 거야?」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그는 미소를 쓴웃음으로 바꾸며 대답했다. 부드러운 손길은 그대로였고, 호시노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것을 어딘가 부러운 눈으로 노노미가 보고 있었던 것은────── 선생님만 눈치챘다.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언제까지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싸움은 손해 없이 끝날 리 없다.
팔다리 한두 개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행복의 유효기간. 자신은 분명 머지않아 죽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선생님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닐 것이다. 감상적이 되는 것은 나중에 해도 좋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선생님은 화제를 바꾸려는 듯, 생각을 전환하려는 듯 「그러고 보니」라고 말했다.
「오늘은 둘 뿐이야?」
「모처럼 있는 여유라서…… 지금은 다들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겠죠.」
「음~ 시로코 쨩은 아마 체력단련 중일 거고, 아야네 쨩은 공부하러 도서관에 갔을 거고…….」
「노노미 쨩은 일찍 나와서 학교를 청소하고 부실도 정리하고 있었고. 이야, 다들 성실하단 말야.」
「호시노는 여기서 노노미랑 같이 있었던 거니?」
선생님의 질문에 호시노는 「응응」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쭉 기지개를 켜고, 내쉬는 숨과 함께 힘을 뺐다. 정말 고양이 같다고 생각한다.
「으헤~ 나야 당연히 여기서 빈둥거리고 있었지!」
「선배도 뭔가 생산적인 걸 해보는 게 어때요? 알바나 체력단련 같은 거……?」
「무리무리. 이 아저씨는 이제 야외활동은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고. 노노미 쨩.」
「저랑 얼마 차이 안나잖아요.」
「이런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구~」
그렇게 말한 호시노는 두 사람의 무릎베개에서 내려왔다. 기분 좋은 듯 하품을 하고는 뭉친 몸을 펴서 풀고, 발걸음을 부실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으헤~ 여튼 선생이 왔으니 다른 아이들도 슬슬 도착하겠네. 그럼 적당히 농땡이치러 가볼까?」
「어라, 어디 가시게요, 선배?」
「으헤~ 오늘 이 아저씨는 오프라구. 적당히 사라져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노노미 쨩. 그럼 선생도 나중에 봐~」
손을 흔들며 복도로 사라지는 호시노. 그것을 선생님과 노노미는 똑같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문이 닫힌 후, 노노미는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호시노 선배, 어디 가시는 걸까요. 또 낮잠일까요…」
「…그러면 좋겠는데.」
반면, 선생님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얼굴을 가리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늘어진 앞머리와 옆머리, 드리워진 그림자. 마치 얼굴 없는 사람. 혹은 텅 빈 것. 처음 보는 그의 행동에 노노미는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만큼의 괴로움을 느꼈다.
그의 고개 숙인 얼굴은 들어 올려졌고, 거기에는 늘 그랬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안심시키는 듯한 미소. 노노미도 그에게 미소를 되돌려준다. 그에게 괴로워하는 얼굴 같은 건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응. 뭐, 괜찮지 않을까요? 어차피 회의는 아야네 쨩이 알아서 다 진행해 줄 거고. 하하…… 그래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호시노 선배도.」
「그렇지. 호시노는 계속…」
──── 언젠가, 와카모와 호시노의 대화. 그것을 들은 노노미는 그가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그에게 소중한 무언가이고, 절대 버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웃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는 「하지만」 하고 입을 열었다.
「노노미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에? 저도요?」
「응, 노노미도 지쳤을 거 아니야? 그럼 쉬어야지. 내 무릎이라도 괜찮다면 비어 있으니까, 말이야.」
선생님의 말에 노노미는 살짝 뺨을 붉혔다. 그의 무릎베개를 맛보던 호시노를 조금 부러운 듯 바라보던 시선은… 그에게 간파당했던 것이다.
「…들켜버렸네요.」
「호시노한테는 안 들켰을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 얼굴을 유혹적으로 일그러뜨렸다. 핑, 하고 뜨거워지는 머리. 확실히 이것은 극약이다, 노노미는 새삼 그렇게 생각한다.
「이리 와, 노노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노노미는 그 마력에 저항하지 않고, 그의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
키보토스, 어딘가. 세상에서 내팽개쳐진 듯한, 심연 같은 오피스 빌딩의 한 방. 유리창 앞에 서 있는 인형은, 대리석을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흥미로운 듯 벌어진 입을 비틀었다.
「────── 이것 참.」
느긋한 동작으로 뒤를 돌아보니 문이 열려 있었고, 실내에는 작은 그림자가 하나. 적개심과 증오, 살의로 가득 찬 시선을 보내는 소녀야말로 아비도스 최강의 신비의 소유자이자──── 검은 양복의 거래 상대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벽의 호루……, 아니, 호시노라는 이름이었죠. 실례했습니다.」
「…검은 양복.」
뱉어내듯 이름을 불러도 검은 양복의 여유는 깨지지 않았다. 끈적거리는 불쾌한 공기는 마치 뱀처럼 호시노의 몸을 감싸고 떨어지지 않았다. 생리적인 혐오감, 호시노는 이 장소도 눈앞에 있는 인물도 진심으로 싫어했다.
「이거이거, 키보토스는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이쪽으로 오시죠. 호시노 씨.」
「너랑 친해질 생각 없어. 빨리 용건이나 말해.」
접객용 소파는 최고급 품질이었고, 그 정면의 책상에는 찻잔과 받침대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호시노는 이런 곳에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생각 따윈 없었다. 어서 용건을 듣고, 한시라도 빨리 아비도스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검은 양복은 그런 것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운 듯 목을 울리고 있었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호시노는 다시 한번 혀를 차고, 눈앞의 악의를 응시했다.
「……후후. 상황이 변했으니까요. 다시 한 번 아비도스의 최고 신비를 지닌 호시노 씨에게 제안을 드리려는 겁니다.」
「제안? 웃기지 마!! 그건 이미……!!」
「아아. 조용. 조용히.」
여전히 거부하려던 호시노를 검은 양복은 꾸짖었다. 이내 그는 자신의 책상으로 향해 의자에 앉아 이야기했다.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은… 예, 이레귤러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
「언젠가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에 바쳐질 구세의 신자… 그런 존재가 관측되었습니다. 한번 접촉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죠. 그래서 이렇게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런 구세주님이랑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연방수사부 샬레.」
검은 양복이 그 이름을 입에 올리자마자 호시노의 얼굴이 노골적으로 일그러졌다.
「그 책임자인 선생님… 저는 그를 손에 넣고 싶은 것입니다.」
「너 이 자식!」
외치며 총을 뽑는 호시노. 그 총구 끝에는 섬뜩한 얼굴을 붙인 검은 양복이 서 있다. 목숨을 쥐고 있음에도, 여유로운 표정은 변함없고──── 이 자리의 주도권은 뒤집히지 않는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당신에게 흥미가 있습니다. 그와 당신, 그 차이를 검증하는 것도 좋은 탐구가 될 것 같군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 그런 대사가 있습니다. 이번엔 그걸 활용해보도록 하죠.」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크게 뜨고 분노를 드러내는 호시노.
그 정면의 검은 양복은 팔짱을 다시 끼고──── 그 표정을 환희에 일그러뜨렸다.
「당신에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아주 흥미로울 겁니다. 모쪼록 경청해주시길.」
또 따라가느냐
'블루아카 소설 (Pixiv 이외) > [샬레 활동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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